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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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저작권 중계회사 ‘임프리마 코리아’ 영미권 담당부장, 도서출판 ‘사람과책’ 편집부장 등을 역임했다. 약 300여 종에 달하는 영서를 번역했다. 학계에서 발표한 다양한 ‘번역방법론’ 및 ‘한글 특징’ 백여 편을 정리하고 25년에 걸친 번역 경력을 접목해,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번역방법론을 강의하며 검증해서 ‘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로 발표했다. ‘비꽃’에서 천민자본주의를 화려하게 풍자한 ‘찰스 디킨스 선집’을 필두로, 파시즘을 파헤치는 ‘조지 오웰 삼부작’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새롭게 번역했다. 영미 고전 작품 전체를 새롭게 번역해서 한국사회의 문화토양을 굳건히 다지는 걸 목표로 오늘도 힘차게 살아간다.
목차
- 말리 유령 첫 번째 마당
첫 번째 크리스마스 유령 두 번째 마당
두 번째 크리스마스 유령 세 번째 마당
마지막 유령 네 번째 마당
끝나는 이야기 다섯 번째 마당
부록 - 작품해설
출판사 서평
‘스크루지 영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스크루지 영감’이 세계적인 대문호 찰스 디킨스 작품 ‘크리스마스 캐럴’ 주인공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많다. ‘크리스마스 캐럴’ 자체를 동화 수준으로 이미지만 따고, ‘스크루지 영감’을 동화 속 인물로 단순하게 번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캐럴’은 찰스 디킨스 문학의 백미요, 그 자체로 “완벽한 보석”이다. 화려한 문장에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작품이다. 현대문명에 대한 처절한 비판이며, 자본주의와 빈익빈 부익부, 그리고 인간소외에 대한 고발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인간을 파악하며 대안을 모색한 작품이다.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집필한 건 서른세 살 때다. 이전에도 그렇고 이후에도 그렇고 디킨스는 월간지나 주간지 잡지에다 원고를 발표하고 나중에 그것을 모아서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캐럴’은 처음부터 완결판으로 나왔다. 이야기 전체를 구상하고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유일한 작품이다. 탄탄한 짜임새는 물론 젊은 혈기로 바라보는 정의와 특유의 천재성이 그만큼 돋보일 수밖에 없다.
디킨스는 평소에 아동 착취 현상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우려했다. 런던 빈민가 무료 교육기관에 방문해 “런던 여기저기에서 끔찍한 모습을 수없이 보았지만, 여기처럼 끔찍한 곳은 처음이다”고 친구에게 하소연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무지’와 ‘가난’에 시달리는 모습을 사회에 호소할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구상한다. 그래서 스크루지라는 독특하고 복잡미묘한 인물을 설정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세 유령을 통해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비틀린 유머 감각에서 ‘스크루지 영감’이 회개하고 구원받을 가능성도 보여준다. “크리스마스 푸딩에 모조리 넣고 푹푹 끓여서 호랑가시나무 말뚝을 심장에 박아 땅속에 묻고 싶어”라는 말에서, 나중에는 “조카 양반, 의회로 안 가는 게 이상할 정도야”라는 말에서, 그리고 “내가 베들럼 정신병원으로 들어가든지 해야지, 원!”라는 말에서 우리는 괴팍한 유머를 볼 수 있다.
이런 유머 감각은 스크루지가 잠옷 차림으로 편하게 지낼 때 말리 유령이 나타나도 처음에는 “자네는 소화가 안 된 쇠고기 덩어리이거나 겨자 찌꺼기이거나 치즈 조각이거나 설익은 감자일 수도 있어. 자네한테서 관뚜껑이 아니라 솥뚜껑 냄새가 풍기거든”이라며 면박까지 줄 정도다. 하지만 유령이 무섭게 울부짖으며 쇠사슬을 휘두르고 아래턱이 가슴팍으로 툭 떨어질 때는 재빨리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며 열심히 빈다. 공포에 사로잡힌 모습에서 인간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말리 유령에게 다정다감한 모습까지 드러내, 늙은 구두쇠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복잡한 인간상을 제시한다. 디킨스 자신이 낭독회에서 “스크루지가 나중에 회개할 가능성을 나는 예리한 유머 감각에서 찾았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모습은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과 환상여행을 떠나면서 구원받을 가능성으로 나아간다. 고향 마을을 보는 순간 딱딱하게 굳은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아이들이 재미있게 떠들면서 다가올 때는 하나하나 이름을 떠올리며 ‘아이들을 보고서 내가 이렇게 한없이 기쁜 까닭은 무얼까? 아이들이 지날 때 차갑던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이 콩닥거린 까닭은 무얼까? 아이들이 각자 집으로 가려고 네거리나 샛길에서 헤어지며 서로 ‘즐거운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쁨이 가득 몰려드는 까닭은 무얼까?’ 하고 생각한다. 조금 전까지도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자는 “크리스마스 푸딩에 넣고 푹푹 끓여서 호랑가시나무 말뚝을 심장에 박아 땅속에 묻고 싶어”라고 말하던 사람에게서 새로운 감정이 싹튼다.
이윽고 드러나는 과거는 스크루지가 현재와 같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단서를 제공한다. 아버지와 선생님이 학대하고 친구들이 따돌리던 모습은 마음을 꽁꽁 닫은 현재의 자신을 바라보게 하고, 예전에 죽은 여동생은 그 아들 프레드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이어지고, 단발머리 영감이 개최한 무도회는 현재의 자신이 가혹하게 다루는 직원을 되돌아보게 한다. 상복 차림으로 곁에 앉은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를 통해서는 ‘젊은 시절의 뜨거운 사랑’과 자신이 외면하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다. 애인이 다른 사내와 결혼해서 낳은 아이를 볼 때는 “저렇게 앞날이 창창하고 어여쁘고 우아한 아이가 나한테 ‘아빠’라고 부를 수도 있었다고, 겨울나무처럼 말라비틀어진 인생에 봄바람이 불어올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면서 시야가 흐릿하게 변한다.” 그러면서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과거의 유령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다면 현재의 유령은 자본주의와 물신숭배를 처절하게 고발한다. 현재의 유령에서 예수와 산타클로스 모습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도 흥미롭지만, 스크루지 영혼은 말리 유령과 마찬가지로 ‘금속으로 만든 무거운 지갑이랑 다양한 돈궤, 열쇠, 맹꽁이자물쇠, 장부와 증서 등이 사슬 여기저기에 줄줄이’ 엮여서 물질주의에 짓눌린다.
재미있는 건 ‘크리스마스 캐럴’에 교회에서 벌어지는 장면이나 성직자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디킨스에게 교회나 성직자는 자본주의와 물신숭배에 가담한 세력이다. 중요한 건 성서 구절을 읊조리며 경건한 척하는 게 아니라 성서에 담긴 정신을 실천하는 행위다. 이런 정신은 현재의 유령이 한 말에서 치열하게 드러난다. 스크루지가 “안식일에는 저런 빵집을 닫으라고 하지 않나요……? 유령님 이름이 아니면 유령님 식구의 이름으로 그런 주장을 펼치는 자들이 있답니다”라고 하는 말에 유령이 발끈하며 대답한 것이다. “너희가 사는 세상에는 우리를 안다고 떠벌리는 자들이, 욕망과 자만과 악의와 증오와 질투와 독선과 이기심으로 행동하곤 우리 이름을 갖다 붙이는 자들이 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일가친척 모두는 그런 자를 모른다, 아예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사실을 명심하고 그런 짓을 저지른 책임은 당사자를 찾아가서 물어라, 우리가 아니라!”
기본정보
ISBN | 9791185393278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11월 20일 |
쪽수 | 160쪽 |
크기 |
154 * 225
* 13
mm
/ 24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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