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흔적 사이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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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빠르게 변해간다. 누군가 붙잡지 않으면 많은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변화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곳이 농촌이다. 농촌의 전통은 효율의 논리에 밀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몇 십 년 전만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농촌에 살았고, 농촌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특히 농촌의 자원은 대부분 생명 유지에 필요한 먹거리 생산과 연관된 것들이어서 더 소중하게 여겨졌다.
그런 자원들을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완전히 폐기해버려야 하는 것일까? 생산성이 낮은 다랑논이나 정미소, 대장간 같은 곳들은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것일까?
논, 밭, 숲, 담, 둠벙, 도랑, 저수지에서
물레방아, 대장간, 양조장, 담배굴까지
우리 농촌 마을은 모두 박물관이다
그래서 저자는 사라져가는 농촌의 자원을 하나하나 찾아보기로 했다. 농업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역사적·문화적·경관적으로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20곳을 ‘농촌문화유산’이라는 이름으로 둘러봤다. <농민신문>에 ‘농촌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하면서는 “우리나라는 전 논밭이 박물관이다” 하고 호기롭게 선언하기도 했다.
먼저 청산도 구들장논, 제주 밭담, 담양 대나무밭, 금산 인삼밭, 하동 전통차밭 등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곳들을 살펴보았다. 둠벙·물레방아·정미소·대장간·담배굴 등 농업 생산을 위해 어느 지역에나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곳들도 다뤘다. 또 방치돼 있다가 새로운 쓸모로 거듭난 양곡창고 등을 둘러보며 농촌의 자원이 나아갈 방향도 모색했다.
저자는 찾아본 곳들을 생산부터 가공까지 농사일의 순서에 따라 배열했다. 1장은 논, 2장은 밭, 3장은 나무와 숲, 4장은 수리시설, 5장은 가공·보관시설로 구성했다. 어느 장, 어느 꼭지를 먼저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책장을 넘기다 보면 논과 밭에서 시작해 숲과 물을 지나 사람과 마을로 돌아가는 저자의 여정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또 각 꼭지의 마지막에는 해당 유산과 관련된 주변 볼거리나 먹거리도 함께 소개했다. 독자들이 이 책을 길라잡이 삼아 농촌문화유산 답사를 떠날 때 긴요한 여행 정보가 될 것이다.
이 책은 2016~2017년 <농민신문>에 연재된 내용을 수정?보완해 엮었으며, 일부는 새롭게 취재했다. 그만큼 내용이 풍성해졌고, 현장사진도 충실히 실어 자료적 가치 또한 크다.
하지만 행간에 주의를 기울이면, 신문 연재 당시 기자로서 “우리나라는 전 논밭이 박물관이다” 할 때와는 사뭇 다른 떨림이 느껴진다. 지면의 제약으로 다 싣지 못했던 현장의 육성과, 기사의 특성상 다 담지 못했던 여행자의 심경이 오롯이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마치 매번의 여행을 전후해 스스로 이렇게 되묻는 듯하다. “이것이 여행이 될 수 있을까?”
낡고 오래된 것들에 늘 마음이 끌렸고, 그래서 칠이 벗겨진 소반이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함지박만 보면 살까 말까 망설였고, 여행을 가서도 오래된 절과 예스러운 한옥, 시간이 멈춘 듯한 장터와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먼저 머물던 눈길이라니, 너무 과거 지향적인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저자는 결국 이렇게 자답하고, 스스로 부여한 일말의 사명감(!)으로 책을 내기에 나섰다.
“과거 지향적이라 해도 좋다. …변화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채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들을 누군가는 뒤돌아보고 어루만져줘야 하지 않을까.”
떠나기 전에 묻고 돌아와서도 묻는다
이것이 여행이 될 수 있을까
설렘과 바람이 담긴 농촌문화유산 답사기
이 책은 우리 땅 농촌문화유산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책이자, 농촌 여행의 새로운 재미를 알려주는 제대로 된 여행서다. 초고를 먼저 읽은 소설가 이순원도 추천사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이 책을 일반 독자들보다 먼저 읽는 영광을 누리며 새해에는 틈나는 대로 이 책 속에 나오는 우리나라의 중요농업유산을 이 책을 들고 다시 공부하듯 둘러볼 생각이다. 가능하면 혼자가 아니라 그것을 알려주고 싶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듯 다닐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8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다. 저자처럼 낡고 오래된 것들에 왜인지 마음이 끌리는 이들, 쉬엄쉬엄 걸으며 만나는 풍경을 사랑하는 이들, 풍경 너머의 삶과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 지금껏 몰랐던 고향의 이색적인 볼거리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다정한 길동무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봉아
글쓰기와 여행. 좋아하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때론 즐겁게, 때론 고단하게 살고 있다. 부산대 사회학과를 나와 〈농민신문〉과 월간지 〈전원생활〉의 기자로 일한 지 20년 가까이 됐다. 그중 절반 정도의 시간을 여행·음식·전원주택 같은 문화와 관련된 기사를 쓰느라 시골 구석구석을 누비며 보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기자생활을 했지만 일이 되어버린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고, 일이 되어버린 여행은 여전히 막막하다. 그러나 아직도 틈만 나면 서점을 기웃거리고 낯선 골목을 두리번거리는 걸 보면 좋아하는 두 가지는 변하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일이 아닌 글쓰기와 여행이라면 더 좋겠다는 바람은 늘 가슴 한 편에 품고 산다. 일이든, 일이 아니든 좋아하는 두 가지를 오래도록 즐기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목차
- 추천사
머리말
1장 벼와 쌀과 밥을 넘어
척박한 섬에서 탄생한 세계 유산 - 청산도 구들장논
<박스> ‘느린 섬’ 청산도 슬로길과 슬로푸드
108층 다랑논에서 자라는 과거와 현재 - 남해 가천다랭이마을
<박스> 다랭이마을에서 맛본 남해 별미 ‘멸치쌈밥’
2장 돌과 흙과 바람을 일궈
섬사람들의 삶 속에서 꿈틀거리는 - 제주 밭담
<박스> 제주의 다양한 돌담들
산비탈에서 찻잎 따며 희로애락 천년 - 하동 야생차밭
<박스> ‘맛의 방주’에 오른 하동 ‘잭살차’
척박한 땅에서 구름 위의 땅으로 - 강릉 안반데기
<박스> 이름난 고랭지배추밭 또 어디?
검은 물결 아래 숨은 오래된 신앙 - 금산 인삼밭
<박스> 전국 인삼 모이는 금산 인삼시장
3장 사람과 마을과 시간을 품고
바람과 그늘에 서린 신령한 기운 - 진안 마을숲
<박스> 마을숲 둘러보며 쉬엄쉬엄 걷는 진안고원길
곧은 나무를 키운 올곧은 사람 이야기 - 담양 대나무밭
<박스> 보는 대나무에서 먹는 대나무로
산촌마을의 늘 푸른 버팀목 - 울진 금강소나무숲
<박스> 생태여행 실천하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골짜기마다 피어나는 천년의 매혹 - 구례 산수유마을
<박스> 빨간 산수유 열매 어디에 좋을까
4장 흐르다 머물다 생명으로 스미는
논배미 파고들어 생태계 지키는 보고 - 고성 둠벙
<박스> 고성 학동마을에서 만나는 또 다른 과거
산비탈 다랑논 살린 오래된 물길 - 화순 봇도랑
<박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3호 영평리 영신마을
너른 들판 지키는 농경문화의 산실 - 김제 벽골제
<박스> 벽골제에서 만난 옛 수리시설들
들판 적시며 풍경이 된 유구한 젖줄 - 제천 의림지
<박스> 의림지 명물 순채와 공어
5장 돌다 돌다 추억으로 멈추는
물레 따라 돌아가는 정겨운 옛이야기 - 정선 백전리물레방아
<박스> 정선에서 만난 다양한 방아들
덜덜거리며 세월과 추억을 찧다 - 영천 가상정미소
<박스> 지붕 없는 미술관 ‘별별미술마을’
농부 마음 사로잡는 망치질 소리 - 홍성 대장간
<박스> 홍성전통시장에서 열 가지 보물 찾기
근대 건축에 스며든 그윽한 옛 향기 - 진천 덕산양조장
<박스> 근대문화유산이 된 옛 양조장들
역사의 뒤안길에 우뚝 선 추억의 그림자 - 영양 담배굴
<박스> 민박으로 다시 태어난 담배굴
현재와 미래를 담는 새로운 공간으로 - 완주 양곡창고
<박스> 제주도 감귤창고카페 순례
부록
국가중요농업유산과 세계중요농업유산
추천사
-
최고의 교양도서이자 새로운 방식의 여행안내서
오래전 ‘강릉바우길’ 탐사에 매달려 어떤 사명감처럼 걷는 길을 개척하고 알리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저마다 자기 고장의 걷는 길을 탐사하고 알리는 ‘한국걷는길연합’ 모임의 대표를 맡아 동지애적인 심정으로 전국의 많은 마을과 많은 길들을 둘러보았다.
〈농민신문〉의 김봉아 기자가 오랜 기간 발품으로 쓴 〈추억과 흔적 사이를 걷다〉가 내게 더 반갑고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이 책에 나오는 청산도 구들장논, 남해 가천다랭이마을, 하동 야생차밭, 구례 산수유마을, 제주 밭담, 진안 마을숲, 울진 금강소나무숲, 정선 백전리 물레방아, 강릉 안반데기가 바로 그 고장이 자랑하는 걷는 길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청산도에 가면 슬로길이 있고, 가천다랭이마을에 바래길이 있으며, 하동의 야생차밭과 구례 산수유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옆에 있고, 제주 밭담은 올레길, 진안 마을숲은 그 마을의 고원길과 통한다. 정선 백전리 물레방아는 아리바우길 옆에 있고, 안반데기는 강릉바우길의 한 코스이다.
길은 마을과 마을 사이를 잇는 동시에 그 마을들의 옛날의 삶과 지금의 삶을 잇는다. 그리고 그 마을 군데군데 오랜 세월 우리의 삶을 지켜오고 이어온, 삶의 터전으로서의 문화유산들이 있다.
비가 오면 물이 아래로 죽죽 빠져버리고 마는 모래질의 땅에서 방 아래로 불이 들어가는 구들장을 응용해 큰 돌을 평평하게 놓은 구들장 위에 진흙층을 깔아 벼를 심고, 구들장 아래로 불 대신 물이 흐르게 해 아랫논에 물을 대는 기상천외한 방식의 관개수로를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렇게 논에 구들을 놓고 진흙을 깔고 아래로 수로를 만들기 위해 흘린 땀은 또 얼마였을까. 청산도의 슬로길을 걸으며 우리는 벼가 땅에 씨만 뿌리면 자라는 것이 아니라 저 옛날 글도 제대로 몰랐던 조상들의 지혜와 땀이 거기에 함께 배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 밭담, 금산 인삼농업, 하동 야생차밭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필리핀 이푸가오의 계단식논, 페루 안데스 고원의 농업시스템과 함께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선정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어쩌면 옆에 두고도 우리만 우리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잊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일반 독자들보다 먼저 읽는 영광을 누리며 새해에는 틈나는 대로 이 책 속에 나오는 우리나라의 중요농업유산을 이 책을 들고 다시 공부하듯 둘러볼 생각이다. 가능하면 혼자가 아니라 그것을 알려주고 싶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듯 다닐 것이다. 화려한 궁궐과 웅장한 사찰, 규모 큰 양반가의 고택 이야기가 아니라 예부터 먹고사는 일에 대하여 고민한 우리 농촌의 제대로 된 문화유산 답사기가 나왔다.
내게는 이 책이 우리 농촌의 문화유산을 새롭게 알려주는 의미 있는 교양도서인 동시에 틈틈이 어디로 가면 좋을지를 알려주는 좋은 여행안내서이기도 하다. 또 누구에게나 그러길 바란다.
책 속으로
논배미의 모양을 눈으로 그려가며 걷는 동안, 비어 있는 논배미들 사이로 노란빛, 푸른빛으로 물든 논들이 하나둘 보였다. 드디어 사진으로 봤던 절경이 펼쳐진 것이다. 누런 벼들이 바다를 향해 머리를 늘어뜨린 모습이라니! 벼가 익어가는 논배미 몇 개만으로도 눈이 부셨다. (42쪽, ‘남해 가천다랭이마을’)
생각해보면 제주에서 돌담은 언제나 배경이었다. 바다와 오름, 유채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검은 그림자로 묵묵히 받쳐주는 조연이었다. 늘 그 자리에 있어 눈에 띄지 않던 조연이 어느 날 주연으로 떠올랐다. 돌담 중에서도 ‘밭담’이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제2호)에 이어 2014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이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밭담을 찾아 제주로 가는 길엔 알 듯 말 듯한 묘한 설렘이 감돌았다. 마치 조연의 모습을 보기 위해 한 번 본 영화를 다시 보는 것처럼. (51쪽, ‘제주 밭담’)
입구에서부터 길 양옆으로 쭉쭉 뻗은 소나무들의 아랫도리는 탄탄했다. 한 아름이 넘는 굵은 둥치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위로 곧추 오르다 7부쯤 가서야 양옆으로 가지를 펼쳤다. 가지마다 푸른 잎이 달린 윗도리는 한겨울인데도 창창했다. (131쪽, ‘울진 금강소나무숲’)
좁다란 논둑 위로 올라가 몇 발자국 걸어가자 논 가운데 동그란 물웅덩이가 나타났다. 둠벙이었다. 지름이 5m쯤 될까. 가장자리는 풀로 덮여 도톰하게 솟아 있고, 안쪽 벽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견고하게 쌓여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물풀 위에선 소금쟁이가 사뿐사뿐 걸어다니고, 어디선가 청개구리가 폴짝 뛰어올랐다. 20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하며 농촌을 다녔지만 물이 고인 둠벙이 있는 논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158쪽, ‘고성 둠벙’)
그런데 물을 대는 저수지가 아닌 벽골제가 농민들에겐 어떤 의미를 지닐까? “과거엔 벽골제가 중요한지도 모르고 제방에서 미끄럼을 타며 놀곤 했죠. 그런데 지금은 벽골제에 산다고만 말해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여요. 벽골제에서 생산된 쌀이라고 하면 최고로 치죠.” 신용리에서 벼농사를 짓는 임태형 씨의 이야기다. (193쪽, ‘김제 벽골제’)
벼가 쌀이 되려면 천지에 알리기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나락들이 승강기와 기계들을 통과하는 동안 낡고 오래된 건물은 지붕부터 바닥까지 커다란 소음과 진동에 휩싸였다. 수십 년 소음과 진동을 견뎌낸 어두운 실내에는 뽀얀 먼지와 함께 고소한 쌀 냄새가 퍼졌다. (228쪽, ‘영천 가상정미소’)
“뿌술 힘이 없어 그냥 놔뒀니더.” 농촌의 고령화가 담배굴을 살린 것일까. 영양에서 만난 담배굴 주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70∼80대가 대부분인 주인들은 담배굴을 부술 힘도, 지킬 힘도 없어 보였다. 그저 농기구나 살림살이를 넣어두고 방치하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손을 대지 못한 주인장들 덕분에 영양의 담배굴들은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266쪽, ‘영양 담배굴’)
출판사 서평
“벼가 쌀이 되려면 천지에 알리기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나락들이 승강기와 기계들을 통과하는 동안 낡고 오래된 건물은 지붕부터 바닥까지 커다란 소음과 진동에 휩싸였다. 수십 년 소음과 진동을 견뎌낸 어두운 실내에는 뽀얀 먼지와 함께 고소한 쌀 냄새가 퍼졌다.” (228쪽, ‘영천 가상정미소’)
정미소가 사라지고 있다. 정미소를 기억하는 세대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설령 지금 눈앞에서 정미기계가 덜덜거리며 돌아가고 있다 한들, 그 소음과 진동에서 ‘천지’나 ‘나락’ 같은 말을 떠올리거나, 그 뽀얀 먼지 사이에서 ‘고소한 쌀 냄새’를 맡을 이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정미소뿐일까. 물레방아, 대장간, 담배굴, 둠벙, 봇도랑, 다랑논…. 이 목록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
저자(김봉아, 농민신문 기자)는 이런 자취를 찾아 우리 농촌 구석구석을 취재했다. 2016~2017년 <농민신문>에 ‘농촌문화유산 답사기’로 연재한 데 이어, 이번에는 내용과 사진을 보완해 책으로 펴냈다. 저자를 처음 이 길로 이끈 것은 머리말에서 밝혔듯 ‘사라져가는 시간에 대한 이끌림’이다. 하지만 이 여정이 흔한 ‘옛날 타령’이 아니라 보존할 가치가 있는 농촌 자원의 새로운 쓸모를 모색하는 데까지 나아가게 한 것은, 역시 머리말에서 밝혔듯 ‘일말의 사명감(!)’이다.
“변화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채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들을 누군가는 뒤돌아보고 어루만져줘야 하지 않을까. …변화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곳이 농촌이다.”
<추억과 흔적 사이를 걷다>는 그렇게 저자가 뒤돌아보고 어루만진 우리 농촌문화유산 20곳을 담고 있다. 구들장논?밭담 같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곳, 둠벙?물레방아?정미소처럼 농업 생산을 위해 어디에나 있었지만 지금은 찾기 힘든 곳, 양조장?양곡창고처럼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곳 등을 두루 소개했으며, 각 꼭지마다 관련된 볼거리?먹거리 정보도 곁들였다.
기본정보
ISBN | 9791186959060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1월 30일 |
쪽수 | 296쪽 |
크기 |
154 * 215
* 22
mm
/ 55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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