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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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왜 버스가 늦게 오는지, 왜 기사는 물어봐도 대답도 잘 안 해주는지, 왜 선글라스까지 쓰고 인상을 팍팍 쓰고 있는지, 왜 버스정류장 박스에 딱 맞춰 서지 않는지, 왜 급히 좌회전을 해서 몸을 쏠리게 만드는지, 왜 두드려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지, 왜 모두 자리를 찾아 앉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지, 버스기사의 내밀한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글들을 통해 버스를 탈 때 가졌던 불만과 짜증이 납득과 이해로 변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운전하며 머릿속으로 쓰고, 운전하며 머릿속으로 탈고한 저자의 글 속에서 버스는 하나의 세상이 되고 독자이자 승객인 우리는 그 세상 속 시민이 된다. 버스를 운전하는 동안 자신의 몸에 차곡차곡 새겨진 언어로 빚어낸 저자의 글 속에서 때로는 엄마를, 아버지를, 할머니를 조우하게 되고 삶의 고단함을 내려놓는 쉼을, 삶에 대한 포근한 희망을, 마음 개운해지는 눈물을, 잔잔한 미소를 선물 받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 허혁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 시내버스기사다. 나고 자란 곳에서 시내버스를 몬다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을 찾아다니는 일이 되었다. 도로 위에 한 생이 펼쳐져 있다. 승객마다 한 생을 짊어지고 버스에 오른다. 시내버스는 이야기 공장이다.
학업을 마치고 몇 군데 직장을 옮겨 다니다 20년 가까이 조그만 가구점을 운영했다. 관광버스로 잠시 경력을 쌓고 시내버스 입사 5년 차다. 고단한 삶이었으나 머리맡에 늘 책을 두고 지냈다. 이 책이다 싶으면 몸에 밸 때까지 읽었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버스 운전대만 잡으면 누군가 자꾸 이야기를 불러주었다. 전주 한옥마을 문화해설사 김경심의 남편이다.
목차
- 추천의 말_버스기사의 글을 읽으려 하는 당신에게_김민섭
책을 열며_천 개의 길, 천 개의 시내버스
1부.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시내버스 대학
“가요, 잉!”
언제나 문제는 몸이다
수줍은 인문학
더치페이
못 먹어도 고!
분노는 나의 힘
별을 찾아서
최저임금 가족
밥 먹는 재미
남편이라는 것들
삼 년은 돼야
아메리카노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생수병
양화대교
소리커튼
SNS
아르바이트
아버지를 닮은 얼굴
아버지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강
근심 덜기
창의적인 희망
입간판
닭발
2부. 당신과 나 사이에, 버스
잇다
전주대-우석대
이동권
2교대 근무가 답이다
암시랑토 않은 105번
모악산
역지사지
신나는 막 탕
아베마리아
유급휴가
“나는 이동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소풍
글을 모르는 노인이 혼자 시내버스 타는 법
자유
첫 골
이른 가을을 타다
청소
하이패스
비가 오면 시내버스는
당구삼년폐풍월
시내버스 운행 정시성
교통사고
초기화
3부. 버스사용설명서
애쓰십니다!
하차의 품격
에덴의 동쪽
짝꿍
진정한 서비스
“삶은 당신이 잠들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윤리적 버스 승차
윤리적 버스 하차
시내버스 이용률
음식물 반입과 쓰레기
윤리적 카드 요금
15초짜리 좌회전 신호에서 당신이 맨 앞에 있을 때
꿈은 이루어진다
CCTV
마이크
버스는 소리가 울리면서 증폭된다
친절기사
그림자 노동
네미, 외할아버지 말씀이 딱 맞았네!
남부시장
요금 인상
시내버스의 세 가지 큰 덕목
“당장 써도 큰 지장은 없것네!”
막걸리 한 잔을 못 먹다니!
나의 건강이 시민의 안전이다
버스는 한번 문 닫으면 돌이키기 어렵다
운전 중인 버스기사에게 말을 건네면 안 되는 이유
4부. 버스에 오르면 흔들리는 재미에 하루를 산다
갈대
당신 몸이 앞으로 안 쏠리면 시내버스가 아니다
시인의 마음으로
친절기사의 조건
“여보, 오늘은 별일 없었어?”
중년 삭발을 위한 변명
식권
내 얼굴에 버스기사라고 쓰여 있나?
“왜 그렇게 사세요?”
연료 충전
예술은 너무 쉽다
바나나
신호 앞에서
우회전을 하며
간
“커피 했어?”
버스기사의 자가용
유목
여성 인력꾼들
첫차를 기다리며
환승
모래내시장
실기 시험
“기사님, 이 길 아닌디요!”
명품버스
관광형 고객
마지막 염
책을 닫으며_버스기사가 되어 더욱 확실히 알게 된 나의 무의식들
추천사
-
그의 글이 반가웠던 건 시시포스의 고된 일상을 보내는 버스기사가 쓴 글이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었다. 사소한 불친절과 냉대 속에서, 이름 없는 존재로 사는 삶 속에서, 하루 열여덟 시간 운전대를 잡는 일상의 행군 속에서 그는 역지사지와 자기성찰에서 비롯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았다. 종종 해학까지 곁들여서. 널리 읽혀 서민들의 이동수단이며 공간인 버스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훈훈한 장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
-
몇 페이지를 넘기다가 나는 그만 “아니 저기 ‘그냥 버스기사’라면서요…” 하는 심정이 되고 말았다. 글쓰기라는 작업이 작가나 책상물림들의 전유물은 아니겠지만, 다른 직업이 있으면서도 전업작가들보다 오히려 힘이 있는 글을 써내는 이들을 종종 본다. 나는 운전면허증은 있지만 허혁 기사/작가처럼 승객으로 가득 찬 시내버스를 몰고 전주 시내를 누빌 자신은 없다.
허혁이 달리는 글의 노선은 그가 운전하는 버스에 탄 것처럼 편안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선글라스를 멋지게 쓰고는 “가요, 잉!” 하고 서사를 밟아나갔다. 나는 그만 벨을 누르는 것도 잊고 그의 운전 실력에 감탄하면서 종점까지 왔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성실한 승객이자 독자가 되어 그와 함께 왔다. 이 책을 읽은 당신이 자신의 몸에 새겨진 언어들을 발견하고 드러낼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그 글을 읽은 나는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어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저자)
책 속으로
승객 사이에 상대방이 원치 않는 ‘버스 대접’을 하려 해서 차 안이 소란스러워는 경우가 있다. 동네 언니의 버스비를 자신의 카드로 찍어주려는 승객과 거절하는 승객 사이에 실랑이 때문이다.
“둘요!”
“아녀, 그러지 마. 나도 카드 있어!”
그깟 버스비 좀 내주고 나중에 무슨 생색을 내려고 그러느냐는 듯 펄쩍 뛴다. 다음 날이면 소문 다 난다.
“새로 이사 온 수원댁이 어제 버스비 내줬담서!”
버스비 좀 아꼈다고 살림이 펴는 것도 아니고 맥없이 신세 지기 싫어 죽어도 못 찍게 한다. 찍네 마네 하는 동안에 뒤에서 기다리는 승객과 기사는 숨넘어간다.
-<윤리적 카드 요금> 중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좋다, 싫다, 기쁘다, 슬프다, 밥이나 먹자! 다섯 마디 외는 모두 미혹이듯 버스에서는 간다, 안 간다, 딱 두 마디만 진실이다. 쓸데없는 소리가 쓸데 있는 소리보다 많다. 마음이 시간을 앞설 때마다 싫은 소리가 난다. 어느 사이 기사는 클레이사격장의 타깃처럼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 속으로 마음을 정조준한다. 운행 중에는 시간을 잊는다. 아니, 시간이 된다. 시간의 블랙홀에 버스를 얹어 간다. 몸에 딸린 오감은 도로의 결을 살피느라 전혀 여력이 없다. ‘내리고 싶은 자 편히 내려주고 타고 싶은 자 얼른 태워주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운전에만 집중할 것’은 인사조차 받지 않는 버스기사의 숨은 사랑법이다.
-<운전 중인 버스기사에게 말을 건네면 안 되는 이유> 중에서
몸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팔짱 끼고 자신을 부리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생각이나 눈으로는 쉬워 보여도 막상 몸으로 그 기대를 실현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몸으로 하는 일은 제약이 많고 해도 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버스기사가 당신의 눈에 못마땅하게 비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사도 그걸 잘 알기에 사실 당신의 평가에 별 관심이 없다. 머리로는 완벽한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어도 실제 손으로는 그릴 수 없다. 왜 동그라미를 그렇게밖에 못 그리느냐고 별소리를 다 해도 우리는 그냥 우리 할 일 한다.
-<시인의 마음으로> 중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고 이를 악물고 울었다. 울음이 터져 나와 이를 악물 수도 없어서 입술을 앙다물고 울고 또 울었다. 뜨거운 눈물이 멈출 줄을 몰랐다. 그 뒤로 그날 왜 그렇게 슬피 울었는지 차분히 생각해보았다. 별것 없었다. 내가 대견해서 그렇게 울었다. 가게 팔고 반년도 안 돼 관광차 몰고 시골 아주머니 아저씨들 원 없이 춤추고 놀게 해준 내 자신이 너무 멋져서 그렇게도 울었다.
-<못 먹어도 고!> 중에서
일 잘하고 있는데 꼭 건드는 인간이 있다.
“박물관 가요?”
안 간다니까 몇 번 타야 되느냐고 또 묻는다. 거기 가는 버스가 한두 대도 아니고 뒤에 버스가 줄줄이 서서 내 차 빠지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현실은 가요, 안 가요 수준의 단답형 대답만 가능하다. 느닷없는 질문에 퍼뜩 생각도 안 나고 모드 전환을 해서 떠오르는 대로 답을 한다 해도 제대로 알아듣기나 하겠는가! ‘684, 49, 9, 62, 554, 559, 31, 644, 685….’
대충 아무 번호나 하나 불러주고 그 자리를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면 당신은 다른 버스도 많은데 기사가 알려준 버스 하나만을 기다리며 애를 태워야 한다. 정류장에 다른 승객도 많은데 꼭 정신없는 기사한테 물어봐야 하나?
기사가 속 깊은 계산으로 잘 모른다며 손을 저으니까 대뜸 욕이 날아온다. 딱 보니 울화병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내가 당신의 상처 때문에 며칠 밤낮을 반성과 성찰로 보내기는 싫다. 시원하게 한판 어우러지고 싶은 충동을 뒤로하고 간신히 정류장을 벗어났다. 언제나 일장일단은 있다. 욕을 먹으니 힘이 불끈 났다. 머리가 찌릿찌릿 하니 몸이 확 살아났다. 버스도 열을 받았던지 덩달아 힘을 냈다.
-<분노는 나의 힘> 중에서
출판사 서평
글 쓰는 운전사의 작지만 단단한 삶에 대한 이야기
“정말 열심히 살아야, 겨우 살아진다.”
묵묵하게 다가와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현직 버스기사의 에세이. 버스 안에서 바라본 세상과 사람, 자기 성찰에 대한 이야기. “버스는 한번 문 닫으면 돌이키기 어렵다”, “모두가 자기 입장에서는 옳고 자기 인식 수준에서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삶이 징그럽게 외롭고 고독한 대목이다”, “당신 몸이 앞으로 안 쏠리면 시내버스가 아니다” 등 노동과 경험에서 나오는 힘 있는 언어, 타인과 자신을 깊이 들여다본 성찰의 언어, 때론 모멸과 극한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 찾아오는 해학과 유머의 언어로 가득하다. 약속장소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출퇴근길 만원버스에 몸을 실어본 사람이라면, 기사가 난폭운전을 한다고 투덜거려본 사람이라면, 버스 차창을 멍하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본 사람이라면, 그런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냥 버스기사’인 저자의 글에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당신 몸이 앞으로 안 쏠리면 시내버스가 아니다”
출판사에 도착한 한 통의 투고 메일. ‘전주 시내버스기사’라는 짤막한 자기소개가 전부였던 저자는 정갈하게 정리된 원고를 첨부했다. 현직 시내버스기사 허혁이 쓴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는 제목 그대로 버스기사가 버스 안에서 바라본 세상과 사람, 자기 성찰에 대한 이야기다. ‘누가 버스기사의 책을 내줄까 싶어’ 숱한 출판사 메일을 수집해 원고 투고를 했다는 저자는 메일 수신 확인이 된 대부분의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고 싶다는 대답을 들었다.
“버스는 한번 문 닫으면 돌이키기 어렵다.”, “모두가 자기 입장에서는 옳고 자기 인식 수준에서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삶이 징그럽게 외롭고 고독한 대목이다.”, “몸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팔짱끼고 자신을 부리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생각이나 눈으로 쉬워 보여도 막상 몸으로 그 기대를 실현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루 열여덟 시간씩 버스를 몰다 보면 원치 않아도 다양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천당과 지옥을 수시로 넘나들며, 세상에서 가장 착한 기사였다가 한순간에 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기사가 된다. 저자는 그 시간을 자신을 관찰하고 성찰하는 시간으로 만들었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글들을 적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코르크 마개가 쑥 올라오듯, 운전을 하다 보면 글이 그렇게 떠올랐어요”라고 말하는 저자. 운전하며 머릿속으로 썼고, 운전하며 머릿속으로 탈고했다. 버스는 하나의 세상이 되고 독자이자 승객인 우리는 그 세상 속 시민이 된다. 버스라는 세상을 책임지는 저자의 글은 우리 영혼을 톡톡 건드리고, 때로는 엄마를, 아버지를, 할머니를 조우하게 만든다. 묵묵하게 운전하며 글 쓰는 기사 허혁의 글은 우리를 먹먹하게 만들어 기어이 눈물짓게 한다.
약속장소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출퇴근길 만원버스에 몸을 실어본 사람이라면, 기사가 난폭운전을 한다고 투덜거려본 사람이라면, 버스 차창을 멍하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본 사람이라면, 그런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냥 버스기사’인 저자의 글에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이름 없이 사는 삶,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삶, 그 안에서 빚어낸 고독하지만 따뜻한 시선
“노동하는 한 인간의 고백만큼 특별하고 힘 있는 글은 없다.”-김민섭
“몇 페이지를 넘기다가 나는 그만 “아니 저기 ‘그냥 버스기사’라면서요…” 하는 심정이 되고 말았다. 이 글의 힘은 ‘나는…’이라는 고백에서 나온다. 허혁은 버스를 운전하는 동안 자신의 몸에 새겨진 언어들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특별한 기교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일하는 동안, 타인과 관계 맺는 동안, 평범한 일상을 견디는 동안, 우리의 몸에는 차곡차곡 언어가 쌓여간다. 그것은 언뜻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남 보여주기 민망하다고, 이런 게 무슨 글이냐고, 제대로 풀어낼 자신이 없다고 굳이 내어놓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에게는 그 쉼표의 위치와 마침표의 개수까지 모두가 소중한 기록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아닌 타인의 세계를 상상하는 가장 큰 단서가 된다. 나를 고백함으로써 나의 세계를 드러내고 타인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다.”
이 책의 추천의 글을 쓴 김민섭(《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저자)의 말이다. 대리기사를 경험한 김민섭 외에도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 역시 흔쾌히 추천의 글을 보내왔다. 버스에서, 택시에서, 대리하는 타인의 차 안에서, 세 사람은 각자 다른 크기의 운전석에 앉아 타인을 바라보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바라보았다.
노동과 경험에서 나오는 힘 있는 언어, 타인과 자신을 깊이 들여다본 성찰의 언어, 때론 모멸과 극한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 찾아오는 해학과 유머의 언어. 저자 허혁의 글에는 그런 언어로 가득하고,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씩 두고 있는 삶의 애잔함과 서글픔이라는 방을 찾아 노크한다. “하루 열여덟 시간 운전대를 잡는 일상의 행군 속에서 그는 역지사지와 자기성찰에서 비롯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았다”는 홍세화의 말처럼 저자는 타인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 나아가 자신의 무의식까지 탐구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조금은 다정해질 당신을 위해…
왜 버스가 늦게 오는지, 왜 기사는 물어봐도 대답도 잘 안 해주는지, 왜 선글라스까지 쓰고 인상을 팍팍 쓰고 있는지, 왜 버스정류장 박스에 딱 맞춰 서지 않는지, 왜 급히 좌회전을 해서 몸을 쏠리게 만드는지, 왜 두드려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지, 왜 모두 자리를 찾아 앉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지….
이 책을 읽다 보면 버스를 탈 때 가졌던 불만과 짜증이 납득과 이해로 변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두의 삶에는 나름의 이유와 방식이 있다. 버스기사의 내밀한 사정을 이해하는 과정은 타인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은 이라면 버스를 탈 때 운전기사에게 인사라도 한 번 더 하게 될 것이며, 제대로 바라본 적 없는 버스기사라는 존재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나아가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우리 세상이라는 노선도를 안정되게 움직이는 모든 이들을 사람 대 사람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따뜻하게. 작은 변화일지언정 사람을 변하게 하는 글이야말로 진정으로 힘 있는 글이다. 힘 있는 글, 커다란 버스를 힘차게 모는 저자의 글에서 누군가는 삶의 고단함을 내려놓는 쉼을, 누군가는 삶에 대한 포근한 희망을, 누군가는 마음 개운해지는 눈물을, 누군가는 잔잔한 미소를 선물받게 될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전주 시내버스는 결손가정이다. 승객이 노인 아니면 학생이다. 엄마 아빠는 자가용 타고 돈 벌러 다니기 바쁘다. 아이들이 버스 안에서 무얼 보고 무얼 듣고 무얼 느끼는지 알지 못한다. 전주 시내버스에도 몇 가지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다. 승객 일부는 특별히 갈 데가 있어 버스를 타는 것이 아니며, 진짜 길을 몰라서 길을 묻는 것이 아니고, 젊은이가 반드시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 등이다.
버스라도 타야 하루가 쉬이 가는 승객이 있다.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려 버스에 오른 사람은 끊임없이 다른 승객에게 구조 요청을 보낸다. 합리적인 그룹과 비합리적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합리적인 그룹은 말로 푼다. 누가 듣든 말든 계속 말을 한다. 틈만 나면 가르치고 싶어 한다.
-<강> 중에서
1. 80세 이상
일단 아무 버스나 손들고 멈춰 세운다.
기사가 앞문을 열면 자연스럽게 올라타면서 묻는다.
“○○ 가는 버스 맞죠?”
맞으면 좋고 아니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람 환장하게 내린다. 내려서 기연시 버스 옆구리에 있는 행선판을 읽어본다.
2. 80세 이하
버스가 막 달려오면 오래 기다렸다는 듯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며 버스를 멈추고 앞문을 열게 한다.
절대 오르지는 않고 타는 시늉만 하며 묻는다.
“○○ 가는 버스 맞죠?”
기면 좋고 아니면 말고! 기사 놈이 혹시 가는데 안 간다고 거짓말을 했을지 모르니까 반드시 행선판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3. 기호학파
앞 글자 하나만 외우고 다닌다.
‘삼례’ 가는 어르신이 앞에 ‘삼’ 자만 보고 자연스럽게 올라탄다.
자울자울 한참을 가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
“기사님, 이 차 ‘삼례’ 안 가요?”
“예, ‘삼화’ 가는 찬디요!”
오 분 간격의 삼‘ 례’ 차를 못 타고 한 시간 간격의 ‘삼화’ 차를 탄 것이다.
-<글을 모르는 노인이 혼자 시내버스 타는 법>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87498285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5월 14일 |
쪽수 | 236쪽 |
크기 |
148 * 211
* 19
mm
/ 40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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