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인육 비사: 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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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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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1 인간을 도축하는 백정
2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3 임금, 죄를 사하다
4 반야산에 사는 범
5 모두 나의 백성이다
6 인간의 탈을 쓴 악귀
7 묘적사의 승려들
8 끓어오르는 불가마, 조선
9 호랑이가 된 백정
10 빛을 잃은 혜안
11 드러나는 일각
12 한재(旱災)의 깊은 뿌리
13 범의 행적, 그리고 마혈주
14 통곡하는 민초
15 악귀가 겨눈 검
16 소멸되는 만난(萬難)의 소리
17 호접(蝴蝶)의 날갯짓
18 익지 않는 귀
19 악귀의 묘수
20 뱀의 지혜
21 굴대 없는 물레방아
22 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리
23 성군의 역사는 빛나야 한다
24 돋아나는 새살
작가 후기
책 속으로
식은땀 한 줄기가 초한의 등허리를 타고 흘렀다. 절명하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 싶은 처절한 고통이었지만 초한은 집에서 기다릴 식솔들의 초췌한 인상들을 떠올리며 인내했다. 그는 해진 바지를 최대한 내려 입어 절단면을 가렸다. 바람이 멎자, 천지를 두 쪽으로 갈라놓을 듯 극렬했던 고통도 차츰 멀어져갔다.
어느새 안개는 제법 옅어져 있었다. 초한은 그 자리에 서서 사방을 훑었다. 이따금 흙더미가 움직인다 싶으면 열이면 열, 땅강아지였다. 그는 산길을 조금 더 오르기로 했다.
(19p)
양반들 사이에서 노비를 사고파는 일은 흔했다. 어리고 어여쁜 동녀 노비들은 늙고 병든 노인의 노리개로 팔려갔고, 변성기가 찾아와 사내냄새가 풍기는 동자 노비들은 마치 화폐처럼 거래되었다. 이유인즉 노비 중에 가장 오래 사용할 수 있고 풍부한 아기 씨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팔린 노비는 다시는 원래 주인에게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 공공연한 규칙이었는데, 만약 그를 어길 시에는 참형이 내려졌다.
(41p)
“닥치거라! 어찌하여 그대들은 큰 것은 보지 못하고 작은 것만 보려 하는가. 삼법사는 어제 그 백정이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을 터다. 대신들의 입은 깃털보다도 가벼우니, 벌써 백정이 했던 말들이 이미 궐내에서 다 돌았을 것이다. 허면 똑똑히 들어라. 조선은 선비만의 나라가 아니다! 저잣거리에 나앉은 헐벗은 저 백정, 천민, 노비, 상인, 양인! 그들 모두 조선의 백성이다! 그대들이 먹고! 자고! 싸고! 할 수 있는 것이 누구의 덕이더냐? 밤낮 괭이질해가며 곡식을 뿌려대는 저 노비들과 머슴들의 덕이 아니더냐? 그런데 저자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 쉬이 생각하느냐. 이 무능하고, 무능하고, 또 무능한 자들아!”
임금의 격노한 얼굴이 타오르는 치우천왕의 형상처럼 붉었다. 대신들은 모두 함구령이라도 내려진 듯 굳게 입을 다물 뿐이었다.
(57p)
영변군에서야 으리으리한 가옥을 짓고 호의호식하는 집안의 독자였지만, 도성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박윤회의 선조는 고려왕조의 신임을 얻었던 권문세족으로 집안 역시 대단한 명문가였다. 그 가옥과 가세는 신진사대부에 의해 수없이 위협을 받아왔지만, 일찍이 조선이 개국하면서 신진사대부와 손을 잡은 그의 아버지 박충회에 의해 절반 정도는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협력적 관계일지언정 본디 신진사대부와 권문세족은 집권여당과 몰락한 세력의 관계. 보이지 않는 권력의 압박이 수없이 가문에 가해지고 있었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자가 바로 박충회의 독자 박윤회였다.
(64p)
물론 김의정이 그런 책임을 모를 리 만무했다. 단지, 신하가 임금에게 불충을 저지르면서까지 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을 뿐이다. 김의정 또한 사헌부 감찰관 이인손과 마찬가지로 이계린이 전옥서에 투옥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런 연유로, 임무 누설은 이계린에게 어떠한 심리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에 기인한 셈이었다.
그러나 김의정의 바람과는 달리 이계린은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단지, 감찰임무를 떠나는 제자의 두 손을 잡으며 이 한마디만을 전했을 뿐이다.
“무사해야 한다……. 내 이 말을 근자에 자주 하게 되는구나…….”
(90p)
출판사 서평
영화 ‘연가시’의 원안작가로 알려진 조동인 작가의 첫 출간 역사소설
정조, 성종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성군으로 추앙받는 임금 세종. 너무나 잘 알려진 훈민정음 창제를 비롯해 지금까지 수많은 방송, 서적 콘텐츠로 그의 위대한 역사를 다뤄왔지만 그 뒤에 감춰져 있던 재앙을 들춘 적은 없었다.
때는 세종 재위 29년인 1447년 봄.
안질, 창질, 각기병 등 갖은 질병으로 재위 말기에 고생하던 세종에게 믿을 수 없는 계문이 올라온다.
“금년 봄에 기근(飢饉)이 너무 심하여 사람의 고기를 먹는 자까지 있었습니다.”
대사헌 이계린의 계문은 조정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은 물론, 세자(훗날 문종)에게 대리청정을 위임할 만큼 건강상태가 악화되어있던 세종에게도 충격이었을 터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재(旱災)로 고통받는 백성들, 먹을 것이 없어 인육을 먹어야만 했던 참혹했던 역사와 태평성대에 감춰져 있던 핍박받던 천민들의 삶은 물론, 대왕 세종의 고뇌를 심도 있게 다뤘다.
작가는 소설 집필에 앞서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인 만큼 사료수집에 심혈을 기울였다. 작중에 소개되는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사료가 이를 방증한다. 실록의 실역사와 소설적 허구가 가미된 궁중 암투와 집권당과 몰락당파의 당쟁을 인물에 빗대어 그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역사소설에 극적 요소를 더 했다.
출판사 리뷰
북팔 미스터리 분야 1위의 화제작
영화 ‘연가시’의 원안 작가로 잘 알려진 조동인의 미스터리 역사 장편소설 ‘세종 인육 비사’는 북팔 미스터리 분야에서 장기간 1위에 오르며 네티즌의 지지를 받았다. 조선 시대의 ‘인육사건’은 무겁지만 참신한 소재로써 젊은 층이 주요 독자인 인터넷 공간에서 역사소설로는 드물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추앙받는 성군인 세종의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다룬다. 일반인의 정서상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인 만큼 작가는 사료 수집에 심혈을 기울였고 각 장마다 서두에 소개되는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사료들은 이를 방증한다.
성군의 역사는 위대해야만 한다
위대한 역사를 위해 숨겨야 했던 이야기
때는 세종 재위 29년인 1447년 봄.
안질, 창질, 각기병 등 갖은 질병으로 재위 말기에 고생하던 세종에게 믿을 수 없는 계문이 올라온다.
“금년 봄에 기근(飢饉)이 너무 심하여 사람의 고기를 먹는 자까지 있었습니다.”
대사헌 이계린의 계문은 조정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은 물론, 세자에게 대리청정을 위임할 만큼 건강상태가 악화되어있던 세종에게도 충격이었을 터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재(旱災)로 고통받는 백성들, 먹을 것이 없어 인육을 먹어야만 했던 참혹했던 역사와 태평성대에 감춰져 있던 핍박받던 천민들의 삶, 그 속에서 고뇌해야 했던 대왕 세종.
실록의 실역사와 소설적 허구가 가미된 궁중 암투와 집권당과 몰락당파의 대립구도를 실존 인물에 빗대어 그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역사소설에 극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치밀한 플롯하에 전개되는 역모를 추적하는 자들의 추리과정은 지적인 재미와 오락적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키며, 작가가 면밀하게 설계해 놓은 복선과 암시는 독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놀라운 반전과 진실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권문세가 출신으로 조선 사대부의 핍박을 받는 박윤회, 세종의 밀명을 받은 감찰관 이인손, 세종의 말년을 지켜낸 세자 문종, 노비의 신분에서 대호군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장영실 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은 사료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묘사됨과 동시에 실제 그러했으리라 착각이 들 만큼 입체적인 살아있는 캐릭터로 승화되어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작가는 글을 쓰는 내내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옮겨 적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더 파헤쳐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 또한 작가와 같은 마음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속으로 추가
“밖에 상선 있는가?”
임금이 다급한 목소리로 상선을 찾았다.
“예, 전하.”
“들라!”
임금의 외침에 상선이 침전에 드니 임금이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 좌우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지, 지금이 몇 시쯤 되었느냐?”
임금이 조심스레 물었다.
“왜 그러시옵니까? 전하…….”
상선이 의아하여 되물었다. 그러자 임금이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목소리를 낮출 것을 종용했다.
“몇 시쯤 되었느냐?”
“사시(巳時 : 오전 9시~11시)쯤 되었사옵니다.”
“…….”
임금이 상선의 말을 듣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눈은 초점을 잃고 자꾸만 좌우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해가 뜨질 않는구나…….”
임금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려왔다. 상선은 그 말을 쉬이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해는 중천에 떴는데, 나는 아직도 밤이구나…….”
(132p)
눅눅한 공기가 방 안에 가득했다. 정오께 찾아든 열기는 지박령 처럼 빠져나가지도 않고, 흙벽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 곳에 있자면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도 사리판별이 쉽지 않을 터였다. 거기에 전 포도4조 조장 조배호가 있었다.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머리를 싸매고 갈등하고 있었다.
반정의 무리들이 품고 있는 것이 역심일지도 모르는 가운데, 식솔의 안위를 택할 것인지, 임금의 어지를 받잡을 것인지, 그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러나 둘 중 어느 것을 고른다 한들 그처럼 미력한 하급 무관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은 자명했다.
(227p)
“대감, 고려의 권문세족을 몰아내고 조선의 실권을 장악한 사대부가 세운 이념이 무엇입니까? 바로 민본입니다. 민심을 근본으로 하는 정치사상 말입니다! 팽두이숙이라 하셨습니까? 이 사람에게 머리를 삶는 일은 바로 죽어가는 백성들을 살리는 것입니다. 대감이 말하는 대의는 저에겐 그저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감이 하는 일 덕분에 굶어 죽는 백성들이 그나마 조금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간 참아온 것입니다. 헌데, 듣자하니 파옥사건을 백성들의 짓으로 몰아세우려 한다지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장영실의 태도에 정숙호는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261p)
그 순간 장영실은 다짐했다. 모든 일을 마무리 짓고, 평생 속죄하는 삶을 살아가겠노라고.
“장…… 영실…….”
윤 적이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 장영실의 소매를 붙잡았다.
“장영실……. 조선이, 조선이…… 살아야…… 배, 배, 백성도…… 산…… 다.”
하얗게 눈을 뒤집으며, 넘어가는 숨을 붙잡고 윤 적이 마지막으로 내뱉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장영실은 윤 적의 주검을 일으켜 축 늘어진 목을 바로 세우고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틀렸다. 백성이 살아야…… 조선이 산다.”
(282p)
기본정보
ISBN | 9791185851013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11월 10일 |
쪽수 | 376쪽 |
크기 |
140 * 210
* 20
mm
/ 57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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