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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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1958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삼미종합특수강과 삼미정공에서 근무하다가 1988년 〈한겨레〉 공채 1기 기자로 입사해 17년 동안 일했다. 〈한겨레〉를 떠난 후에는 한경닷컴을 비롯한 몇 개의 인터넷매체에서 일하며, 시간을 아껴 《고전, 내 마음의 엘리시움》(2007년), 《세계 금융위기와 그 후》(2009년), 《미술작품을 곁들인 에피소드 서양문화사》(2014년), 《단테의 신곡 에피소드와 함께 읽기》(2015년), 《이건희의 삼성, 이재용의 삼성》(2016년), 《도레의 판화와 함께 보는 성경》(2017년) 등의 책을 썼다. 번역서 《한눈에 보는 지구촌경제》와 《바보여신의 바보예찬》도 있다. 현재는 경기도 양평에 거주하면서 〈내일신문〉과 〈뉴스토마토〉에 경제칼럼을 쓰고 있다. 책이든 칼럼이든 되도록 알기 쉽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목차
- 서문
칼리스토 빛나는 별빛으로 나그네의 길잡이가 되다
알키오네 남편과 나란히 물총새가 되다
카이니스 아름다운 여인에서 무쇠보다 강한 남자로
알케스티스 남편을 대신해 죽기로 결심하다
메데이아 사랑에 눈멀어 악녀가 되다
페르세포네 농번기와 농한기가 생긴 이유
프시케 시련 끝에 얻은 사랑
아라크네 표현의 자유를 실천한 대가
판도라 세상에 불행을 퍼뜨린 인류 최초의 여성
이오 암소가 되어 홀로 세계를 떠돌다
에우로페 유럽 대륙의 이름을 남기다
스킬라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적에게 바친 딸
파이드라 의붓아들을 향한 비틀린 욕망
세멜레 신을 잉태한 유일한 인간
이노 조카를 보살피다 자기 자식을 잃은 어머니
아가우에 광기에 휩싸여 아들을 죽인 디오니소스 신도
안드로메다 어머니의 망언 때문에 위기에 처하다
마카리아 아버지의 명성도 구하지 못한 희생
에우리디케 남편의 방심 때문에 저승으로 되돌아가다
니오베 오만함 때문에 자식을 모두 잃은 어머니
이오카스테 어머니이자 아내가 된 여인의 비극
안티고네 목숨보다 소중한 혈육의 정
이피게네이아 대의를 위해 희생을 감수한 총사령관의 딸
클리타임네스트라 꼬리에 꼬리를 문 복수극의 희생자
키르케 미워할 수 없는 마녀
칼립소 오디세우스를 7년간 붙들어둔 요정
나우시카 곤경에 처한 나그네를 도운 마음씨 고운 공주
페넬로페 20년 동안 남편을 기다린 ‘인내’의 여인
카산드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 예언자
폴릭세네 아킬레우스의 무덤에 제물로 바쳐지다
크레우사 가족을 모두 탈출시키고 실종된 여인
안드로마케 거친 운명의 파도 끝에 맞이한 행운
헤카베 자식들의 비참한 최후를 목격한 어머니
헬레네 눈부신 아름다움이 초래한 전쟁
디도 사랑을 잃고 죽음을 택한 여왕
카밀라 기병을 이끌고 전쟁터를 누빈 여전사
헤르실리아 로마에 납치된 사비니 여인, 평화의 사도가 되다
알타이아 인륜을 저버린 아들을 단죄했지만
비블리스 쌍둥이 오빠를 향한 어긋난 사랑
참고한 문헌
책 속으로
신화 속 이야기는 경이롭고 신비롭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보다 적나라하고 직접적이다. 어떤 경우에는 더 심하기도 하다. 이를테면 헤라클레스가 열두 가지 고역을 치렀다고 하지만 인간의 삶은 더한 힘겨움의 연속이다. 제우스 신이 난봉행각을 벌였지만, 인간의 역사를 장식한 일부 제왕들은 훨씬 더했다. 욕심을 채우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제우스 신은 아내 헤라의 제지를 받았지만, 제왕들은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았다. 제우스 신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오는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유랑해야 했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훨씬 더 먼 거리를 본의 아니게 옮겨다니며 살아야 했다. 게다가 나중에 행복을 찾았던 이오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이렇다 할 행복이나 즐거움을 끝내 누리지 못하고 불행하게 삶을 마감하곤 했다.
요컨대 신화 속의 신과 인물들은 단순히 신화 속의 인물은 아니다.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있다. (6쪽)
헤라클레스는 아드메토스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운명을 반전시킬 일을 꾀했다. 헤라클레스는 알케스티스의 영혼을 거두어 가고 있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뒤쫓아 갔다. 헤라클레스와 타나토스 사이에 한바탕 격투가 벌어졌다. 결과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헤라클레스의 승리로 끝났다. 헤라클레스는 되살아난 알케스티스를 아드메토스에게 데려다 주고는 다시 길을 떠났다.
뜻밖의 기적이자 행운이었다. 알키스티스와 아드메토스가 경건하고 착한 심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이렇듯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효녀 심청 이야기도 이와 유사하다. 심청은 아버지를 위해 희생했고 알케스티스는 남편을 위해 죽는다는 것만 다르다. 이들의 희생이 감동을 주어 행복을 가져온다는 이야기의 틀은 거의 같다. (28쪽)
판도라와 에피메테우스 사이에 딸이 태어났다. 이름은 피라. 피라는 프로메테우스의 아들 데우칼리온과 결혼했다. 판도라가 상자를 연 뒤로 인간들은 악행을 일삼았다. 탐욕을 채우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성적으로 문란해지고, 신에게 불경을 저질렀다. 단 한 쌍의 부부, 피라와 데우칼리온만이 변함없이 경건한 삶을 이어갔다.
인류의 타락을 보다 못한 제우스는 대홍수를 일으켜 인류를 몰살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제우스의 계획을 간파한 프로메테우스는 아들 부부에게 앞으로 닥칠 일을 알려주고 거대한 방주를 만들어 대비하게 했다. 대홍수가 일어났을 때 피라와 데우칼리온은 방주를 타고 물 위를 떠돌다가 파르나소스 산 꼭대기에 이르렀다. 세상에 살아남은 인간은 두 사람뿐이었다. (중략)
성경에도 이와 흡사한 설화가 있다. 타락한 인류를 멸하려 하느님이 대홍수를 일으키고, 경건한 인간인 노아의 가족만이 방주에 탄 채 살아남아서 새로운 인류의 조상이 된다는 이야기다. 신이 다시는 그러한 끔찍한 재앙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도 비슷하다. (55~56쪽)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고국으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 멸망한 트로이의 유민들을 이끌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선 아이네이아스, 그리고 황금양털을 획득하고 돌아가던 이아손 역시 장기간 유랑했다. 이들의 유랑은 대부분 지중해와 그 연안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비해 이오의 유랑은 지중해 연안에서 흑해를 건너고 카스피해를 거쳐 아라비아와 아프리카에 이르는 머나먼 길이었다. 그 멀고 먼 길을 이오는 여인의 몸으로 옮겨다녔다. 무거운 암소의 육체를 하고서 걸어야 했다. 이오는 그 누구보다도 외롭고 힘들게 유랑했다. 동행이라곤 자신의 등에 올라 피를 빨던 쇠파리 떼뿐이었다.
그렇지만 이오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제 모습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이오는 여러 영웅을 배출하며 그리스, 아프리카, 아라비아에 세워진 수많은 왕조들의 조상이 되었다. 그 모든 것은 그녀가 모진 고난을 견뎌낸 데 대한 보상이 아니었을까. (62~63쪽)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 때문에 부모와 조국을 배신한 예가 많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례만 해도 다양하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를 사랑한 아리아드네, 이아손을 사랑한 메데이아, 암피트리온을 사랑한 코마이토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 아리아드네는 묘하게도 스킬라의 사랑을 받은 미노스 왕의 딸이다.
이들의 사랑은 보답 받지 못했다. 상대는 배신행위를 통해 얻은 이득은 기꺼이 받았지만 배신자는 곱게 보지 않았다.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또다시 배신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배신자를 받아들이면 배신의 풍조가 퍼져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배신자의 운명은 비참했다. 스킬라와 코마이토는 차갑게 외면당한 채 죽음을 맞았다. 아리아드네와 메데이아는 사랑을 쟁취하는 듯했지만 한때뿐이었다. 결국은 버림받았다. 어리석고 어긋난 사랑이 대가는 쓰라렸다. (73쪽)
키르케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기표현을 하는 여성이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자신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장애물이 있으면 과감하게 제거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지만, 어려울 때는 물러설 줄도 알았다. 분별력도 갖추고 있었다. 사랑에 눈 먼 조카 메데이아가 아버지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아이아이아 섬에 도피했을 때였다. 키르케는 메데이아의 패륜적 행위에 분노했다. 그녀는 메데이아를 크게 꾸짖고는 자신의 섬에서 추방했다. 키르케는 마녀로 불리긴 했으나 미워할 수만은 없는 마녀였다. (149쪽)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남녀의 관계를 다룬 에피소드가 무수히 많다. 그중 오디세우스와 나우시카의 만남과 이별 이야기는 다른 에피소드들과 사뭇 다르다. 시기와 질투, 음모와 배신의 이야기가 전혀 없다. 티 없이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호감과 배려, 아름다운 이별의 장면만이 있을 뿐이다. 주고받는 대화에도 정감이 넘친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다. (161~162쪽)
출판사 서평
그리스로마 신화는 서양 문명의 근원이자 인류 문화의 보물창고다. 그 속에는 사랑과 배신, 아름다움과 추악함, 축복과 저주, 욕망과 상실, 환희와 고독, 삶과 죽음과 같은 인간이 겪는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이 가장 오래된 문학은 서양 철학의 모태가 되었으며, 수세기에 걸쳐 회화, 조각, 시, 소설, 희곡, 건축, 패션 등 문화예술의 모든 분야에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리스로마 신화는 전 세계인이 즐겨 읽는 필독서가 됐다. 그런데 신화의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기억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수없이 많은 신과 요정, 그리고 인간이 한데 뒤섞여 펼쳐내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방대하다. 등장인물의 계보를 정리하는 것만도 벅찰 정도다.
이 책은 복잡한 신화읽기를 단순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 지은이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굵직굵직한 스토리를 그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중심으로 정리하여 엮었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서술인 만큼 복잡하게 뒤엉킨 신화 속 계보를 비교적 쉽게 익히고 기억하게 도와준다. 또한 선정한 인물들을 최대한 연대순으로 나열함으로써 각각의 에피소드가 분절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이 책의 주인공 여인들 중에 여신은 없다. 요정인 칼리스토, 키르케, 칼립소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간이다. 이는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상의 원형을 보여주려는 지은이의 의도된 선정이다. 지은이는 “신화의 여러 에피소드에서 인간의 역사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과 인물들을 떠올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신화를 읽는 진정한 의의”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각각의 에피소드에 걸맞은 명화들이 수록돼 있다. 쉽고 간결하게 써내려간 글과 아름다운 그림을 함께 보노라면, 어느새 우리의 삶과 이어진 신화의 통로를 만나게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62950289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6월 30일 |
쪽수 | 228쪽 |
크기 |
154 * 210
* 19
mm
/ 406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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