세계인권선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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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혐오, 무지와 차별의 시대 속에서 인권 읽기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제2차 세계대전,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인류를 지옥으로 내몬 끔찍한 역사가 지나간 뒤 인류는 피 묻은 손으로 ‘세계인권선언문’을 작성했다. 『세계인권선언의 탄생』은 보편적이면서도 실질적인 효력을 지닌 인권선언을 탄생시키기 위한 인류의 긴 여정을 압축해 보여주는 그래픽북이다. 2018년은 세계인권선언이 유엔에서 채택된 지 만 70년이 되는 해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인권이 지닌 근본적인 모순점과 그럼에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권의 가치를 발견하고, 폭력과 차별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보편적 인권’의 개념을 되새길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똑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_세계인권선언 제1조
그래서, 도대체 ‘인권’이 뭔대?
인권은 우리가 가장 자주 접하는 일상의 문제이지만, 공기와 같아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지난 10월 5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후 결심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재판 생중계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피고가 궐석한 가운데 징역 형을 선고했다. 국정농단의 피의자로 기소된 박근혜와 최순실 역시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의자의 건강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궐석을 인정했다. 아무리 큰 죄를 저질러도, 법과 그것을 만든 사회는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 즉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을 해치거나 국가에 큰 손실을 준 피의자의 인권은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또한 인권은 종종 국가의 주권과 충돌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박해와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권리가 있다.”(제14조 1항) 세계인권선언 초안 작성에 참여한 레바논 출신 철학자 찰스 말리크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봐요. 누구든 국경을 넘어 이주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게 되는 걸.”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스리랑카 노동자가 날린 풍등은 저유소 기름 탱크와 함께 난민 이슈에도 불을 댕겼다. 그가 외국에서 온 노동자라는 이유로 일부 사람들은 난민을 추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반대편의 사람들은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맞섰다. 자국민의 보호를 우선하는 국가의 ‘주권’과 보편적 인류애를 추구하는 인권의 ‘비호권’이 충돌한 것이다. 이처럼 ‘인권’은 우리에게 종종 곤혹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어떤 권리를 더 우선할 것인가? 아니, 그 전에 ‘인간의 권리’를 저울질할 수 있는가?
“세계인권선언은 어떻게 탄생했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의 탄생 순간을
간결하고 굵직하게 엮은 그래픽 북
유대인 학살, 제2차 세계대전, 원자폭탄 투하….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역사가 지나간 뒤 인류는 피 묻은 손으로 ‘세계인권선언문’을 작성했다. 세계인권선언 전문은 전문가로 이루어진 ‘초안작성위원회’가 만 2년에 걸쳐 고심하고 논쟁한 끝에 탄생했다. 회의만 수백 번을 하고 투표를 1000번이나 했다. 『세계인권선언의 탄생』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의 작성자로 나선 9명의 초안작성위원회 위원들이 보편적이면서도 실질적인 효력을 지닌 인권선언을 탄생시키기 위해 쏟아낸 고민과 지혜, 논쟁과 타협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세계인권선언이 온전히 소수 학자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전쟁과 평화의 반복 속에서 문명은 아주 천천히 인권이라는 개념에 물을 주며 나무를 키워나갔다. 기원전 1700년경 만들어진 ‘함무라비법전’부터 시작해 ‘키루스의 원통 비문’, 콘스탄티누스 1세의 ‘밀라노칙령’, 영국의 ‘마그나카르타’와 ‘권리장전’, 미국의 ‘버지니아 선언문’과 ‘독립선언문’,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등 유구한 인권의 전통 위에서 작성됐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의 탄생 과정을 마치 영화를 보듯 한눈에 이해하게 될 것이다.
국가·시대·문화를 초월한 ‘보편적 인권’을 향해 나아가다
여성 인권, 낙태권, 성소수자, 안락사… 여전히 풀지 못한 인권의 문제들
한 장의 문서만으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세계인권선언은 국가를 초월한 최초의 ‘보편적 인권’을 제안했다. 사람들은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되자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고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고 들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참혹하다. 난민, 이성 혐오, 성소수자, 아동학대, 인신매매, 고문, 납치… 우리 앞에는 해결하지 못한, 어쩌면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도 풀지 못할 인권의 문제가 수두룩하다. 모든 국가가 인신매매를 법으로 강력히 금지하지만 지구상의 누군가들은 여전히 인신매매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이 발발했고 르완다에서는 유엔군의 방치 아래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학살당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악행을 기억하고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하고 똑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학습하는 일, 그리고 주변에 만연한 수없는 차별과 배체, 무지와 혐오에 맞서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일… 세계인권선언의 역사는 인류가 스스로 자행한 비극을 잊지 않겠다는 반성과 성찰의 역사다. 2018년은 세계인권선언이 유엔에서 채택된 지 만 70년이 되는 해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인권이 지닌 근본적인 모순점과 그럼에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권의 가치를 발견하고, 폭력과 차별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보편적 인권’의 개념을 되새길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프라수아 드스메
인권 운동가이자 다양한 국제 문제를 다루는 전문 집필가.
브뤼셀자유대학교에서 「주권의 신화: 정당성과 사회계약체의 논법」(2015)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종교와세속성연구소(C.I.E.R.L.)에서 과학 협력 연구원으로 일한다. 라디오 〈프르미에르 RTBF>와 일간지 『자유 벨기에』에 칼럼을 기고하며, 다큐멘터리 영화 여러 편의 대본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정치철학과 동시대의 여러 쟁점이다. 소수자의 기본권 보장과 인신매매 퇴치 운동 등을 하는 이주연합센터 ‘미리아(Myria)’의 센터장을 2015년부터 맡고 있다.
번역 이희정
서울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현재 다양한 장르의 프랑스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엄마를 요리하고 싶었던 남자』, 『21세기 지구에 등장한 새로운 지식』, 『안녕, 판다!』, 『학교에서 정치를 해요!』, 『루브르 박물관에 간 페넬로페』, 『바보 같은 내 심장』 등이 있다.
그림/만화 티에리 부에르
호기심이 많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만화가.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 다양한 그래픽 예술을 시도하고 있으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프랑스 시각 예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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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UN 세계인권선언
1948년 12월 10일, 제3회 유엔 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되었다. 인류를 지옥으로 내몬 제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시점이었고, 전범국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때였다. 2년간 1000번이 넘는 투표를 거쳐 총 30개의 핵심적인 조항으로 간추려진 이 선언문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자유와 동등한 권리가 상세히 명시됐다. 그 권위를 인정받아 이후 수많은 나라의 헌법과 법률은 물론이고 인권과 관련한 거의 모든 국제조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매년 12월 10일은 모든 나라에서 ‘세계 인권의 날’로 지정되어 진보를 향해 내딛은 인류의 첫걸음을 기념하고 있으며, 2018년은 이 세계인권선언이 탄생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계인권선언의 탄생』은 폭력과 혐오, 무지와 차별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인권의 가치를 깨우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키루스의 원통 비문」, 「밀라노칙령」, 「마그나카르타」, 「권리장전」, 미국의 「독립선언문」, 1789년 프랑스의 「권리선언」 등 모든 인권선언문이 나온 상황을 살펴보면 정도는 다르지만 다 끔찍하고 잔인한 시기가 지난 직후였다. 사람들은 폭력과 잔혹한 상황에 너무나도 시달려 넋이 나간 상태였다. _19쪽
내가 태어난 곳은 여기야. 황량한 눈밭, 추위, 오물 속에서. 나는 화장터의 용광로에서 풍기는 악취 속에서 태어났어. 한 종족이 다른 종족을 몰살하려 했던, 가장 광범위한 시도를 상징하는 그곳에서. _30쪽
나는 그저 이런저런 권리를 소개해놓은 안내서가 아니야. 망각에 맞서는 다리지. 악몽 같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다음 인간은 깨닫게 되었어. 인간의 적은 언제나 인간 자신이리라는 사실을. _37쪽
모든 법은 수없이 많은 사람이 법을 위반해서 흘린 피가 섞인 잉크로 쓰였지. _41쪽
인간의 문제는 희생이 있어야 비로소 배워나간다는 거야. 모든 인권선언문은 수많은 희생과 함께 탄생했어. 마치 다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액막이라도 하듯이. 내가 탄생하게 한 부모는 ‘좋은’ 편인 연합국 출신이었어. 하지만 연합국은 독일 드레스덴과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폭탄을 떨어뜨려서 수많은 민간인을 살상했지. _45쪽
레바논 외교관에게 칸트를 이야기하는 대만의 철학자. 역사의 전환점이 된 그 시기에 흥미로운 ‘사상의 세계화’가 진행되었어. _65쪽
"서양은 이제 종교가 우표 수집 같은 개인의 취미라고 믿고 있어요. 하지만 종교는 여전히 살아가고 생각하는 방식이지요. 이런 불협화음은 오랫동안 이어질 겁니다. 두고 보세요." _70쪽
어쨌든 나보다 먼저 나온 선언문들은 모두 지역적이었거든. 나는 명백하게 전 인류를 아우르는 최초의 인권선언문이야. 내 어디에도 어떤 ‘국가’에 한정하는 표현이 없어. _81쪽
인권은 여전히 짓고 있는 건축물과 같아. _86쪽
어떤 다른 표현이 필요하겠어?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되어 있어. 남은 건 분노와 소음밖에 없고, 정체성은 배제와 절망을 통해 만들어지지. 모든 것이 전쟁 무기로 탈바꿈해. _86쪽
보편적인 인권을 선언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글 몇 줄이 이토록 어마어마한 증오에 맞서서 뭘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가끔 나는 생각해. 영원히 계속되는 건 없다고. _87쪽
서로 죽이면 안 된다고 지겹도록 반복해서 말하고 글로 써야 하는 인류, 멸종의 날이 되면 인류의 변덕도 부질없어 보이겠지. 나는 그저 내가 태어난 이유대로 살고 있어. 무지, 증오, 공포에 맞서는 연약하지만 실질적인 성벽으로. 그리고 만물의 덧없음과 망각에 맞서는 다리로. _88쪽
기본정보
ISBN | 9791188370245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1월 02일 | ||
쪽수 | 98쪽 | ||
크기 |
134 * 188
* 16
mm
/ 220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La Petite Bedetheque Savoirs T16 Les Droits De L'Homme. Une Ideologie Moderne/De Smet Franco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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