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애가 소꿉친구를 피하는 이유 3(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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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알차게 보내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건만,
8살짜리 대공자라는 놈이 평화로운 생활을 방해한다.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어, 결국 특단의 조치로 뺨을 때렸다.
처음엔 당장 자신을 채찍질하라며 불같이 화를 내더니,
사건이 정리되자 이 녀석, 어째 반응이 이상하다.
“앞으로 날 때리는 거, 너는 허락해 줄게.
때리고 싶으면 얼마든지 때려도 돼.”
볼까지 붉히며 하는 헛소리라니!
아무래도 내가 놈의 은밀한 취향을 일깨워 준 것 같다.
얼른 이 녀석을 떼어 내 버려야겠다.
작가정보
목차
- 3권
22. 그 영애의 심장이 요동치는 이유
23. 그 영애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24. 그 영애가 죄책감을 느낀 이유
25. 그 영애가 위험에 빠진 이유
26. 그 영애가 성장한 이유
27. 그 영애가 소꿉친구를 피하는 이유
외전 : 그 영애가 못다 한 이야기
책 속으로
“아직도 어색해? 피하고만 싶어?”
키르는 담담히 말하는 것 같지만 기운 빠진 목소리를 보니 서운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해도 내가 은연중에 자꾸 키르를 실망하게 만드는 걸 안다.
난 부끄러워하는 거지만 키르가 느끼기엔 거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게다가 내 작은 행동에 키르가 일희일비하는 것도 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번에도 또 혼자 흥분해서 키르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그게 아니라……. 싫은 게 아니야. 그냥 부끄러워서 그래.”
나는 가까스로 용기를 내 설명했다. 그제야 기분이 풀린 듯 키르가 잡은 손끝에 힘을 줬다. 그러자 내 기분도 풀렸다. 이렇게 사소한 곳에서 내가 반응하는 게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었다.
“언제까지 부끄러워하려고 그래.”
키르의 목소리가 한결 나른해졌다.
“나도 노력하고 있어.”
잡힌 손가락 사이로 키르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어쩐지 야한 느낌이다. 내 온몸의 감각이 그쪽으로 쏠렸다. 이러니까 내가 의식하지! 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를수록 키르의 시선이 짙어졌고 목소리는 한결 낮아졌다.
“노력 가지고는 부족한 것 같아.”
“그, 그럼 어떡하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사람 하면 나였는데 최근엔 말 더듬는 습관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제대로 말하는 경우가 드물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워낙 키르의 기색이 휙휙 바뀌어서 나도 힘들었다.
“뭐가 제일 부끄러워?”
나는 키르의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절대, 싫은 건 아닌데 그냥 다 부끄러웠다. 딱히 누가 뭐라고 하거나 놀리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키르의 저런 시선과 닿으면 얼굴에 핫팩이라도 붙여 놓은 것처럼 열기가 쏠렸다.
“시선 마주치는 것도 부끄러워?”
내 몸이 녹아 버릴 것처럼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결국, 또 눈을 마주치기 힘들어진 나는 슬쩍 눈을 내리깔았다.
“너, 시선이 달라졌어.”
“당연히 다르지. 예전엔 소꿉친구랑 있던 거지만, 지금은 내 애인이랑 있는 거잖아.”
뿌듯함이 가득 담긴 키르의 음성에 내 목은 점차 수그러들어 엄청 공손한 자세가 됐다. 그러니까 네가 그럴수록 내가 더 힘든 거라고. 키르의 노골적인 언사에 몸이 배배 꼬였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 싫은 건 아니다. 좋은데 부끄러워서 숨고 싶을 뿐이다. 그런 내 안절부절못함을 키르가 봤나 보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그러고 나서 키르의 웃음이 짓궂어졌다. 슬쩍 당기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속절없이 끌려가 키르의 앞에 섰다. 그리고 아차 하는 사이에 키르의 팔이 나를 감싸 당겼다.
얼떨결에 키르의 무릎 위에 앉게 된 나는 올라오는 비명을 삼켰다.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펄쩍 튀어오르는 내 몸을 키르가 감싸 안았다. 게다가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뒤통수까지 살짝 눌렀다. 키르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 순간, 귓가에서 속삭임이 들렸다.
“부끄러워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으면 안 보면 되잖아. 이렇게 바짝 달라붙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걸.”
이게 눈을 마주치는 것보다 더한 상황 같은데…….
말이 안 되는 말이지만. 악덕 사채업자한테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지만. 나는 그냥 키르의 어깨에 고개를 묻은 그 상태에서 등 뒤로 팔을 둘러 키르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저 말도 안 되는 궤변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릴 정도로 기분 좋은 품이었다.
기본정보
ISBN | 9791163023227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3월 27일 | ||
쪽수 | 480쪽 | ||
크기 |
149 * 209
* 26
mm
/ 56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제로노블(Zero Novel)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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