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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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중앙일보 > 2018년 7월 2주 선정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은 장정일이 ‘국시’ 동인 시절 발표한 시(「나는」, 1983)에서부터 『햄버거에 대한 명상』(민음사, 1987), 『상복을 입은 시집』(그루, 1987), 『길안에서의 택시잡기』(민음사, 1988), 『서울에서 보낸 3주일』(청하, 1988), 『통일주의』(열음사, 1989), 김영승과의 2인 시집 『심판처럼 두려운 사랑』(책나무, 1989), 『천국에 못 가는 이유』(문학세계사, 1991) 등에서 시인이 직접 가려 뽑은 시 54편을 묶었다. 몇몇 시들은 새로 엮는 과정에서 제목과 내용 일부를 다듬었다.
작가정보
목차
- 시인의 말을 대신하여ㆍ5
1부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ㆍ11
석유를 사러ㆍ13
축구 선수ㆍ18
방ㆍ20
지하 인간ㆍ23
쉬인ㆍ24
삼중당 문고ㆍ28
게릴라ㆍ33
물에 빠진 자가 쩌벅거리며 걸을 때ㆍ34
나는ㆍ38
12월ㆍ40
자수ㆍ42
역도 선수ㆍ44
열등생ㆍ46
2부
도망ㆍ49
그녀ㆍ50
냉장고ㆍ53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김춘수의 「꽃」을 변주하여 54
구인ㆍ55
첫사랑ㆍ56
옛날이야기ㆍ58
헤드폰을 쓴 남자ㆍ60
냉장고ㆍ62
사랑 靑ㆍ63
보리밭에서ㆍ64
호두 한 알ㆍ67
젊은 운전자에게ㆍ68
3부
햄버거 먹는 남자ㆍ73
요리사와 단식가ㆍ75
‘중앙’과 나ㆍ78
계산대에서ㆍ80
미끄럼ㆍ82
바지 입은 여자ㆍ84
탬버린 치는 남자ㆍ85
체포ㆍ86
파리ㆍ88
목욕ㆍ89
유리의 집ㆍ90
Job 뉴스ㆍ91
파랑새ㆍ92
4부
원고청탁서를 받고ㆍ95
구두ㆍ96
모자ㆍ97
자서전ㆍ98
주목을 받다ㆍ99
생선 씻는 여자ㆍ100
허공ㆍ101
꿀맛ㆍ102
길목집ㆍ103
아이들은 또다시 놀이를 한다ㆍ104
소똥의 길ㆍ106
문밖에 서성이는 자ㆍ108
길ㆍ110
사철나무 그늘 아래의 잠ㆍ112
장정일 자선시집 출전ㆍ113
출판사 서평
◎ 편집자의 책소개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부분
다시 없을 장정일이라는 희귀한 개성
장정일이 직접 가려 뽑은 시 54편 수록
1984년 『언어의 세계』 3집에 「강정 간다」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장정일의 자선시집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이 책읽는섬에서 출간되었다. 당돌하고 새로운 도시적 감수성과 불온한 시적 상상력으로 한국 시단에 ‘장정일’이라는 하나의 현상으로 등장했던 그. 장정일의 이번 자선시집은 꾸준히 독자에게 사랑받는 그의 대표 시집 두 권과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다섯 권의 절판된 시집 속에서 시인이 한 편 한 편 직접 골라 엮어 의미가 각별하다. 장정일의 시세계를 파악하고 따라 그려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맞춤한 선물이 될 것이다.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은 장정일이 ‘국시’ 동인 시절 발표한 시(「나는」, 1983)에서부터 『햄버거에 대한 명상』(민음사, 1987), 『상복을 입은 시집』(그루, 1987), 『길안에서의 택시잡기』(민음사, 1988), 『서울에서 보낸 3주일』(청하, 1988), 『통일주의』(열음사, 1989), 김영승과의 2인 시집 『심판처럼 두려운 사랑』(책나무, 1989), 『천국에 못 가는 이유』(문학세계사, 1991) 등에서 시인이 직접 가려 뽑은 시 54편을 묶었다. 몇몇 시들은 새로 엮는 과정에서 제목과 내용 일부를 다듬었다.
‘80년대 우리 문학교실의 뿌연
유리창 하나가 박살나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 문학장을 충격했던 시적 낯섦
“최루탄 정국 때문에 안팎으로 닫힌 80년대 우리 문학교실의 뿌연 유리창 하나가 박살나는 소[리]”이자 ‘한국 문학에 대한 생각을 새로 점검하게 만든 거대한 망치’(이영준)로 도착한 문제적 시인 장정일. 그의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은 ‘발랄한 상상력과 현실에 대한 개성적인 접근, 일반적인 시적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대담함’이 담겼다는 평을 받으며 스물다섯 살의 나이로 제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해 한국 시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문학에 뛰어든 독특한 이력의 장정일은 당대에 형성돼 있던 주류 문법과는 전혀 다른 시적 문법과 과격성으로 한국 문학장에 충격할 만한 시적 낯섦을 제공했다(신철하).
장정일은 정치적 탄압에 저항하는 일련의 시쓰기와 대별되는 자기반성적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문학적 주제로 부상한 도시인들의 삶과 감수성을 유희적이고 새로운 시 형식에 담아냈으며(이승철), 그의 자기모멸에 이르는 과정으로서의 시쓰기, 자기부정의 글쓰기는 독자들에게 ‘비닐봉지에 포장된 <시적 감동>’(이영준)을 주는 대신 요설의 언어로 기존의 시와 독자의 시적 기대를 배반하면서 언어를 타락시킨 세계에 대해 복수의 형식을 취했다(박기수). 전통적인 시 개념을 해체하면서 시쓰기의 자유로움을 구사하는(이연승) 그의 낯선 시는 80년대의 한복판을 힘들여 통과해온 사람들에게는 지난 시대의 진정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난폭함(서영채)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나 무심한 듯 서술한 일상의 모습과 서술기법 속에는 당대에 대한 누구보다도 예리한 인식과 새로움이 있었다(김미미). 그만의 “희귀한 개성”으로 ‘위반과 금지’라는 현대인의 암흑지대에 과감하고 깊숙이 접근해감으로써 다른 이가 대신할 수 없는 성과를 올릴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기대되었던(남진우) 장정일. 그의 등장은 그 자체로 80년대 ‘중앙’을 해체하며 90년대의 인식론적·미학적 지평이 초기화됨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으며 새롭게 이식된 ‘도시-소비 공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야 하는 ‘약속 없는 세대’에게 호소력 있는 하나의 예지이자 암시가 되어주었다. 시인은 개방과 자유로 가장된 합법적 권력의 작동방식인 사회적 계약이나 제도가 실은 법을 빙자한 폭력 집행의 수단임을 폭로한다(엄경희).
장정일에게 시쓰기란 과연 무엇이었는가
오늘날 다시 그를 읽는 이유
장정일의 시들은 시를 쓰지 않으면 견디지 못했던 젊은 날의 몇 해 동안 집중적으로 씌어졌다. ‘글쓰기가 직업이 아니라면 나는 구역질이 난다’고 쓴 바 있는 장정일. 그에게 시란 무엇이었을까. 그는 희곡과 소설로 분야를 옮긴 뒤 시작詩作을 중단한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훌륭한 시라도 실용적인 가치와는 무관하고 시인은 실질적인 세계를 변혁시킬 수 없는 듯 보이는 이 세계에서 장정일은 작가이자 또 한 사람의 독자로서 시쓰기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이연승). 김준오가 지적한 바 있듯 장정일은 세상의 모든 시집이 유고시집이라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집’은 유통가치가 전연 없는, 그래서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받아야 하는 천덕꾸러기라고 고통스럽게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쓰기가 시인을 ‘천사와 같은 위대한 반열에 끼워넣어주지 않는다는 것도, 그 자체로 위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그는 이미 알고 있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시인의 말 「강정 간다」를 쓸 무렵, 『천국에 못 가는 이유』). 시쓰기란 “바닥이 없”는 “온통 벽뿐”인 방(「허공」)에 울리는 “단지,// 지루하리만큼 긴 비명”(「주목을 받다」)이거나 대화 불능의 말줄임표(「햄버거 먹는 남자」)를 기입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쓰지 않는 성실함이라는 역설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장정일의 시쓰기에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이번에 자선시집을 새롭게 묶어내며 편집부가 했던 고민은 오늘날 달라진 의미지형 위에서 장정일의 시적 목소리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가였다. 그의 새로웠던 목소리 중 어떤 시들이 앞으로도 하나의 표지標識로 빛을 비춰줄 것인가, 시에 쓸모를 바라는 일만큼 어리석은 마음이 있으랴마는 그 가능한 테두리를 나름으로 상상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꼴을 그려보는 일이기도 했다. 한 사회의 가치관은 물과 같이 흐르며 그 변화할 한치 앞을 알기 어렵지만 더 나은 곳이 되도록 희망할 공통의 방향은 있을 것이다. 이 한 권의 시집은 어쩌면 그 다가올 변화의 목격자로서 생각보다 오래 책장에 꽂혀 있게 될지도 모른다. 책을 마무리하고 세상에 내보내는 지금은 장정일이라는 시인이 갖는 의미, 이 60년산 세대의 목소리가 오늘날 다시 어떻게 기록되고 불릴 것인지 조심스러운 기대를 갖게 된다. 어떤 목소리는 세상에 너무 일찍 도착한다. 우리의 시대는 앞으로 가는 듯 한 걸음 물러나며 무언가를 재고 평가하지만 그 검열의 시선에 머리를 쥐어박히는 ‘열등생’이 하나쯤은 세상에 있었을 것이다.
시집을 읽어도 좋은 세 종류의 사람들에 대해 적어놓기로 한다.
시를 쓰고 있는 현역 시인들은 시집을 읽어야 한다.
당연히 그들의 연구자들도 시집을 읽어야 한다.
앞으로 시를 쓰려는 사람들도 시집을 읽어야 한다.
그 외의 사람들은 시집 같은 걸 읽을 필요가 없다.
시인이란 뭔가? 시인이란 시를 쓰기 위해 젊어서부터 무작정 시집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 가운데 생겨났으며, 시인이 된 뒤에도 시인이 되기 전과 똑같은 열정으로 시집을 읽어대는 사람이다.
스님이 그냥 스님이듯 시인은 그냥 시인이다. 제 좋아서 하는 일이니 굳이 존경할 필요도 없고 귀하게 여길 필요도 없다. 그 가운데 어떤 이들은 시나 모국어의 순교자가 아니라, 단지 인생을 잘못 산 인간들일 뿐이다.
─「시인의 말을 대신하여」 전문
기본정보
ISBN | 9791188047420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6월 29일 |
쪽수 | 116쪽 |
크기 |
127 * 207
* 9
mm
/ 187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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