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서울 역삼초등학교 18기 동창모임 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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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괴롭던 장면을 가장 근사한 방식으로
작가정보
차연. 한따. 황소자리. 개띠. 평생 전업작가. 장편소설 『제1회 서울 역삼초등학교 18기 동창모임 준비위원회』,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Z: 살아 있는 시체들의 나라』,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요란하다』, 『슬픔장애재활클리닉』, 『사랑 그 녀석』, 『변신』, 『여관』, 『왼쪽 손목이 시릴 때』, 『영광전당포 살인사건』, 『숨은 새끼 잠든 새끼 헤맨 새끼』, 『괴력들』 등과 장편동화 『세상 끝에서 온 아이』, 작품집 『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내가 잠든 잠의 꿈은 죽은 잠이 꿈꾼 잠이다』,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 『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 등을 줄기차게 써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예정이다. 서울 정릉에서 은 교원 씨루와 함께 살고 있다. 음악과 음주와 음행을 평생의 벗 삼아가며 온 세상 묘한 이야기 혹한 이야기 야한 이야기 울한 이야기 청한 이야기를 찾아가며 생의 얕은 정점을 느리게 허우적 건너가는 중.
목차
- 01. 주문번호 A-33과 B-42
02. 전설의 3남
03. 대한민국에 서태지가 1백만 명이라면
04. 미안해, 라고 말할 수 없었어
05. 한 번만 만나게 해줘
06. “목진서?”
07. 배가 고프더라. 신세 처량하더라
08. 그런 방법은 세상에 없다
09. 빨대가 부러워
10. 너무 시원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지
11. 이 길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12. 먹물 잔뜩 머금은 서예용 붓
13. 나쁜 버릇
14. 기억하지 않아도 좋을 기억까지
15. 슬픈 거. 무조건 슬픈 거
16. 다시 돌아와 너를 위해 비워둔 내 맘속 그곳에
17. 3·1 독립선언서
18. 상준고등학교 학생 일동
19. 노래방의 컵라면
20. 역삼초등학교 18기 동창모임 준비위원회
21. ‘우리’라는 말
22.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
23. 불쌍한 재욱
24. 역습의 시작
25. 남미경이 울더군. 하염없이
26. 촬영장의 구경꾼들
27. 혁명전야
28. 평화시위를 가로막는 자들
29. 노래 부르러 왔냐?
30. 헐크 호건과 얼티밋 워리어
31. ‘디카’는 힘이 세다
32. 조금도 후련하지 않았어
33. 상춘만 교장 물러나다
34. 20세기의 마지막 12월
35. 그렇게 살아가겠지, 적당히
36. 권력의 속성
37. 한 사람이 있거나. 아무도 없거나
38. 가슴속 3.5센티미터
39. 믿지 않았어. 그녀의 일방적인 얘기들
40. 러브레터. 그리고 러브레터
41. 모르겠네 하도 오래전이라
42.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43. 눈사람
44.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작가의 말
책 속으로
돌연 얼굴 마주치자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았고 그 이름마저 한 번에 떠올렸지만 그것은 다만 남미경의 얼굴이고 남미경의 이름이었습니다. 다만 기억의 일부 가운데 일부였습니다.
함께 있는 순간이 조금씩 길어지며, 처음보다 많은 기억들이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눈송이처럼 빗물처럼 흩날리고 낙엽처럼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억 못했던 기억과 기억이, 기억하지 않아도 좋을 기억들까지, 정해진 순서 와 절차와 줄거리를 따라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20년 전 그해 가을의 짧은 몇 개월 사이에 한껏 집중된 사연 들을 향해서.
-본문 98쪽
4년 만에 단 두 번 만난 남미경에게 홀딱 반하고 만 게 아니라면, 그 오랫동안 내내 은밀하게 줄기차게 남미경을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일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란 어느 고약한 악성 인플루엔자처럼 오랜 잠복기를 거치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 불끈 와지끈 활동을 개시하기도 하는 것일까.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가, 양재동 롯데리아 2층이 과연 그 계기였을까. 그렇다면, 그 시간과 장소가 아니었더라면, 남미경을 향한 내 안의 악성 인플루엔자는 이 생명 다할 때까지 마음 속 무덤에 고이 잠들어만 있었을까.
-본문 91쪽
그렇게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제기랄, 술에 콱 취하고 말았어. 이런 게 취하는 느낌이구나. 몸이 붕 뜨는 것 같긴 한데, 상쾌하게 날아가는 게 아니라 사뭇 불쾌 얼떨떨한 공중부양. 그러자니 왠지 조금 알 것도 같았어. 사람들이 왜 그렇게 술을 마셔대는지.
술에 취하니 감정이란 게 평소보다 몇 배로 깊어지고 넓어지고 높아지더군. 우울하던 게 몇 배로 더 우울해지고. 괴롭던 게 몇 배로 더 괴로워지고. 짜증나던 게 몇 배로 더 짜증나고. 좋지 않은 감정이 그렇게 깊어지고 넓어지고 높아지는데 어처구니없게도 그게 위안이 되더군. 오히려 통쾌하더군. 통쾌하게 우울하고 통쾌하게 괴롭고 통쾌하게 안타깝더군. 통쾌하도록 가슴 아프게 남미경이 생각나더군.
-본문 106쪽
동사무소에 가서 난생처음 주민등록증을 받아올 나이가 된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 근거 희박한 불안’의 세계를 조금씩 졸업해가는 과정 아닐까. 시시하고 재미없는 현실의 미래-미래의 현실을 순순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여정 아닐까.
12월이 가고 1999년이 가고 20세기가 가고, 더욱 현실적인 어른이 되어가겠지. 더욱 평범하고 평범한 어른이 되어가겠지. 그렇게 살아가겠지. 그다지 보잘것없는 미래의 현실을 대충 예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포기는 하지 않고 그러나 죽어라 노력하지도 않고, 적당히 그렇게 살아가겠지. 빤히 보이는 삶의 길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중간에 포기할 용기도 없으니, 그냥저냥 되는 대로 살아가겠지.
-본문 225~226쪽
출판사 서평
17살, 평범한 내 인생
절대 실패하면 안 되는 동창모임
특별히 잘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못나지도 않은 평범한 고딩 차연. 『제1회 서울 역삼 초등학교 18기 동창모임 준비위원회』는 약육강식의 세계와도 같은 남자 고등학교에서 일진으로 애들을 괴롭히는 공대현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들을 통해 모든 것이 서툴기만 했던 한 청소년의 성장통을 그려냈다. 또한 1990년대 끝자락의 대한민국 사회를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되새길 수 있고, 그때를 모른다 할지라도 첫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는 차연의 모습을 통해 누구나 한 번은 겪어봤을 감정의 소용돌이에 깊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하는 소설이다.
줄거리
‘나’ 한차연은 우연히 카페에서 학창 시절 첫사랑인 ‘남미경’을 만나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 차연은 학교 일진인 공대현에게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미모의 여학생인 ‘남미경’을 소개해줄 것을 부탁받는다. 공대현이 두려웠던 차연은 초등학교 동창 모임을 구실로 남미경과 만나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이 남미경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학교 교장의 부정부패, 일진이 약자를 괴롭히는 혼란한 시대상 속에서 차연은 우연한 계기로 공대현이 더 이상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동창 모임을 성사시켜 남미경에게 고백한다. 그러나 남미경은 차연의 고백을 차갑게 거절하고 그것이 남미경과의 마지막이 된다. 그리고 현재, 남미경과 헤어진 차연은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남미경에게 전화를 걸어보는데….
기본정보
ISBN | 9791187229247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5월 25일 |
쪽수 | 288쪽 |
크기 |
135 * 205
* 20
mm
/ 34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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