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자기 여행 교토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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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기장의 숨결을 ‘교토’에서 읽다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문인 마쓰오 바쇼는 교토에 머물렀을 때‘교토에 있어도 교토가 그립구나, 소쩍새 울음’이라는 하이쿠를 지었다. 교토가 가지고 있는 매력의 하나는 교토를 거닐고 있으면서도 교토가 그립다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일본 문화 전반에 걸쳐 많은 문화재와 유물이 숨겨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교토는 완전한 일본 색(色)으로 도배한 곳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교토만큼 조선인의 숨결을 많이 읽을 수 있는 곳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일본도자기여행 시리즈의 저자 조용준은 『일본도자기여행 : 규슈의 7대 조선 가마』에 이어『일본도자기여행 : 교토의 향기』에서 조용히 몸을 숨기고 도자기를 빚은 조선 사기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일본의 다도와 다구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왜 발전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일본 도자사에서 조선 자기 흔적을 파헤친 『일본도자기여행 : 규슈의 7대 조선 가마』를 출간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조선 자기 문화사를 종합하고 개괄한 저자 조용준은 교토에서도 그 여력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한 번 교토의 조선 자기 흔적을 탐구했다. 이는 매우 힘든 작업임과 동시에 희소성을 가진 문화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 조용준은 이 책을 집필한 조용준은 「시사저널」과 「동아일보」를 거쳐 「주간동아」 편집장을 지냈다. 1992년 중편소설 『에이전트 오렌지』로 「국민일보」 국민문예상을 통해 등단했고, 1994년 장편소설 『활은 날아가지 않는다』를 출간하였다. 오로지 ‘내 책’을 쓰기 위해 45살이 되기 전에 기자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해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이후 7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주제가 있는 문화 탐구에 중심을 두고 글쓰기를 지속하며 ‘창조적 컬처투어’를 지향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소망을 실현해가는 중이다. 대표 저서인 『유럽도자기여행 : 동유럽』을 시작으로『유럽도자기여행 : 북유럽』과 『유럽도자기여행 : 서유럽』의 출간하며 유럽 도자문화사 전반을 국내 최초로 완결을 지어 독자들과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유럽에서 그치지 않고 일본 도자사에서 조선 자기 흔적을 파헤친 『일본도자기여행 : 규슈의 7대 조선 가마』를 출간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조선자기 문화사를 종합하고 개괄함으로써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 도자기 시리즈는 『일본도자기여행 : 교토의 향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에도 편도 출간될 예정이다. 그 밖의 저서로는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와 『프로방스 라벤더 로드』가 있다.
감수 김철용
목차
- PROLOGUE 일본 도자기는 ‘국화와 칼’이다 / 04
Chapter 1
나라
: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생이 가마를 만들다, 아카하다야키 / 16
Chapter 2
교토 1
천하제일의 찻사발을 만들다, 라쿠야키 / 76
Chapter 3
교토 2
다도, 사카이 상인과 하카타 상인이 맞서다 / 194
Chapter 4
교토 3
벚꽃을 닮은 절정의 화려함, 교야키 / 266
Chapter 5
교토 4
교토, 어디까지 보았니? -숨어 있는 그러나 사람을 홀리는- / 356
Chapter 6
우지, 오사카
교토 옆이라서 슬픈 우지와 오사카 / 418
Chapter 7
시코쿠
우동은 다카마쓰, 그릇은 마쓰야마 / 458
EPILOGUE 도자기는 일상이 되어야 한다 / 506
참고 문헌
참고 사이트
책 속으로
나라는 우리에게 매우 감회가 깊은 땅이다. 한반도 도래인渡來人들이 미개의땅에 선진 문물과 기술을 전수하고 나라의 기틀을 세운 곳이기 때문이다. 백제百濟 왕인王仁 박사와 혜총惠聰 스님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학술과 문필, 군사, 기악을 전해주어 중세 왜구들을 깨우쳤고, 글자와 변변한 의복이 없던 그들에게 말馬 사육과 양잠, 토목, 관개사업, 금속 등의 각종 선진 기술을 전파했다. 일본인들은 백제를 ‘구다라くだら’라고 읽는다. 고대 일본인들에게 백제는 ‘큰 나라’였다. 이 말이 변용돼 ‘구다라’라고 음독되었다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높다. 도래인들이 국가의 기초를 세웠기에 도읍지를 ‘나라’라고 부른 명칭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라의 상징은 누가 뭐라 해도 일본 불교 화엄종 대본산인 도다이지東大寺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축조 건물이고, 또 그 안에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대불상靑銅大佛像인 ‘비로자나불 좌상盧?那?坐像’이 있어서 나라를 들르는 한국인 관광객이 꼭 찾는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도다이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이곳을 가는 것일까? 도다이지의 설립과 청동대불 건립은 전적으로 한반도 도래인 승려인 교기行基, 668~749의 힘에 의존해 추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교기 스님은 백제에서 건너간 코시, 혹은 코시노 사이치高志才智의 첫째 아들로 가와치 국河?? 오오토리 군大鳥郡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현재 오사카 부大阪府 사카이 시에 해당한다. 그러니 요즘 말로 하자면 재일교포 2세다.
-본문 017~018p
히데요시가 센노 리큐에게 어느 날 갑자기 할복자살을 명령한 것은 화려한 다도를 추구하는 히데요시에게 센노 리큐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거나 딸을 바칠 것을 거부했기 때문, 혹은 다이토쿠지 삼문三門에 자신의 목상을 세우는 불경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등 많은 가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조선 출병 반대가 가장 결정적 이유로 굳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에는 여전히 이를 역사의 수수께끼의 하나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센노 리큐가 히데나가의 독살을 꾀했기 때문에 히데요시가 자결을 명령했다고 하면 쉽게 납득된다는 것이다. 이런 음모설의 근거로서 히데나가의 병은 위장 계통의 비소 중독 때문이라는 점, 센노 리큐 다실茶室은 협소한 공간으로 다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누구든 입구에서 칼을 풀어놓아야 했기에 독살하기에 매우 적합한 공간이며, 설마 센노 리큐가 차에 독을 넣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센노 리큐의 구명救命과 자손들의 상속권 보장 등을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특히 히데나가가 사망하고 이틀 후에 센노 리큐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단둘이 다회를 가졌다는 사실 등도 이런 음모
설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런 음모설은 다분히 센노 리큐를 폄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본문 030p
그런데 이런 교토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모르는 사실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지금 교토가 들어선 터, 다시 말해 천년 도읍지의 땅을 준 것이 한반도 신라계 도래인이라는 사실이다. 교토가 일본의 도읍지로 건설된 것은 재정이 빈약한 간무(재위781~806) 왕에게 당시 대부호였던 하타(秦) 가문의 지도자가 땅을 기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본어로 진(秦)은 하타로 읽는다. 이는 이들이 신라에서 바다를 통해 일본에 건너갔기 때문이다. 우리말 ‘바다’가 고대에는 ‘파다’ 또는 ‘파타’로 읽혔기 때문에, 일본어 역시 ‘파다’를 사용했는데 나중에 ‘하다’로 변형되어 읽히다가 ‘하타’로 읽게 됐다. 그래서 이들의 성씨도 처음에는 ‘하타波多’ 또는 ‘하다(波陀)’라고 사용했다. 하타 씨는 처음에 모두 같은 발음인 파다(波多), 파대(波大), 파태(波太), 반태(半太), 판태(判太)로 표기했다. 지금은 하타(秦)나 하타(波多), 하타(羽田) 등으로 대부분 표기하고 있다.
-본문 079~80p
출판사 서평
조선 김시습의 초암차는 일본 다도의 거성 센노 리큐의 와비차의 뿌리다,
일본의 다도는 두 명의 한국계 도래인, 잇큐가 시작하고 리큐가 완성했다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도 스승이었던 센노 리큐의 극도로 절제하면서 청빈한 초연함은 매월당 김시습 초암차의 자연주의를 일본식으로 절묘하게 변형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큐는 고려다완을 사랑했고, 조선 도공에게 다도에 쓸 찻사발을 굽게 했다. 이것이 일본의 명물 라쿠야키의 시초다. 센노 리큐에게 조선은 그가 동경하는 문화를 낳은 나라였으며 결코 침략할 수 없는 신성한 땅이었다. 그런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땅을 쳐들어간다니 이를 막아야 했다. 설령 할복을 명 받을지라도. 결국 센노 리큐는 자결하고 조선 땅은 왜구에 유린당해 도자기와 사기장 약탈이 이루어졌다. 교토는 조선 다구를 기반 삼아 다도 문화를 성숙시킨 도시다. 다도 문화와 도자기에 얽힌 그 치열한 연관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일본의 밑바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다도와 도자기는 '국화와 칼'로 대표되는 일본문화의 뿌리에 해당한다.
일본 찻사발의 으뜸은 라쿠, 둘째는 하기, 셋째는 가라쓰다,
이것 모두 조선 사기장이 빚은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도자기를 완성하기 위해 조선 사기장들은 줄곧 서늘한 칼날 위에 서 있었다
일본 도자기는 국화와 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도의 화경청적의 철학 속에 감춰진 숨 막히는 무사들의 도자기 쟁탈전을 밝힌 이 책은 일본 다도의 정의부터 발전 상황 그리고 변질까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다도의 완성은 무형의 깨달음이라고 한다. 한적하고 고담한 일본 다도 경지에 조선 사기장이 빚은 도자기가 있었다. 이것은 일본 다도의 아이러니이자 한국 다도의 패배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조선의 자기를 발전해 그들만의 다도 문화를 잘 가꿔왔는데 한국은 초암차를 발전시키기는커녕 그것이 있었는지조차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일본 다도에 숨은 조선 자기의 흔적을 파헤치면서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되묻기도 한다. “그렇게 좋은 문화를 너희는 왜 소중하게 여기면서 지켜내지 못했니?”일제강점기의 탄압 탓으로 돌리기엔 그동안 우리들의 관심은 너무나 다른 곳에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도자기와 다도 문화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기본정보
ISBN | 9791185330464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11월 13일 |
쪽수 | 520쪽 |
크기 |
153 * 211
* 29
mm
/ 71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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