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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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매일경제 > 2020년 11월 1주 선정
암중모책-‘책 속에서 살 길을 찾다’
몸의 아픔, 마음의 변화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항암 치료 중에 자신의 병에 관해 기록한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에세이스트 허지웅은 최근 펴낸 〈살고 싶다는 농담〉에서 혈액암 치료 부작용으로 물건을 짚을 수도 없을 정도로 온 몸이 부어 올랐고, 천장이 내려올 것 같은 두려움에 떨며 밤마다 덜 아프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버텼다고 한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36세의 신경외과 의사인 폴 칼라니티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을 마주하게 된 2년을 담고 있다. 그는 ‘화학요법 때문에 손가락 끝이 갈라져서 아플 때에도 솔기가 없고 가장자리가 은색으로 된 장갑을 끼고’ 책을 썼다. 컴퓨터공학 교수로 있던 랜디 포시는 치료가 가장 어렵다는 췌장암에 걸려 생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아이들과 제자들에게 꼭 남겨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강의를 진행했고 그 내용인 〈마지막 강의〉를 남겼다. 〈아픈 몸을 살다〉에서는 젊고 건강했던 아서 프랭크 교수가 심장마비를 겪고 그 다음해에 고환암 진단을 받으며 질병으로부터 배운 이해를 드러낸다.
저자 또한 대장암 발병 후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의 5단계의 감정을 거치며 얻은 간절했던 말을 이 책에 꾹꾹 눌러 담았다. 질병이 가져오는 상실과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그저 피해자의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어려움을 용감하게 극복해낸 서사의 영웅 이야기도 아니다.
암이라는 병에 걸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인생이 끝난 건 아니란 점을 저자는 하루하루 충실한 생활을 통해 직접 보여주고 있다. 행운이 있든 없는 아픈 정도가 심하든 덜하든 내 인생에 찾아온 암투병도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이고 당신들과 나누고 싶은 ‘경험’이라는 걸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작가정보
도서 평론가. 인터넷 세상에서는 리치보이(Richboy)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1세대 온라인 서평가다. 제아무리 좋은 책도 읽히지 않으면 ‘죽은 나무의 다른 모습일 뿐’이라는 신념으로 좋은 책과 독서법 그리고 글쓰기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있다. 쓴 책으로는 서평집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와 책을 읽고 즐기는 법을 이야기한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가 있고, 함께 쓴 책으로는 〈공감의 한줄: 세상을 바꾸는 어록의 힘〉,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평범하게 위대한 우리책 100선〉 등이 있다.
facebook.com/richboybook
목차
- prologue 나는 책을 읽으며 울고 웃었다,
이해했다, 사과하고 용서했다 그리고 화해했다
[발병]
거짓말처럼, 난 암환자가 되었다
의사 앞에서는 누구나 어린아이다
죽음을 준비하다 살기로 작정했다
여기서 멈추면 안 돼, 안 되고 말고
[입원]
입원실에 걸린 다모클레스의 검
수술대에 눕다
귀환 그리고 그리운 목소리
일시적 장애인, 암환자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행복
멀리서 보면 희극 같은 인생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 친구
매 순간 죽음을 기억하는 법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시시포스의 바위
[통원치료]
누군가 곁이 필요한 시간
진심 어린 위로, 그거 하나면 돼
연옥의 입구, 항암치료
크레바스 속으로
타조의 위기탈출법
다가올 고통을 기다리는 마음
무섭도록 시린 외로움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진 않아
불행은 생각이지, 사건은 아냐
[회복의 순간]
행복의 실마리를 찾아서
아빠와 아들의 시간
왜 하필 내게 암이 생겼을까
암투병도 내 인생이다
소중한 가족, ‘찌비’를 떠나보내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겠어!
[항암종료]
4일씩 더 빠르게 흐르는 시간
추천사
-
몸이 많이 아프면 마음도 같이 아프고 힘들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어려운 법이다. 저자는 놀랍도록 정직하고 밀도 있게 몸의 아픔, 마음의 변화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내공 덕분이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무한 긍정에서 오는 부단한 자기 노력 덕분일 것이다.
자칫 진부해지기 쉬운 투병기가 재미도 있고 유익하게 읽히는 것은 쉬임없는 책읽기에서 빚어진 공감의 향기가 아닐런지! 그래서 나는 은근히 부러운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웃었다, 이해했다, 사과하고 용서했다'는 김은섭의 말을 슬며시 따라 해본다. 갑자기 찾아온 투병이라는 ‘고통’과 순하게 동행하려면 무엇보다 다양한 독서로 내면의 뜰을 더 깊고 넓게 가꾸어야겠다는 선한 결심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책 속으로
(33쪽) 그러자 내 몸은 균형을 잃고 무너졌고, ‘아, 이러다가 수술도 하기 전에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쳐갔다. 하지만 체중감소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한 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치료를 받는 동안 까딱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만이 나를 사로잡았다. 죽음 앞에선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죽음의 두려움만큼, 딱 그 사이즈만큼 살고 싶었다.-「거짓말처럼 난 암 환자가 되었다」중에서
(49쪽)영단어로 환자 patient의 뜻 중 하나는 ‘불평 없이 곤경을 견디는 자’라고 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남의 ‘아픔’에 얼마나 무덤덤한지는, 환자가 되어보면 새삼 알게 된다. 환자인 나의 고통을 십분 이해해 줄 타인은 애초에 없으니 아예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환자가 되면 나를 알아달라고 불평하지 않고 끙끙거리며 곤경을 견디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70쪽)금쪽같은 주말 저녁시간에 교통지옥을 뚫고 꾸역꾸역 와주었다.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아픈 나를 보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나는 당연히 감동하고 고마워해야 마땅하다. 마음은 그랬다. 그런데 바깥세상의 차디찬 냉기를 품은 멋들어진 코트와 도톰한 파커를 입은 지인들을 보자, 나조차 당황스럽게도 내 심사는 ‘확~’ 틀어져버렸다.-「일시적인 장애인, 암환자」중에서
(83쪽)내 아들 녀석도 3년 전에 뗀 기저귀를 내가 쓰다니…. 아픈 이후로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계속 경험하려니 하루가 일 년처럼 느껴졌다. 누가 나 대신 화장실에 가줄 수만 있다면, 그때마다 아주 세게 양쪽 뺨도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난 뭐, 환자니까.’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똥싼 바지가 될 때마다 당황스럽고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같은 인생」중에서
(126쪽)이반 일리치의 독백을 다시 만나고 울며 읽으면서 가슴 언저리에 콱 박혀 있던 체증 같은 무엇이 사르르 풀리는 기분이 들어 “휴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고독감이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만약 이게 정신병이라면 이반 일리치와 난, 같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에 내 몸이 1도 더 따뜻해졌다. 그건 환자만이 느낄 수 있는 환자의 진심 어린 위로였다.-「누군가 곁이 필요한 시간」중에서
(160쪽)아무리 아픈 환자라고 해도 매일 우울하고 불행한 기분으로 살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비록 몸과 마음이 괴로운 환자일망정 나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구체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찾고 싶었다. ‘환자의 행복’을 찾아 천천히 서재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발병 직전에 읽은 책인 모 가댓의 〈행복을 풀다〉를 기억해 냈다. -「불행은 생각이지, 사건이 아냐」중에서
(184쪽) 물론 영화를 보다가 열 번 남짓 화장실을 들락거려서 스토리를 꿰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만끽하면서 ‘그래, 이 맛이야.’ 하는 느낌이 들어 행복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책은 내게 ‘행복하려거든 매일 감탄하며 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남은 항암치료 기간을 잘 버티며 보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충고이자 격려였다. -「행복의 실마리를 찾아서」중에서
(214쪽) 찌비가 죽은 후 나흘째 비가 내렸다. 녀석은 찌비가 죽은 후 매일 밤 자다 울다 반복했다. 난 녀석의 불안한 모습을 볼 때마다 조금 더 빨리 다가온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발병 이후 새로운 운명으로 살아야 한다면 사고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매일매일 죽음을 의식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소중한 가족, 찌비를 떠나보내다」중에서
출판사 서평
환자가 되어 저자가 새삼 알게 된 것은 ‘남의 아픔’ 공감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매일 병과 싸우면서 버티기도 힘은 육체적 상태에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이유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으면서 아픔과 외로움에 힘겨워하는 이들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한 뼘의 어깨를 내어줄 친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 자 한 자 적을 때마다 힘이 들어서 깊은 한 숨을 쉬고, 애써 입술을 깨물며 흐느끼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항암주사를 맞아 팔이 거의 굳은 상태에서도, 손 저림으로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도 흩어질 것 같은 생각을 붙잡으려고’ 했다. ‘자.가.격.리’상태의 변화의 나날들을 기록했다.
암환자가 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삶과 죽음을 동시에 경험하며 ‘철저하게 혼자’가 된다는 것과 같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도 3주에 한 번 씩 온몸을 뒤집어 놓는 항암치료와의 전쟁을 겪어야 한다. 항암 후에는 5년 동안 3개월에 한 번 씩 추적 검사도 있다. 암환자가 된다는 것은 전이와 재발의 가능성을 갖고 매일을 살고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함몰되거나 객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책을 펼쳐들었다. 당장은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막연한 상태에서 해법을 찾는다는 뜻의 ‘암중모색’을 그는 책으로 실천했다. ‘암중모책’ 즉 책읽기를 등불삼아 자신 앞에 닥친 고통을 마주한 것이다. 한 달에 20여 권 이상의 책을 읽고 방송, 강연, 글을 통해서 책의 가치를 소개해온 저자지만 암환자가 된 후 선택한 책은 그냥 책이 아니었다. “책은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까? 그리고 어떻게 죽을까?’ 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주었다.” 고 말한다. 그는 서문에서 ‘나는 책을 읽으며 울고 웃었다, 이해했다, 사과하고 용서했다 그리고 화해했다’며 자신의 독서 분투기를 요약했다. 인생의 난관 앞에 방황하고 좌절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직이 따라해 보고 공감의 밑줄을 그어보고 싶은 말일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6536728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0월 31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40 * 195
* 22
mm
/ 273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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