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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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열 작가의 장편소설 『사랑으로 지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사랑으로 지다』는 각기 다른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남녀가 부조리한 현실을 음악으로 극복하고자 몸부림치는 사랑이야기다.
상해 임시정부의 각료이셨던 분을 증조할아버지로 두었지만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오혁과 12ㆍ12 군사반란의 주역으로 집권을 노리는 아버지를 잘 만난 덕에 풍요로운 유년, 청소년기를 보낸 윤주. 서로 다른 환경과 가치관 속에서 둘은 음악으로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의 영혼을 보듬어 나간다.
작가정보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와 이탈리아 밀라노 음악학교(성악), 이탈리아 밀라노 도니제띠 아카데미아 최고연주자과정(성악), 이탈리아 루까 신포니아 음악학교 최고연주자과정(성악), 이탈리아 루까 신포니아 음악학교 최고연주자과정(합창지휘)을 졸업하였다. 이탈리아 알랙산드리아 “Brahms” 국제성악콩쿠르 1위, 이탈리아 또리노 “Nino Carta” 국제성악콩쿠르 2위 수상하였다. 그리고 6회 독창회와 국내외에서 800여 회 공연을 가졌다. 현재 한국일반합창연합회 이사, 느티울합창단, 글로리아 합창단, 문학의집합창단,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합창단, 천주교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라리움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장편소설 『불의 노래』가 있다.
작가의 말
농활을 나온 음악대학 성악과 학생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는 성악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성악가가 되려면 음악대학엘 들어가야 했다. 허나 촌놈인 나에겐 음악대학 성악과에 도전할 그 어떠한 여건 하나도 할애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산으로 홀로 올라 목이 터져라 노래했다. 그 길밖에 없었다. 외로워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 눈물 덕인지 나는 갈망하던 음악대학 성악과에 들어갈 수 있었으며 꼴에 유학도 갔다 왔고 세종문화회관에서 독창회도 했다.
아직 하고 싶은 노래가 있고, 노래를 할 수 있는 성대가 건재하고, 그간 축적해놓은 알량한 경험이 있으니 나의 노래는 쭈욱 지속될 것이다. 그러면 된 것이다.
최루탄 가스가 점령한 캠퍼스가 모두 보이는 높은 건물의 창가에 서서 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에겐 음악 외에 신경을 나눌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내 또래 박종철과 이한열이 그렇게 세상을 등졌다. 나는 큰 빚을 지고 만 것이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꿈꿔왔던 박종철, 이한열의 반대편에 있었던 사람들을 향한 아주 소심한 복수를 시작했다. 『사랑으로 지다』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랑으로 지다』를 세상으로 흘려보내며 나는 막걸리를 한잔할 것이다. 그러면 된 것이다.
단어의 나열만이 있는 졸렬한 글을 어여삐 여겨 용기 내게 해주신 김혁 형님과 출판해주신 양문규 형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글 쓰는 내내 옆에서 지켜봐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이 책을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께 드린다.
2021년 여름
정구열
목차
- 프롤로그 007
01. 밀라노의 겨울 009
02. 사랑이라는 병 017
03. 쫓기는 자 032
04.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 057
05. 빗장을 거는 소리 066
06. 만남 072
07. 사랑의 시작 089
08. 사랑은 그 사람의 아픔을 먹는 것 104
09. 사랑이 해낸 일 118
10. 긴 이별의 시작 140
11. 노랑둥이와 이탈리아인 162
12. 약속의 땅 스위스에서 179
13. 사랑의 맹세 192
14. 추적자 203
15. 아! 잘츠부르크 213
16. 결혼식 226
17. 카루소의 재림 그리고 233
에필로그 254
작가의 말 255
출판사 서평
격변하는 시대 1988년 나라 안팎은 떠들썩하다
소설 곳곳에 자리 잡은 1980년대의 흔적들은 소설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1988 서울 올림픽 준비로 도시 곳곳은 어지러웠고 학생들은 메스 게임에 보사부 직원들은 멍멍탕 집을 죽어라 못살게 하고, 체육부 장관은 대통령보다 더 높은 사람처럼 행세하고 다녔고, IOC위원장이라는 늙은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TV에 얼굴을 내밀어서는 ‘인종과 이념을 뛰어넘는 올림픽 정신은…’을 떠벌여대고 있었다. 사회 전체가 어수선했다.
1988년, 햇살이 교교히 비치는 어느 음악대학의 연습실
윤주는 발소리를 죽이고는 천천히 다가가 창에 눈을 댔다. 오혁은 피아노 의자에 처연하게 앉아 건반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씩 어르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노래가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노래라는 이름으로 규정되어질 것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는 결단코 존재하지 않는 슬픔을 먹어버린 인간이 처절히 읊조리는 끈끈한 한의 통곡이었다. 그는 성대를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자신의 가슴에 쌓인 한을 이야기해 나갔고, 윤주는 영롱한 색조로 그의 한을 보듬어 안아 갔다. 그는 윤주의 부드러운 피아노 터치에서 자신의 슬픔을 위로받고 있었고, 윤주는 끈끈한 그의 소리에서 삶의 관조를 체득하고 있었다. 윤주는 그가 토해내고 있는 점액질로 싸여 있는 음들의 연결을 들으며 열정의 붉은 기운과 차가운 푸른빛의 절망을 함께 느껴야 했다. 그런 한의 통곡을 다 들어내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윤주의 가슴은 슬픔으로 훤히 뚫어지고야 말았다.
삶의 대척점에 서 있던 둘
오혁은 운동권으로 윤주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음악대학 안에서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다.
“1985년 인천에서… 여당의 집회가 거창하게 열리던 날, 우리 일곱은 그들이 펼쳐놓은 단상까지 치고 올라 1980년 5월 광주에서 행한 그들의 만행을 규탄했어. 나는 그중에서도 제일 열심히 단상을 헤집고 다녔어. 그들이 광주에서 연출한 지옥을 체육관에 모인 우매한 시민들에게 고하고 싶었으니까…”
윤주는 진지한 성격의 소유자인 쇼팽이 쓴 피아노곡을 진중히 10분여를 쳐가고 있다. 어떤 일념도 비집어 들 수 없는 절대의 음악만이 살아 꿈틀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뭉치고 흩어지고 서고 뛰기를 계속하던 윤주의 음악이 마지막을 향해 치달았다. 저 멀리로 고지가 보이고 있었다. 윤주는 쉼 없이 내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주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정상에 도달하였다. 윤주는 가슴께에서 서로 뭉쳐 유희하고 있는 격정을 눌러볼 양으로 눈을 감는다. 머리며 가슴이 온통 붉은 기운으로 소용돌이 쳐댄다. 더 이상 클 수 없는 박수가 터져 나오고 이곳저곳에서 환호가 울려 퍼졌다.
멀어진 둘
검은색 승용차가 오혁의 앞에 급하게 정차했다. 세 명의 검은 양복이 재빠르게 승용차에서 내리더니 오혁의 복부에 주먹을 꽂고는 팔을 꺾었다. 오혁은 그런 그들에게 제압당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쳐댔다. 허나 그 반항은 얼마 가지 않아 완력 있게 보이는 셋에 의해 꼼짝 할 수 없게 되어 버렸고, 검은 양복들은 오혁을 차에 구겨 넣고는 총총히 사라져 버렸다. 학생운동 때문에 오혁은 갖은 고문을 받게 되고 모종의 이유로 정권의 실세의 딸이었던 윤주와 멀어진다.
“이게 내 삶이야.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게 나야. 이제 내게 더 물어볼 말 없겠지? 더 궁금한 게 없겠지?”
오혁이 하던 짓을 멈추고는 몸을 돌려 망연히 서 있는 윤주의 앞으로 다가섰다.
“나는 너에게 해줄 말이 없어.”
이내 문은 커다란 굉음을 내며 닫혔고, 이내 빗장을 거는 소리가 들왔다.
사랑의 노래는 계속 불릴 것이다
음악이 끝났음에도 윤주는 아직 음악이 주는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이미 소멸 되어버려 존재하지 않는 음들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음악적 여운이 주는 시달림에서 겨우겨우 윤주가 깨어났을 때, 오혁은 부드러운 얼굴로 조용히 한마디의 말을 놓았다.
“음악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구나?”
이 땅에 다시는 윤주와 오혁과 같은 불행한 연인이 없기를, 치졸한 무엇을 얻기 위해 아름답게 살려는 이들의 인생을 망가트리는 사람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86111994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8월 08일 |
쪽수 | 255쪽 |
크기 |
153 * 225
* 20
mm
/ 48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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