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읽어주는 책'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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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앞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못골시장과 남문시장의 스피커에서는 이은정 사서 디제이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농식품 전문사서로 7년간 자료실을 운영한 저자가, 세계 최초로 ‘시장에서 책을 읽는’ 이색 방송을 시도한 것이다. 덕분에 수원 소재 7개 전통시장의 1,500여 상인들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세계 고전부터 어류에 관한 전문 에세이, SF소설까지 양서 50권을 두루 ‘배우고 익힐’ 호사를 누렸다. 저자는 지난 4년간 매월 방송한 대본과 방송을 준비하며 쓴 일기를 모아 『전통시장 ‘읽어주는 책’ 방송』(값 15,000원, 도서출판 이채)’으로 펴냈다.
『전통시장 ‘읽어주는 책’ 방송』에는 전통시장에서 책 읽는 방송을 하게 된 계기와 책을 선정하고 대본을 쓴 과정, 현장 방송 중의 에피소드, 방송을 들은 상인과 시장 고객들의 반응 등 아마추어 디제이로서 좌충우돌하며 시장 상인들과 웃음 속에서 하나 되는 따뜻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좌충우돌하며 웃음 속에 시장 상인과 하나 되는 현장사서의 따뜻한 이야기
“오히려 제가 음향기기를 다루는 기술을 배웠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상인회와 소통하는 경험을 얻었지요. 무엇보다 방송 준비과정에서 500권이 넘는 책을 읽었어요. 평생 이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잖아요”라고 저자는 겸손하게 소회를 밝혔다. 2019년 11월을 끝으로 방송을 그만두고, 지금은 전국 농수산물 경매가 이루어지는 이른 아침, 송파구 가락시장으로 출근하여 중도매인들을 만난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농수산물 도매가격과 거래상황을 조사하고 오후엔 수출지원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과 국민경제가 밀접한 터라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도 마스크와 독한 소독제로 온몸을 무장하고 시장 가는 일을 멈출 수 없다. 물이 많이 튀는 시장바닥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려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5천 원짜리 장화에 밀짚모자 차림이 제격이다. 가락시장에서 책을 들고 다니며 상인들에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을 만나면, 저자 이은정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전통시장 ‘읽어주는 책’ 방송』 마지막 장에는 방송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단계별로 체크리스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다. 방송 첫 책인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부터 마지막 책인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까지, 부록으로 ‘읽은 책 목록’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방송을 진행하는 데에는 수원 못골시장과 남문시장의 상인분들과 수원 소재 독립서점, 도서관계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다.
“남문시장 상인분들께서 계속 책을 읽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지금은 방송을 하지 못하지만 쉬지 말고 책을 가까이하시라고 ‘잔소리’를 보냅니다” 하고 출간 소감을 전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은정
조선일보, 세계일보/세계닷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20여 년을 도서관과 정보 분야에서 일한 현장사서다. 2005년 미국 카트리나 태풍 재난을 트위터로 생중계한 외신을 보고, 재난 정보와 한글어 검색에 관심을 가졌다. 그 해 트위터의 몇 안 되는 한국인 이용자가 됐고, 이후 한글 형태소분석기, 도로전광판, 통합콜센터, 재난감시 라이더, 상용 GIS(맵서비스, 내비게이션) 개발 등에 참여했다. 2013년 우리도서관재단 도서관사업 담당으로 다시 도서관 현장에 돌아왔고, 2014년부터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농식품 전문사서로 7년간 자료실을 운영했다. 2016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수원 소재 전통시장인 못골시장과 남문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4년간 ‘읽어주는 책’ 방송을 진행했다. 지금은 서울경기지역 농식품 수출 및 국내 유통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전공이 한국 서지(書誌)학이다. 스승님 따라 계속 공부하고 싶었고, 비교서지 연구로 유학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육아 등의 문제로 때마다 좌절했단다. 올해 바람을 이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우리나라 농식품 유통 관련 서지연구를 목표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목차
- 서론 _ 4
1부 방송 시작
책읽기, 이번엔 시장이다 _ 16
『두근두근 내 인생』 _ 20
아무래도 읽지 못하는 명작 _ 23
시장과 친해지자 _ 28
표현의 달인 _ 31
대본 | 1회 『두근두근 내 인생』 _ 38
2부 못골시장
평범한 작가 _ 48
인생이란 드라마, 방송 독립 _ 52
전통시장 방송의 진화 _ 58
사회적인 맛 _ 62
책 방송,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다 _ 66
명절에도 방송을 미루면 안 된다 _ 68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_ 70
대본 | 23회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_ 78
3부 남문시장
남문시장 통합방송 _ 92
첫 방송, 『청소년 사전』 _ 95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_ 100
녹음 방송만 할까? _ 105
『낭송 열하일기』 _ 108
루이제 린저와 수원의 나혜석 _ 114
『쓸 만한 인간』 _ 119
사춘기 『빨간 머리 앤』 _ 126
100회 기념 방송 _ 132
대본 | 30회 『낭송 열하일기』 _ 138
4부 방송을 넘어
연결된 농식품 독서 _ 154
못골시장 방송국 송년회 _ 165
사만키로미터의 『가지가지도감』 _ 167
강박증과 『그림의 맛』 _ 174
새로운 세대 _ 179
『그리움을 위하여』 _ 185
나약한 시간 _ 190
대본 | 45회 『90년생이 온다』 _ 200
5부 방송 종료
방송 준비 몇 가지 _ 214
전통시장에서 SF를 읽다 _ 217
책이 없어지는 건 읽는다는 신호다 _ 223
『우리 동네 씨앗 도서관』 _ 226
『여행의 이유』 _ 230
늙지 않을 시간 _ 233
다시 시작 _ 239
대본 | 49회 『우리 동네 씨앗 도서관』 _ 246
에필로그 _ 259
부록
방송 및 읽은 책 목록 _ 261
방송 관계도 _ 263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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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서가 처음 시장에 찾아왔을 때 ‘방송하겠어?’라고 반신반의했습니다. 방송하고 싶다고 시장을 찾지만 정작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웬 어수룩해 보이는 사람이 책을 들고 와 ‘읽는 방송’을 하겠다니 낯설었습니다. 상인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는데 방송 덕분에 못골시장, 남문시장은 좀 읽었죠. ‘읽어주는 책’ 방송이 우리 곁에 4년을 함께했습니다. 전통시장이 많은 사람이 찾는 신나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한번 시장에 발 디딘 사람은 계속 시장사람입니다. 우리 이야기를 책으로 써줘서 감사합니다.
-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도서관을 원한다. 새로운 도서관은 새로운 상상, 실력을 갖춘 사서가 만든다. 새 감각으로 가득한 생생한 도서관은 새로운 사람세상을 만든다. 모든 게 변화할 때, 제대로 된 방향으로 실천력을 갖춘 사서가 우리 곁에 있다. 사람들이 책을 못 읽고 있을 때, 그들 곁으로 찾아가 책을 읽고 살 만한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간 사서, 이은정이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 만들기에 주저할 때, 신나고 엉뚱한 도전에 나선 사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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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도서관을 취재하면서 많은 사서를 만났지만 이은정 사서는 그중 손에 꼽을 수 있는, 활동력이 넘치는 사서입니다. 책에는 더 많은 독자를 만나기 위해 도서관 밖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서,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독자,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 노동조합 활동으로 마음고생을 한 직장인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책을 사랑하며 도서관과 사서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일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85788227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0월 26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28 * 188
* 24
mm
/ 25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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