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불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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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고 싶다고 고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백은 고백하는 주체와 그 고백을 듣는-이해하는 대상의 결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고백하는 주체는 ‘고백’이라는 양식으로 타자, 곧 자신의 밖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한다. 고백은 자신의 내면을 내보이는 열린 주체를 상정하고 있는데, 조화진 소설에 두루두루 나타나는 고백체 형식은 이런 점에서 소설 주체로 하여금 타자의 진정성과 만나게 하는 틀로 작용한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목차
- 풍선을 불어봐
실비아와 소윤
명랑한 인생
밤의 놀이터
● 해설 | 건조한 현실과 뜨거운 낭만, 그 사이/ 오홍진
● 작가의 말 | 두려워하면서 기대하는 두 삶의 기록
책 속으로
강이 병실 문을 밀고 들어오자 나는 쌀쌀맞게 말했다.
“그만 와요.”
부담스럽다는 뒷말은 막상 보니 안 나왔다.
“좀 특별한 사업인데 어떠실는지…….”
내 말은 듣는지 마는지 강은 자기 할 말만 한다. 뭔 사업씩이나,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하품 묻은 얼굴을 하고 반쯤 누워 있다. 강은 누워 있는 내 앞에서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하고 숨을 들이키며 불기 시작했다. 주황색 풍선이었다. 나는 그가 하모니카 정도를 꺼내들고 불 줄 알았다. 강은 ?? 하며 풍선을 불기 시작했다. 풍선은 급격히 커져갔다. 그는 빵 하고 커다래진 풍선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링거 꽂은 손으로 풍선을 가볍게 튕겨주었다. 풍선이 이리저리 날리더니 천장에 가 딱 붙은 듯이 멈췄다. 강이 두 번째 풍선을 불어 또 내 앞으로 내밀었다. 이번에는 하늘색이었다. 나는 아까와 똑같이 풍선을 가볍게 튕겼다. 풍선은 지그재그로 원을 그리며 포르르 날아갔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좁은 병실 안에 빨갛고 파랗고 노란 색색의 풍선이 두둥실 떠다니고 나는 마치 아기 시절로 돌아간 듯 도취해서 눈을 커다랗게 뜨고 실내를 둘러보았다. 나는 그가 부는 풍선처럼 천장까지 붕 떠오를 것만 같았다. 나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으며 손뼉을 쳤다. 오버한 내 모습에 강도 놀란 표정이었다. 나는 뻘쭘해졌다. 강이 나를 따라 엉거주춤 웃었다. 강의 표정은 딱 이렇게 보였다. 날 보고 웃어주다니, 믿기지 않아요. 강이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 입꼬리가 살짝 말아올라간 미소를 띠고서. 나는 강이 수줍어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병실에는 강과 나만이 있었다. 미묘한 침묵이 길어지고 있었다. 이 어색함은 뭐지. 무난한 대화가 뭐가 있을까.
‘강, 멋져요. 내일도 와서 불어줄래요? 풍선은 마음을 환하게 하네요.’
나는 감동을 숨긴 채 말하기가 몹시 거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지금 이 말을 꼭 해야 되겠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걸 배웠고 때를 놓치면 기회는 안 올 거니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나 자신도 예측불허였다.
“무슨 애들도 아니고……. 웬 풍선이래요.”
강이 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 대답했다.
“왜요. 이거 재미없어요? 아주 싸요. 한 봉지에 삼천 원밖에 안 하는데…….”
하며 강은 또 수줍은 듯 웃었다.
이 좁은 공간에 우린 둘뿐이었다. 간호사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 「풍선을 불어봐」 중에서
출판사 서평
건조한 현실과 뜨거운 낭만 사이에서 아슬아슬게 줄타기 하는 소설들
2002년 경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조화진 소설가가 두 번째 소설집 『풍선을 불어봐』를 펴냈다. 이번 소설집에는 표제작 「풍선을 불어봐」와 「밤의 놀이터」라는 두 편의 단편소설과 「실비아와 소윤」, 「명랑한 인생」 등의 두 편의 중편소설 등 모두 네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조화진의 소설집 『풍선을 불어봐』에는 고백체 진술에 익숙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무언가를 고백하는 존재가 펼쳐내는 이야기는 그 밑바탕에 그 고백의 내용을 이해하는(혹은 이해해줄 거라고 믿는) 또 다른 존재를 상정하고 있다. 고백하고 싶다고 고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백은 고백하는 주체와 그 고백을 듣는-이해하는 대상의 결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고백하는 주체는 ‘고백’이라는 양식으로 타자, 곧 자신의 밖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한다. 고백은 자신의 내면을 내보이는 열린 주체를 상정하고 있는데, 조화진 소설에 두루두루 나타나는 고백체 형식은 이런 점에서 소설 주체로 하여금 타자의 진정성과 만나게 하는 틀로 작용한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나는 북극곰이 보고 싶었다”라는 ‘나’의 진술로 시작하는 표제작 「풍선을 불어봐」는 명랑한 인생을 성취하기 위해 타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는 인물의 삶이 잘 드러나 있다. 주인공 ‘나’가 강이라는 남자를 연인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조화진 소설을 관류하는 관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나는 북극곰이 보고 싶었다”라는 진술로 이 소설은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작품은 “노르웨이에 가도 이젠 북극곰 같은 것은 없어”라는 나의 친구 j의 진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편소설 「실비아와 소윤」의 실비아와 소윤은 같은 사람의 다른 이름이다. 소윤은 2살 때 프랑스 가정에 입양됐고 소윤의 프랑스 이름이 ‘실비아’인 것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소윤=실비아의 내면과 생모인 ‘당신’의 내면을 교차하며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작가는 두 인물의 내면을 교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인물들이 처한 상황의 진실에 시나브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나의 독백’이라는 부제 그대로 소윤이 1인칭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면, ‘당신’은 2인칭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또 다른 중편소설 「명랑한 인생」에서 작가는 “조용하고 평화롭고 안락하고 명랑한 인생”을 꿈꾸는 정과 그의 남편 노, 두 인물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이 소설에서 작가는 정과 노의 시점을 교차하며 두 사람의 인생사를 세심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이한 것은 정과 노가 마주앉아 대화하는 장면이 이 소설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은 정대로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하고 있으며, 노는 노대로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렇듯 작가는 3인칭 서술자의 시선으로 정과 노의 관점을 묶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저 병렬적으로 나열되고 있으며, 중간중간 그들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내면적인 이유가 곳곳에 제시되고 있다.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소설 「밤의 놀이터」에서도 작가 특유의 고백의 미학은 그대로 이어진다. 엄마가 예전과 달라진 이유가 궁금한 10대 화자의 시선으로 서술되고 있는 이 소설은 남편과 사별하고 옛 연인과 다시 사랑을 시작한 엄마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술자는 10대의 ‘나’이므로 이 소설은 원칙적으로 나의 관점에 철저히 종속되고 있다. 이런 서술자의 한계를 의식해서였겠지만, 작가는 연인을 향한 엄마의 마음을 한 권의 낡은 수첩에 적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조화진의 소설집 『풍선을 불어봐』는 상당히 건조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담담함을 잃지 않으려는 인물들의 의지가 그것을 예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이면에는 「밤의 놀이터」의 나처럼 엄마가 떠나는 걸 두려워하는 ‘아이’의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 요컨대 그의 소설 속 인물들에게 나타나는 건조함은 타자를 향한 강한 열망을 숨기려는 의도적인 전략일 수도 있다. 그의 인물들은 건조한 현실과 뜨거운 낭만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건조한 현실에서 뜨거운 낭만을 꿈꾸는 것은 모순일까, 아닐까? 아니, 어쩌면 작가에게는 이런 질문이 우문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이미 이렇게 모순된 삶을 현실로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7413066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11월 01일 | ||
쪽수 | 208쪽 | ||
크기 |
149 * 210
* 17
mm
/ 30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소설문학 소설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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