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선인들의 지혜와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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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문화일보 > 2021년 11월 1주 선정
번잡한 삶 속에서도 자연을 만끽하고 수양을 멈추지 않았던
선인들의 여유와 지혜로부터 슬기로운 여가 생활을 배우다
정보화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하면서 노동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근대 산업 사회에서는 노동하는 공간과 시간이 보다 뚜렷하게 나뉘었다면, 정신적 노동이 중심이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노동과 여가의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흐릿하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여가에 대한 욕구는 증가하고 있다. 고단한 생업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으로 부상한 것이다. 여가가 중요해짐에 따라 여가는 개인의 욕망 차원을 넘어 국가에서 제도적 장치로 지원하는 중요한 사회적 요소가 되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넘어 잘 쉬는 것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져가는 현대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진정한 휴식과 지혜로운 여가생활은 무엇인가? 저자는 선인들이 즐겼던 여가 중 대표적인 아홉 가지 활동을 꼽아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행복하고 보람 있는 여가 생활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한다.
작가정보
현재 서경대학교 동양학과 특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그 외에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고, 대진대학교 인문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및 강진다산실학연구원 연구교수, 중국 북경사회과학원 세계종교연구소 방문학자,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문학부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약용의 역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주역』 연구 외에 사회, 정치, 문화, 종교 등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서경대에 연구실을 마련한 후에는 인간 운명의 원리를 논하는 명리학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 현재 제16대 한국주역학회 학회장을 맡게 되면서 학회지를 창간하는 일에 힘 쓰고 있으며, 지난 20여 년 넘게 연구·번역해 온 정약용의 『주역사전』과 『역학서언』의 번역을 마무리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목차
- 머리말 어디까지가 여가이고, 어디부터가 노동인가?
1장 여가란 무엇인가
2장 시회, 시인들의 전성시대
3장 활쏘기, 세계에서 가장 강한 활을 장난감처럼 사용하는 민족
4장 독서, 관리에게 주어진 공식적인 휴가
5장 뱃놀이, 가장 놀기 좋은 곳은 역시 배 위
6장 유산遊山, 산 중의 산, 한반도의 다이아몬드 금강산
7장 걷기, 예던길과 순례자
8장 공원 나들이, 근대 조선인의 새로운 일상 여가
9장 바둑, 유목민의 전설
10장 낚시, 오래된 여가의 기억
맺음말 슬기로운 여가 생활을 위하여
참고문헌
책 속으로
노동하는 개인에게는 언제나 노동의 욕구와 그 반대 급부로서의 휴식의 욕구가 동시에 존재한다. 현대인의 휴식과 여가는 단순히 개인의 수요의 단계를 넘어서서 국가의 제도적 장치로서 시행되는 정도다.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노동의 피로도를 덜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의 상황이다. 국가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긴장 관계를 법률로 제도화하였고, 개인은 이 제도 아래서 노동과 여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본문 6~7쪽
그 가운데 명나라와 조선은 다 같이 성리학이라는 이념 아래 문치를 펼쳤던 나라여서 창화 외교가 치열했다. 물론 창화는 중국 사신이 선창하고 조선 외교관이 화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조선 외교관이이와 같은 시전詩戰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자국 문화에 대한 자의식과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는 실제로 시가 현실 전쟁에서 활용된 예도 있다. 삼국시대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이 내침한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가 대표적이다.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에 닿았고, 오묘한 계획은 땅의 이치를 다했노라. 전투에 이겨서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을 알고 부디 돌아가시게.” 모두 20자로 된 오언고시五言古詩인데, 뱃심 두둑한 배짱이 느껴지는 풍자시다. 이 시를 받은 우중문이 얼마나 열받았을지 상상할 수 있다. 이처럼 시는 감정을 전달하는 좋은 매개인 동시에 전쟁에서도 위력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본문 29~30쪽
조선 초 세종은 1426년 12월 처음으로 젊은 문신들에게 휴가를 주어 독서에 전념하도록 하는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를 실시하였다. 글자 그대로 휴가를 주어 책을 읽게 한 제도다. 독서 장소도 자택으로 한정하여 진정한 의미의 여가가 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독서를 명령한 것이 아니라 휴가를 명한 것이다. 국가가 하사한 진정한 의미의 여가 시간이다. 세종은 자신이 걸출한 학자여서 독서의 가치와 그에 수반하는 고역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1442년 제2차 사가독서를 시행하면서 세종은 독서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신숙주와 성삼문 등 6인을 북한산 기슭의 진관사津寬寺에서 독서하게 하는 상사독서上寺讀書를 실시하였다. 본문 57~58쪽
국내 여행의 백미는 바로 유산이다. 현재 약 600편의 유산기가 남아 있다고 한다. 백두산, 묘향산, 칠갑산, 금강산, 북한산, 월악산, 속리산, 청량산, 가야산, 지리산 등 옛사람들이 다녀간 명산들이 많다. 유산기는 대부분 일기 형식의 기행문으로, 여행의 준비 단계부터 숙박, 음식, 교통 수단, 노정, 여흥 등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유산기를 읽다 보면 조선 시대의 유산은 오늘날의 등산과는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인에게 등산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으로 지친 심신을 쉬게 하는 힐링으로서의 등산이 있고, 지리산 종주, 백두대간 종주 등과 같이 어떤 집중된 목표를 달성하는 성취로서의 등산이 있다. 그런데 옛사람의 유산은 성취나 치유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여가 활동처럼 보인다. 절경이 기다리고 있기에 산에 갔지만 천지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심신을 수련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백두산의 장군봉, 금강산의 비로봉, 북한산의 백운대 등 정상 등정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산을 즐길 뿐이었다. 현대 한국인의 등산 문화는 백두산 신단수 아래에서 첫 나라를 열었다는 민족 신화, 산 속에 사는 곰과 호랑이의 토템 등 한민족의 DNA, 곧 정신적 원형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것이다. 본문 91~92쪽
조선 전기에 바둑은 지극한 이치가 담긴 인생의 축소판으로 여겨져 처세와 용병술, 치세 등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었고, 한편으로는 은둔과 초탈, 무욕의 탈속적 상징으로 인식되어 완물상지玩物喪志라는 성리학자의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후기에 이르러 바둑은 점점 여가와 취미 생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크게 유행하였고, 남녀노소 신분계층과 상관없이 애호가들이 나타나게 된다. 게다가 내기 바둑이 성행하면서 바둑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사람도 등장하게 된다. 심한 경우 생업을 팽개치고 가산을 탕진하는 사례까지 등장하여 강한 비판론마저 제기되기도 했다. 그만큼 조선 후기에는 바둑이 대중화되고 여가 활동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회화에 있어서도 조선 전기에는 화, 통속화를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지적했다. 본문 137~138쪽
출판사 서평
우리는 자유롭게 여가를 선택할 수 있을까?
여가의 진정한 개념과 조건들
여가란 사전적으로 ‘일이 없어 남는 시간’을 뜻하는데, 여기서 ‘일’이란 주로 생업을 위한 경제활동을 가리킨다. 곧 ‘여가’는 휴식과 취미 활동을 비롯해 개인이 처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는 근대 산업사회에서 직장과 가정이 분리되고 노동 시간이 명확하게 계산되면서 탄생한 개념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가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노동자가 다시 노동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삶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나 동등하게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개인은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시간과 재화 이외에만 여가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경제적 여건(혹은 나라의 경제 발전 정도)과 여가 시간은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했음에도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제한한 중국처럼 국가가 여가를 제한하거나 여가 시간에 자기계발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인해 여가가 위축될 수 있다. 또한 재화와 시간이 풍부하더라도 국가의 지리ㆍ환경적 여건상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여가와 좀처럼 즐기기 힘든 여가가 나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곳곳에 산이 있어 등산 문화가, 일본은 섬 기후와 화산 활동 등으로 목욕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여가들은 자연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 즐거움들이다.
이처럼 개인의 경제적 조건, 여가에 대한 인식이나 국가 정책과 같은 사회ㆍ문화적 조건, 국가의 지리ㆍ환경적 조건이 맞물려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여가의 폭은 제한된다.
자연을 향유하고 여유와 수양이 조화를 이루었던
우리 선인들의 여가 생활
우리의 선인들도 당대의 조건에 맞게 다양한 여가를 즐겼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곳곳에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산이 우뚝 솟아 있어 번잡한 세상사를 잊고 자연을 만끽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산을 거닐며 삶을 성찰하는 유산(遊山)부터 뱃놀이, 걷기, 낚시 등 자연환경을 누리는 여가 활동이 발달하였고, 현재까지도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수양을 중시했던 우리 민족은 여가를 단순히 ‘노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서로 시를 지으며 교양을 쌓는 문화는 중국과의 외교 활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활쏘기는 실력을 겨루는 스포츠이자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무예이기도 했다. 또한 학문과 수양을 중시하는 나라답게 국가에서는 관리들에게 독서를 위한 휴가를 주어 여가 활동 중에도 수양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장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선인들은 여가를 보람과 즐거움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개인과 나라를 발전시키는 수단으로 삼는 지혜를 갖고 있었다.
여가의 시대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슬기로운 여가 생활을 위하여
이처럼 선인들은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하여 여유를 즐길 줄 알았으며, 여가를 통해 삶의 보람과 개인ㆍ사회의 발전까지도 추구하였다. 이는 건강, 일과 휴식의 균형, 끊임없는 자기계발 등이 중요한 현대사회에서도 유효한 여가 생활의 가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선인들의 지혜에 힘입어 여가 시간을 단순한 휴식이나 오락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처한 경제ㆍ사회ㆍ환경적 조건 아래서 나의 행복과 발전을 추구하는 뜻깊은 시간으로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67370846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0월 21일 | ||
쪽수 | 164쪽 | ||
크기 |
141 * 210
* 17
mm
/ 305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한국국학진흥원 교양학술 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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