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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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수현은 진실의 모자이크 조각을 받았다
불법 콜택시를 하며 병든 엄마를 돌보던 ‘수현’은
포커 사이트에서 우연히 알게 된 ‘현채’와 만난다
경찰의 총을 갖고 있던 현채를 보고
기구한 현실에 돈이 절실했던 수현은
그녀와 함께 은행의 현금 수송 차량에서 현금을 탈취한다
그러나 어설픈 탈취 과정에서 은행원이 총에 맞아 죽고
현채가 ‘매 2월 29일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면서
모든 게 뒤엉키기 시작하는데……
『굿와이프』, 『왓쳐』 한상운 드라마 작가 극찬!
“많은 경우, 불행은 갑자기 다가오지 않으며 일상에 고여 있다 어떤 계기로 폭풍처럼 모든 것을 부수고 지나간다. 그 과정을 이렇게 리얼하고 힘있게 그려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작가정보
작가는 202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까치」로 데뷔해, ‘스마트 소설’ 1집에 「세탁」, 『2021 신예작가』에 「앞니」, 『작가와 사회』 2021 가을호에 「귀환」 등 공모전 작품집과 문예지에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독창적이고 특색 있는 작품들을 주로 선보이며 스타일리스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여섯 번째 2월 29일』은 작가의 첫 단독 장편소설이며, 정통 하드보일드 장르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와 그 속에서 펼쳐지는 숨 막히는 긴장감을 능숙하게 담아내고 있다.
목차
- - 수현의 시간
- 04
- 08
- 12
- 16
- 20
- 가보항
- 현채의 시간
- 24
추천사
-
많은 경우, 불행은 갑자기 다가오지 않으며, 일상에 고여 있다가 어떤 계기로 폭풍처럼 모든 것을 부수고 지나간다. 그 과정을 이렇게 리얼하고 힘있게 그려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
강렬한 현장감과 생동감. 강력한 흡입력. 끝까지 재미를 놓치지 않고 달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침없이 내달리는 작품 중에서도 이렇게 ‘살아있는’ 글은 오랜만이다. 일상의 불온함, 현실과 허구. 이 모든 것이 씨실과 날실같이 정교하게 꼬여 촘촘하고 멋진 직조물을 이룬다. 많은 사람이 이 멋진 짜임을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책 속으로
그 방면에선 동질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멋대로 상대가 누군지 검색해보는, 계산이 아닌 학습된 듯한 착실함과 순진함에는 거부감을 넘어 짜증마저 일었다. 수현이 본 그녀는 적어도 그의 기준에선 딱히 부족할 게 없는 녀석이었다. 먹고 살 걱정이 없이 살아온 이들은 남에게 관심이 많은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부류였다.
수현은 이제 자신이 무엇을 바라고 현채를 만나기로 했는지도 모호해졌다. 그렇다면 반대로, 녀석은 왜 나를 만나러 왔을까.
녀석은 수현이 누구보다도 돈이 절실하다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우연이라고 했지만, 돈이 필요한 사람을 찾고 있던 것일 수도 있었다. 온라인에서의 수현을 보고 자신의 뜻에 동조할 사람이라고 여겼는지도 몰랐다. 그렇담 사정은 달라도 녀석 또한 돈이 필요할 것이다. 녀석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수현은 고개를 창 쪽으로 다시 돌렸다. 녀석을 시험해 볼 필요가 있었다.
(49~50p)
“아, 형님. 여기 원주예요.”
영호의 대답에 피로가 묻어나왔다. 영호는 한동안 수현을 사장님이라고 부르다가 최근부터 다시 수현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수현은 영호와의 거리가 좀 더 멀어진 듯 느꼈다. 그것은 영호도 마찬가지였다. 호칭은 친근할지 몰라도, 위계가 희미해지고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
수현은 이혼을 하면서 렌터카 지점을 몇 개만 남기고 프랜차이즈 업체에 매각했다. 아내와의 재산 분할 때문이었지만, 일할 의욕이 떨어진 이유가 더 컸다. 규제와 단속이 심해지면서 이전과 같은 영업을 하기도 버거워졌다. 이전처럼 렌터카에 GPS를 장착해 마구잡이로 추적하는 것도 고객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GPS를 쓰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규제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린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지난 3월, 경찰서에서 있었던 일은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204p)
출판사 서평
차가운 불꽃 같은,
정통 하드보일드 장르의 귀환
근래 한국엔 「신세계」 이후 「불한당」, 「아수라」와 같은 하드보일드 누아르가 연달아 개봉하면서 ‘하드보일드’는 ‘누아르’와 동일시되었다. 둘은 범죄와 폭력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분명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러나 엄밀히 구분하자면 누아르는 범죄 세계와 범죄 세계의 인물들을 스토리의 주연으로 한 작품을 포괄해 부르는 ‘장르’이고, 하드보일드는 이러한 작품에서 범죄와 폭력을 그 어떤 견해 없이 건조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을 일컫는다.
하드보일드는 특성상 누아르와 결합하기엔 쉽지만, 언제나 누아르일 필요는 없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이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처럼 때로는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볼 수 있을 것 같은 범죄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이 이야기의 주체일 때 하드보일드의 건조함과 비극성이 극대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여섯 번째 2월 29일』은 가히 ‘정통 하드보일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홀로 아픈 엄마를 모시면서 불어나는 병원비와 생활비를 메우고자 불법 콜택시를 시작한 주인공 수현이 충동적으로 현금 수송 차량의 현금을 탈취하면서 일상의 궤도에서 튕겨져 나간다. 그리고 4년마다 정차하는 비극의 협궤열차에 몸을 싣는다. 그런데 이 현금 탈취가 정말 비극의 ‘시작점’이 맞긴 했을까?
작품은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2월 29일을 중심으로 수현의 삶과 변화를 관조하고 조명하면서 담담하게 파국을 담아낸다. 건조하지만 긴장된 이야기에 독자의 감정까지 절로 억제되지만, 작품의 끝에 다다르면 억눌렸던 감정들이 둑이 터지듯 강렬한 여운으로 가슴을 적실 것이다.
현실에서도, 또 지금까지도
여전히 일어나는 일상의 범죄를 단죄한다
2000년대 접어들 무렵부터 현재 이르기까지, 사회는 정말 빠르고 급진적인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의 여파인 것처럼 수많은 범죄가 양산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 범죄들은 특별하게 다루어지는 강력범죄도 아니었다. 특히 불법 파일 공유, 불법 촬영, 신분 도용과 스토킹 등 디지털을 사용해 행할 수 있는 갖은 범죄들은 한때 범죄와 연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또 그래도 된다는 듯이 벌이던 일들이었다.
현재는 그러한 범죄에 대한 인식도 새로이 잡히고, 법적 처벌도 지정되면서 사회 전반이 크게 성숙해진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디지털 범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이전처럼 당당히 말할 수 없게 되었을 뿐 암암리에 횡행하고 있다. 오히려 더욱 치밀해지고 조직적으로 변했다. 지금도, 그 범죄들을 행하는 주체들은 대단한 범죄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많다.
세상이 디지털화된 지 오래지만, 아직도 마치 디지털상에서 익명으로 벌이는 일들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여긴다. 아무 생각 없이, 안일하게 쏘아댄 화살이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과연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걸까? 총을 쏜 자는 쏜 일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총에 맞은 사람은 깊은 상처와 흉터을 매만지며 언제까지고 그 일을 기억한다. 『여섯 번째 2월 29일』은 은빛으로 번쩍이는 디지털 시대에 검은 그림자와 같은 실태를 고발하고, 또 경고한다. 당신이 너무도 쉽게 저지르고 잊어버린, 사소하다고 생각한 그 행동이 언젠가 당신을 집어삼키러 올 것이라고.
기본정보
ISBN | 9791163162971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3월 18일 |
쪽수 | 304쪽 |
크기 |
128 * 188
* 21
mm
/ 30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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