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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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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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전문의 김진국이 도스또예프스끼의 간질병과 그의 작품을 통해 병든 오늘을 읽는 『어리석음의 미학』. 저자는 도스또예프스끼가 본 문명사회의 모순이 병든 인간을 만드는 원인이라고 말하며 200년 전 러시아와 200년 후 한국 사회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근현대의 어두운 이면을 꼬집는다. 저자는 도스또예프스끼가 보여준 사회의 병든 민낯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정말 행복하냐고 묻는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에서 찾는 행복이 병든 시대를 헤쳐 나가는 열쇠일지 모른다고.
작가정보
저자(글) 김진국
저자 김진국은 신경과 전문의. 1960년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의료원에서 신경과 전문의 과정을 마쳤다. 의사가 된 이후 인간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는 ‘병’에만 관심을 가지다가, 나이가 들면서 인간의 ‘삶’과 ‘죽음’으로 관심의 지평을 넓히면서 그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현재 칼럼니스트로 《영남일보》에 ‘영남시론’, 《경산신문》에 ‘장산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저서로 《기억의 병: 사회문화 현상으로 본 치매》, 《우리시대의 몸·삶·죽음》, 《나이듦의 길》 등이 있다.
목차
- 서문 도스또예프스끼로 근대를 읽다
1부 병든 시대의 병든 이방인
1. 거룩한 병자
“이 사람이, 정말 이 사람이….”
뻬쩨르부르그의 몽상가
거룩한 병자의 예술혼
2. 간질, 영혼의 울부짖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히스테리
신경발작
간질발작은 아닌, 이상한 발작
넋 나간 사람들의 이상한 몸짓
룰렛 게임과 닌텐도 증후군
비참한 추락! 대발작
3. 병든 시대, 근대의 이방인
거품과 무기력증
열정과 병리학(pathos, pathology)
신성한 병과 바보 성자
근대의 낙오자, 병든 시대의 이방인
2부 근대의 그늘
4. 근대의 질병 체계
박테리아의 시대
근대의 흑사병, 결핵
관 속 같은 방의 흙수저들
전염병과 정치
무례한, 무분별한 인간의 운명
5. 근대의 정동-불안과 우울
병적인 시대
가족의 해체
해체된 개체들의 불안한 삶
병적인 시대의 이상한, 심리적 사건들
문명사회와 도덕
6. 진보와 민주주의
자유·평등·박애 그리고 박해
지상의 빵과 자유
진보와 경제적인 진리
지상의 가난과 천상의 행복
러시아의 행복한 장래
7. 대문호의 인종주의와 파시즘
대문호의 문화 인종주의
골상학과 생물학적 인종주의
무능한 남성의 도착증
잔인하고 파렴치한 사디스트
혐오범죄
21세기의 라스꼴리니꼬프
3부 문명사회의 부조리
8. 근대 시민사회와 법치
불행한 사람들
사형, 가혹한 형벌
해결할 수 없는 과제
선과 악의 문제
국가범죄와 시민사회의 책임
9. 문명과 건강
의사가 싫은 환자들
민중과 첨단 의료
문화와 의료
건강과 삶의 규범
10. 관료주의와 민주주의
행정적 희열
법과 규정 뒤에 숨은 행정 기계
법규의 무능한 집행자
천재와 천치
가면을 쓴 간질병
11. 이성·문명·전쟁
귀신들이 사라진 자리에…
근대의 악당, 낭만주의자
사이비 애국주의
위대한 대문호의 헛소리-전쟁이여 만세!
4부 아름다움과 어리석음
12. 일상의 아름다움-세계를 지탱하는 힘
13. 어리석은 자들의 맑은 영혼
14. 어짊(仁)에 의지하여 예(藝)에 노닐다
책 속으로
대문호 도스또예프스끼는 중증 간질병 환자였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시대만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21세기인 지금도 온 세상이 혐오와 기피, 배제의 대상으로 삼는 간질병 환자였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들 중 간질병 환자는 그만이 아니었다. 《마담 보바리》 의 플로베르도, 환청으로 자신의 귀를 잘라냈던 고흐도 간질병을 앓았다. 그런데도 유독 도스또예스프끼의 간질병만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보통사람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그만의 고단하면서 숨 가쁜 삶이 기괴하고 혐오스러운 간질병과 겹쳐지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 영혼과 육체, 영광과 치욕, 빛과 어둠, 상승과 추락, 사랑과 증오, 믿음과 불신, 천사와 악마……. 양 극단을 넘나드는 그의 삶의 이력과 사상이 고질병인 간질병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대문호 도스또예프스끼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예술혼이 주조된다.
-[거룩한 병자] 중에서
그가 방에 처박혀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이유는, 거리로 나와 봤자 마땅히 갈 곳도 없지만, 방에서 보는 것보다 더 혐오스러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찌는 듯이 무더운 거리에 근대의 외형을 갖추기 위해 거의 매일 부수고 파고 뒤집는 공사현장과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먼지와 소음, 공사판 주변의 선술집에서 풍기는 역겨운 냄새와 취객들의 악다구니, 그리고 창녀들이 자신을 팔며 도열해 있는 근대 도시의 뒷골목……. “서민들은 술에 취해 있고 젊은 지식인들은 이룰 수 없는 꿈과 환영 속에서 할 일이 없어 말라비틀어진 채 이론의 기형아가 되어가는” 시대의 그늘진 곳을 서성거리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 [근대의 질병체계] 중에서
도스또예프스끼의 기록은 자기 시대에 절망한 사람이 기록한 절망의 기록이다. 병든 몸으로 병든 시대를 살았던 병자가 남긴 병록지다. 세상의 발 빠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들의 질투과 시기가 뒤섞인 푸념이기도 하다. 그런 어리석은 병자가 남긴 절망의 기록 속에도 삶의 의지를 다지게 만드는 몇 구절이 숨어있다. “삶을 향한 갈망을 이길 만한 그런 절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삶의 모든 1분이, 삶의 모든 순간이 인간에겐 축복”되도록 해야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율법 자체”라는 것. 그리고 그런 축복받은 삶을 가능케 하는 “위대한 자극제”가 바로 예(藝)의 정신이요 유희의 문화라는 것까지.
- [어짊(仁)에 의지하여 예(藝)에 노닐다] 중에서
출판사 서평
시대와 사회가 병들면 그 누구도 건강하기 어렵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진다. 소설 《죄와 벌》에 등장하는 라스꼴리니꼬프는 신분 상승을 꿈꾸며 도시로 오지만 관 속 같은 방에 틀어박힌 외톨이로 살아간다. 골방에서 세상에 대한 불만을 키워가던 그는 결국 전당포 노파와 그 여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다. 이것이 소설 속 19세기 러시아의 모습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누울 자리만 겨우 보전되는 고시원에 틀어박혀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은둔형 외톨이나 좌절과 분노로 약자에 대한 혐오를 키워가는 요즘 사람들은 라스꼴리니꼬프의 모습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온갖 갑질로 제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한 까라마조프형 아재들 역시 정치계, 법조계 등 오늘날 한국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군상들이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 속 인물들이 거울처럼 비추는 현대인의 정신적 병리 현상은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던 러시아와 한국을 데칼코마니처럼 보이게 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병든 시대와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건강하기 어려운 것이다.
저자는 도스또예프스끼가 본 문명사회의 모순이 병든 인간을 만드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시민사회의 자유는 돈 있는 사람들만 누린다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지적은 대한민국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격언으로 반복된다. 관료주의와 법치주의는 공무원들을 영혼 없는 행정 기계로 만들었고, 과학과 이성은 공동체와 개인을 해체시킨다. 문명의 발전이 오히려 개인을 피폐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도스또예프스끼가 보여준 사회의 병든 민낯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정말 행복하냐고.
건강한 사람이 볼 수 없는 일상의 신성함
도스또예프스끼는 지독한 간질병을 겪었다. 예기치 못한 발작은 그를 수없이 죽음의 문턱에 세웠다. 하지만 발작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보통의 간질병 환자와는 달리, 그는 발작이 시작되는 0.5초의 순간까지 또렷이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대문호는 건강한 사람이 볼 수 없는 ‘일상의 신성함’을 깨닫는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강아지와 싸움박질 하는 아이들. 발작의 순간 눈앞에 보인 일상의 모습은 보통 사람에겐 지루하지만, 도스또예프스끼에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증거였다. 결국 도스또예프스끼는 일상의 힘을 통해 자신과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이 인간에게 축복이 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리석음의 미학》 역시 독자들에게 말한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에서 찾는 행복이 병든 시대를 헤쳐 나가는 열쇠일지 모른다고.
기본정보
ISBN | 9791185346533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10월 21일 |
쪽수 | 312쪽 |
크기 |
152 * 220
* 23
mm
/ 39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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