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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서정은 절제된 정서를 미덕으로 삼아 왔다. 지난 1930년대 무렵 모더니즘의 일정 세례를 받아 그래왔던 것. 주로 서구 주지주의를 축으로 한 모더니즘시 이후부터다. 현재는 정서의 절제가 단순미덕임을 넘어 서정시 일반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굳어졌다. 조승래 시인의 경우도 지적 통찰력인 위트를 통해 매우 절제된 서정을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문제적 현실에 대한 비판 역시 이 같은 지적 통찰을 통해서 이뤄졌다. 뿐만 아니라 일상적 삶의 애환 또한 정서의 구조화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 이 모두는 그의 시들이 절제된 정서를 보이는 가운데 깊은 울림이 나오는 소이연이다.
─홍 신 선 / 시집 해설 중에서
작가정보
작가의 말
시인의 말
지난
반나절
천천히 되돌아본다.
포장도로, 비포장도로
굴곡도 많았으나
길옆에 꽃들 예뻤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부족함도 넘침도 없이
남은
반나절은
더 건강한 심신으로 살으리라
2019년 이월, 제 6집을 낸다
목차
- 시인의 말
1부 무성영화
고향 하늘별이 되어
첫사랑
댓잎 이슬
달개비의 고향
해후
어머니 하늘
마음의 못
도라지꽃
결명자
무성영화
추석무렵
그림자를 위하여
가족사진
양육의 역사
2부 사랑의 중력
서울
공평한 시간
사랑의 중력
바람의 방향
갈등
우리들의 현대사
시공 변천사
어떤 간격
족보 論
불멸의 꽃
시로(詩路)
산 아래 집
지구의 뒷모습
더블 딜라이트
3부 귀의 문
하루살이
그냥
귀의 문
빈 방 손님
동네북
해빙
뼈가 눕다
생의 영속
아버지의 허공
소실점의 끝
보호색
믿음
묵음(?音)
회상
조만간이란 말은 앞으로 쓰지 않겠네
4부 오징어 순대
청렴의 조건
득음(得音)
다뉴브 잔상
맛의 기쁨
잠깐 가는 길
대박
오징어순대
기쁨은 내가
아담과 이브
유물
피뢰침
오후 두시
부도(浮屠)
꿈
동면
5부 아라홍련
백년 뒤에는
거리
토정비결
수륙재(水陸齋)
메롱 메르스
살아있는 화석
문제는 지구야
지구의 숙제
색계(色界)
사드
유투
금메달아
아라홍련
영원한 오늘
책 속으로
그림자를 위하여
멈춘 자의 발아래 있는 것은 더 이상 그림자가 아니다 지나온 길 위의 흔적,
빛에 민감한 그는 실체 뒤에 서서 언제나 또 다른 크기의 무엇을 준비 한다 다시 가야할 길이 저만큼 휘어졌다
자세히 보면 한평생 우리는 커다란 실체 하나를 헌 신발처럼 그렇게 끌고 왔구나,
바람의 방향
지느러미만 잘린 귀상어가 바다로 다시 던져지고
구멍 난 몸에 코 잘린 코뿔소가 초원에 버려졌다
코가 향한 방향으로만 순리대로 살아온 이들에겐
더 이상 GPS가 필요 없어졌다
순풍을 따라만 가는 데도 돌부리가 있고
법을 지킬수록 더 가난해진다는 낮은 이곳
땅에서 조금만 높아도
거기는 하늘이라서
날개가 있는 그들의 세상이라서
그림자 방향도 제 마음대로 했어
역풍도 마음껏 즐겼어
겨드랑이 움츠리고 순풍 따라 가는 이들 앞은
무수한 목구멍, 전환할 수 없는 방향
관성에너지는 위치에너지 아래로 자꾸 기어들어갔고
귀는 더 고분하게 눈은 더 나지막하게
단지 180도 방향의 차이
그거 빼면 모두 똑 같은 조건인데
날개 따위가 뭐 별거냐는
성자(聖者)의 기도소리를 오늘 또 들었어
시공 변천사
땅과 7할의 시간이 직각으로 서 있었고 평행으로 누웠던 3할의 시간이 육신의 시간이었다(각도의 시간)
▷ 날숨으로 폐가 비워지자 누운 채로 4면체의 나무 통속으로 이관되었다(네모의 시간)
▷ 산화와 냉각과 분쇄 과정을 거쳐서 열기와 수분 다 제거된 한 줌만으로 둥근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동그라미의 시간)
▷ 타인의 마른 눈물 수집하다가 사진틀 속에 갇혔다(평면의 시간)
▷ 애당초 누구의 눈물이었는지 누군가가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는지(망각의 시간)
▷ 하릴없는 공간과 시간 멈추니 펼쳐지는 불구속(허공의 시간)
뼈가 눕다
나 없이 곧은 삶이 가능하겠냐고
겉치레만 하고 있으면 다냐고
뼈가 살을 조롱했다
살은 말없이 떠났고
뼈는 전신마비가 되어 누웠다
허물로만 여겼던 살의 부재가
시리도록 그리운 날
직립보행의 어제를 뼈는
오래도록 추억하며 울었다
살은 오지 않았다
피뢰침
네 한순간의 그 격분
내 소롯이 받아 주리라
하나, 찾아가는 땅 속 그 은신처 앞
구리 침 한 번은 맞아야 한다
그렇게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죄
번개처럼 빠르게 숨겨주지 않느냐,
기본정보
ISBN | 9791187273035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3월 10일 |
쪽수 | 112쪽 |
크기 |
131 * 211
* 11
mm
/ 189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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