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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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글) 주쯔이
저자 주쯔이(朱子儀)는 1962년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화둥사범대학 중문과를 졸업했고 현재 베이징 위옌 대학교 부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문화평론가 겸 번역가로도 활발히 활동하며 책을 쓰고 번역하고 수집하고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학교에서 오랫동안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중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때 루쉰과 라오서 같은 중국 작가의 책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닥터 지바고》나 《수상록》 같은 해외 문학작품도 함께 강의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수업에 참여하던 그 학생들처럼 한국의 독자들도 이 책에 소개된 금서의 세계에서 위대한 명작을 한 권 한 권 발견하는 재미를 느껴보기 바란다. 지은 책으로는 《유배자의 신화: 유대인 문화사》, 《뉴욕의 낡은 집 이야기》, 《유럽대성당》, 《유머: 웃음의 문화》 등이 있다.
번역 허유영
역자 허유영은 한국외국어 대학교 중국어과와 같은 학교 통번역 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가장 쉽게 쓰는 중국어 일기장》이 있고, 옮긴 책으로 《다 지나간다》, 《초조하지 않게 사는 법》,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7인을 만나라》, 《루쉰의 말》 등 80여 권이 있다.
작가의 말
걸작을 금서로 규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걸작에 일단 금서라는 딱지가 붙으면 일반 독자들은 주홍글씨를 가슴에 단 헤스터 프릴이 아니라 극악무도한 사탄을 떠올릴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그 사탄의 죄악은 타인의 잘못된 비난이나 자의적인 상상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 ‘금서의 세계’에 빠진 걸작은 사탄처럼 의식적으로 복수자로 변신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인내하고 기다린다. 동세대 사람들이 실망스러운 대답만 안겨주면 그것들은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에 희망을 넘겨준다. 비운의 걸작들은 시간에 희망을 건다. 아무리 광적이고 편집적인 머리라도 시간이라는 강에 끊임없이 씻기면 천천히 식기 마련이다. 자신과 세상 만물, 인생에 대해 사람들은 더 많이 더 깊게 깨달을 것이고 더 너그러워질 것이다. ‘금서의 세계’에 있는 그 거인들에게는 이것이 바로 ‘복음’이다.
목차
- 1부 새로운 세상을 꿈꾸지 말라 : 사회 비판과 대중 선동으로 금서가 된 명작
《닥터 지바고》(보리스 파스테르나크) -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 남자의 운명
《농담》(밀란 쿤데라) - 한마디 농담에서 시작된 농담 같은 인생
《암병동》(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병보다 무서운 것은 자유를 빼앗기는 일
《게 가공선》(고바야시 다키지) -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생지옥
《우리들》(예브게니 자먀틴) - 개인의 감정까지 통제하는 29세기의 단일제국
《직조공들》(게르하르트 하웁트만) - 도시의 개보다 못한 직조공들의 삶
《조상의 황혼》(아담 미츠키에비치) - 폴란드 민중운동의 정신적 무기
《무엇을 할 것인가》(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 - 러시아 청년들의 인생교과서
《원숭이의 모험》(미하일 조셴코) - 소련 사회를 헤집어놓은 원숭이 한 마리
《러시아는 누구에게 살기 좋은가》(니콜라이 네크라소프) - 난도질로도 감출 수 없던 비참한 현실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카밀로 호세 셀라) ? 다중 인격 살인범 사형수의 최후진술
《나에게 손대지 말라》(호세 리살) - 식민정부를 향한 필리핀 애국청년의 외침
2부 감히 권위에 맞서지 말라 : 종교?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금서가 된 명작
《악마의 시》(살만 루시디) - 인간을 재물로 삼은 악마의 실험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 강요된 영웅주의에 대한 고발
《피가로의 결혼》(피에르 보마르셰) - 프랑스대혁명을 촉발시킨 국민영웅의 투쟁
《데카메론》(조반니 보카치오) - 500년 전의 황색신문
《타르튀프》(몰리에르) - 종교라는 가면 뒤에 숨은 위선자의 악행
《위험한 관계》(쇼데를로 드 라클로) - 사랑을 담보로 한 두 남녀의 위험한 게임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의 여행》(알렉산드르 라디셰프) - 재앙이 된 국가에 대한 충심의 기록
3부 다른 생각은 용납할 수 없다 : 자유로운 사상에 대한 통제로 금서가 된 명작
《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금지된 청춘과 소년의 고뇌
《거미 여인의 키스》(마누엘 푸익) - 낭만적 동성애자와 냉소적 게릴라의 만남
《수상록》(미셸 몽테뉴) - 반역?자조?유행의 완벽한 삼위일체
《에밀》(장 자크 루소) - 선한 본성에 따른 가장 이상적인 교육법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볼테르) - 비관적 세상에 내던져진 낙관주의 청년
《살로메》(오스카 와일드) - 시체와 사랑에 빠진 병태적인 아름다움
《율리시스》(제임스 조이스) - 1904년 6월 16일 더블린의 하루
4부 더러운 욕망으로 사회를 어지럽히지 말라 : 풍기문란이라는 누명을 쓰고 금서가 된 명작
《롤리타》(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페티시즘을 위한 가장 설득력 있는 변론
《악의 꽃》(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 지옥에서 피어난 치명적인 꽃
《보바리 부인》(귀스타브 플로베르) - 낭만과 이상을 꿈꾼 여인의 파멸
《채털리 부인의 연인》(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 위선적인 성 의식에 던진 폭탄
《북회귀선》(헨리 밀러) - 현대인의 자기해방을 위한 도화선
《워런 부인의 직업》(조지 버나드 쇼) - ‘직업’으로서 매춘부의 삶
《파멜라》(새뮤얼 리처드슨) - 성적 유린에 맞서 이뤄낸 하녀의 성공담
《패니 힐》(존 클릴랜드) - 에로티시즘 문학의 고전이 된 한 매춘부의 회고록
《사랑의 기술》(오비디우스) - 최초의 이성 유혹 매뉴얼
《나나》(에밀 졸라) - 상류사회의 죄악 교향곡
《리시스트라타》(아리스토파네스) - 지상 최대의 섹스 파업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프랑수아 라블레) - 감정과 욕망을 중시하는 ‘르네상스 거인’의 탄생
5부 어떤 언어로도 출판할 수 없다 : 금서 역사에서의 주요 작가들
사드 / 알렉산드르 푸시킨 / 빅토르 위고 / 시어도어 드라이저 / 윌리엄 포크너 / 비트 제너레이션
책 속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악한 권력자는 진실을 싫어한다. 그런 까닭에 나쁜 권력일수록 진실을 말하는 도서를 금서목록으로 묶어 금지하고 작가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왔다. 그런 책과 작가들이 기존의 질서와 가치에 도전함으로써 자신의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금지하고 숨기고 불태우면 사상과 이념도 지워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권력자들의 믿음은 거의 예외 없이 빗나갔다. 불태워지고 깊숙이 파묻혔던 명작들이 세월의 시험을 거치며 특수한 사상적 ·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다시금 일어나 인류 문명의 거목으로 우뚝 섰다.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권력자들의 오만과 아집을 비웃듯이 말이다. - 12쪽
솔제니친은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정의로움을 느낄 수 있다면 정의는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의 영혼이나 양심과 관계된 비밀, 생사의 모순과 관계된 비밀, 전쟁 승리에 관한 고통스러운 비밀, 전 인류에게 적용되는 법칙을 이야기하는 것이 작가의 임무다. 그 법칙은 기억할 수조차 없는 수천 년 전에 생겨났으며 태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존재할 것이다.” 그러므로 “진실한 말 한마디가 이 세상 전체보다 더 중요하다.” - 55쪽
몰리에르는 이런 양면성을 통해 타르튀프의 위선적인 면을 낱낱이 드러낸다. 볼테르는 몰리에르를 ‘프랑스를 그린 화가’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 화가는 특히 프랑스의 추악한 면을 고발하는 데 몰두했다. 풍자 대상에 대해 일말의 관용도 베풀지 않았다. 《타르튀프》는 이른바 고상한 인격과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척하는 위선자들을 고발하고 그들의 수법을 폭로하기 위한 작품이었다. 몰리에르의 ‘예리한 칼날’이 그 시대에 ‘가장 유행하고 가장 골치 아프고 가장 위험한 악습 중 하나’인 위선을 정면으로 찔렀다. - 163쪽
타락한 행위와 현대인의 괴팍함을 묘사한 보들레르의 이 시집은 적나라한 죄악과 추악한 치욕이 넘친다. 그러나 시인의 언어는 더할 나위 없는 경멸과 분노로 가득 차 있으며 풍자작가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이상에 시종일관 집착한다. 보들레르는 벌겋게 달아오른 쇳덩이로 연고와 백납이 덕지덕지 발린 병약한 몸뚱이에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찍었다.
깨끗한 공기, 히말라야 산을 덮은 순백의 눈, 티 없이 푸른 하늘,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 빛을 보들레르의 시보다 더 강렬하게 갈구한 시는 이제껏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들레르의 시가 부도덕하다고 말한다. 죄악에 채찍질을 하는 것이 죄악인 것처럼 말이다. - 270쪽
출판사 서평
금서는 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자유의 수준을 판단하는 잣대다
모든 금서는 한 시대를 뒤엎을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금서가 지닌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고전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
새로운 세상을 꿈꾸지 말라! 감히 권위에 맞서지 말라!
다른 생각은 용납할 수 없다! 더러운 욕망으로 사회를 어지럽히지 말라!
더 나은 세상을 바라던 책은 모두 금서가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검열과 탄압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역사 이래 모든 시대에는 사상에 대한 통제와 검열이 존재했다. 그중 금서 조치는 권력자들이 가장 손쉽게 휘두를 수 있는 무소불위의 통제 수단이었다. 가톨릭교회의 금서목록, 진시황의 분서갱유, 히틀러의 분서 만행 등 사회질서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전 세계의 수많은 책들이 찢기고 불태워졌으며 작가는 자기 나라에서 추방당하고 목숨을 잃기도 했다. 중세 가톨릭교회, 왕 또는 귀족층, 현대 정치세력 등 시대의 권력자들은 도서 검열을 통해 언제나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고 해가 될 만한 새로운 사상의 싹을 없애려 했다.
그럼에도 작가들은 끊임없이 펜을 무기 삼아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고 사회 갈등을 풍자하고 악행과 부조리를 고발해왔다. 또한 시대를 앞서나간 새로운 세상을 작품에 그려냄으로써 세상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이 책은 기원 전 410년의 《리시스트라타》부터 1988년 발표된 《악마의 시》까지, 문학의 역사에서 자행되어온 금서 사건들을 당시 작가 및 주변 인물들이 남긴 기록과 풍부한 원문 인용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본 책이다. 금서로 지정된 원인을 사회 비판과 대중 선동,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 자유로운 사상에 대한 통제, 풍기문란의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어떤 책이, 누구에 의해, 어떤 이유로 금서로 지정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내게는 그 어떤 것이라도 말할 권리가 있고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다.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이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에밀 졸라
출판사 서평
9,437명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정부지원을 무기로 연극계 검열 심화 …
검열과 탄압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문학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결론을 내리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라는 샤를 보들레르의 말처럼 작가가 문학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독자 역시 그 작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공권력에 의한 검열은 다른 문제다.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잣대를 들이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작가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특히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우리는 권력자들이 검열의 칼날을 얼마나 많이 휘둘렀는지를 통해 당시 사회의 경직성과 보수성을 가늠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의 금서목록,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 히틀러의 분서 만행 등 사회질서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전 세계의 수많은 책들이 찢기고 불태워졌으며 작가는 자기 나라에서 추방당하고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고 해가 될 만한 새로운 가치와 사상의 싹을 없애려 했다. 금서 조치는 그들이 가장 손쉽게 휘두를 수 있는 무소불위의 통제 수단이었다.
이런 가운데 우수도서 보급·선정 과정에서 정권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주제의 도서를 배제하고, 9,437명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해당 인사에게 불이익을 주고, 예술의 다양성과 활성화를 위해 쓰여야 할 정부지원금을 오히려 예술을 길들이는 데 사용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퇴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널리 퍼뜨리려는 자와 금하려는 자,
한 시대를 뒤흔든 40여 권의 금서와 블랙리스트 작가들의 치열한 투쟁
작가들은 수많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펜을 무기 삼아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고 사회 갈등을 풍자하고 악행과 부조리를 고발해왔다. 살만 루슈디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은 그것을 쓰지 않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으며, 에밀 졸라는 “내게는 그 어떤 것도 말할 권리가 있고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다.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이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 책은 기원 전 410년의 《리시스트라타》부터 1988년 발표된 《악마의 시》까지, 문학의 역사에서 자행되어온 이른바 문화 방화 사건들을 당시 작가 및 주변 인물들이 남긴 기록과 풍부한 원문 인용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본다. 금서로 지정된 원인을 사회 비판과 대중 선동,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 자유로운 사상에 대한 통제, 풍기문란의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어떤 책이, 누구에 의해, 어떤 이유로 금서로 지정이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또한 사드, 푸시킨, 톨스토이 등 금서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작가들의 전체적인 작품 활동과 생애를 살펴본다. 부록에 실린 역사상 유명한 도서 검열 기관과 금서 시대, 금서 연표는 금서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에밀》 《닥터 지바고》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가치 있는 책을 읽고 싶다면 금서를 읽어라!
금서를 보면 특정 시대에 특정 지역의 사회 풍조와 그 사회에서 인정받거나 인정받지 못한 사상과 행위가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즉 금서는 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자유의 수준을 판단하는 잣대다. 대체로 문학이 금서가 된 이유는 오늘날 우리가 그 작품을 고전으로 높이 평가하는 이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추천도서 목록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에밀》은 1762년 출간과 거의 동시에 로마교황청의 《금서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 인해 루소는 한동안 지명수배자 신세가 되어 각지로 도망 다녀야만 했다. 봉건통치와 종교를 반대하는 민주정신을 표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서의 이유였다.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닥터 지바고》는 1986년까지 소련에서 금지된 것도 모자라 작가 파스테르나크는 소련 공산당에 의해 노벨문학상 수상 거부를 강요당하기까지 했다. 소련 공산당은 이 작품이 사회주의 혁명을 경멸하고 소련 인민을 비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상을 거부함으로써 추방은 면했지만, 파스테르나크는 사상계와 문학계에서 제명당하고 비판을 받는 등 괴롭고 고독한 나날을 보내다 1960년에 생을 마감한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이후 모든 전쟁 소설의 원형이 된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역시 출간 당시 금서가 되었다. 국가를 위해 용감하게 전쟁에 나선 영웅의 모습을 그리기보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정의롭지 못한 전쟁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당시 통치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1933년 독일 베를린의 베벨 광장에서 히틀러 청년단원들에 의해 불길 속으로 던져지기도 했다.
푸시킨이 존경한 러시아 소설가 라디셰프는 1790년에 여행 형식을 빌려 러시아 사회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민중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의 여행》을 발표했다. 그는 예카테리나 여왕이 이 책을 읽고 민중의 고난을 알아주기를 기대했는데 그의 생각은 순진한 것이었다. 당시 여왕은 프랑스에서 일어난 대혁명의 영향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던 까닭에 들을 귀도, 제대로 볼 눈도 없었다. 여왕은 라디셰프가 반역을 꾀하고 있다며 시베리아에서도 가장 황량한 이림스크로 유배 보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는 독약을 마시고 자살한다.
금지하는 자들이 문제일 뿐 책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 하나하나는 모두 한 시대를 뒤엎을 만한 위대한 사상을 담고 있다. 그것은 현상을 유지해야만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자들에게 큰 위협일 수밖에 없었다. 금서에 담긴 사상은 사실 작가 개인의 것만은 아니다. 당대의 사람들이 강렬하게 원하고 있는 그 무엇이 사회 곳곳에 넘쳐흐르고 있었을 테고 작가는 그것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금서들은 역사의 순간순간마다 우리 사회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도화선이 되어왔다.
금서의 역사는 낡고 병든 사회와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벌어진 투쟁의 역사이다. 아무리 책을 찢고, 불태우고, 땅속에 묻는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사상까지 없앨 수는 없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1933년 나치의 분서 조치에 항의하며 헬렌 켈러가 남긴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당신들이 사상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독자들은 금서를 둘러싼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때 금서였으나 끝내 살아남아 높이 명작이 지닌 가치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예전에 비해 더 교묘해지고 간접적이라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없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7147121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12월 20일 |
쪽수 | 464쪽 |
크기 |
154 * 225
* 29
mm
/ 67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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