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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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고 추천도서 > 아침독서 중고등 추천도서 > 2022년 선정
목차
- 프롤로그: 고민은 실천이, 실천은 책이 되었다
1장 학교민주주의
학교는 민주주의를 원하는가?
교실에서 시작하는 민주주의
2장 교실민주주의
초등: 조금씩, 함께 만들어간다
중등: 좌충우돌, 시민이 커간다
3장 학생자치
초등학교: 초등학생도 현재시민이다
중학교: 그물 모양의 민주주의를 꿈꾸며
고등학교: 극소심이 1515를 위한 학생자치 안내서
4장 교직원자치
환대와 상상의 문화 만들기
5장 학부모자치
부모에서 학부모로 지혜로운 변화
(부록) 학교자치기구 의견청취모델
6장 학교자치와 조례
학교자치조례와 학교에서의 자치
에필로그: 학교자치는 우리를 연결할 것이다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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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책에 나온 대로 되지 않는다. 살아 있는 사람의 상호작용이라서 그렇다. 이 책에는 저자들이 학교 자치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겪은 갈등, 부딪침, 성공 또는 실패 사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학교를 좋게 바꿔보려고 애쓰다 지친 사람이 이 책을 집어 들면 좋겠다. 학교자치를 궁리하다 막힌 지점의 돌파구를 반갑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만 그랬던 게 아니구나, 내가 간과한 디테일이 이거였구나, 다시 해보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동지를 얻은 듯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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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학생자치에서 학교자치까지 현장 교사들이 직접 체득한 경험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고 공감 가는 이야기다. 학교 민주주의 실현을 갈망하는 선생님들에게 마중물 역할을 하는 지침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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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반가운 책이다. 학교자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론과 실천, 그리고 현장의 세밀한 고민들이 살아 있는 언어로 말을 걸어온다. 민주주의의 의미,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 학생의 자유와 교사의 역할, 학부모 참여의 의미 등 한 번쯤 꼭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문제들을 쉽고 깊이 있게 풀어주고 있다. 학교 자치를 고민하는 교사, 학부모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자칫, 행정업무로 여기기 쉬운 학교자치가 진정한 교육의 영역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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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실천에 의한 생생한 이야기로 마치 내가 교사가 되어 학생들과 함께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을 사랑하며 더 나은 학교를,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저자들의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보며 ‘나는 훗날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교직을 꿈꾸는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이 교육 현장의 현실과 실천, 그리고 희망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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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속에서 어떻게 자기 생각을 드러낼지, 민주주의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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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자치를 학교자치의 동반자로 다루고 있어 반가웠다. 학교 참여 활동에 주저하는 학부모님들이 읽고 힘내셔서 건강한 교육 시민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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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들은 오랜 시간 학교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듯 자신의 교육을 성찰하였다. 이 책을 통해 저마다의 생각과 가치들이 더해져 마침내 우리가 학교자치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그 과정이 만만치 않겠지만 교사는 광장의 민주주의를 학교와 교실로, 일상의 민주주의로 이어가야 하는 실천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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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자치는 교육 관련 컨퍼런스나 세미나의 단골 메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슬로건임에 틀림없지만 컨퍼런스에서 말하는 학교자치는 억지로 해야 하는 숙제거나 아직 오지 않은 먼 나라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 속에는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동료와 손잡고 해나가는 생생한 학교자치의 이야기가 있다. 일상만으로도 버거운 학교 현장에서 기꺼이 용기 내어 시작하는 선생님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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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일을 스스로 다스리는 게 자치다.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 그 결정과 행동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게 민주시민의 자질이 아닐까. 여러 선생님의 경험, 생각, 성찰이 담긴 이 책과 함께 더 많은 학교가 학생들이 삶을 사는 공간, 삶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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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반은 복도에서 벌어지는 잦은 다툼 때문에 학급회의에서 되도록 복도에 나가지 않기로 규칙을 정했다. 옆반 친구들이 그런 사정을 모르고 우리 반에 놀러오면 다툼이 생겨 갈등이 심해졌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이 문제는 우리 학년 친구들 모두의 마음이 모여 함께 결정해야 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학년다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2학기가 되면 이 책에서처럼 학년다모임을 꼭 건의해보고 싶다.
책 속으로
“3월에 아이들을 꽉 잡아야 1년이 편하다!”
최고의 요리 레시피도 아니고 절세 무공의 비급도 아닌 교사들의 학급관리 비법은 이렇게 신성시되며 꾸준히 구전되고 있다. 무척이나 밝았던, 하지만 며칠 사이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초임 선생님의 얼굴이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학교에 대한 이러한 기억이 학교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학교는 누구나 일정 정도의 기간 동안 거쳐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학교는 어떤 기억을 남기고, 어떤 이미지를 주었을까? -16쪽
‘우리 때가 좋았다’고 학창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만 떠올리려는 기성세대의 추억은 폭력과 전체주의로 얼룩진 학교에 대한 파편적인 기억과 환상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억압과 폭력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20여 년의 교직 생활동안 나로 인해, 학교의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모습으로 인해 상처받고 치욕적인 벌을 받았던 모든 친구들에게 사죄한다. 진심은 아니었다고 비겁한 변명을 해본다. -22쪽
누군가 공교육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창의적인 인재 육성보다 ‘괴물을 길러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대답하고 싶다. 인류 역사는 똑똑한 괴물들이 수시로 파괴한 민주주의의 파편들로 점철되어 흘러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괴물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오늘도 또 다른 형태의 괴물이 되어 우리 반 아이들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30쪽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권위주의적 학교문화, 폭력적인 교육환경은 교실을 민주주의의 씨앗으로 만드는 데 방해가 되어 왔다. 반(反) 전체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모두 함께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꿈꾸었던 최초의 민주주의의 이상을 향해 우리는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학습과 성찰을 통한 민주적 태도와 장기지속적인 관점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유는 무한히 확대하되 실천에서는 세밀함이 요구된다. 교사에게 그 실천의 장은 아이들이 있는 교실이다. 교실은 폭넓은 연대에 의해서 확장되며, 어느 시공간이든 아이들이 있는 곳이 학교이자 교실이다. 학교는 가장 변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미래는 교실에서 시작한다. -46쪽
아이들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스스로 훈련할 수 있을 때에만 자율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평가보다는 인정과 지지가 필요하다. 실수에 대한 책임은 어른들이 짊어지면 된다. 그러면 부담을 갖지 않고 자유를 연습할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자유는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을 하면 나에게 좋은지, 어떻게 행동했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는지를 경험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성장 과정에서 이루어지면 좋다. 성인이 된 후에는 사람이 바뀌기 더 힘들다. 학생들은 자유를 사용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성인이 되어 자유가 주어졌을 때 참되게 활용할 수 있다. -52쪽
회의를 하면 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 동등한 위치에 있는 친구에게 말하니, 교사의 권위에 눌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만든 거짓된 말이 아니라 진짜 이유가 나온다. 이때 교사가 학생의 말을 무조건 경청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섣불리 도덕적인 판단을 내려 잘못을 지적하면 학생은 다시 입을 닫는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어떤 이유도 인정해야 한다. -58~59쪽
교실민주주의는 교사가 학생의 요구를 학급 운영에 잘 반영하는 정도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생 이야기를 잘 듣고 결정하는 교사는 ‘좋은 독재자’일 뿐이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평등하게 나누는 것이다. 교실에서 더 많은 공적 권력을 가진 교사가 결정권을 학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64쪽
교실은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30~40명의 소집단이고, 거의 매일 모일 수 있으며, 동등한 입장에서 말할 수 있다. 결정된 사항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직접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여 동기도 충분하다. 우리는 대화하고 부딪치면서 우리에게 맞는 공동체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학기 초에 정한 규칙을 1년 동안 지속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처음 만난 학생들이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규칙을 정하면 나중에 그 규칙이 맞지 않거나 필요 없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학급 규칙은 생활하면서 차차 만들어가야 한다. 한번 정했다고 무조건 지켜야 하는 법이 아니라 언제든지 논의를 통해 수정될 수 있는 합의여야 한다. 1년 동안 함께 회의하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질서를 찾을 수 있었다. -76~77쪽
내가 생각하는 교실 생활은 ‘사회에 나가기 위한 연습’이 아니라 ‘아이들이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다. -83쪽
아이들은 졸업여행을 통해 많은 능력을 보여주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계획하는 능력을, 열쇠를 찾아 함께 모래밭을 헤치며 협력하는 능력을, 친구의 어려운 처지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품성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그 모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꺼낼 기회가 드물었을 뿐이다. -93쪽
교실자치는 담임교사가 가진 권한을 학생, 학부모와 나누고 함께 교실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학교자치는 여기서 더 나아가 학교의 권한을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와 나누어 학교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온라인 세상에서 학교가 살아남은 길은 다양한 사회적 자원을 보태고 합치며 함께 성장해가는 데 있을 것이다. -120쪽
모든 학교가 나의 경험과 같지 않을 것이고, 존경할 만한 교사가 더 많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내가 어떤 방식으로 민주시민교육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으나 학생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내가 올바른 답이라 생각하는 것만 떠먹이려 했다. 그럼에도 못 따라오는 학생들은 그들의 상황 배경, 겪었던 문화 그리고 사회적, 구조적 시스템을 따지기보다는 오롯이 학생 개인의 노력과 의지 부족 탓으로 돌리며 모든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했다. ‘온정주의에 바탕을 둔 근대적인 학생 위하니즘’에 빠져 학생들을 닦달했다. 내가 학생자치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157쪽
우리나라는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보통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보다는 남의 눈치를 보고 대세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눈‘총’ 맞기 싫어 절대 먼저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주어진 일을 시킨 대로 하기보다는 먼저 ‘왜’라는 관점으로 자기 생각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과 생각이 다른 모난 돌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야 한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자기 생각 갖기를 교육해야 한다. 자치라는 것은 여러 자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서로 다른 입장에도 서보며 다양성을 경험하면서 포용적 자기 결정 능력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고민이 생길 때마다 찾아가는 선배가 있다. 그는 내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먼저 이렇게 말한다.
“네 생각은 어때?”
학생들에게 올바름을 가르치려는 어른의 욕심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네 생각은 어때?” 하고 물으며 자기 생각을 만들 기회를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생들이 하는 게 어설퍼 보여도 믿고 맡기자. 그 어설픔 속에서 학생들은 배울 것이다. -194쪽
“그런데 그런 이벤트 기획 말고, 정말 뭐가 하고 싶었던 거야?”
“저희가 선거 나올 때부터, 정당 활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정당 활동이라니 예상치 못한 생각이었다. 역시, 아이들이 하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구나 싶으면서도 부담감이 함께 찾아왔다. ‘설마 그걸 나보고 같이 하자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으로 정당 활동으로 학생자치회를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을지, 왜 하고 싶은지도 물었다.
“사회 시간에 배우잖아요. 배우기만 하고 정당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까. 학교에서도 학생자치회를 통해서 그런 활동을 해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213쪽
코로나는 학교의 많은 것을 바꾸었지만, 특히 ‘자치에 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2019년 11월에 경기도에서 학교자치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학교자치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도 한몫했다. 학교에서 아무것도 명확하게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치를 통해 학교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자치가 시작된 느낌이었다. 방역 업무를 나누고, 원격수업 방안을 마련하고, 등교 일정을 정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고, 그 과정에서 ’자치‘가 작동한 학교는 혼란을 조금 덜 겪은 것 같다. -223쪽
학생자치가 아이들에게 주는 신호는 실패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면 좋겠다. 학급이나 학교에서 당연시해온 일들에 질문을 던지고, 친구들과 함께 바꿔나갈 방향을 마련해보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 방향이 공공성, 자율성, 협력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은, 시작할 때에는 몰라도 좋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아가면 된다. 꼭 성공할 필요도 없다. 질문을 던지고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공간과 공동체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 포인트다. 민주주의의 시작이라는 거창한 수사도 필요 없다. 학생자치의 경험이 민주주의에 대해 이해하고 실천하고, 배워나가는 시작점이 되었다는 해석은 미래에 붙여도 좋다. 어차피 민주주의에 완성 따위는 없으니까. -226쪽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빵셔틀을 만들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교사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보지 못하는지 모른다. 교직원자치를 말하면서 교무실의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교육행정직 공무원, 교육공무원직, 교사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리자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방법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88~289쪽
출판사 서평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교사가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한다는 것
오늘날의 교사는 학교에서 모범생이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학교의 규정과 지침을 준수하고 세계적으로도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정규 교과 과정과 그 내용을 잘 습득한 학생들이 교육대학에 진학하고, 임용 과정을 통과하여 학교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들이 돌아온 학교는 예전과 다름이 없으면서도 아주 다르다. 그 속에서 하루하루 탈없이 살아내기도 버거운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해내야 하는 과제가 쏟아진다. 학습하고 결과물을 내는 것에는 달인에 가까운 프로 학습인들이지만 오늘날의 사회가 현실 학교에 요구하는 것은 끝이 없다. 저마다 다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지역과 연령에 따라 모아놓은 학교는 선례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다양한 교육적 상황을 그때그때 스스로 돌파해나가기를 요구받고 있다. 학생을 직접 만나는 교사의 어깨에 지워진 짐은 날로 무거워진다. 교사가 두른 권위의 망토는 투명해진 지 오래되었다. 그 와중에 학교자치, 학교민주주의도 업무가 되어 내려온다. 스스로 하는 것이 자치이고 공동체의 운명을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민주사회라면서 자치와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나가는지 보고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다.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도 학교자치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한다. 알아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여 민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결국 아무 문제가 없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서와 기출문제로 단련된 사람들에게 오류 하나 없는 책을 스스로 써오라는 것과 같았다.
읽고 쓰고, 지우고 쓰며
물으며 쓰고, 대답하며 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어쨌든 써보기로 했다. 허공에 물로 쓰는 기분이지만, 시도해보기로 했다. 서로의 마음을 읽고, 생각을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과정을 한 사람이 기록했고, 그 기록을 들여다보며 서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또 한 사람이 받아 쓰고, 그걸 돌려보며 함께 고쳤다. 궁금한 점이 발견되면 책을 찾아 읽고 토론했으며, 그렇게 알게 된 지식을 자기 경험과 관련지어 사유했다. 그렇게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리듯 각자 굴려낸 이야기를 다시 하나하나 풀어내었고, 서로의 의견을 반영하여 모두의 목소리를 담아 다듬어갔다. 이 책은 서로의 이야기를 평등하게 듣고 나누며 그것을 책이라는 그릇에 담아내고자 노력한 1년여의 과정 그 자체다. 고통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터이다. 각자 학교현장에서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끈덕지게 진행하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해온 구력이 뒷심이 되어주었다. 끊임없이 읽었고, 지치면 더 힘을 내서 고쳤으며, 허를 찔린 질문 앞에서 두루뭉술한 대답으로 마무리하지 않으려고 숱한 밤을 고심했다. 그래도 부족함이 있을 것이다. 이제 저자들은 그 어떤 지적도 반겨 맞을 자세가 되어 있으며 ‘지금부터 다시 또 시작하겠다’고 말하는 것 외에 다른 변명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무엇을 말했나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거드는 수준이 아니라 학교가 민주적 자치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교사가 이끌 수 있을까? 어쩌면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움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1년이 편하려면 3월에 아이들을 꽉 잡아야 한다는 비기가 여전히 유통되는 학교에서 매 순간 불편할 것이 예상되는 끊임없는 소통과 협의의 과정을 일개 교사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 이 책은 먼저 학교에 대한 기억들을 소환한다. 학교를 거쳐 간 이들에게 화인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들여다보며, 그 상처에 우리 모두가 관련되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어쩌면 공교육의 목적은 쓸모 있는 인간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괴물을 만들지 않는’ 데에 있을 것 같다는 성찰로 씁쓸하게 마무리된다. 이처럼 자치와 민주주의를 시도한 이야기 상자를 들여다보면 그 속에 들어 있는 게 결코 향기롭지도 않고 아름다운 무지갯빛 보석들로만 가득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상자 속의 이야기들은 비릿한 피 냄새를 풍기며 썩어가기도 하고, 뜨겁게 들끓어 넘치기도 하고, 오래된 화석처럼 침묵만 지키기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그 이야기들과 대면할 것인가. 각 장마다 안내자가 나타나서 상자 속에 갇힌 이야기를 꺼내는 모험에 찬 여정을 인도해준다. 학교자치와 학교민주주의는 희망찬 미래를 여는 만능열쇠인 양 우리를 희망으로 들끓게 하면서도 수시로 심장을 싸늘하게 만든다. 결코 낯설지 않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저자들은 독자에게 학교 안 민주주의와 자치의 이야기 상자를 들여다볼 용기를 주문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64250950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9월 06일 |
쪽수 | 352쪽 |
크기 |
149 * 211
* 30
mm
/ 484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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