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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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거대한 분기』는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신자유주의의 향방을 예측한 책이다.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 두 저자는 《자본의 반격》, 《신자유주의의 위기》 등 전작을 통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역사와 현황을 꾸준히 추적해 왔다. 그 연장에서 이번 저작은 신자유주의 위기, 그 이후 자본주의의 전망을 담고 있다. 저자들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자본주의가 놓인 ‘거대한 분기’에서 선택 가능한 몇 가지 경로를 제시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제라르 뒤메닐
저자 제라르 뒤메닐은 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주임 연구원. 제라르 뒤메닐은 도미니크 레비와 《신자유주의의 위기》, 《자본의 반격》, 《현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등을 썼고, 자크 비데와 《대안마르크스주의》를 함께 썼다.
저자 도미니크 레비는 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주임 연구원. 《신자유주의의 위기》, 《자본의 반격》, 《현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등을 썼다.
목차
- 한국어판 출간에 즈음하여 _ 8
서론 _ 14
1부 역사 동역학
1장 자본주의가 역사의 끝인가? _ 26
● 사회화, 자본주의적 소유 _ 27
● 정부 개입과 정부 기관 _ 29
● 자본주의를 조직하는 사회 계급인 관리직 _ 31
● 조직자본주의의 삼중 계급 구조 _ 35
● 자본주의 금융 _ 38
● 관리자본주의로서 20세기 자본주의, 관리자주의 _ 39
2장 사회 변화의 동역학에서의 대립과 타협 _ 43
● 관리자본주의의 세 가지 사회 질서: 최초의 금융 헤게모니, 전쟁 후의 타협, 그리고 신자유주의 _ 44
● 국가 그리고 민주주의 _ 52
● 혁명적 동맹의 운명 _ 55
● 좌파적 동맹 혹은 우파적 동맹 그리고 지도력: 사회주의와 신관리주의 _ 58
● 생산관계와 사회 질서: 상호적인 관계 _ 60
● 거대한 분기 _ 61
2부 전후의 사회적 형세와 신자유주의
3장 좌파적 타협 _ 66
● 소득과 재산: 보다 평등했던 사회 _ 67
● 성장에 봉사하는 금융 부문 _ 72
● 기업 내 관리직 지배 구조와 임금 노동자의 동맹 _ 74
● 정부를 매개로 한 좌파적 타협: 거대 규모의 국가와 사회 보호 _ 79
● 민족 경제들 _ 80
4장 연속성과 단절 _ 83
● 노동자 운동이 주도하는 사회적 타협 _ 85
● 국제적 관계의 틈 _ 88
● 전후 사회적 타협의 와해 _ 93
5장 ‘1979년의 격변‘에서 2008년 경제 위기까지 _ 94
● ‘1979년의 격변’과 1980년대의 규제 완화,
주변국의 부채 위기와 중심국의 금융 위기 _ 94
● 1990년대의 경제 위기와 신자유주의 전파의 거대한 물결 _ 97
● 1990년대 중후반: 미국 헤게모니 아래서 만개한 신자유주의 _ 99
● 세계화의 전개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_ 100
● 금융화, 규제 완화 그리고 세계화: 미국 경제의 증가하는 불균형 _ 101
● 2008: 결말 _ 104
6장 신자유주의에 의한 고난을 겪는 유럽 _ 107
● 로마에서 마스트리히트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융해된 프로젝트 _ 108
● 경제 위기 이전 그리고 경제 위기에 이르기까지: 스페인의 사례 _ 114
● 독일과 프랑스의 경로들 _ 124
3부 상층에서 벌어지는 긴장
7장 영미식 금융: 모델과 영향력 _ 130
● 금융 부문과 비금융 부문의 소유와 관리: 영미식 신자유주의의 경우 _ 130
● 관리와 소유 네트워크의 전화, 권력 게임 _ 133
● 주주 행동주의, 헤지 펀드, 신자유주의적 기업의 지배 구조 _ 136
● 통제와 소유의 네트워크: 미국 헤게모니 _ 137
8장 유럽의 특수성: 독일식 산업주의와 프랑스식 금융화 _ 146
● 유럽적 특이성과 유럽화 _ 146
● 영미식 신자유주의의 길 밖으로: 신자유주의-신관리주의적 잡종 형성 _ 149
● 프랑스: 정부가 금융의 모래성을 건설하다 _ 152
● 독일과 프랑스: 서로 다른 두 가지 형태를 띠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의 편입 _ 159
9장 국제적 무대 _ 164
● 구 중심부 헤게모니의 쇠퇴 _ 164
● 자본 축적의 모순과 국제 무역의 불균형 _ 170
● 보호주의의 등장 _ 176
● 불안정한 금융 흐름과 저항 중인 주변부 _ 177
10장 미국-유럽: 야망, 우파들의 수렴과 분기 _ 180
● 미국에서 신자유주의적 경로의 연장 _ 180
● 미국의 일시적 호전: 경기 후퇴로부터 부분적 탈출 _ 182
● 미국은 세계화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가? _ 185
● 제국의 중심, 사회 질서의 변화 외에는 다 한다 _ 189
● 유럽: 어려운 상황과 통합 유럽의 미래를 위한 결정적 출구 _ 191
● 유럽의 우파적 컨센서스: 신관리주의적 탈출? _ 195
11장 유럽: 좌파적 타협, 보존과 지양의 경계에서 _ 198
● 금융에 맞선 세 좌파 _ 200
● 프로젝트를 정의하고 사회를 선택하기 _ 202
● 점진주의냐 혁명이냐? 계급 간 동맹 _ 204
● 계급 헤게모니와 국제 헤게모니 _ 209
● 금융 헤게모니를 타도하고 관리의 자율성을 회복하기 _ 210
● 영미 헤게모니를 타도하고 세계화 과정의 정책적 자율성 확보하기 _ 213
● 공동 통치: 어떻게 역사의 반복을 모면할 것인가? _ 216
● 정치적 전망 _ 219
역자 후기 _ 222
책 속으로
영국과 미국 우파 세력의 압력 속에서 때때로 ‘신자유주의 혁명’(사실 그것은 반혁명이다)이라고 불리는 일이 일어났다. 1970년대 일어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은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특권을 회복하려는 정치적 세력이 행동에 들어갔고, 좌파 세력은 1980년대 초 연속적 파업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처할 수가 없었다. 이 복권으로 마가렛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은 영웅이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1983년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시작된 긴축 정책으로의 점진적 전환 속에서 정권 교체의 동역학이 시작되었으며, 유럽은 좌파 세력에 의해 실행된 ‘제3의 길’이라는 코미디의 시대를 보내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자본주의적 시장 이데올로기가 ‘현대성’이라는 이름으로 지배적이 되었고, 공산당의 지지율은 폭락했으며, 극우파가 부상했다. _pp.20~21
19세기 후반부터 오늘날의 시대 그리고 지리학적 측면에서의 구대륙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관리자본주의는 세 시기와 세 가지 사회 질서로 나눠 볼 수 있다. 그 세 가지 기간과 질서는 각각 구조적 위기로 끝이 난다. 우리는 “사회 질서”라는 용어를 계급들과 계급 분파 사이의 타협 및 지배의 변화 과정을 통해 정의되는 권력 형세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것들은 30년 혹은 40년의 주기를 가진다. 구조적 위기는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경기 후퇴와는 구별된다. 구조적 위기는 더욱더 큰 단계에서의 위기이며, 그 위기는 각각 약 10년의 기간 동안 지속된다. 그 기간 동안 경제 활동 축소가 발생한다는 것은 위기의 한 측면만을 이야기할 뿐이다. _p.44
전후 및 신자유주의 타협에 대한 각각의 정의는 두 가지 속성으로 귀착하는데, 그것은 동맹 내에서 나타나는 협력적 성격과 어느 세력이 그 동맹을 이끄는가에 대한 것이다. ‘좌파적’ 동맹인 관리자 계급과 민중 계급의 동맹은 전후 사회적 타협이라는 표현으로 말할 수 있다. 그 반대로 ‘우파적’ 동맹인 관리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의 동맹은 신자유주의라 표현할 수 있다. 먼저 어떤 계급이 지도적 위치에 있었는가를 봐야 하는데, 전후의 사회적 타협에 대해서는 관리자 계급이 지도력을 가졌던 반면에 신자유주의에서는 자본가(금융) 계급이 지도력을 가진다. _p.58
신자유주의가 ‘거대한’ 규모로 발전된 국가를 축소시키는 데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면 전후 첫 십 년간 연방 정부, 주州, 시市 단위의 공공 부문 지출은 평균적으로 국내 총생산의 21%를 차지했다. 이후 그 비율은 1970년대에 29%, 1990년대에 32%, 그리고 2012년에 들어서는 35%를 기록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공적 지출 증가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후퇴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주들은 특히 국유 부문의 소멸이나 축소 및 특정한 산업 정책들의 중단에 의해 그들의 특정한 의무들로부터 해방되었지만 항상 강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이러한 국가 기관의 영속성은 사회화 과정의 불가역성을 보여주는 예다. _p.79
한편, 세계화로의 통합과 신자유주의적 전략이 분리된 대표적인 예로 중국을 들 수 있다. 중국은 값싼 인건비와 특정한 중국적 ‘질서’를 내세워 자국 내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중국은 고유의 발전 전략을 갖추고 매우 빠른 속도로 국제 투자 부문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경제 및 사회적 통치 방식은 자유주의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① 중국 통화인 인민폐의 환율과 거래에 대한 통제, ② 자본 이동의 통제, ③ 정부가 전반적으로 소유한 은행 시스템, ④ 금융 시장 관리, ⑤ 공기업 분야에 집중된 산업 정책 등이 있다. 이러한 형세가 후에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_p.101
신자유주의 과정은 수십 년 전 터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유럽에서 그러한 진행 과정은 영미 국가들의 경우보다는 매우 완만했다. 왜냐하면 유럽에서 금융은 이전 제도들이 가진 구조를 완전히 와해하지 못했고, 또한 유럽 나름대로의 변화 과정을 겪었으며, 관리직이 여전히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무시할 수 없는 ‘신관리주의’ 및 ‘탈신자유주의’라는 역과정이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_p.152
출판사 서평
20세기 자본주의 1·2차 위기,
‘금융 헤게모니’ 시대에서 ‘좌파적 타협’의 시대로
《거대한 분기》의 저자인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는 19세기 후반 이후 나타난 사회 변화의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마르크스 계급 이론을 갱신해 ‘자본가-관리직-민중’의 삼중 계급 구조를 설정한다. 저자들에게 있어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중간적 위치를 점하는 관리직은 단순한 사회적 범주가 아닌 넒은 의미의 사회 계급이다. 저자들은 이 같은 기존 논의를 바탕으로 책에서 19세기 후반부터 2008년 경제 위기까지의 자본주의 역사를 상세히 분석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19세기 말 불어닥친 대불황의 대응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관리자본주의는 2008년 경제 위기 이전까지 세 번의 구조 위기를 겪었다. 저자들은 위기 국면마다 세 계급의 역학 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사회 질서”가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19세기 후반, 과도한 경쟁으로 기업의 자본 수익성이 하락하며 발생한 첫 번째 위기는 이른바 “삼중 혁명”을 통해 극복된다. 삼중 혁명이란 자본가 개인 소유의 기업을 주식회사와 같은 집단적 소유 형태로 전환하는 ‘기업(법인) 혁명’, 대기업을 지원하는 거대 금융 기관이 형성되는 ‘금융 혁명’, 마지막으로 경영 혁신이라 불리는 ‘관리 혁명’을 말한다. 저자들은 특히 ‘관리 혁명’에 주목하며, 이 시기 두 가지의 사회적 타협이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우선 (반독점법으로 보호되는) 전통적 중소 자본가들과 (상층 관리직들에 의해 관리되고 거대 은행들로부터 지원받는) 거대 주식회사 부문 간에 타협이 이뤄졌다. 두 번째 타협은 대자본가 계급과 (주주와 대기업의) 관리직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대자본가들의 이익은 금융 기관에 의해 보호되었고, 이를 통해 대자본가들은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저자들은 이 첫 번째 “사회 질서”를 첫 “금융(‘자본가 계급 상위 분파와 그들의 금융 기관들’)의 헤게모니” 시대로 지칭한다. 관리직과 자본가 계급의 동맹, 그리고 금융이 자본주의 전면에 등장하는 새로운 사회 질서가 형성된 것이다.
뒤이어 미국에서 1929년 주식 시장이 대폭락하며 대공황, 즉 두 번째 위기가 찾아온다. 20세기 초반 대기업과 중소 자본 사이의 기술-조직적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투기적’ 금융이 확대되자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진다. 그러나 정부는 금융의 이해관계에 복무하는 자유방임적 정책 기조로 위기를 벗어날 부양책을 쓸 수 없었다. 심화하던 이 두 번째 위기는 루즈벨트 정부의 뉴딜 정책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출구가 마련된다. 루즈벨트는 금융에 저항하면서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저자들은 이 두 번째 위기에선 (관리직이 주도하는) 민중과 관리직 계급의 동맹, 즉 “좌파적 타협”이 형성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러한 좌파적인 사회적 타협은 자본가 계급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관리직 계급과 민중 계급 사이의 사실상의 동맹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 기간의 특징으로 덜 불평등한 사회, 경제 성장을 위한 금융 분야의 역할, 자본가 계급의 이해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기업 관리, 증대된 정부의 역할과 사회 보장, 국내적 영토 수준에 집중되어 행해지는 경제 활동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적 사회 질서와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대조적이다.”
자본주의 세 번째 위기로 ‘금융 헤게모니’ 부활,
‘좌파 동맹’에서 신자유주의 ‘우파 동맹’으로
‘좌파적 타협’, ‘금융 규제’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전후의 사회 질서는 1970년대 후반 다시 위기를 맞는다. 저자들은 이 세 번째 위기에서 ‘세계화’, ‘금융화’, ‘규제 완화’로 특징되는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분석한다. 대공황 이후 억압됐던 금융이 복귀하는 두 번째 ‘금융 헤게모니’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70년대 들어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1979년 이자율을 10% 넘게 인상한다. 1950년대부터 이 시기 이전까지 실질 이자율은 2~3%대에 머물렀고, 심지어 1975년도에는 마이너스였다. 그래서 저자들은 미국의 이자율 인상을 “1979년 격변”이라고 표현하며, “연준의 결정은 새로운 사회 질서로 들어가는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다. 채권자에게 불리한 인플레이션과 낮은 금융 소득을 문제 삼는 신자유주의적 논리에 기초한 정책적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처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완화했지만, 1980년대 이후 많은 제3세계 국가가 외채 위기에 빠진다. 이자율 상승으로 1982년 멕시코는 국가 부도 상태에 빠졌으며, 주변국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1980년대는 종종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린다. 시기는 약간 다르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멕시코와 비슷한 위기를 경험한다. 1997년 7월부터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대만, 싱가포르 그리고 홍콩과 같은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들도 외채 위기에 빠진다.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위기 이후 계급 간 동맹은 재조정된다. 전후 이어져 온 ‘좌파적 동맹’은 종식되고, 관리직과 자본가(금융) 계급의 ‘우파적 동맹’이 이뤄졌다. 또 전후 좌파적 동맹을 관리직이 주도했다면, 신자유주의하 우파적 동맹은 자본가 계급이 지도력을 행사했다. 자본가-관리직-민중 계급의 역학 관계에 따라 과거와 다른 사회 질서가 다시 형성된 것이다.
신자유주의하 유럽의 두 경로,
‘산업-관리주의’ 독일과 ‘금융-신자유주의’ 프랑스
한편, 저자들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로의 전환 이후 유럽에서 나타난 상반된 경로들에 주목한다. 저자들은 유럽 각국의 이질성 때문에 유럽의 사회 질서를 신자유주의로 단일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프랑스와 독일의 사례를 들며, “관리 네트워크의 지속성과 비교적 약한 금융적 지배로 비추어 볼 때 유럽적 사회 질서는 신자유주의적 측면들과 신관리주의적 측면들이 조합된 형태”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영미식 신자유주의로부터 거리를 두며 산업주의와 (관리직 계급이 주도하는 자본-관리직 계급 동맹 안에서) 관리주의의 길을 걸었다. 반면 프랑스는 자국의 공공 금융 기관을 민영화하고, 경제를 산업 생산에서 금융 투자를 중심으로 재편하며 ‘금융화’와 ‘세계화’에 올인했다. 결과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2003년 이후로 독일과 프랑스 산업 생산 및 2012년에 두 나라 사이의 실업률(독일의 5%와 프랑스의 11%, 그리고 스페인은 26%) 간 대조가 특히 인상적이다. 그러한 차이들은 각각 금융 부문 또는 산업 부문을 우선시하는 경로를 선택한 1990년대 말 이후로 축적되었다. 위기가 발생하자 이러한 운동들은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문의 추락을 통해 명확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경우 지독하게도 금융적 경로의 끝은 이중적인, 즉 산업과 금융 모두의 실패였다.”
저자들은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는 신자유주의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라는 데 여러 좌파 경제학자들과 의견을 같이한다. “통제로부터 벗어난 세계화와 금융화라는 신자유주의의 전반적인 틀이 경제 위기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측면은 신자유주의적 형태 및 메커니즘의 진행 수준과 상관없이 신자유주의 노선을 택한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통제 불가능한 신자유주의적 틀은 어쨌거나 붕괴될 운명이었다.”
‘거대한 분기’를 맞은 신자유주의,
앞으로의 자본주의는?
19세기 후반 이후 반복된 경제 위기에서 자본주의 발전 단계와 계급 간 역관계에 따라 새로운 사회 질서가 형성되어 왔다. 가깝게 보면, (자본가 계급이 주도하는) 자본-관리직 계급 동맹 아래 금융화와 세계화로 무장한 (영미식) 신자유주의가 지난 4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 왔다. 그러나 더 긴 역사적 차원에서 보면, 이 계급 관계와 자본주의 국면은 반복해서 ‘거대한 분기’를 맞았고, 매번 새롭게 재편되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즉 신자유주의 위기 이후 세계는 또 한 번의 ‘거대한 분기’에 놓여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있다. 미국에선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를 구원하기 위해 이른바 ‘양적 완화’ 등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이는 그들이 받드는 신자유주의 교리와 다르게 1930년대 뉴딜식 국가 개입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국가 개입은 금융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진 않는다. 저자들은 이 점에서 “관리직 계급과 민중 계급 사이의 새로운 동맹을 바탕으로 자본주의를 단계적으로 지양하는 점진주의적 경로 외에 또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두 저자는 《거대한 분기》에서 현재의 신자유주의 위기가 곧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로 이어진다거나, 혹은 자본주의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등의 자본주의의 전망에 관한 단정적 낙관도 비관도 자제한다. 다만,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자본주의가 놓인 ‘거대한 분기’에서 선택 가능한 몇 가지 경로를 제시한다.
“우리는 영미식 신자유주의에 대한 유럽의 상대적 자율성 및 유럽의 특정한 관리 네트워크로의 종속이라는 점에서 유럽 대륙에서 신자유주의를 지양할 수 있는 쇄신의 요소를 볼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 신자유주의-신관리주의-산업주의적인 (독일의) 경로와 신자유주의-금융이라는 (프랑스적) 경로 사이의 대립이 매우 강해 유럽 대륙의 폭발 위험이 크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립이 독일 경제 자체를 관통하고 있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폭발적 민중 운동이 부재한 가운데 미래를 주도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지도 못하는 우파들이 민중 계급을 위한 것도 지배 계급을 위한 것도 아닌 경쟁자들 사이의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 진단한다. 민중 계급의 파국적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헬조선’뿐 아니라 우리 시대 세계의 노동자-민중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현실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 책속으로 추가 *
긴 세월 동안 금융 산업의 모범이 되어 온 미국의 지위에 도전할 수 있는 경쟁자는 이제까지 없었다. 금융적이고 경제적인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일부 국가들 및 최근 미국 금융 체계의 쇠퇴와 연관된 효과를 보면 미국이 가지고 있는 지도력의 미래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미국식 경제 체계를 채택하는 데 조심스러웠던 국가들이 위기를 더 잘 견뎌낼 수 있었다. 금융 시스템을 더 엄격하게 통제했던 브라질과 중국 같은 국가들이 위기를 더 잘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최적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던 미국적 체계는, 보다 통제된 방식으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체계들은 물론이고, 미국적 체계가 발생시키는 최근의 취약성으로 인해 도전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_pp.188~189
기본정보
ISBN | 9791186036242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9월 29일 | ||
쪽수 | 236쪽 | ||
크기 |
140 * 205
* 17
mm
/ 36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La Grande Bifurcation. En Finir Avec Le Neoliberalisme/Dumen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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