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못한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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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딸의 치유와 성장의 기록
‘너무 늦게 깨달은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작가정보
한때 예능 PD를 꿈꿨다. ‘지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은 내가 웃고 싶었다. 어쩌다 신문 편집기자가 되어 14년째, 갈수록 좋은 편집이 뭔지 인생이 뭔지 헛갈린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번뿐인 내 인생이라도 잘 편집해보고 싶어서.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숲이 있다고 믿는다. 내세울 건 없지만 지극히 소중한 나의 작은 숲에서 누군가와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이상은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고 행복해지리라 다짐해본다. 그러니 당신도 반드시 그렇게 되길.
목차
- 1부. 가끔, 떠오릅니다
- 결혼식의 빈자리
- 왜 오밤중에 애를 낳느냐고?
- 냉장고가 하는 말
- 다시는 맛볼 수 없는
- 평생의 감시자
- 옷장 정리를 하다가
2부. 때론, 슬퍼집니다
- 왜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했어?
- 좋은 사람은 일찍 떠나는가
- 마흔일곱, 열일곱
- 살아남아 미안해요
- 가짜 약사와 알코올중독
- 진작 좀 그러시죠
- 봄이 그렇게도 좋냐
- 기대와 좌절, 희망을 오가며
- 인어 공주가 된 아버지
- 고치로 파고드는 사람들
- 어른이 되어도 적응되지 않는
- 끝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3부. 자주, 후회합니다
- 990 돈까스
- 부러움과 부끄러움의 시절
- 낯선 소리가 들리는 밤
- 나를 부르는 불빛
- 말 폭탄은 문신이 된다
- 자식에게 최선이란
- 어제의 장미, 오늘의 카레
4부. 이젠, 이해하려 합니다
- 두 번째 성장
- 삶으로 증명하기
- 나는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 당신의 아들, 나의 아들
- 술꾼의 자식으로 태어나
- 외로움의 대물림
5부. 문득, 묻고 싶습니다
- 발 뻗고 누운 자리
- 뻔한 사람은 없다
- 마지막 사진
- 그 흔한 옷 한 벌
- 보호자가 된다는 것
-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 우리 다시 만난다면
책 속으로
- 어머니의 암 수술. 수술이란 병을 치료하는 과정이 아니라 남은 생의 기간을 알려주는 것임을 알게 됐다. 수술 전엔 명확하지 않았던 ‘남은 시간’이 수술 후엔 나왔다. 길어봤자 6개월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남은 시간이 6개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P67)
- 부모님이 떠나고 남은 나는 마치 가죽 같았다. 피도 살도 뼈도 없이, 껍데기만 남은 그런 가죽. 실컷 울어서인지 몸 속에 물 한방울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바스락거리는 가죽이 되어 덩그러니 침대에 올려져 있는 듯한, 그런 밤을 멍하니 보냈다.(P122-123)
- 사춘기(思春期). 봄을 생각한다는 글자 뜻대로라면 나는 아마도, 남이 가진 것을 봄이라 여기고 내 주변을 겨울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봄은 언제 오나, 나도 봄을 누리고 싶다…. 겨울잠을 자는 뱀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바깥만 바라봤다. 남에 대한 부러움이 커지던 딱 그만큼씩 부모님에 대한 부끄러움도 커졌다.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너무 커서, 스스로의 자리가 어디인지 늘 헷갈렸다.(P136)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그냥 얼굴을 마주 보고 싶다. 생기 있는 얼굴로 마주 앉을 수 있다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따뜻한 손을 만져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을 땐 소중한 줄도 모르다가, 이제야 그런 생각들을 해본다.(P139)
- 부모는 효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들 한다. 내 주제에 효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한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을 그토록 상처 입혔음이 뼛속 깊이 후회됐다. 해서는 안 될 말들을 너무 쉽게 뱉어버렸다. 내가 상처를 받으며 자랐기에 되돌려주는 것이라 여겼지만, 그 공격들이 내게도 고스란히 상처가 됐음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알게 됐다. 가시 돋친 말은 상대를 찌름과 동시에 나를 찌른다. 내가 뭐라고, 아버지를 단죄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봤을까.(P156)
- 병원은 무서운 곳이었다. 병도 무섭고 돈도 무서운데, 그 두 가지가 서슬퍼렇게 노려보는 무시무시한 곳이 병원이었다.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우리처럼 직장 다니는 자녀마저 없는 노년들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리 둘 다 실직 상태였다면 그 돈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그런 사람들은 병을 어떻게 해결하는 걸까.(P159)
- ‘다음’이 있다고, ‘내일’이 있다고 당연하게 믿은 날들이었다. 설마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라고 막연히 믿고 그렇게 미루다가 결국 못 건넨 것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만 내일로 넘어와 있었다. 못 드린 꽃도 카레도 다 어제에 남고, 받을 사람들의 자리는 비어 있다.(P165)
- 영혼없는 칭찬을 짜내고 있는 나를 보는 아이의 눈을 마주할 때면 나를 빤히 꿰뚫고 있는 것 같아 두렵다. 욱하는 나를 아이가 말없이 가만히 쳐다볼 때면, ‘정신 차리세요’하는 것 같아 눈을 피하기도 한다. “꼭 너 같은 자식 낳아봐라”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 느낀다.(P185)
- 부모가 돼보니 조금 알 것 같다. 부모라는 존재도, 세월이 가면서 생각과 취향과 그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는’ 존재였다. 자녀 입장에서 ‘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다. 어쩌면 부모도 자식도,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옛날 어느 시기의 단편적인 기억뿐인데, 서로를 대충 짐작해 ‘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P217)
- 육아든 부모 돌봄이든 대개는 장기전이다. 장거리 선수는 초반부터 죽을힘을 다해 달리지 않는다. 끝까지 버티는 것이 중요하므로 힘을 안배한다. 돌보는 일도 마찬가지. 잘해보겠다는 의욕을 성급하게 불태우기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레이스다. 자신의 일상을 지켜가면서 장기전에 돌입하는 것이 좋다.(P232)
출판사 서평
◆ 불화했던 가족, 상처받은 시절을 글쓰기로 치유하다
17세에 엄마를, 38세에 아빠마저 떠나보내고 남겨진 딸이 미처 몰랐던 부모의 시간, 상처 받은 내면을 더듬어가며 써내려간 투명하고 진솔한 에세이다. 너무 일찍 닥친 부모의 죽음, 그로 인해 휘청거렸던 삶과 일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가족으로 산다는 것’, ‘뒤늦게 깨닫게 된 소중한 순간들’에 대해 얘기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보듬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젊은 작가의 진솔한 성찰을 만날 수 있다.
◆ 누군가의 자식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 책은 한 개인의 사적 기록이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웃의 모습,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를 미워했던 어린 시절, 암 판정을 받고 6개월 만에 어머니를 떠나보낸 고등학생 시절, 워킹맘으로 지내며 아버지를 돌보던 보호자로서 경험, 아버지마저 떠난 이후의 일상과 변화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공동체, 그래서 원튼 원치 않든 끊임없이 연결되지만 수시로 어긋났던 한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의미와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즐거운’이라는 형용사와 ‘가정’이라는 명사는 내게 도무지 공존할 수 없는 것이었다.”(P137) 고 고백한다.
“부모님을 어제에 남겨두고 나는 오늘을 산다. 내일이 오면 오늘처럼 또 이렇게 아무 일도 없는 듯 살게 되겠지. 내 곁의 빈자리는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그대로 있으리라. 꼭 지녀야 할 소중한 물건처럼 그 빈자리와 함께 나아가는 것, 그것이 내게 주어진 삶이란 걸 이제 알 것 같다. 삶의 고비마다 그 자리를 바라보게 되리라는 것도.”(P167)
이제는 아홉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작가는 부모를 그리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모가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한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종종 부모를 떠올리고, 오늘의 일상이 아이의 기억에 어떻게 남을지 고민하며 스스로를ㅠ돌아본다. 부모를 인간으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의 양육 태도와 자신을 성찰하는 시선은 눈여겨볼 만하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생명체를 키워내는 일일 뿐 아니라 자신의 지난 생을 다시 보고 그 안에서 연속성을 느끼는 것, 그렇게 한 번 더 성장하는 기회를 맞는 일인 듯하다.”(P173)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한중간에서 버텨내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내는 것이 삶의 또 다른 역할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 문제가 있다면 바꾸려 애를 쓰고, 바람직한 것만 아이에게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P193)
◆ 당신은 부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당신이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에세이는 진솔한 자기고백인 동시에 모든 자식들에게 띄우는 선험자의 조언이기도 하다. 작가는 부모의 부재를 상상하기 어려워하는 지인들을 보며, “나처럼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이별하기 전엔 결코 알 수 없는 부모에 대한 감정, 너무 사소해서 소중한 줄 알지 못하는 순간들, 그리고 떠난 후에 평생 남게 될 어떤 기억들에 대해서 말이다.
“후회라는 감정은 꼬리가 꽤나 길어서, 이제 다 지나갔나 싶은 순간에도 인정사정없이 나를 공격해오곤 했다. 그랬기에 적어도 후회는 남지 않게 부모님을 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힘들겠지만 나중의 삶을 위해서 말이다.”(P231)
작가는 이런 생각과 경험을 책의 5부(문득, 묻고 싶습니다)에 글과 함께 정리했다.
- 부모님에게 받은 유산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꼽아본다면?
- 부모님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알고 있나요?
- 부모님과 함께 찍은 최근 사진은 무엇인가요?
- 부모님의 옷 사이즈를 아시나요? 신발 사이즈는요?
- 부모님의 최근 건강검진은 언제였나요?
- 부모님의 ‘청춘’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 부모님의 마지막 순간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자신에게 후회로 남았던 순간들을 떠올려 독자들이 비슷한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정리한 질문들이다. 가장 가까운 존재이나 가장 무심하고 모르는 존재이기도 한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자녀의 역할,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너무 늦기 전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받게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6757796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2월 15일 |
쪽수 | 244쪽 |
크기 |
135 * 206
* 18
mm
/ 301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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