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앵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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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문화일보로 등단한 안영실의 소설집 『화요앵담』은 20년 동안 다져온 비옥한 땅에서 자란 한 그루 앵두나무에서 쉰일곱 알의 곱디고운 앵두를 따 담아낸 빛깔 고운 사발이다.
안영실은 자신의 한뼘소설(초단편소설)을 앵두에 빗대어 설명한다. 저절로 터져버릴 듯 탱탱한 빨강의 껍질을 살짝 깨물어 한 알 한 알 씹으며 그 새콤달콤한 앵두의 붉은 즙을 맛보시라고. 앵두를 먹는 우리는 안다. 새콤달콤한 맛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앵두를 먹다 보면 꼭 단단한 씨앗을 씹게 된다는 걸. 화요일 오후의 나른함을 퍼뜩 깨우는 아리도록 단단한 그것은 안영실의 ‘앵두’에도 속속들이 박혀있다. 그 단단한 것들은 『화요앵담』을 읽는 우리 마음의 밭에 데구루루 굴러 떨어져 뿌리를 내릴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 안영실은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즐거워하고 즐거움을 노래하며 그것을 글로 쓰기 좋아했다. 서울에서 보낸 학창시절 내내 접한 책과 음악, 그리고 글은 세상을 알아가는 공부였다. 화해와 어루만짐에 관심이 있으며, 오래된 이야기와 감추어진 비밀들이 문학의 공간에서 어우러지게 하려고 지금도 여전히 공부하며 글을 쓰고 있다. 1996년 중편 소설 「부엌으로 난 창」으로 문화일보를 통해 등단했고, 2013년 창작집 『큰 놈이 나타났다』를 출간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동인지 『미니픽션』 1집에서 6집까지 참여했으며, 2013년 프랑스 editions Philippe Rey에서 『Nocturne d'un chauffeur de taxi』 출간에 공저로 참여했다. 2015년엔 한뼘자전소설 『나는 힘이 세다』를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에서 지원하는 ‘아르코창작기금’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해설 요일들의 이야기
해설 요일들의 이야기는 소설을 그 분량에 따라 장편, 중편, 단편 등으로 나누는데, 공모전 등에서 심사기준으로 삼기 위해 편의적으로 나눈 것일 뿐 사실 상 굳이 필요 없는 구분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단편소설은 200자 원고지 70매 정도의 분량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원고지 20매 내외의 소설을 ‘손바닥소설’ ‘장편(掌篇)소설’ ‘초단편소설’ ‘미니픽션’ ‘한뼘소설’ 등의 명칭으로 부른다. 말하자면, 이런 소설을 ‘단편소설’이라 부르기 꺼린다는 의미다.
헤르츠나인은 이른바 ‘초단편소설’의 아름다움에 주목하고 있다. 소설의 분량이 문학의 예술성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헤르츠나인의 소설집 시리즈 〈요일들의 이야기〉이 탄생한 이유이다.
2015년 12월 김종완의 몽상소설집 『월요허구』에 이어 2016년 12월 안영실 소설집 『화요앵담』이 나왔다. 이후, 짧은 추리소설을 모은 『수요리문』, 고양이의 이야기를 다룬 『금요묘전』, 여행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를 모은 『토요객잔』등을 준비하고 있다.
목차
- 머리말
1부 사랑의 얼굴
띠뱃놀이 | 그 집 앞 | 붉은 소파 | 고추장과 나비 | 천 개의 달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별사탕 팝니다 | 도깨비 연가 | 빨간 탁구공의 비밀 | 그녀의 꽃 | 희망의 엄마
소리 없는 소리 | 권주가 | 앨범을 펼치는 시간 1
2부 나는 힘이 세다
나는 힘이 세다 1 | 나는 힘이 세다 2 | 나는 힘이 세다 3 | 늑대가 운다 | 원숭이도 모른다
라그랑주 포인트 2 | 꿈꾸지 않는 여자 | 부뚜막꽃이 피었습니다 | 오디 | 군자란 | 굴비
생각 속의 생각 | 섬집 아기 | 앨범을 펼치는 시간 2
3부 라그랑주 포인트
바다는 다시 일어서며 | 라그랑주 포인트 1 | 내 것 아닌 삶 | 망각의 돌 | 바퀴벌레가 싫어
채송화 | 우물 속의 우물 | 라그랑주 포인트 3 | 라그랑주 포인트 4 | 불꽃놀이
신발이 없어졌다 | J에게 | 낮달 | 앨범을 펼치는 시간 3
4부 그림자 찾기
길싸움 | 철수와 영희는 어떻게 되었을까 | 새 신을 신고 | 오월의 점심식사 | 스즈키의 전쟁
수수꽃다리 그대 | 춤추는 농담 | 아주 멋진 거웃 한 올 | 고요한 밤과 거룩한 밤 사이에
세상의 비밀 1 울트라 수퍼 캡 짱 | 세상의 비밀 2 퍼펙트 월드 | 세상의 비밀 3 구멍
세상의 비밀 4 삶은 계속된다 | 앵두
해설
책 속으로
찹쌀은 찰기가 없어질 때까지 죽을 끓여야 한다. 잘 삭고 물러 터져야만 저 고추처럼 매운 시련을 만나도 견딜 수가 있으며, 함께 무르녹아 고추장으로 익어간다. 그렇게 익고 나면 신기하게도 고추장은 찹쌀 본래의 찰기와 윤기를 회복한다.
- 사람은 몇 살쯤 되면 고추장처럼 반짝반짝하게 윤기가 돌까요?
어머니에게 물었지만 듣지 못했는지 함지박만 들여다보고 있다.
- 메주가루에 죽을 먼저 부어야지요?
잘 알면서도 나는 다시 어머니에게 묻는다.
- 그래야 잡균이 죽는 게다.
- 참 이상하죠, 엄마? 이렇게 뜨거운 죽과 섞이는데, 어떻게 누룩은 남아서 장맛을 낼까요?
나는 어머니를 돌아다보며 말했다.
- 그러게 선한 것이 더 강하다고 하지 않던?
뜻밖의 대답에 나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빙그레 웃고 있는 어머니의 머리 위로 노란 나비 한 마리가 펄럭거리며 날아올랐다.
- 난 요즘 엄마가 왜 이렇게 예쁜지 모르겠어.
나는 고추장을 젓던 긴 주걱을 놓고 기어코 어머니의 볼을 꼬집었다. 어머니의 볼에 빨간 고추장이 묻었다.
- 아이고, 숭해라. 다 늙어빠진 할망구가 이쁘긴.
볼에 묻은 고추장을 손가락으로 찍어 입으로 가져가면서 어머니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요즘 나는 할머니들을 보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허리가 꼬부라지고 백발이 되도록 자신은 끓는 죽이 되어, 고추처럼 매운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보인다.
- 고추장에 혹독하게 매운 청양고추와 달콤한 물엿을 함께 넣는 이유를 아냐?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어머니에게서 다시 날아오른 눈부신 노란 나비를 보며 배시시 웃는다. 징하게 맵고 지독하게 짠 세월을 살다 보면, 언젠가 내게도 저런 나비가 날아오를까?
- 적당히 맵고 단 게 알맞게 짭조름하구나. 지금은 좀 짠 듯싶어도 자기들끼리 문지르고 섞이면 간이 잘 맞겠어.
사는 일은 고추장을 담는 일과 꽤 닮았다. 적당히 맵고 짠데 이상하게도 뒷맛은 달콤함이 숨어있다. 올해도 고추장이 잘 되었다.
〈고추장과 나비〉 중에서
숙희는 마당을 뱅뱅 돌아다니며 끙끙거렸고, 나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고 끙끙거렸다. 낮에 숙희가 하는 일 중에 그럴듯한 일이 있다면 동네로 들어오는 낯선 차와 낯선 사람을 발견하면 짖어대는 일뿐이었다. 내가 글을 쓰고 정리하는 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잘못된 문장을 발견하면 물어뜯어 없애고 옳거니 하는 문장에 침을 묻히는 일이었다. 늘 진짜 작가가 맞는지 스스로에게 묻곤 하는 나로서는, 숙희의 우아한 걸음걸이가 진짜 시베리안 허스키의 그것이었음을 알고 은근히 부러운 기분마저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시베리아의 썰매개 출신이니 사람들을 썰매에 태우고 광활한 들판을 향하여 달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네에서는 문제를 제기했고, 숙희는 묶여버렸다. 한 달쯤 지나고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질 때쯤이었다. 숙희가 갑자기 하늘을 우러러보며 늑대처럼 울어대기 시작했다. 개들이 지루할 때 늑대처럼 짖는 하울링은 자주 목격되는 일이다. 그러나 숙희의 하울링은 다른 개들과는 조금 달랐다. 거룩한 하늘을 향하여 외로움으로 경배를 드리는 듯 단정하고 엄숙한 무엇이 있었다.
〈늑대가 운다〉 중에서
출판사 서평
다정해서 웃고
더 다정해서 아리고
문득 서늘해서 놀라는
한 호흡에 담아낸 1%의 어떤 이야기
▶ 미소와 아릿함을 단정하고 따뜻한 문체에 녹여 낸, 새콤달콤 앵두 맛 닮은 57편의 초단편소설 모음집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2015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 〈월요허구〉에 이은 헤르츠나인 “요일들의 이야기”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
▶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과 음성책 동시 출간, 전국 시각장애인 도서관 무상 기증
빙그레 웃고 있는 어머니의 머리 위로 노란 나비 한 마리가 펄럭거리며 날아올랐다.
- 난 요즘 엄마가 왜 이렇게 예쁜지 모르겠어.
고추장을 젓던 긴 주걱을 놓고 기어코 엄마의 볼을 꼬집었다. 엄마의 볼에 빨간 고추장이 묻었다. 볼에 묻은 고추장을 손가락으로 찍어 입으로 가져가면서 어머니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요즘 나는 할머니들을 보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허리가 꼬부라지고 백발이 되도록 자신은 끓는 죽이 되어, 고추처럼 매운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보인다. 그런 생각이 들면 나와 상관없는 노인인데도, 이상스레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게 어머니가 계셔서인지, 혹은 이제 나도 저 고추장 같은 세상맛을 조금 알아서인지 모르겠다.
책속으로 추가
퍽이나 그랬겠다. 그 꽃이 그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곱고 또 곱게 보였겠지…. 차마 내뱉을 수 없는 말이라서 나는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참았다.
“그래도 공동묘지에서 살던 나무를 집에 들이는 법이 어디 있어요? 죽은 사람들 썩은 살을 삼키면서 큰 나무잖아요. 언젠가 무당이 하는 소리를 들으니 귀신들은 나무에 붙어산다고 하던데!”
잔소리는 했어도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은 애써 눌러 참았다. 그 말을 내뱉으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자존심이 상처받을 것 같았다.
산소로 향하는 남편을 보는 내 마음에 슬며시 복잡한 것이 끼어들었다. 아름다운 서른셋에 눈을 감은 아깝고 그리운 첫 마누라를 보러 가겠지. 게다가 첫사랑이라고 했다. 싸움 중에서 제일 이길 가능성이 없는 일이 죽은 사람과의 싸움이다. 없지도 있지도 않은 상대를 향해 미움의 주먹을 날릴 수도 없고, 질투의 화살을 쏘아댈 수도 없는 일.
일은 많고 통증은 점점 심해지는데, 철쭉은 왜 그렇게 미친 듯이 꽃을 피우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매일 개수대에서 우엉을 씻으면서 주발과 접시를 닦으면서, 미친 꽃들을 미워했다. 몸은 더 아파왔고 이제는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모두가 저 미친 철쭉 때문이었다. 철쭉에 붙은 남편의 첫사랑 귀신 때문이었다. 나는 날마다 남편의 죽은 첫사랑의 육신을 먹고 자란 철쭉을 없앨 궁리를 했다. 소금물을 펄펄 끓여서 남편이 보지 않을 때 뿌리에 끼얹을까 껍질을 벗겨서 나무를 죽일까 궁리했다. 나무를 죽이는 주사제를 사려는 엉큼한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철쭉이 말라죽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 미움 때문일까? 죽은 가지들을 쳐내버려 밑동만 남은 볼썽사나운 철쭉을 보면서 나는 착잡했다. 등짝에 붙는 볕이 따사롭던 어느 날, 나는 죽어버린 철쭉을 만져보았다. 나는 철쭉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철쭉에게 나 자신을 투사하여 스스로를 미워하던 나를 용서하고 싶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두어 달 후에 나는 문득 철쭉 뿌리에서 가느다란 가지들이 뻗어 있는 것을 보았다. 가지에는 새잎들이 달려 있었다. 죽은 나무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고 있었다. 생각만으로 나는 나무를 죽이고 또 살린 것이 아닌가. 정말로 나는 힘이 세다.
〈나는 힘이 세다 1〉 중에서
레인과의 탁구가 거듭될수록 재봉은 레인에 대해 알게 되었다. 레인이 한국 음식 만드는 일을 제일 어려워한다는 점과, 아버지의 구취가 심해서 괴롭다는 점 등을 알았다. 레인은 주민센터에서 하는 요리교실을 다니기 시작했고, 재봉의 아버지는 스케일링 치료를 했으며, 냄새의 원인이었던 위장병 치료를 받았다. 재봉은 레인이 만든 샌드위치를 싸가지고 독서실로 갔고, 레인은 요리교실에서 배운 바지락을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 냈다.
탁구를 치러 갈 때마다 레인은 탁구공에 새로 빨간색으로 칠을 했고, 탁구가 끝나면 그 탁구공을 망치로 때려서 부쉈다. 탁구가 계속될 때마다 탁구공은 빨갛게 칠해졌고 또 부서졌다. 재봉은 탁구공이 부서질 때마다 골칫거리가 하나씩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빨간색 탁구공에 집중해서 경기를 하듯 재봉은 공부에 더 쉽게 집중하게 되었다. 또한 분을 못 이겨 남들과 시비 붙는 일도 차츰 없어졌고, 밤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 앉지도 않아 아침까지 잘 자게 되었다. 집을 나간 엄마 생각도 저만큼 멀어졌을 때, 재봉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저, 그게 말이야….”
레인은 비밀을 알려 주기가 아깝다는 듯이 빙긋이 웃었다.
“빨간 탁구공은 없다는 게 비밀이야. 내가 색칠한 공이니까, 원래는 빨간 탁구공이 없는 게 맞잖아.”
둘이 웃기 시작하자 서로 웃는 모습이 우스워서 또 웃고, 웃는 게 웃겨서, 웃고 있다는 사실이 또 우스워서 더 많이 웃었다. 웃음이 웃음을 불러와 큰 웃음 덩어리를 만들었다.
〈빨간 탁구공의 비밀〉 중에서
그러고 보니 건너편에 앉은 노인네도 교복 입은 학생도 모두 배고픈 사람들처럼 보였다. 명자는 문득 헌옷 가게를 처분해서 밥집을 내면 어떨까 궁리했다. 끼니가 힘겨운 사람들에게 밥을 해 주고 싶었다. 공짜라면 자존심 때문에 오지 않을 사람들도 천 원을 낸다면, 떳떳이 밥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천 원으로는 쌀값도 부족하겠지만, 시장에서 시래기를 거두어 말려서 된장국을 끓이고 반찬은 세 가지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명자는 관절염 때문에 밥을 하기 어려운 손의 사정이며 천 원 밥집을 유지할 돈이 수중에 없다는 문제는 계산하지 않았다. 그것이 원당할미의 대답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명자는 마음이 둥실 떠올랐다. 둥기동 당당 둥기동 당당…. 풍장굿 소리도 점점 빨라졌다.
〈띠뱃놀이〉 중에서
“비행기 표를 팔았던 돈이야. 쓰나미 피해자에게 보낼까 인도 지진 피해자들에게 보낼까 망설이다가 통장을 만들었어. 다른 중요한 것들도 많은데, 학생 신분에 독일 원정 응원이라니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 은혜가 은혜를 주고 싶은 곳에 써.”
명태는 코를 찡긋하며 씨익 웃었다.
“꼭 도깨비처럼 군다니까! 통장 하나로 감동 먹으라는 뜻이라면 사절이야.”
은혜가 눈을 흘기며 명태의 등을 세게 때렸다. 근육질이거나 넓은 등판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믿을만한 등판처럼 여겨졌다.
〈도깨비 연가〉 중에서
보고 있소, 임자? 저 건너 고깔산에 매화꽃이 지고 삐쭉빼쭉 솟아난 잎들을. 그 잎이 아기 손가락만큼 자라면 부아주(浮蛾酒)를 만들어 한 잔 마시기로 했던 일을 기억하오?
오메, 임자는 벌써 두견이가 울어대는 소리가 들리오? 아닐시, 아마 이 호리병에 담긴 두견주가 출렁거리는 소리일 게요. 어쩌면 임자 앞에 있는 내 마음이 출렁거리고 있는지도 모르지. 허허…. 두견주가 벌써 익었냐고? 아무렴. 아직 익을 때가 아니지. 이건 임자가 작년에 담근 놈이오. 잘 갈무리해뒀다가 오늘에서야 병에 따랐구먼.
허허, 이 사람! 얼마나 마셨다고 그만 마시라 하는가? 두견주는 취하기가 쉽다고? 술이야 취하라고 마시는 게지, 내가 어떻게 맨송맨송한 얼굴로 이 산을 내려갈 수가 있겠소? 열병으로 잃은 큰애도, 대처로 시집간 후 소식을 모르는 딸애도, 또 보고 싶은 임자도 만나게 해 주는데, 어찌 취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보고 있소, 임자? 쩌그. 쩌그서 다들 올라오는구먼.
그곳에 혹시 좋은 씨앗이라도 묻었냐며 벙긋 웃었다
〈권주가〉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86963289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12월 30일 |
쪽수 | 272쪽 |
크기 |
128 * 189
* 27
mm
/ 36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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