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과 돌의 노래 2: 변란 속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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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김영미
저자 김영미는 책이 좋아 책 만드는 일을 하며 살았다. 기자와 편집자로 오랫동안 일했으며, 주로 교육과 역사 분야의 정보·지식을 다룬 도서를 기획·집필해 왔다. 최근에는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 소설을 쓰고 있으며, 동료 작가들과 함께 결성한 창작 공동체 ‘아작’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 변란
온요
거래
초야
집착
정표
징후
발아
갈등
자각
적응
책 속으로
돈후는 벌떡 몸을 일으켜 운의 멱살을 그러쥐었다.
“내가 복수나 하라고 역적의 아들놈을 구한 줄 아느냐? 네게 남은 것을 지키라 구한 것이다. 답해봐라! 네가 지켜야 할 것이 오직 아비뿐이냐?”
운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돈후는 운의 눈을 들여다보며 낮게 으르렁댔다.
“똑똑히 기억한다. 너는 네 아비나 집안과 연을 끊었다고 했었다. 스스로 연을 끊고 산채에 빌붙어 살겠다기에 구했다. 서경에서 반란이 일어났는데 운곡 스승님은 무사할 것 같으냐? 산채도, 칠현루도, 광덕도 모두 풍비박산이 날 것이다. 그들을 버리고 복수를 하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내 이것만은 약속하지. 복수를 하겠다고 덤벼들면 기꺼이 너를 죽여주마.”
-[변란] 중에서
그는 책상에 엎드려 잠든 온요를 침상에 옮겨 눕히고 필사본 곳곳의 공란을 채워주고 갔다. 뜻을 새기지 못해 비워둔 공간에는 반듯한 그의 글씨가 들어앉아 있었다. 세필로 깨알 같은 주석까지 달아놓았다. 마치 운곡의 음성처럼 친절하고 명료한 주석을 읽으면서 온요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제 몸을 희생해 산채 사람들을 구하고 병에게 글자를 가르쳐주던 돈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웃으며 한량처럼 농을 건네던 돈후, 생모를 그리며 홀로 숨죽여 울던 돈후, 차갑고 잔악한 말로 으르고 겁박하던 돈후는 모두 한 몸에 숨어있다. 과연 어떤 모습이 그의 진짜 얼굴일까.
-[정표] 중에서
“답 안 해줄 거야? 왜 떠나지 않았는지?”
“약속했잖아요. 당신 곁에 있겠다고.”
“그럼 산채로 돌아가겠다는 꿈은 포기한 건가?”
“기다릴 거예요. 당신 스스로 보내줄 때까지.”
순간, 코웃음이 샜다. 잠시 잊고 있었다. 온요가 고집불통이라는 사실을.
“마음은 받아주겠지만 혼인할 수는 없고, 혼인할 수는 없지만 곁에는 있어주겠다……. 여전히 제자리로군.”
“…….”
“상관없어. 내가 원하는 것은 너니까. 날짐승의 세상이든 들짐승의 세상이든 나는 네가 있는 세상을 원해. 그러니 노비 아가씨, 주인님이 보내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어.”
-[적응] 중에서
출판사 서평
“어떤 세상이든, 네가 있는 세상을 원해.”
돈후는 구안정과 온요를 지키기 위해 홀로 개경에 돌아가고, 나란과 운은 상단 일에 열중한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서경파가 묘청의 난을 일으키면서 저마다의 삶을 꾸리려 애쓰던 젊은이들은 역사의 격랑에 휘말린다.
개경에서는 돈후의 아버지 김부식을 사령관으로 토벌군이 꾸려지는 한편 서경파와 연루된 사람들이 줄줄이 투옥된다. 역당으로 몰릴 위기에 처한 구안정 사람들은 서둘러 산채 이전을 준비한다. 그러나 구안정에 김부식의 손길이 뻗치면서 돈후와 온요, 운과 나란의 운명은 돌이킬 수 없이 갈라지는데…….
묘청의 난 발발과 함께 《징과 돌의 노래》 2권의 이야기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이 전개된다. 스케일은 한층 확장되고, 네 주인공은 격변한 상황 속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는다. 더욱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과 이들 사이에 안타깝게 엇갈리는 관계도 흥미를 더한다.
화려함과 활기로 가득한 천 년 전 고려
다른 세상, 다른 사랑을 꿈꾼 네 젊은이의 이야기
김영미 장편소설 《징과 돌의 노래》는 고려 중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각자 짐을 안고 있다. 고려 최고 권세가의 아들이면서도 말 못할 비밀을 지니고 살아가는 돈후, 아픈 과거 때문에 마음을 닫은 온요, 아버지와 가문을 등진 운, 고려와 섞일 수 없는 이방인 나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는 네 젊은이가 서로를 만나 싸우고, 사랑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소설은 아프고 아름답게 그렸다.
작품에는 천 년 전 고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지도를 그리듯 묘사된 개경 거리, 탄탄하게 고증된 복식과 제도, 귀족, 상인, 노비, 장인, 추쇄꾼 등 다양한 사람들, 언어와 풍물을 통해 전해지는 그 시대의 문화와 습속을 느껴보는 것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시대 분위기를 살려내는 정갈한 문장이 멋과 향취를 더한다.
권세가 김부식, 혁명가 묘청과 정지상, 의뭉스러운 임금 인종 등 실제 역사 인물의 활약도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한다. 이들은 권력을 위해, 이상을 위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밀어붙인다. 그러나 그들이 꿈꾸는 고려는 결국 백성의 삶과 닿지 못한다. 권력을 쥔 이들이 다투는 사이 억압받고 소외되는 소설 속 젊은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오늘날 고단한 청년들의 삶과도 닮았을지 모른다. 이들의 싸움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 이유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 끊어지리까
천년을 외로이 살아간들 믿음이 끊어지리까
제목 ‘징과 돌의 노래’는 고려가요 ‘정석가(鄭石歌)’의 제목을 우리말로 풀어낸 것이다. 천 년을 헤어져 살아도 임을 잊지 않겠다 노래한 고려가요처럼, 《징과 돌의 노래》의 주인공들은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아픔을 지닌 아웃사이더들이 사랑에서 희망을 찾으며 세상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잔잔한 위안을 준다.
전 3권으로 이루어진 《징과 돌의 노래》는 2017년 11월 말 완간 예정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5346564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11월 20일 |
쪽수 | 304쪽 |
크기 |
150 * 206
* 25
mm
/ 35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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