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선 누구나 미식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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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현장에서 남북은 같은 밥상에 앉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는 장면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평양냉면이었다. 남측 대표단이 올 9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옥류관과 대동강수산물식당 같은 대중식당에서 남북이 자리를 함께하는 오찬과 만찬이 이어졌다. 서로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먹는 일이다.
평양에는 옥류관만 있는 게 아니다. 평양에 가면 냉면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평양에도 맛집이 즐비하다. 평양 음식은 예로부터 이땅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다. 이 책의 미덕은 가장 트렌디한 최신 북녘 음식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점이다. 평양 음식점들도 태블릿 피시를 메뉴판으로 제공하고, 주문이며 결제를 전자기기로 처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동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커피숍의 인테리어며 메뉴가 서울보다 더 고급스러운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평양 가서 점심 먹고, 저녁 먹는 꿈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양을 밥 먹듯이 다니며 북녘의 음식 문화를 섭렵한 저자의 안내를 따라 먼저 밥상을 타고 북녘 여행을 떠나보자.
작가정보
남과 북을 셔틀 왕래하며 집필과 강연 활동을 통해 동포들에게 민족화합과 자주통일을 위한 새로운 이슈와 비전을 제시하는 통일운동가이자 대북사역자이다. Social Movement Group NK VISION2020 설립자이며 산하에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역사), 동북아종교위원회(종교), 남북동반성장위원회(경제), 오작교포럼(언론), 문화예술위원회(예술) 등 다섯 개 기관을 두고 활발히 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전태일 실록 1, 2권』을 비롯해 『북녘의 교회를 가다』, 『북녘의 종교를 찾아가다』, 『평양에서 서울로 카톡을 띄우다』, 『평양에선 누구나 미식가가 된다』 외 여러 권이 있으며, 공저로 『평양냉면』,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자주시대를 부탁해』, 『북한, 다름을 만나다』 등이 있다.
목차
- 1 첨단 고급화를 지향하는 식당 문화를 체험하다
2 창전 해맞이식당을 가다
3 종합봉사시설 해당화관을 찾다
4 옥류관에서 다섯 가지 맛을 보다
5 양고기 꼬치구이점을 찾다
6 단고기 전문요리점을 찾다
7 휘발유 조개구이 전문요리점을 찾다
8 콩나물김치 맛에 매료되다
9 평양의 결혼식 잔치를 가다
10 수연례 잔치를 가다
책 속으로
평양 비로봉 식당은 음식점과 커피숍을 한 공간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라서 방북 시마다 부담 없이 들르곤 한다. 그곳에 가면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 다름 아닌 전자 메뉴판이다.
2013년 들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그 이전까지는 종이 메뉴판이 사용되었다. 손님들이 식당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손에 잡는 것이 메뉴판 아닌가. 그 메뉴판이 다름 아닌 ‘판형 컴퓨터(태블릿 PC)’라서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미국이나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여전히 종이 책자로 된 메뉴판에 익숙한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태블릿 메뉴판을 테이블마다 비치해 손님들이 자기들 식성과 취향에 맞게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고 마치 뒷북을 맞는 기분이었다.…
비로봉 식당뿐 아니라 평양 시내의 여러 식당에서도 뒤이어 태블릿 메뉴판을 개발하였다. 심지어 강원도 마식령 스키장의 식당과 커피점에서까지 태블릿 메뉴판이 상용화되고 있었다. -13쪽
이북에는 ‘공식 환율’과 더불어 ‘실제 환율’이 있다는 것은 인지해야 한다. ‘공식 환율’이란 외국인 전용 ‘호구 환율’이다. ‘호구 환율’은 ‘실제 환율’에 비해 수십 배 정도 차이가 난다.
1달러 환율이 이북 화폐로 7,000원 정도인데, 호구 환율은 1달러에 130원인 경우가 있다. 한 가지 실례를 들어보도록 한다. 커피점에서 파는 500원짜리 콜라를 이북 인민들은 실제 환율에 따라 0.1달러, 1,000원짜리 칵테일을 0.2달러에 구입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국 국적의 해외동포들이나 외국인들은 호구 환율로 지불하기 때문에 500원짜리 콜라를 4달러, 1,000원짜리 칵테일을 8달러에 사먹어야 한다. …
외국인에 대한 환율 적용제도와 2중가격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남측과 서방세계의 언론들은 마구잡이 오보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북의 환율 시스템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메뉴판에 적힌 가격표를 기계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음식값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 노동자나 주민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식당이나 커피점, 백화점에 갈 수 없는 그림의 떡”이라느니 “신흥 부자들과 특권층만 갈 수 있다”느니 하는 주장들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근거도 없이 떠들어댄다. -20쪽
창전거리에는 고층아파트와 빌딩이 밀집되어 있다. 14개동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데, 그 가운데는 45층짜리 아파트도 있다. 또한 아동백화점, 일반백화점, 식당, 목욕탕, 이발소, 세탁소, 레코드 가게, 약국 같은 서비스 시설과 후생시설은 물론, 학교, 유치원 같은 교육시설들이 철저한 도시계획 하에 멋진 자태를 선보이고 있다.
해맞이식당이 위치한 창전거리는 꽤나 길다. 앞서 이북을 이끈 두 ‘지도자’의 거대한 동상이 서 있는 만수대 언덕 기슭부터 시작해 평양학생소년궁전, 조선혁명박물관, 인민극장, 만수대의사당(국회의사당)과 천리마동상 등을 일직선으로 두고 있다.
중심 번화가로서뿐 아니라 최신 유행을 선보이는 ‘서울의 명동’ 혹은 ‘서울의 강남거리’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듯한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 창전거리를 활보하는 평양 여성들은 당시 유행하던 복고 열풍에 따라 미장원에서 웨이브 파마를 하고 블라우스에 주름치마를 맞춰 입은 채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패션을 선보였다. 지금도 하이힐을 신고 고급스런 핸드백을 끼고 양산을 펼쳐 들고 외출하는 모습은 평양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28쪽
안내원들의 가르침에 의하면, 냉면을 맛있게 먹으려면 우선 냉면 면발에만 식초를 뿌려야 한다(냉면 그릇에 식초를 뿌려서는 안된다). 냉면에 올린 고명을 무너뜨린 후 젓가락으로 냉면 뭉치를 대각선으로 찔러 건져 올려 그릇에 걸쳐놓아야 하며, 이때 젓가락을 십자가 형태로 벌려놓으면 된다. -64쪽
이날 지켜본 ‘휘발유 조개구이’ 요리 과정은 마치 한 편의 퍼포먼스 같았다. 먼저 빼곡히 세운 조개 위에 휘발유를 소량 흩뿌린다. 휘발유를 뿌리면서 재빠르게 불을 붙이면 바닥에 깔려 있던 조개등 위에 삽시간에 불길이 옮겨붙으며 활화산처럼 타오르기 시작한다.
봉사원은 휘발유병을 손에 들고 강약을 조절하며 물총을 한 줄기로 발사하듯 조개 위에 뿌리며 불길을 조절한다. …
조갯살에서는 휘발유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바다 내음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싱싱한 맛을 그대로 음미할 수 있었다. 조개구이의 맛에 흠뻑 빠진 우리는 서로 아무 말 없이 경쟁이라도 하듯 치열하게 까먹기 시작했다. 다 먹은 후에는 자신들 앞에 조개 껍데기가 얼마큼 수북이 쌓였는가를 놓고 누가 승리했는지 우열을 다툴 정도였다. -120쪽
출판사 서평
음식은 삶과 문화의 젖줄이다. 적어도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야 그 웅숭 깊은 뿌리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맛’의 시인으로 불릴 만큼 자신의 시 속에 우리 음식 문화를 녹여낸 시인 백석은 ‘모밀국수’(냉면)며 명태 창난젓에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읽어낸다.
남북이 분단된 지 벌써 73년째다. 이 기간 동안 남과 북의 음식 문화는 독자적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모하는 세태 속에서 보면 그것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닐뿐더러, 남과 북의 음식 문화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누구도 쉬 알기 어렵다.
지난 4월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현장에서 남북은 같은 밥상에 앉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는 장면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으며, 이제 평화의 상징은 비둘기가 아니라 냉면이라는 말까지 회자되었다. 남측 대표단이 올 9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옥류관과 대동강수산물식당 같은 대중식당에서 남북이 자리를 함께하는 오찬과 만찬이 이어졌다. 서로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먹는 일이다. 높아진 관심만큼이나 서울의 냉면집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평양 가서 냉면 먹기’를 버킷리스트에 올려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북녘 사회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남북 관계가 해빙 무드를 타면서 평양과 서울을 오가는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평양에는 음식점이 옥류관만 있는 게 아니다. 해맞이식당, 해당화관 같은 큰 규모의 음식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평양에 가면 냉면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해당화관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만 200여 가지다. 북한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최신 음식은 이름도 생소한 철판버거후추비빔밥과 소꼬리슈트라고 한다. 비엔나커피 프랜차이즈점과 피자를 먹을 수 있는 식당도 등장하였다. 북한의 주요 음식점들이 태블릿 피시를 메뉴판으로 제공하고, 주문이며 결제를 전자기기로 처리하기 시작한 것도 신풍속도다. 대동강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젊은이들이 고급 커피와 칵테일을 즐기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또한 누가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가 하는 외식문화에 대해서도 시각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실제 환율’과 ‘공식 환율’의 2중가격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부담은 외국인의 2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이같은 가격 메카니즘을 모르는 데서 지금도 ‘커피 한 잔 값이 노동자들의 한 달 월급’이라는 오보가 속출하고 있다.(《평양에선 누구나 미식가가 된다》 20쪽 참조)
평양에도 맛집이 즐비하다. 평양 음식은 예로부터 이땅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다. 일반적으로 이북 음식은 자극적인 양념이나 인공 조미료를 많이 쓰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원재료의 맛이 살아나는 담백한 뒷맛의 여운이 길어 자연스레 이북 음식 미식가의 한 사람이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가장 트렌디한 최신 북녘 음식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점이다. 또한 10여 년에 걸쳐 수십회 북한을 방문하며 발로 뛰어 쓴 기록이다. 저자는 방북 중 항상 북녘 동포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 무엇이고, 인기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눈여겨보았으며, ‘휘발유 조개구이’ 같은 경우는 수소문한 평양 시내 음식점은 물론 원조라 할 수 있는 남포 앞바다까지 찾아다녔다. 그같은 남다른 관심 덕에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젊은이들의 결혼식 잔치와 노인들의 수연례 잔치 현장도 담아낼 수 있었다.
음식 속에는 이념과 사상이 없다. 냉면 한 그릇을 먹는 일이 곧 남북 음식 문화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다. 서로의 본모습을 가감없이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서 동질성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 가서 점심 먹고, 저녁 먹는 꿈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기를…. 그같은 소박한 꿈을 가진 이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기본정보
ISBN | 9791187949275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1월 05일 |
쪽수 | 192쪽 |
크기 |
132 * 204
* 23
mm
/ 298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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