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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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소우주를 여행하는 열한 명의 히치하이커
그들이 저마다의 보폭으로 그린 고유한 지도들
저자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관광통역안내사, 여행 잡지 기자, 여행 예능 프로그램 작가 등 노동으로서의 여행에 참여하는 이들의 마음은 물론 카우치서핑 여행자, 오토바이 여행자, 장기 여행자 같은 소비의 대상이 된 여행 산업에 반하는 형태의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한데 아우른다. 일과 취미의 영역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그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인터뷰이들이 자기 인생의 여행자로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그것을 운용하는 방식의 발견으로까지 확장된다. ‘그때와 지금’ ‘여기와 저기’라는 시공간의 안과 밖을 잇는 11인의 특별한 인터뷰는 팬데믹으로 우리가 잊고 지내던 ‘여행의 감각’을 다시금 생생하게 불러일으킬 것이다.
작가정보
목차
- 서문
김하림,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마음
김미나·김중백, 대안적 삶을 찾는 여행자의 마음
김대주, 여행 프로그램 작가의 마음
이다희, 살사를 찾아 떠난 여행자의 마음
신애경, 관광통역안내사의 마음
조경국, 오토바이 여행자의 마음
케이채, 지구를 산책하는 사진가의 마음
이꽃송이, 카우치서핑 여행자의 마음
김수현, 여행 잡지 기자의 마음
김지호, 장기 여행자의 마음
책 속으로
여행의 이상적인 모습이란 누구에게나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에 소개된 것은 그 모습들 중 일부일 뿐이다. 열 명의 인터뷰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돌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여행의 모습과의 충돌도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금 마음껏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여러분도 자신만의 여행을 하기를, 그리하여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_19쪽, 서문에서
“저는 그저 하고 싶었던 것이 여행이라서 떠났어요. 대단한 걸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죠.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온 거고요. 여행이 급격하게 각광받고, 그전에는 가지 않던 곳들까지 사람들이 찾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봐요. 하지만 여행을 정의하려는 말들이 많아지고 여행이 무척 대단한 일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떠나려던 사람도 부담스러워질 정도니까요. 그래서 저는 ‘여행이 무엇이다’라는 생각을 안 해요. 그 대신 ‘그냥 여행’을 하면 어떨까요? 결국 그렇게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하고 싶은 것 다 했던 행복한 기억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_49쪽, 게스트하우스 주인 김하림 인터뷰에서
“제가 지유에게 ‘미안해, 네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게 아닌데 아빠가 바보 같아서 그런 거야’ 하고 얘기했어요. 지유가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괜찮아, 아빠. 내 마음이 알아.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걸 아니까 괜찮아.’ 정말 뭉클했죠. ‘아빠, 바보를 없애는 방법을 알려줄까? 마음속에 있는 바보를 생각 안 하면 그 바보는 없어질 거야. 그러니까 그 바보를 자꾸 생각하지 마.’ 여섯 살짜리가 어른인 제게 그런 얘기를 해주는데, 마음이 묘했습니다. 아이들과 여행하다 보면 이런 일들이 생겨요. 서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
기는 거죠.” _74~75쪽, 대안적 삶을 찾는 여행자 김미나ㆍ김중백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 함께 갔던 PD와 땀범벅이 된 채로 대화했던 게 기억나요. ‘작가님, 우리는 너무 성공한 것 같아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들었습니다.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잠도 잘 못 자며 일을 하고는 있지만, 방송을 만들면서 얻는 추억들은 굉장한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대답했죠. ‘저희 너무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요.” _108~109쪽, 여행 프로그램 작가 김대주 인터뷰에서
“살사와 여행의 비슷한 점을 하나 더 꼽으라면 느낌의 일회성이 아닐까 싶어요. 이십대에 여행한 나라를 삼십대에 다시 찾는다면 분명 그 느낌이 다를 거예요. 살사를 출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사람과 춤을 춘다고 해도 그날의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 춤의 느낌이 다르죠. 한번 췄던 춤의 느낌을 다시 받을 수는 없어요.” _131쪽, 살사를 찾아 떠난 여행자 이다희 인터뷰에서
“관광통역안내사가 되고 나서 한국이 더 좋아졌어요. 한국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도 모르죠. 손님들의 반응을 보면서 한국이 좋아지기도 하고요. 고속도로에서는 길이 잘 정비된 것을 보고 놀라고, 휴게소나 화장실이 깨끗한 것에도 놀라곤 하거든요.” _150쪽, 관광통역안내서 신애경 인터뷰에서
“어딘가를 목적지로 정하고 출발하면 아무런 사고 없이 도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집니다. 제가 여행이라고 느끼는 모든 일들이 오토바이 위에서 일어나죠. 목적지에 도착하면 모든 긴장이 풀리고 말아요. 그래서 고작 할 수 있는 일은 숙소 근처를 둘러보거나 서점에 가는 정도죠. 하지만 달리는 것과 비교한다면 그 즐거움의 강도는 10분의 1이 채 안 되는 느낌이에요.” _180쪽, 오토바이 여행자 조경국 인터뷰에서
“평범한 순간을 만나기가 오히려 어려운 것 같아요. 여행을 할 때 우리는 어쨌거나 이방인이 되니까, 이방인으로서 현지인들의 일상을 만난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죠. 아무래도 낯선 곳에서는 관광지나 여행자에게 편리함을 주는 곳에 마음이 자꾸 끌리기도 하고요. 저는 최대한 그것을 차단하려고 합니다.” _214쪽, 지구를 산책하는 사진가 케이채 인터뷰에서
“삶의 무게는 배낭 하나로 족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3년 차 여행자이고, 지금은 배낭 하나에 제 모든 것이 들어 있어요. 그런데 여행을 할수록 배낭의 무게가 줄어들더라고요.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니게 되니까요.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배낭이 무거워지죠. 그러다 보면 걸음이 무거워지고 짜증도 나요. 제 배낭이 가벼워질수록 삶의 무게가 가벼워진다고 느꼈어요.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삶의 만족도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_252쪽, 카우치서핑 여행자 이꽃송이 인터뷰에서
“당분간은 여행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질 거예요. 안전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이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여행을 기피할 테고요.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기 마련인데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탓에 여행의 가격이 오르겠죠. 그러다 공급을 따라갈 수 없는 수요가 갑자기 발생한다면 여행 시장의 판도는 바뀔 겁니다. 여행을 많이 가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이제는 여행을 쉽게 생각할 수 없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이전의 값싼 여행의 자리를 더 안전하고 질 높은 여행이 대신하리라 예상해요.” _275쪽, 여행 잡지 기자 김수현 인터뷰에서
“이렇게 긴 여행은 일생에 한 번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번 여행했던 장소에 다시 가기는 힘들 테고 기억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제가 어떤 나라에 가서 무엇을 하고 봤는지 최대한 꼼꼼하게 기록해두려고 했죠. 사진도 정말 많이 찍어뒀어요. 그래서 제가 걸었던 길들의 사진이 듬성듬성하지 않고 이어져요. 영상을 보듯 기억이 연결되는 이유입니다.” _295쪽, 장기 여행자 김지호 인터뷰에서
출판사 서평
여기와 저기, 그때와 지금
일상의 시공간 그 안과 밖을 잇다
제철소 인터뷰집 시리즈 ‘일하는 마음’의 다섯 번째 책 『여행하는 마음』이 출간되었습니다. 『온다 씨의 강원도』 『북한 여행 회화』를 쓴 여행가이자 사진가인 김준연 작가가 여행을 일상처럼 하고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여행자들을 직접 만나 나눈 이야기를 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
이 책의 인터뷰이 김하림의 말처럼 여행은 소비적이다. “여행은 사실 굉장히 소비적인 행위의 연속이에요. 돈과 시간을 쓰는 일이니까요.” 그의 말대로라면 이 책은 생산적인 구석이라곤 도무지 찾기 힘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것이 된다. 그런 책이 ‘일하는 마음’ 시리즈에 섞여드는 게 과연 마땅한 일일까. _서문에서
여행이 일이 될 수 있을까?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우리 앞에 놓인 첫 번째 질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우선 상품으로서의 여행 너머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노동으로서의 여행에 참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저마다의 고유한 방식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아우르기로 했고요. 그렇다면 일과 여가, 그 사이 어디쯤에서 여행의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인터뷰이 섭외를 마치자마자 전국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진주, 제주, 그리고 태국의 작은 마을 빠이까지…. 어느 날은 인터뷰이를 만나러 왔다며 멕시코에서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지요. 팬데믹 이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2020년 봄, 그러니까 모든 인터뷰를 마친 어느 날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선언했습니다. 전 세계가 국경의 빗장을 굳게 걸었고, 여행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버렸습니다. 저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안에서 자신이 만난 여행하는 마음들을 찬찬히 되짚어가며 글로 풀었습니다. 저자가 보내온 초고를 앞에 두고 생각했습니다. 여행이 멈춘 시대에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하지만 가장 늦게 도착한 서문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여행이라는 행위는 특정한 시공간에 속하지 않으며, 삶과 죽음이라는 우리의 일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요.
이 책의 인터뷰이 중 절반은 관광통역안내사,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여행 잡지 기자, 여행 예능 프로그램 작가 등 여행과 관련한 직업을 가진 이들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소비의 대상이 된 여행 산업에 반발하는 형태의 여행을 하는 이들이죠. 카우치서핑 여행자, 오토바이 여행자, 장기 여행자 등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일러두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 여행을 직업으로 하는 인터뷰이들은 모두 여행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단지 여행을 일로 삼은 탓에 관광객을 상대하거나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되었을 뿐, 스스로는 관광객으로 구분되지 않을 법한 방식으로 여행한다. 그들을 포함한 모든 인터뷰이들이 여행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_서문에서
이렇듯 일과 취미의 영역에서 출발한 『여행하는 마음』은 그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인터뷰이들이 자기 인생의 여행자로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그것을 운용하는 방식의 발견으로까지 세계를 확장시킵니다. 더불어 우리가 여행을 말할 때 떠올리는 시간과 공간, 그러니까 ‘그때와 지금’ ‘여기와 저기’의 안과 밖을 잇습니다.
책을 만드는 동안, 그러니까 코로나19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몇몇 인터뷰이의 근황이 달라졌습니다. 멕시코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김하림은 그곳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유통회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방송작가 김대주는 해외에서 촬영하던 예능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만들지 못하고 있으며, 여행 잡지 기자 김수현은 IT업종으로 전직했습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발길이 끊긴 탓에 일이 없어진 스페인어 관광통역안내사 신애경은 현재 한국어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SNS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여행업계에 끼친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저자에게 추가 인터뷰를 요청해 ‘팬데믹 이후의 여행’으로 책의 콘셉트를 다시 잡을지 오래 고민했지만 결국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행도, 여행자도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세계를 생각해야 할 때”이며 “분자로서 지구상을 누비며 국경을 흐릿하게 만드는 여행을 꿈꿔야 할 시기”라고 말합니다. 요즘처럼 여행이, 여행하는 마음이 간절했던 적이 또 있을까요. 이 책이 우리에게 오랫동안 잊고 지낸 ‘여행의 감각’을 다시금 일깨워주길 바랍니다.
제철소 〈일하는 마음〉은
다양한 분야에서 ‘판’을 만들어 나가는 이들을 직접 만나 묻고 듣고 기록한 인터뷰집 시리즈이다. 일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여러 마음을 들여다봄으로써 개인의 노동과 삶이 우리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피고 읽어내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8343485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8월 31일 |
쪽수 | 304쪽 |
크기 |
130 * 191
* 23
mm
/ 28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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