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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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지웅의 따뜻한 마음 한 권
일상의 굴레에 갇혀 무기력한 삶이 반복되고, 도무지 기댈 곳이 없다고 생각될 때 당신의 마음과 주변을 잘 살펴보라. 골목 한구석에 웅크렸던 작은 고양이가 다가와 온기를 안겨주겠다. 담벼락에 적힌 낙서처럼 나도 모르게 쓰여 있는 시가 당신의 마음을 다독이겠다. 책 속에 숨은 당신만의 시와 고양이를 찾으러 가 보자. 어려울까 주저할 필요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면 되는 것이다.
작가정보
부산에서 태어나 오래된 한옥 다락방에서 시를 읽고 쓰며 청년 시절을 보냈다. 2004년 《시와사상》 신인상을 받고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 〈즐거운 제사〉 외 4편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가 있고, 어린이를 위한 책 《헤밍웨이에게 배우는 살아 있는 글쓰기》, 《모두가 꿈이로다》, 《꿀벌 마야의 모험》 등을 쓰거나 옮겼다. 지리산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을 받았다.
목차
- 작가의 말 4
그대에게 가는 클래식한 세 가지 방법 13
그리움도 등대가 필요해 18
다섯 손가락에 꼽은 단어들 22
내가 사는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지금’ 25
심장에서 영혼까지 30
간절한 마음으로 얻어맞는 뺨 33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 36
‘첫’이라는 단추 꿰기 40
행복했던 곳으로 가는 택시가 있다면 43
나는 오래전에 죽은 적이 있다 48
인간의 상상력보다 높이 나는 새는 없다 51
경칩과 구름에 대해 54
우리는 꽃과 나비를 꾸러 왔다 58
꿈이 익어가는 항아리 60
쓰는 척 하지 말고 진짜로 써라 63
앞을 못 본다면 누가 가장 보고 싶어요? 66
걸음의 추억 71
별이 되는 괜찮은 방법 74
무전여행이어서 가능했던 81
마음의 땅심이 떨어질 때 84
누군가 읽어준 여름의 동강 87
내 시는 왼손에서 출발했다 91
‘별방리’로의 귀환을 꿈꾸며 99
카르마 타임 103
흑산도에서 보낸 백 번의 일요일 106
유통기한이 없는 편지 116
출발 신호를 주지 않는 세상 123
우리의 장례식 뒤에 일어날 아름다운 일들 125
하얀 달걀에서 발견한 구원 129
시는 기술이 아니라 생명으로 쓰인다 133
다시는 내리지 않을 어느 첫눈에 대하여 143
괜찮다, 다 흘러간다 146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진 고양이 149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154
내 가슴속의 지우개 159
누비라 필름 165
왜 보고만 있는 건가요? 172
마음의 빚은 바래지 않는다 177
그럼에도 불구하고 181
전설의 라면 185
바람이 분다, 가출해야겠다 191
기다림에 빈방이 생기면 196
부산 예찬 203
근심을 내려놓을 때면 생각나는 사람 209
사람들은 당신의 등을 기억한다 213
가장 불쌍한 적 215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울음이???다 221
저녁이라는 꽃 224
마당 깊은 집과 라일락 227
고양이와 꽃 233
지렁이는 새보다 아름답게 운다 237
혹시, 제비 본 적 있으세요? 240
가을엔 편지를 쓰겠다 243
누군가의 울음이 나의 서식지였음을 248
책 속으로
걷는 것만이 산책이 아니다. 몸 산책이 어렵다면, 마음 산책을 하면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 밤하늘에서 별 하나를 찾아보는 것, 아침 향나무 사이를 오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봄날 넓어진 나뭇잎을 가만히 매만져보는 것, 울퉁불퉁하게 흘러가는 구름을 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리운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는 것 모두가 마음 산책이다. 또 사랑한다는 말이 들어 있는 한 통의 편지를 쓰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 산책인가. 그것들이 모여 무성한 마음의 숲을 이룬다면, 우리는 그 숲길에서 넉넉해질 수 있으리라.
_〈그대에게 가는 클래식한 세 가지 방법〉 중에서(14p)
어느 해변에 앉아 있는데, 내 그림자가 스윽 일어나더니 가버린다. 저놈이 주인을 버리고 어디를 저리 가는가? 그림자는 밀물과 썰물을 지나 저녁을 한동안 걷더니 바닷가 공원으로 들어간다. 혼자가 아니다. 어디선가 모여든 그림자들과 무대에 오른다. 그리움이 가끔 일어나 내 바깥으로 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그냥 그대로 지켜본다. 그리운 것들끼리 한바탕 놀도록 내버려 두는 거다.
_〈그리움도 등대가 필요해〉 중에서(20p)
가난한 흥부는 놀부 집에 쌀을 얻으러 갔다. 놀부 아내는 밥주걱으로 흥부 귀싸대기를 날리고 내쫓았다. 시 앞에서 시인은 여전히 배가 고픈, 고플 수밖에 없는 흥부이다. 시는 나를 박대한다. 뺨을 후려갈기고 내쫓는다. 돌아서며 볼을 어루만지면 뺨에 붙어 있는 몇 알의 글자. 그것을 입으로 가져간다. 나에게 시란, 뺨에 붙은 밥풀떼기 몇 알이다.
_〈간절한 마음으로 얻어맞는 뺨〉 중에서(34p)
죄책감은 뿌리가 깊고 단단해서 달아날 길이 없다. 이제 나는 그날의 죄책감을 애써 떨쳐버리려 하지 않는다. 친구처럼 손을 내밀어 잡고 남은 삶과 함께 걸어가려고 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깨어 있다면 다시 거듭날 수 있다. 그 일들은 나쁜 일이었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죄책감은 학습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_〈마음의 빚은 바래지 않는다〉 중에서(180p)
울음은 언어 이전의 언어다. 울음은 만국 공통어이자 모든 생명의 공통어이다. 울음은 태초의 언어이며 최후의 언어이다. 말로는 다 표현할 길이 없을 때, 우리는 바야흐로 울음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낸다. 울음은 가장 순수하고 간절한 소통 신호이다. 울어야 산다. 거짓 울음 말고 진짜로 울어야 산다. 울어야 할 때마다 참으면 우리 속은 결국 썩는다. 웃음보따리를 챙기는 것처럼 울음보따리도 잘 챙겨보자. 울음이 변질되면 세상은 망한다. 눈물이 안 통하는 세상도 망한다. 그러고 보면 바람이 아니었다.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울음이었다.
_〈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울음이었다〉 중에서(223p)
출판사 서평
▶ 당신이 고르고 고른 소중한 한 가지는 무엇인가?
당신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좋아하는 단어를 써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을 적어낼 것인가? 사랑, 자유, 행복 같은 추상적인 단어부터 가족, 돈, 커피 등 현실적인 단어까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떠오르는 것들은 많지만 다섯 개만 추려내자니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중 단 하나만 가질 수 있다고 제안한다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생각을 거듭할수록 대답이 바뀔 것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은 어쩌면, ‘쥐고 가야 할 단 하나의 단어를 고르는 일’일지도 모른다.
모두 최후로 남긴 단어를 가슴에 품고 꿈꾸며 뜻깊은 이야기들을 만들어갈 것이다. 문제는 이 생명어生命語들이 가슴에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하는, 지속 가능한 삶이다. 지금은 공감과 응원이 필요한 시간이다. 학생들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서로에게 힘차게 손뼉을 쳐주었다. 나는 특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그 종이를 하나하나 펼쳐보았다. 그들의 삶에 오래 남을 단어들을 손끝으로 가만히 만져보았다.
_〈다섯 손가락에 꼽은 단어들〉 중에서
지금 당신은 마음속으로 품고 갈 한 가지를 찾으러 떠나는 여행길 위에 서 있다. 이 여행을 시작한다는 것은 곧 나를 찾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여태껏 살아온 과정이 순탄치 않았듯 앞으로도 순탄치 않을 것 같지만, 걱정은 잠시 내려놓아도 좋을 것이다. 저자가 쥐여준 ‘한 권의 지도’를 따라 걷다 보면 길의 끝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아낼 테니까.
늦지 않았다. 지금 당장 내 마음에 망원경을 대고 잃어버린 나의 위치를 찾자.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해 한 걸음이라도 다가가자. 닿지 못할 것 같은 절망감에 휩싸여도 괜찮다. 그렇게 다가서려고 애쓰는 상태일 때, 우리의 정신과 영혼은 꿈틀거리며 빛난다. 삶의 주어를 다시금 나로 바로잡아야 한다. 봄빛이 줄고 있다. 이 선택이야말로 가장 실존적인 삶의 문제이다.
_〈내가 사는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지금’〉 중에서
▶ 시, 인간의 가장 빛나는 발명품을 품고 산다는 것
이 한 권의 지도 끝에 숨겨진 보물은 지도를 읽는 사람마다 다르다. 오랜 세월 시인으로 살아온 저자의 지도 끝에는 당연하게도 ‘시’가 숨어 있었다. 시는 인간에게 벌어지는 수많은 상황이 그러하듯 사람들에게 제각각의 의미를 부여한다. 독자를 위해 준비한 저자의 지도와 같은 셈이다. 저자가 하나의 시를 닮고자 하는 마음으로 작도(作圖)했다는 게 옳겠다. 섬세하고 유려한 문장 한줄 한줄은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추억의 사진이자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의 역할을 맡는다.
나는 시 쓰기를 통해 모국어, 곧 어머니의 말을 익혀왔다. 모성이 담겨 있는 말과 숨이 아니고서야, 살아가며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균열과 비애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삶의 좌표가 계기판에 전혀 잡히지 않던 날들, 그즈음 나는 유령도 사람도 아니었다. ‘시’라는 모국어가 없었다면 나는 진즉에 사라졌을 것이다.
_〈‘별방리’로의 귀환을 꿈꾸며〉 중에서
삶이 아름다움과 그리움으로만 구성되지 않듯이 시 또한 마냥 아련하거나 마냥 희망찬 것이 아니다. 시의 다중적인 성격은 다양한 사람에게 제각각으로 해석된다는 다양성을 뜻하기도 하지만 이중, 삼중으로 점철된 모호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의미가 무한히 덧대어지거나 겹치기도 하고, 혹은 그 의미가 흔적도 없었던 것처럼 흩어지기도 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시는 끝없이 질문하게 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한다. 저자가 마음속에 품은 ‘시’에 대한 번뇌와 성찰은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분석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불덩이 같은 문장에서 전해지는 그 열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리라. 그을음이든 잿더미든 연기든, 화염은 언제나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상처가 어두운 세계로 나를 몰아넣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픔은 내 시와 삶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였다. 조막손이 내 삶의 거름이었다. 내게 시는 본질적인, 온전한 존재로의 복귀와 염원이었다. 왕래가 단절되었던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를 맞잡음으로써 일어난 치유 행위였고, 왼손에서 출발해 오른손으로 도착하는 노래였다. 시는 그렇게 내 삶의 ‘오래된 미래’로 자리 잡았다.
_〈내 시는 왼손에서 출발했다〉 중에서
▶ 골목의 그림자였던 고양이가 결국 우리를 안심시킬 거야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동물을 꼽자면 고양이를 빼놓을 수 없겠다. 골목을 고고한 몸짓으로 누비는, 그래서 외로워 보이는 길고양이. 어쩌면 골목을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저자는 세상의 낮고 어두운 곳에 도사리는 미물이 마음 쓰였던 탓일까. 고양이와 연관된 이야기가 다양하다. 몇몇 길고양이들을 데려와 먹이고 보살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쓸쓸히 거리를 누비는 길고양이와 저자 자신이, 외로움이라는 숙명을 함께 부여받은 운명 공동체라는 생각이었을까. 고양이는 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인간을 넉넉하게 품어준다. 가냘프지만 차분한 울음소리와 인간보다 한층 더 따뜻한 체온으로.
고양이는 꿈을 많이 꾸는 동물이다. 잠결에서 깨어난 새벽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어린 침묵조차 다정하다. 세상의 모든 눈은 별이다. 그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별. 어린 왕자가 장미를 심고 가꾸던 작고 아름다운 별처럼, 새벽의 눈 속을 여행하다 보면 나비의 별도, 반달이의 별도 만날 수 있다. 묘호, 누룽지, 동구, 마루, 물어의 별들도 우주 깊은 곳에서 반짝이고 있다.
_〈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중에서
‘빠르게 가려면 혼자 가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짧지 않은 인생, 누구와 함께해야 덜 험난하지 않을까. 당신의 마음속에 품고 갈 ‘고양이’를 지금이라도 찾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진짜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좋고, 당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좋겠다. ‘고양이’가 품고 있는 하나의 목숨처럼, 당신에겐 당신의 곁을 지키는 ‘하나의 생명’이 필요한 셈이다. 가족, 연인, 고양이…… 저자가 발견한 생명의 숨결에서 단서를 얻는 것도 방법이다.
▶ 우체통 위에 누군가 놓고 간 편지를 오래도록 읽었다
결국 이 책은 우리의 삶과 꿈을 지탱하고 있는 곁과 바닥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다. 작가에게는 그 곁이 ‘시’와 ‘고양이’였던 것이다. 우리가 가끔 방향을 잃어버리는 이유는 출발점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멀어졌던 본질에 다시 가까워지자. 과거는 한 사람을 이루는 조각들이고, 따라서 과거의 반추는 본질의 회복과 다름이 아니다. 인간은 저마다 다르게 생겼지만 비슷한 시대를 살며 비슷한 경험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특수성 안에 보편성을 품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저자의 경험이 곧 당신의 추억으로 연결되리라 믿는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마음 여행은 계속된다. 어쩌면 평생을 거닐어야 하는 여행지 길 끝에 기다리고 있을 당신의 마음을 위해 한 통의 편지를 쓰라고 저자는 당부한다. 편지를 펼쳐 볼 훗날의 당신을 위해서.
사랑의 유통기한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습니다. 거대 운석과 충돌하는 순간이 아니라, 사랑이 사라지는 순간 인류는 종말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손 글씨로 서로에게 편지를 써야 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전하는, 지문이 찍힌 편지를 써야 합니다. 기다림은 길어져야 하고 그리움은 깊어져야 합니다. 결국 세상을 살리는 것은 빨간 우체통이 될 것이니까요.
_〈유통기한이 없는 편지〉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62850664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1월 09일 |
쪽수 | 252쪽 |
크기 |
132 * 191
* 21
mm
/ 294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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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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