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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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임요희는
수도권 출신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나 경기도 광명에서 성장했다. 인천에서 대학을 다녔고 성장해서는 잠시 캐나다와 슬로베니아를 여행했다. 어렸을 적 골목을 배회하는 개를 무서워했고 높은 곳을 무서워했고 귀신을 무서워했다. 지금은 그냥 밥 잘 먹는 작가다.
게으른 작가
아침에 이부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귀찮아, 일어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작가가 되었다. 사람 만나는 일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일에 게을러 삶의 경험이 부족하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지식은 상상을 통해 이룩한 것이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이야기를 남긴다’는 사실을 믿으며 다이어리 첫 장에 逆說, 祈禱, 鼓舞라고 써 놨다.
이 책은 그녀의 첫 소설집이다.
목차
- 005 조개가 된 남자
030 눈쇼
056 딸기의 밤
078 집에 가기 싫어
105 그린 플라스틱
134 루어
156 문상
183 바이오매트 여인
205 부러우면 지는 거야
228 예술가의 탄생
252 해설 _ 소설적 패배의 역설
266 작가의 말
책 속으로
눈 때문에 C는 학창시절 내내 별종 취급을 받아야 했다. 눈이 이상하게 생긴 사람은 생각이나 행동까지 이상할 거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런 자의식이 순조로운 연애를 방해했으며 사회생활에까지 불운을 몰고 온 게 틀림없었다. 이태나 사귀어 온 여자는 결혼을 코앞에 두고 이별을 통고해왔고 어렵게 구한 일자리는 곧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때 C에게 있어 삶의 전부라고까지 여겨지던 것들이었다. 그런 만큼 그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C는 눈쇼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 p.32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멸시하지 않는다. 무시할 뿐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을 그냥 두지 않는다. 틈만 나면 멸시하려 든다. 뭐라도 밟고 있지 않으면 자기가 바닥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어서일까.
- p.63
그녀는 반만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육신과 영혼의 절반은 땅속에 파묻힌 채 꼼짝없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온전히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기 위해서는 땅 위로 올라가야 했다. 땅 위에 있는 집을 얻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돈을 구하기 위해서는 집을 팔아야했지만 부동산 경기 악재로 지금 집을 팔면 반지하 전세금마저 토해내야 할 판이었다. 결론적으로 반지하를 벗어날 방법이 없으니 반만 살아 있다는 느낌을 견뎌야 했다. 초가삼간에 살아도 마음만 떳떳하면 그만이라는 말은 초가삼간이 반지하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 p.71
나의 삿된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한심한 질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필요 없는 질문이기도 했다. 사랑은 벼랑에 매달린 우리에게 신이 내미는 칼날과 같다. 잡으면 쓰라린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 갈 것이며 잡지 않으면 벼랑으로 굴러 떨어져 즉사한다.
사랑을 밀쳐내든 받아들이든 그것은 반드시 우리에게 복수한다. 인간을 비참과 지리멸렬의 함정으로 던져 넣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랑은 원한으로 모습을 바꾼다.
- p.128
‘장갑증세’는 휴지공장 근로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휴지공장에 머무르는 이상, 약품이 함유된 죽을 만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 죽을 직접 만지지 않는다 해도 휴지까지 만지지 않을 수는 없는 일.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이 하얗게 변질된 후였다.
- p.233
출판사 서평
사물을 보는 게 ‘눈(EYE)'이라고요? 저는 ‘눈쇼’를 보여드릴게요.
임요희 작가, 소설집 ‘눈쇼’에서 눈을 구경거리로 삼다
예능의 시대, 개인기의 시대에 임요희 작가가 ‘눈쇼’를 제안했다. 눈쇼는 말 그대로 ‘눈’으로 하는 쇼다. 임요희 작가는 소설집 ‘눈쇼’를 통해 사물을 보는 데 소용되는 눈이, 거꾸로 누군가의 구경거리가 되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눈동자를 가운데로 모으고, 좌우로 빠르게 진동시키고, 둥글게 굴리는 게 전부”지만 한때 눈쇼를 비장의 무기로 지닌 TV 개그맨도 있었을 만큼 눈쇼는 정통성을 지닌 쇼다.
무엇보다 볼거리 없고, 놀 거리 없던 시절 우리 아버지들이 가족을 위해 펼쳤던 단골묘기가 바로 눈쇼다. 노래를 못하면 시집을 못가는 시대를 지나, ‘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1차 예선쯤은 가뿐하게 통과할만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득시글거리는 시대에 무슨 ‘눈쇼'냐고?
그래서 ‘눈쇼’다.
소설 ‘눈쇼’에는 노래를 못하는 주인공 “C”가 뭐라도 보여주기 위해 눈쇼를 펼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는 대신 아버지의 눈쇼, 추억의 눈쇼를 꺼내드는데 객석의 반응은 의외로 뜨겁다.
주변의 환호에 고무된 주인공은 잠도 줄여가며 눈쇼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 드디어 두 개의 안구를 각기 바깥으로 잡아당기는 데까지 성공하는 주인공. 그러나 눈쇼를 이어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눈쇼의 치명적인 약점은 묘기를 부릴 때마다 세상이 빙빙 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눈쇼라도 해서 부모 노릇을 하려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전셋집에서 쫓겨났을 때, 쌀이 떨어졌을 때, 전기와 수도가 끊겼을 때마다 눈쇼를 벌이던 아버지와, 세상에 발붙이고 살아보려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대비되면서 소설은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토로한다.
“너는 재밌냐? 나는 죽을 것 같다. 아들아, 이 새끼야, 나 죽을 것 같다고!”
주인공은 아버지의 입을 빌어 눈쇼가 얼마나 어려운 쇼인지 이야기한다. 하지만 소설을 천천히 읽어보면 그보다 어려운 게 세상살이인 것을 알 수 있다.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져 흙수저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됐다. 자, 눈쇼라도 해서 세상에 발붙이려 했던 소설 속 주인공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재기 발랄, 기상천외한 9개의 단편집
임요희 작가의 소설집 ‘눈쇼’에는 ‘눈쇼’ 외에도 이웃의 테러에 시달리는 소시민의 이야기 ‘딸기의 밤’, 먹기 싫은 조개구이를 회식 때마다 먹어야 하는 ‘조개가 된 남자’, 무명 소설가의 파괴된 삶을 그린 ‘부러우면 지는 거야’ 등 세상살이의 무대에서 밀려난 자들의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소외된 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임요희 작가는 “그들이야말로 우리 안의 불안을 보여준다”고 대답했다. 우리 안의 불안을 보여주는 일,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게 소설이라는 것이다.
‘눈쇼’는 임요희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그간 문예지에 발표했던 소설을 한 권으로 엮어 냈다. 한편 임요희 작가는 2010년 전남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했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글을 쓰고 있으며, 여행전문지 ‘트래블바이크뉴스’의 기자로 활동 중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7229094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8월 25일 |
쪽수 | 268쪽 |
크기 |
136 * 207
* 19
mm
/ 38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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