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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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차가운 분노 속에서도 온기를 잃지 않으며
세계를 뚫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하여
SF 작가이자 공익인권변호사인 정소연의 첫 에세이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이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오랜 시간 작품 창작뿐 아니라 《어둠의 속도》(푸른숲, 2021)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아작, 2016) 등 유수의 해외 SF 문학 작품을 한국에 소개해온 번역가이기도 한 작가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사회와 문화 전반의 경계에서,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그간 여러 지면에서 칼럼, 수필, 해설로 만났던 작가의 생각을 한데 엿볼 수 있는 에세이로 삶의 현장에서 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명료하고 날카로운 주장 이면에 담긴 세상과 인간을 향한 깊은 애정이 울림을 던진다.
작가정보
서울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2005년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에서 스토리를 맡은 만화 〈우주류〉로 가작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한 이래 소설 창작과 번역을 병행하다가,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PI》 《오늘의 SF》 편집위원,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초대 대표로 일했다. 《팬데믹》 《언니밖에 없네》 등에 작품을 실었고, 《미지에서 묻고 경계에서 답하다》(공저) 《옆집의 영희 씨》 《이사》 등을 썼다. 옮긴 책으로는 《어둠의 속도》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허공에서 춤추다》 《이름이 무슨 상관이람》 등이 있다.
목차
- 들어가는 말
1부 신념을 홀대하는 세상에서
윤리에 관하여
노조가 필요한 노동 변호사
열세 자리 번호로 움직이는 삶
요령 없는 인종 차별 국가
어느 양심의 갈라 쇼
혐오라는 쉬운 길
톨게이트 위의 사람들
한 사람이 사라진 자리
고양이가 없는 밤
법대로 답했던 날
동일범죄 동일처벌
말의 길이와 힘의 크기
국회를 선진화하라
조각난 가을
상냥함을 착취하는 세상에게
경사노위와 사회적 대화
쾌유를 촉구합니다
우체국 파업을 지지하며
불편하Go 이상韓 표어들
방송대 수험생의 하루
정규직이 계급이 된 나라
난민이 할 수 있는 거짓말
위험의 외주화는 그만
계급적인 성패 곁에서
침묵이 생존 방식이 되지 않게
세밑, 많은 것의 한복판에서
일어나버리고야 마는 일
보이지 않는
2부 말하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
말할 테니 들어라
여성 변호사로 산다는 것
말하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
후보조차 견딜 수 없는 사람들
너는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
저출생의 책임자는 국가다
비출산 권장의 최전선에서
결혼과 투쟁
칙칙폭폭과 쿵쾅쿵쾅
웅앵웅 초키포키
비극을 비극으로 받아들이는 예의
시험에 든 것은 우리다
아득한 차별 앞에서
키오스크가 건네는 햄버거의 맛
차가운 샌드위치 한입
유치원의 볼모가 된 아이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이지 않는 아이들
헬로, 마이 디어 스콜라
이 화면 속 세계는 남초
페미니스트가 아니한 자
미투 가해자가 되지 않는 법
그냥 문득 사랑하는
아무 사이도 아닌 사이
위법이 아닌 낭만으로
잠옷 입은 소녀들
기록되지 않은 죽음
3부 우리가 이야기가 될 때
구름의 고향 여기 존재하는 어떤 경계에 대해
당신의 젖은 날개가 마를 때까지
공감각적인 공감으로
각자가 끌어안은 고민들
작가를 꿈꾼 적은 없지만
내일의 끝에서 노래하는 오늘의 사랑
과학소설이란 무엇인가
과학을 과학이게 하는 것, 소설을 소설이게 하는 것
우리가 이야기가 될 때
피할 수 없는 비극과 가능한 치유에 관한 이야기
맺음말 이것이 나의 유언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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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소연 작가를 아름다운 SF를 쓰는 소설가로 먼저 알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이제는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종류의 글을 쓰든 그것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리라고 실감한다. 정소연 작가는 엉망진창인 세상을 피하지 않고 맞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세상 어딘가의 균열, 빈틈, 희미한 가능성을 마침내 발견해낸다. 그의 글을 읽을 때면 이렇게 망가진 세계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사랑할 수 없는 세계에서도 오늘의 작은 사랑을 발명하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잔잔히 차가운 분노를 품자고, 그러나 우리의 온기를 끝내 잃지는 말자고, 이 반짝이는 글들이 내게 건네준 말이 나는 그다지도 좋았다.
-
공익변호사 정소연은 돈을 벌고 사회 운동에 참여하고 SF를 쓰고 소녀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운영하며 바둑을 두고 고양이를 돌본다. 그의 일은 자본에 멱살 잡혀 낭떠러지로 밀려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고,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들의 죽음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막막한 싸움에서 그는 종종 실패하지만, 쉽게 지지 않는다. 정소연은 슬픔을 뒤로하고 일어나 일단 일한다. 여성에게 발언권이 돌아오지 않을 때 냅다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낸다. 수많은 차별과 맞서고 익숙한 억압의 뿌리를 캐어 드러낸다. 그와 함께라면 우리는 오래, 잘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쉽다고 틀린 길이고 어렵다고 옳은 길이 아님은 당연하다. 그러나 성소수자 혐오는 틀린 길이다. 오늘 한국에서는, 틀린 데다 쉽기까지, 염치없게도 참으로 쉽기까지 한 길일 뿐이다. -본문 35쪽
그러면 법의 문제가 아닌 갑질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가 더 강한 사람에게 허용하고 있는 행위들이다. 조금이라도 더 강한 사람 앞에서 침묵해온 집합적 경험이 쌓인 결과다. 우리 사회가 약자를 보호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외면함으로써 가능해진 어떤 행동 양식이다. -본문 109쪽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려면 끝없이 힘을 내야 한다. 내가 하는 거의 모든 사회적 발언에 ‘여자니까’라는 해석이 한 겹 더해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에서 말하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이 각오를 하고, 그래도 다음 세대에는 여성 한 명의 자리가 더 있기를 바라며 말하고 또 말하는 것이다. 세상이 듣지 않을 수 없을 때까지. -본문 136쪽
차별적인 현실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운신의 폭을 확보하는 것은 언제나 약자의 몫이다. 차별은 언제나 약자에게 확실하게, 조금도 헷갈릴 일 없게 가혹하다. 이 가혹함을 때로는 약자로서 경험하고 때로는 옆에서 지켜본다. 아무리 역지사지니 연대니 해도, 내가 경험하는 것과 내가 ‘피한 상황’을 보는 것은 결코 같지 않고 차별이 심할수록 이 두 경우 사이의 차이는 커진다. 이 차이도 고통스럽다. 가끔은, 아니 자주, 아득하다. -본문 176쪽
손가락을 본 고양이가 손을 핥아주거나 이마를 부딪혀오면, 나는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사랑해. 우리랑 살아줘서 고마워” 하고 말한다. 아주 오랫동안 이렇게 넷이 살아온 것처럼 느껴질 때에도, 추억과 습관만 남을 날이 두려울 때에도. 언제나 그냥 문득 고맙고, 그냥 문득 사랑한다. 그러면 고양이는 가끔은 까끌한 혀로 내 얼굴을 핥고, 그보다 더 자주, 벌떡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간다. 그저 한 발짝 옆으로. -본문 214쪽
나와 한국어를 공부한 분들은 아마 이 글을 읽지 않을 것이다. 생활 한국어를 겨우 익히느라 바쁜 이들에게는 그만한 여유가 없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모국어인 한국어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기 존재하는 어떤 경계에 대해. -본문 236쪽
출판사 서평
말하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
나와 우리를 잇는 신념을 이야기하다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은 주요 일간지와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과 국내외 고전과 현대 SF 소설에 실린 옮긴이의 말, 해설을 새롭게 다듬고 정리한 책이다. 사회적 발언을 아끼지 않으며 행동을 취하는 동안 현장에서 직접 맞닥뜨린 차별과 혐오를 차분하게 되짚으며 우리가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린다. 노동, 인권, 젠더 등 최근 2~3년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과 성찰이 편편이 돋보인다.
혐오는 집요하고 힘이 세고 지치지 않는다. 무릎 깊이 바닷물 속에 서서, 허물어지는 모래를 발가락에 억지로 힘을 주어 쥐고,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맞서는 것 같다. 어떤 개인도 이런 파도에 계속 맞설 수 없다. 주저앉아 떠내려가는 것은 한순간이다. 뜻이 맞는 사람끼리 손을 잡고 맞서려 해보아도 쉽지 않다. 같이 떠내려가는 것도 한순간이다. 이런 집요함에는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밀물 때와 썰물 때가 있을 뿐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손을 놓아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온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 우리는 또 누군가를 잃는다. - 본문에서
작가는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일관된 논리로 세상의 곪은 지점을 짚는다. 직접 고용을 거부하는 한국도로공사의 현수막에서, 언어유희적 표어를 내건 법무부 이송 차량과 구치소 LED 전광판에서 계급 갈등과 차별을 읽어낸다.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에서 약자의 배제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자금 운용 방식에서 이익집단의 폐해를 뛰어넘는 국가 복지의 허점을 지적한다. 작가는 편견에 맞서 싸우는 대신 슬쩍 편승함으로써 누리는 혜택의 덧없음과 갈등 이후의 가능성을 그리며 독자의 반성을 끌어낸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수많은 에피소드 속에 단순히 ‘나’로 처리되지 않는 ‘우리’의 얼굴이 담겨 있다. 권력과 자본, 위계질서가 낳은 불평등이 도처에 널려 있고 그로 인한 고통은 한 사람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인다.
막막한 싸움 앞에서 쉽게 지지 않는
공동체적 사랑과 용기의 재발견
모든 자리에서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를, 무엇이든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안 보여도 믿어야 한다. 뭔지 몰라도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에 ‘하는 일도 있는’ 사람, ‘지금까지 어디 가서 뭐 하다 온’ 사람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보이지 않으면 우선 내가 못 봐서라 생각하고, 둘째로도 그저 내가 몰라서라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은 다른 곳에 가 있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서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 믿음이 우리를 지탱한다고, 나는 믿는다. - 본문에서
책의 1부에는 사회에 만연한 노동과 인권에 대한 무지와 착취의 기록을, 2부에는 여성 변호사로서 겪어야 했던 일과 그에 대한 생각을 수록했다. 활동가로서의 면모 외에도 SF 작가로 활동하며 작품 번역에 애정을 기울인 흔적은 책의 3부에 담겼다. 3부에서, ‘과학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뿐 아니라 소설 속 등장인물이 드러내는 먼 곳을 향한 의지와 행동에 대한 의미화는 정소연 작가 본인의 삶과 바퀴처럼 맞물려 재미를 선사한다. 세계를 축조하고 재건하는 무엇이 있다면 타인을 향한 공감과 유대의 발견이고, 작지만 뚜렷한 희망에서 출발한 미래의 상(像)은 결코 어둡지 않으리라고 이 책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은 말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67370938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1월 30일 |
쪽수 | 308쪽 |
크기 |
136 * 205
* 28
mm
/ 466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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