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나이 들어 저승길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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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작가의 말
나는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곳에 산다.
그래서 중도 못되고
사람도 못된 채로
나이만 자꾸 먹어간다.
전에는 새벽 방귀도 잘 뀌는데
이제는 방귀도 없어졌다.
몸에 객기가 빠지니까
열정이 식어서
하고 싶은 것도 별로 없다.
시(詩)도 써놓고 보면
꼭 간을 안 한 무시국 같다.
2020년 늦가을 경원사에서
임효림
목차
- 시인의 말·05
제1부
의자·13
연두색 잎들은·14
소의 눈·16
어느 노승·18
가난하게 늙은 스님을 뵙고·19
문충(文蟲)·20
목장승·22
꽃 한 송이·23
농성장에서·24
민들레·25
석탑·26
큰 산·27
얼굴·28
비명(悲鳴)·29
우연히·30
제2부
빈집·33
사랑을 하려면·34
석굴암 대불·36
어느 판결문·37
소쩍새가 우는 밤·38
수평선·39
구제역 살처분을 보면서·40
위선자·41
조춘(早春)·42
고로쇠 물·43
무풍기랑(無風起浪)·44
공연한 생각·45
뒤죽박죽·46
무(無)·47
그림 속의 여인·48
어느 죽음 앞에서·49
제3부
바보처럼·53
호아(呼我)·54
이놈·55
돌멩이·56
너의 미소·57
추억·58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은·60
저 고운 달·61
고라니 우는 밤·62
늙은 나무·63
바보 노래·64
산과 강·65
사람·66
나는 누구인가·67
날개·68
나방 한 마리·69
제4부
마음을 찾아·73
어두운 나라의 백성·74
돌부처·75
자유와 죽음·76
못난 놈 잘난 놈·78
가난·79
애물(碍物)·80
아름다운 여인·81
마음 가는 대로·82
한 물건·83
형체도 없는 바람·84
그림자·86
풀을 뽑다가 1·88
풀을 뽑다가 2·89
뭐든지 파는 세상·90
만년을 기다린다·91
시인의 산문·93
추천사
-
이 시집은 “어느 정도 나이 들어/저승길도 보”인다는 가난하게 늙은 스님이 시로 들려주는 법문이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사랑할 줄도 모르는 그냥 항상 헤헤거리며 웃는 스님의 마음이 잘 썩은 거름 같은 살진 언행록이다. 스님의 시편들을 다 읽고 나니 한적한 법당에서 평생 들을 법문을 다 들은 기분이다. 크고 작은 웃음으로 어두운 나라의 백성을 풀어주고 개인의 삶을 보듬어주던 스님은 시를 통해 인간의 존엄을 가르쳐주신다. 무엇에든 얽매이며 살지 말라는 자유와 해방 의지를,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시원하게 시를 통해 가르쳐주신다. 매일매일 “천둥치고 비 내”리는 우리 인생을 환하게 지혜의 문으로 열어주는 스님의 노래가 여기 있다.
-
효림 스님은 천성이 바보 같은 사람이다. “깃털이 아름다운 새장의 새보다는/하늘로 날아가는 못생긴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며, 부유함을 쫓거나 권력을 부리는 스님들에게서가 아닌 가난하게 늙은 스님을 뵙고 “더러워진 몸을 씻고, 젖은 마음을 말리는” 그런 사람이다. 스님의 시편을 따라가다 보면 뽑혀나가면서도 뽑는 손에 “향기를 남기는” 잡초의 숭고함이 보이고, 천둥과 번개가 지나는 진통을 견디고 핀 “한 송이 꽃”에서 사람 사는 일도 이와 같다는 깨침이 보인다. 또한 거짓과 위선의 시대에 너무 정직했으므로 “무조건 유죄”인 그대들을 대변하는, 세상이 받아주지 않은 노동자의 죽음 앞에 “위선자”라 스스로 자책하는 수행자의 고뇌를 만난다. 『어느 정도 나이 들어 저승길도 보이고』에는 “천하를 다 빼앗기고/마지막으로/자기 자신조차 빼앗겨도/마냥 즐거워”할 줄 아는, 종래에는 사는 법도 죽는 법도 초월하여 바보처럼 웃으며, “무풍기랑(無風起浪)”의 세계를 만들어갈 각오로 만년(萬年)을 기약하는 스님의 지극한 시심(詩心)이 모여 있다.
책 속으로
아무것도 흔들 것이 없어서
아무것도 흔들지 못하고 온
어느 메마른 바람 소릴 듣고
더러워진 귀를 씻는다
아무것도 보여줄 것이 없어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는
비어서 푸르른 하늘을 보며
더러워진 눈을 씻는다
평생 가난한 길로만 걸어와 가난해서
하나도 보여줄 것이 없는 노스님을 찾아간 날은
돌아와 더러워진 몸을 씻고
젖은 마음을 말린다
-「가난하게 늙은 스님을 뵙고 」 전문
출판사 서평
마음 길이 있다기에
물어 찾아갔더니
노스님이
니는 어디서 왔노 하신다
온 곳도 모르고 갈 곳도 모릅니다 하니
그라마 왔든 길로 돌아가거라
그게 니 본래 자리로 찾아가는 길이다
하시고는
멍청한 놈이 다 있다
오지 않았으면 돌아갈 기 뭐 있노 하신다
-「마음을 찾아」 전문
“참으로 선을 수행하는 사람이면 그것이 저절로 시에 배어 나와서 다른 사람들이 그걸 읽고 무릎을 탁 치며, 아하! 좋은 선시로다. 해야지, 머릿속에 선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꾸미고 다듬어 선시의 맛을 내려고 하면, 선시도 못되고, 그냥 시도 못된다. 한마디로 시를 망친다. 내가 시를 쓰는 스님들은 물론이고 선사라고 하는 분들 가운데 그런 분들 많이 봤다.” 는 은사 스님의 말씀을 임효림 스님은 지금도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스님은 자연과 마음 수행을 바탕으로 시를 쓰지만 사람과 세상에 대한 뜨거움이 더 큰 바탕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 아니여
사람으로 사람 소리 들을라면
사람이 존귀한 줄을 알아야지
어진 마음씨 하나는 있어야지
그 물론 세상 안에서나
세상 밖에서나
스스로 주인 노릇은 할 줄 알아야지
쇠기둥 같은 줏대도 하나 있어야지
-「사람」 전문
돌이 돌을 만나 울고 있다
고생했다고
고생한다고
서로의 고달픈 삶을 보듬어 안고
위로하고 있다
이를 악물고 살아야지
이대로 주저앉아서야 되겠느냐고
서로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다
-「농성장에서」 전문
효림 스님은 천성이 바보 같은 사람이다. “깃털이 아름다운 새장의 새보다는/하늘로 날아가는 못생긴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며, 부유함을 쫓거나 권력을 부리는 스님들에게서가 아닌 가난하게 늙은 스님을 뵙고 “더러워진 몸을 씻고, 젖은 마음을 말리는” 그런 사람이다.
어느 정도 나이 들어
저승길도 보이고
삶의 무게나 길이도
달아볼 줄 아는데
여전히 저 고운 달은
어쩔 수가 없구나
-「저 고운 달」 전문
“어느 정도 나이 들어/저승길도 보”인다는 스님의 시편들을 읽으면 한적한 법당에서 평생 들을 법문을 다 들은 것처럼 시원하다. 유쾌한 통찰로 어두운 나라의 백성을 풀어주고 개인의 삶을 보듬어준다. 무엇에든 얽매이며 살지 말라는 자유와 해방 의지를,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하는 스님의 노래가 여기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86111901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2월 23일 | ||
쪽수 | 104쪽 | ||
크기 |
128 * 207
* 13
mm
/ 167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시에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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