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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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썰물과 밀물 __
민주당사건__
운암산(雲岩山)__
동창리의 참살(慘殺)__
새로운 질서 __
중국인민지원군(중공군)__
강석준이네__
전쟁고아들__
군수품공장 __
빽(Back)의 위력__
진실과 허위__
기술부__
아들과 어머니__
선옥 누나의 집착__
군수공장 폭격__
갈림길__
늑대의 소굴__
위대한 소련과 형제적 중국__
정전 회담__
의리와 가치관__
특수훈련__
동부전선 __
땅굴과 암벽__
평화에 매료된 인민군대__
서해안으로의 이동__
비상사고__
평양노동학원 __
김책공업대학__
남포제련소 __
숙명적인 실책__
돌파구__
책 속으로
[저자 서문]
탈북자들의 파란만장했던 수난의 역경은 한국의 품에 안긴 후에도 오랫동안 악몽으로 되살아나곤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후유증-신드롬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뜨거운 동포애와 배려를 피부로 체감할수록 철의 장막 속에서 노예처럼 살아온 울분을 세상에 낱낱이 고발하고 싶은 충동은 탈북자들마다의 가슴속에서 용솟음치는 당연한 반발이라고 여겨집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은 겨레의 호기심을 부추기기엔 너무나 충격적이고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너무나도 눈물겨운 사연입니다. 바로 이러한 현실이 제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 탈북자를 소재로 소신을 토로하게 된 동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소설가도, 북한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도 아닙니다. 다만 탈북자 중의 한 사람이라는 명분으로 김봉덕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50여 년 전의 북한의 실정을 소설 《행운아》를 통하여 밝혀 보았습니다. 동시에 분단된 한반도가 왜 70년이 지났어도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이룩하지 못했고 분단의 상처에서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는가를 북한이라는 《집단수용소》이며 왕권세습 독재사회의 가치관에서 독자들이 답을 찾아주길 기대했습니다.
소설《행운아》에서 김봉덕은 거침없는 ‘행운아’로 부각되었으나 그 ‘행운아’의 이면에는 끊임없는 도전과 허다한 우여곡절이 숨어있었다는 것도 독자 여러분들에게 암시하고 있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실재했던 혹은 실재하는 인물들일 수도 있습니다. 조구메기의 깡패들을 비롯한 일부 실명을 제외하면 모두 가명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감사합니다.
끝으로 행운아가 출판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자은사(慈恩寺)의 조주(照週)스님과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2015년 11월
타슈켄트에서 김문욱
썰물과 밀물
철산(鐵山)반도의 맨 끝단에 《기봉리(起鳳里)》라는 농어촌 마을이 있다. 민간에서는 기봉리를 《조구메기》라고 불렀다. 조구메기라는 이름은 아마도 봄철에 참조기를 많이 잡아들이는 어촌이라는 데서 나온 것 같다.
조구메기의 해는 아침에 《서낭당》 뒤에서 두둥실 떠올라 낮 동안은 바다 위에 높이 떠 있다가 저녁이면 알섬 뒤에 있는 바닷물 속으로 서서히 숨어버리곤 한다. 고래 같은 검은 바위를 떠안고 있는 배산(拜山)이 조구메기의 오른편에 높이 솟아있다. 바로 그 검은 바위 밑으로는 동굴이 있는데 한때 이 동굴에 살았다는 백두산 호랑이가 조구메기의 민가에도 출몰했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황혼의 알섬은 햇빛을 받아 분홍색으로 물들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산더미처럼 밀려오는 파도의 밀물이 삼킬듯이 달려들면 절벽과 암반으로 둘러싸인 알섬은 검푸른 괴물로 변하곤 한다. 폭풍우와 세찬 파도에 휩싸이는 알섬은 성난 호랑이처럼 으르렁 거릴 때도 있다. 알섬은 조구메기의 어느 곳에서나 잘 바라보이는 무인도로서 옛날부터 섬을 둘러싼 수많은 설화가 전해져 왔다. 철산고을 사또가 죄인을 잡아 알섬으로 유배를 보냈는데 알섬에 보내지는 죄인은 종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해서 한때 ‘도깨비 섬’으로 통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해변의 서민들에겐 알섬은 항상 고마운 구원의 섬으로 전해져 왔다. 알섬이란 이름이 말해 주듯 발을 내딛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촘촘히 깔린 물새 알은 서민들의 훌륭한 먹거리로 활용되어 왔으므로 흉년의 보릿고개도 끄떡없이 넘겼다고 하니 얼마나 고마운 섬인가. 작은 만(灣)을 형성한 조구메기의 앞바다는 암초가 없는 갯벌로 되어있어 썰물은 알섬까지 나갔다가 밀물로 모래사장을 적시면서 민가 근처로 깊숙이 되돌아 들어온다. 알섬은 조구메기 앞바다의 왼쪽으로 뻗은 《정삿곶》에서는 금방 코앞이다. 썰물 때의 알섬은 갯벌의 ‘십리길’을 걷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었지만 늑대가 출몰한다는 험한 정삿곶의 솔밭과 찔레나무 가시덤불 길을 조구메기사람들은 꺼렸다. 조구메기의 모래사장에서 알섬까지는 이곳 사람들이 십리벌이라 했으나 육안으로는 알섬의 정체를 명확히 구별해 낼 수가 없는 거리에 놓여있다. 달이 지구에 가까이 다가오면 썰물은 알섬을 훨씬 빠져나갈 때도 있다. 알섬 근처의 갯벌엔 홍합을 비롯한 각종 조개류와 토어가 왕성하여 갯벌은 조개잡이꾼들로 항상 북적인다. 하늘과 바닷물이 맞닿은 수평선에서 가물거리던 고깃배들은 밀물을 따라 돛을 높이 달고 구성진 뱃노래를 부르며 조구메기 모래사장까지 들어온다. 펄펄뛰는 조기, 갈치, 병어, 민어들이 도매상들의 손을 거쳐 철산고을 어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기간엔 뱃사람들의 푸짐한 풍어축제가 펼쳐진다. 이럴 땐 조구메기의 남녀노소 모두가 명절 분위기에 휩싸인다. 조구메기의 가구는
출판사 서평
북한 체재가 시작되면서 지주인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차례대로 죽임을 당하고, 고향을 떠나 출신성분을 숨긴 채 김책공업대학까지 졸업한 소년 김문욱, 결국 출신성분이 들통나면서 수용소로 끌려가는 도중에 탈북을 선택하는 시대상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도도한 역사의 탁류 속에서 가족이 해체되고,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뿌리가 흔들리는 쓰라린 개인사가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책속으로 추가
모두 합쳐야 80호나 될까한 연안김씨 문중의 조그마한 농어촌이었으니 모두가 친척이나 이웃사촌이었다. 이른 봄의 서낭당 뒷산은 겨우내 내린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온통 연분홍색 진달래꽃으로 활짝 뒤덮인다. 조구메기 사람들은 진달래꽃이 만발하면 조구메기를 지켜주는 서낭신이 겨울을 빨리 쫓아버리면서 매년 풍년과 풍어를 약속해 주는 것이라고 흡족해 했다. 사계절이 분명한데다가 엄동설한의 삼한사온은 조구메기를 천혜의 시골로 농어촌으로 만들었다. 조구메기에서 뿌리를 내린 사람들은 좀처럼 조상이 물려준 땅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조구메기엔 소학교가 하나 있어 4.5리나 될까한 인근 부락의 《도무세》에서 통학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도무세는 김해김씨네 문중이다. 조구메기 소학교도 도무세와 공동으로 설립되었다. 소학교는 연안김씨문중과 김해김씨네가 함께 모여 ‘대사’를 의논할 때 ‘공회당’으로도 애용되곤 했다. 철산고을에서 ‘차력사’가 왔을 때도 조구메기와 도무세 사람들이, 소학교 운동장에 모두 모여 신기한 차력술을 구경했다. 특히, 팔뚝근육에 쇠사슬을 찌르고 물을 가득담은 양동이를 쇠사슬에 매어놓은 후 위로 들어 올리는 장면이라든가 차력사가 입으로 불을 활활 뿜어내는 광경은 대 장관이었다.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소년이 차력을 흉내 내다가 큰 사고를 낸 일이 생겨 다시는 차력사를 조구메기로 부르지 않았다고 하니 조구메기는 분명히 두메산골이었다.
기본정보
ISBN | 9791185923130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1월 30일 |
쪽수 | 276쪽 |
크기 |
155 * 225
mm
/ 43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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