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염 진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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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번에 걸친 TV 드라마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붉은 수염』의 원작소설.
에도 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빈민 시료소 고이시카와 양생소.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양생소의 의사 ‘붉은 수염’, 그리고 새로운 양의학을 배우고 돌아와 출세의 꿈에 부풀어 있던 젊은 의사 야스모토 노보루.
양생소를 배경으로 두 주인공과 환자와의 갈등을 그린 휴먼의학드라마.
작가정보
저자 야마모토 슈고로는 야마나시 현 출생으로 본명은 시미즈 사토무. 세이소쿠 영어학교 졸업. 전당포의 종업원으로 일하다 신문, 잡지의 기자를 거쳐 소설가가 되었다. 『문예춘추』(1926년 4월호)의 현상에 투고한 「스마데라 부근」으로 문단에 나왔다. 처음에는 극작이나 동화의 집필을 주로 했으나 이후 대중오락잡지를 작품 활동의 주 무대로 삼았다. 이에 초기, 중견 시대에는 순문학자나 비평가들로부터 거의 묵살 당했다. 그러나 야마모토는 “문학에는 ‘순’도 없고 ‘불순’도 없으며, ‘대중’도 ‘소수’도 없다. 단지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이 있을 뿐이다.”라는 신념하에 보편타당성을 가진 인간상의 조형을 평생의 목적으로 삼았다. 야마모토는 언제나 볕이 들지 않는 서민 편에 서서 기성의 권위에 용감히 저항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1943년에 아쿠타가와상을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수상을 요청받은 문학상 전부를 일축한 이유는 ‘문학은 상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작가의 윤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일본의 패전 이후 마침내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여 수많은 걸작을 세상에 내놓았으며, 사후 “귀여운 여인을 묘사한 체호프를 능가한다.”, “100년 후, 일본의 대표적 단편작가로 남을 것이다.”라는 등의 높은 평가를 얻었다.
역자 박현석은 대학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 및 직장 생활을 하다 지금은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우리나라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서 출판을 시작했다. 번역서로는 『판도라의 상자』, 『갱부』, 『혈액형 살인사건』, 『사형수와 그 재판장』, 『불령선인 / 너희들의 등 뒤에서』, 『젊은 날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다자이 오사무 자서전』, 『붉은 흙에 싹트는 것』, 『운명의 승리자 박열』 외 다수가 있다.
목차
- 1. 광녀의 이야기
2. 직소
3. 오소리 공동주택
4. 삼세판
5. 헛수고에 기대하다
6. 휘파람새 바라기
7. 오쿠메 살해
8. 얼음 속의 싹
책 속으로
“이 병뿐만 아니라 모든 병에 대해서 치료법 같은 건 없어.”
노보루는 천천히 교조를 보았다.
“의술이 발전하면 바뀔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그 개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거야.”라고 교조는 말했다. “의술이라고 해봐야 대단할 것 없어. 오랜 세월 이 일을 할수록 의술이 별것 아니라는 사실을 더 크게 느끼게 될 뿐이야. 병이 발생하면 어떤 개체는 그것을 극복하고, 다른 개체는 져서 쓰러지지. 의사는 그 증상과 경과를 판단할 수 있고, 생명력이 강한 개체에는 다소간의 힘을 보태줄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것뿐이야. 의술에 그 이상의 능력은 없어.”
교조는 자조와 슬픔을 드러내듯 떡 벌어진 어깨의 한쪽을 추슬러 올렸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빈곤과 무지와의 싸움이야. 빈곤과 무지에 이겨나감으로 해서 의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밖에 없어. 알겠나?” (본문 57쪽)
“인생은 교훈으로 넘쳐나.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교훈은 하나도 없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도둑질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조차 절대적인 것은 아니야.” 그리고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나는 이 사실을 시마다 에치고에게 말할 거야.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 물론 비열한 행위에 조건은 없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때는 어쩔 수가 없어. 지금은 교훈에서 등을 돌려야 할 때야.” (본문 92쪽)
“그들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믿기로 하자. 그들의 죄는 참된 능력도 없으면서 권위의 좌에 앉았다는 것과, 몰라서는 안 될 사실을 모른다는 데 있어. 그들은,”하고 교조는 거기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들은 가장 빈곤하고 가장 어리석은 사람들보다 더 어리석고 무지한 거야. 그들이야말로 가엾게 여겨야 할 인간들이야.” (본문 108쪽)
“하지만 그들도 역시 인간이야.” 지친 기색이 역력한 투로 교조가 말했다. “슬프구나. 그들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틀림없이 식구도 있을 거야. 의사로서의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할지라도 다른 살아갈 수단이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서는 설령 몹쓸 짓이라는 사실을 안다 할지라도 배운 도둑질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본문 234쪽)
출판사 서평
“문학은 상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에게 독자가 주는 것 외에 상은 없다.”
나오키상 수상을 거부한 유일한 작가, 야마모토 슈고로.
야마모토 슈고로가 아직도 우리나라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조금 이상한 일이라고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가 일본 문학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 시대를 관통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보편적 인간상, 작가 및 작품의 식지 않는 인기, ‘문학은 상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나오키상은 물론 그 어떤 문학상의 수상도 거부했던 그의 자세, 문학에 대한 열정, 일본 소설에 민감한 우리의 문학시장 등을 고려해보면 더욱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도 야마모토 슈고로의 소설에 커다란 흥미를 느낀 듯,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여러 편의 영화와 각본을 제작했다. 특히 휴머니즘의 걸작이자 구로사와 감독의 대표작이기도 한 『붉은 수염』은 야마모토 슈고로의 연작소설인 『붉은 수염 진료담』을 원작으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소개된 야마모토 슈고로의 책은 단 한 권뿐이다. 그것도 사무라이들의 충심을 그린 단편을 모은 책이기에 야마모토 슈고로의 진수를 맛보기에는 어딘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야마모토 문학의 본질은 서민의 삶 속에서 건져 올린 꾸밈없는 인간의 참모습에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붉은 수염 진료담』은 야마모토 문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출세의 꿈에 부풀어 나가사키에서 네덜란드 의학을 배우고 에도(지금의 도쿄)로 돌아온 야스모토 노보루,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약혼자의 배신, 장래의 희망에 대한 좌절뿐이었는데 그런 야스모토와 빈민 시료소인 고이시카와 양생소의 ‘붉은 수염’이라는 의사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붉은 수염의 독단에 반항하던 야스모토도 서민들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보고, 붉은 수염의 진심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면서 점차 마음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붉은 수염(니이데 교조)과 야스모토 노보루이지만, 진짜 주인공은 각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서민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야마모토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들의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애환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편에 서서 그들 몸의 치료는 물론 마음까지 어루만져주었던 붉은 수염과 야스모토 노보루의 태도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 속에서 건져 올린 꾸밈없는 인간의 참모습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야마모토 슈고로가 보여주려 했던 인간의 참모습을 엿보시기 바란다.
기본정보
ISBN | 9791188152193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1월 05일 | ||
쪽수 | 376쪽 | ||
크기 |
129 * 211
* 24
mm
/ 431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국내 미출간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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