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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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20년 선정
김유미 시인의 첫 시집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처럼〉은 끊임없이 자기 갱신을 추구하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자기 갱신은 단순한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층위를 달리하고자 하는 능동적 행위를 내포하고 있으며 세계와 주체의 간극을 인식하여 새로운 ‘나’의 현재적 위치와 미래의 장소를 모색하는 수행이다. 김유미 시인은 갱신의 시적 수행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서툴게 현재를 긍정하거나 과거를 해석함으로써 자신을 기만하지 않거니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헛된 희망을 품지 않는다. 정확하게 지금을 응시하고 시에 담아 자기 갱신의 촉발로 삼는다. 불가해한 세계에 반응하는 주체의 자기 응시는 정서적 측면에서 비극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그칠 위험이 있다. 그런 점에서 김유미 시인의 응시는 파토스에 매몰되지 않은 채 시간을 복기하며 언어에 대한 실험적 자의식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낯선 방식의 독법을 보여 준다. 시인의 전기적 고백이나 자기 전시의 감각적 향연은 김유미 시인과 무관하다. 세련된 언어적 세공을 통해 주체의 감정 상태의 기원을 살펴보는 시편들은 담담하여 오히려 자극적이다.(이상 이병국 시인 겸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김유미 시인은 전라남도 신안에서 태어났으며, 2014년 〈시와 반시〉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처럼〉은 김유미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이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 시인의 말
구름의 포자로
먼 리듬으로
문득 돌아온
언니들
증언들이 쏟아졌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개인용 옥상 - 11
내일의 지번 - 12
세비야 남자 - 14
노을에 대한 예의 - 16
수혈 - 18
곰팡이꽃 - 20
백 년 후 - 22
이별을 입력하는 수순처럼 - 24
작약 - 26
누군가는 떠나고 무언가는 남는다 - 28
봄의 중첩 - 30
2번 보관함 - 32
극야 - 34
제2부
로즈볼 나프탈렌 - 39
골목의 효능 - 40
그릇이 자라는 마을 - 42
의문 - 44
수납장의 규칙 - 46
베란다라는 지명 - 48
자두 - 50
연기의 지점 - 52
새의 감정 - 54
여진 - 56
모자 이전 - 57
의자의 현재형 - 58
연필의 영구성 - 60
술래 - 62
제3부
생일 - 67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처럼 - 68
그림자를 놓아두고 - 70
교실 - 72
누군가 부르는 내 이름이 - 74
기일 - 76
오월 - 77
강 - 78
크래커 - 80
소포 - 82
가습 - 84
바람의 경로 - 86
육교주점 - 88
구름의 보폭 - 90
제4부
사주 - 93
소리의 거처 - 94
오늘의 내부 - 96
돌아오는 복숭아 - 98
자율신경실조증 - 100
고스트 신드롬 - 102
부재 - 104
천막의 미래 - 106
망고는 괜찮아요 - 108
후렴 - 110
어디인가요 - 112
현수막의 무게 - 114
엄마를 감고 부풀어 오르던 아침처럼 - 116
음복 - 118
해설 이병국 정교한 진행형의 자기 갱신 - 119
추천사
-
김유미 시인이 통과해 온 많은 사건과 사물과 풍경 뒤로 전개되는 이미지는 파편화된 생의 아픔과 슬픔의 기억들을 이어 붙인 형형색색의 조각보 같다. 폭력과 치유가 함께 공존하는 ‘골목’, 위안과 구원으로 날아오르는 ‘구름’과 ‘새’, 쓰라린 상처를 과용하는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퇴색해 가는 삶의 비의들이 각각의 색깔로 드러나는 시편들, 그 위에 빛과 어둠, 사랑과 증오, 희망과 절망을 뒤섞은 물감으로 그녀는 다시 자신만의 새로운 채색을 입혀 나간다. 그리고 일상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는 “거짓을 뒷받침”(「골목의 효능」)하는 위장된 ‘진실’의 벽 앞에서 “담장 너머로 열매를 떨어뜨리는 뿌리의 어둠을 신뢰할게요”(「망고는 괜찮아요」)라고 선언한다. 그리하여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언어의 반대쪽에서 시의 모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은 그녀가 서 있는 이쪽 어둠의 처연한 감정이 작용한 결과라는 걸 알겠다. 그러니까, 시의 “열병을 앓아 소리를 모두 삼켜 버린” 언어의 장벽은 지독한 ‘편식주의자’처럼 “소리를 집어삼키는 거울의 식이요법”으로 극복하는 것(「소리의 거처」). 내 안에 갇혀 사는 우울한 새에게 “흰 구름”을 떠먹이면 “노랗게 물들인 내 머리카락이 자”라는 명랑한 슬픔처럼(「새의 감정」), 그녀의 상상력이 견고한 문자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극한의 허공에 의미를 벗어던진 시어들이 반짝인다.
책 속으로
■ 시집 속의 시 세 편
백 년 후
우리가 손을 잡고 밤 기차 여행을 하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
의자는 목적지를 증언했다
철로는 흘러내리고 있었다
더 깊은 곳으로 유인하던 바닐라 향
가방 속에 내 손목 한 개 네 손목 한 개 네 발목 한 개 내 발목 한 개를 쌓고 가장 위에 얼굴 하나씩을 떼어 집어넣고 이것이 너와 나의 관계지 서로 알아보기 좋구나 오붓하구나 마주 앉아 있기 좋고 고독하기에 좋은 공간 아늑하지 않니? 그렇게 말을 하면 나는 따스해졌지
아이스크림을 더 먹을까 했는데
덜컹이는 의자가 시작되었다
목적지도 없이 나는 하차했다
어디까지 달려가고 있을까
애써 이름을 불러 멈춰 세우지 않는다
이름을 향해 손을 한 번 흔들어 볼 뿐
가방을 쏟아 내지 않는다
안녕
다음 역을 생각하다가 다음 역을 잊어버린 듯
철로가 잠들었군요
오늘은 우리의 백 년째 되는 날
어디서 보았더라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인연인가요 중얼거려 보는데 빵빵한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서
나를 지나쳐 간다
손가락을 다 펼쳐도 떨어지지 않는 아이스크림 막대가 있다 ***
골목의 효능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신축성의 기원
골목이 마당까지 뻗어 온다
둘이라는 구조 중에서
벽들을 허물어 버린다면
그것은
사라지는 것일까 확장되는 것일까
소리 지르는 고함으로
흐느끼는 등으로
기침하는 창문으로
벽을 쌓아 올리지만 않았어도
오래 머물렀을지도 모른다는 말
진실이 거짓을 뒷받침했다
네가 사라진 것은
짧아진 골목과 커져 버린 주먹
손가락이 가리키는 모퉁이나 그늘처럼 견고한 내성
자라는 넝쿨이나 다리가 되어
감았다 풀어놓는 진행형으로 성장한다 ***
연기의 지점
서쪽이 몰려와 저녁을 지피고 있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았을 때,
두 눈에서 켜지던 세계
팔을 휘저으면 고인 흐느낌들이 발목도 없이 걸어 나왔다
누가 사는 몸이었나?
겨울이 두 살을 밀어 올렸고 손가락 사이에서 나무가 자라나 바람을 흔들다 떨어뜨리곤 했다
한 발짝 두 발짝
유목의 길에서 만난 생의 난간
그 위에서 나를 부축하던 질서들
살들이 외로워서 흘릴 게 많아졌다
왼쪽 눈을 감으면 오른쪽 눈이 아팠다
찌익 늘어나는 솜사탕도 있고
쑥쑥 깊어지는 울음도 있다
부력의 날들이 공중으로 부양되었다
어디까지 갔니?
여기까지 왔다
발자국이 번지는 소리가 되어
해 질 녘까지 치솟는 그네 ***
기본정보
ISBN | 9791187756767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9월 25일 | ||
쪽수 | 135쪽 | ||
크기 |
130 * 209
* 11
mm
/ 21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파란시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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