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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 위에 면면이 흐르다
12년 집필 끝에 토박이 작가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그 시절 그날의 우리 땅, 그 위의 사람들
만식이 시작한 점방이 잘되어 가지만, 담배와 소금 전매권을 독식하고 있는 일본인 점방 주인 야스다가 횡포를 부린다. 만식이 주재소장에게 항의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후지하라는 인철과 만식에게 시국강연회 날 무대에 올릴 계몽연극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 연극의 실체는 주민들에게 징병, 징용에 응하라고 독려하는 것이다. 계몽연극이 무대에 올려지지만 인철과 만식은 죄책감과 어찌할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핑곗거리를 만들어 공연을 거부하자 연극단원들에게 징병과 징용 통지서가 날아든다. 만식은 지리산으로 도망을 친다.
각종 공출에 협조하고, 의용소방대 기금과 오포대 철탑 건립에 기금을 희사한 이대길도 다섯 명의 아들 중 징병을 보내라는 압박을 받는다. 이대길은 화병으로 드러눕지만, 어쩔 수 없이 인수에게 징병 통지서가 배달된다. 학교에서는 인호에게 일본 천조대신을 섬기라는 위패를 나눠 준다. 매일 절을 하는 인호와 갈등하다 위패를 박살을 내 버린 인수는 징병으로 끌려가게 된다. 구례구역은 징병, 징용으로 끌려가는 청년들과 가족들의 울음바다가 된다. 군수물자를 위해 천은골에 벌목 사업이 벌어지자 진목 스님 일행이 벌목장을 습격하여 박살내 버리고, 인철과 명일은 제재소를 습격하여 사장 박진만을 칼로 찌르고, 불을 지른다.
한편, 아버지는 일본으로 건너가서 연락이 없고, 어머니는 돌아가신 바람에 이대길네 큰집에서 자란 민정. 집안일을 잘 해내며 지내고 있던 중, 일본 공장에 취직도 시켜 주고, 상급 학교도 보내 준다는 꼬임에 빠져 일본행 배에 올라탄다. 배는 일본이 아닌 필리핀 정글 속 일본 군부대에 도착하게 되는데….
작가정보
목차
- 11. 달맞이
12. 신사참배神社參拜
13. 점방店房
14. 징병徵兵, 징용徵用
15. 공출供出, 분가分家
16. 도벌
17. 폭격
책 속으로
“그러나 정만식 씨도 알다시피 그 명목으로 소방대 기부금을 몇 년째 모집하여 왔는데… 아직 기부금이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아! 그래서 기금 모집 운동을 벌이는데, 시국 강연회와 함께 계몽연극 무대를 함께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상부의 명령에 의하면, 민심을 독려하여 조선의 젊은이들을 황국신민의 자격으로 전쟁에 참여하라는 명령입니다. 어떻소?” “예, 예.” 만식은 후지하라가 기부금에 대한 치사를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시국 강연회와 민심 독려? 계몽연극 무대라니? 후지하라의 말을 떠올리며 순간 긴장한다. 머릿속이 멍해진다. 보자 보자 하니, 이제 와서는 조선 사람들을 이용하여 강제 징병, 징용을 독려하려는 악랄한 수법을 쓰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떠올리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조심스럽게 숨을 내쉰다. “이인철이 친구입니까?” 갑자기 후지하라가 이인철을 들먹이자 고개를 들고 답한다. “예, 친구입니다.” “이인철과 함께 계몽연극 무대를 준비하시오! 알겠소?”
(103쪽)
“인수야….” 이대길이 머뭇거리다 다시 입을 연다. “너도 알다시피 주재소 순사들이 다녀갔다. 너도 짐작했겠지만… 이 애비가 사방팔방으로 힘을 써 봤지만…” “….” “인철이 형은 결혼도 했고, 몸도 상해서 군대를 갈 수는 없지 않느냐? 그렇다고 어린 동생들을 보낼 수도 없는 일 아니냐?” “예, 아버지. 저도 잘 압니다.” “….” 긴 침묵이 다시 흐른다. 이대길이 긴 담뱃대를 빨아 연기를 마신 후 한숨을 토해 낸다.
(139쪽)
마을 입구 당산나무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무슨 일이지? 민정이 호기심 가득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일본으로 갈 여자아이들을 모집한다는 얘기가 오고 간다. 민정이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일본 공장에 취직시켜 돈을 벌게 해 주고, 공장 기숙사에서 잠도 재워 주고, 본인이 원하면 상급 학교 진학도 시켜 준다는 얘기다. 민정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설명을 듣는다. 주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나눈다. 민정이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함께 끄덕인다. 그 사람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다.
(200쪽)
잠시 침묵이 흐른다. 명학도 잠시 침묵에 잠긴다. 진목의 말을 들으니 걱정이 앞선다. 침묵은 자연 속에 파묻히기에 좋은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야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평소에 들리지 않던 자연 본래의 소리들이 세세하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오늘따라 밤하늘의 별빛이 유난히 빛난다. 초롱초롱한 별들이 반짝거린다. 명학은 진목이 다시 얘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린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진목이 입을 연다. “스님, 거사를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242쪽)
기본정보
ISBN | 9791165399276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8월 20일 |
쪽수 | 326쪽 |
크기 |
151 * 226
* 27
mm
/ 51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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