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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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감정 표현이 서툰 남자입니다. 그런 소심한 성격의 제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전히 미흡하지만 연극과 영화, 때로는 라디오드라마에서 글은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갓 대학을 졸업 한 이십 대 후반, 다소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쿠바로 말이죠. 그리고 서른이 넘어 저는 그곳을 또다시 다녀왔습니다.
제게 쿠바는 이상한 나라입니다.
음악이 있다면 낯선 누구와도 춤을 추고, 작은 것에 크게 기뻐하며 웃고, 솔직하고 꾸밈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감정을 숨기는 것이 익숙했던 제게는 너무나도 이상한 나라, 쿠바.
저는 어느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하면서도 심장은 빠르게 뛰는 그 나라에 매료되었습니다.
그곳의 사람들처럼 솔직해지고 싶었습니다.
쿠바에서 저는 저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진하게 들었습니다. 두렵기도 했지만 말이죠. 용기를 내 조금은 낯선 방법으로 머릿속 부유하는 생각을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사실만이 담긴' 에세이를 쓸 자신은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저를 감추고, 포장할 것 같아서요. 그런 변색된 글을 쓰느니 '허구'를 더해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진심이 담기는 것은 매한가지니까요.
그렇게 완성된 〈일상의 파괴〉는 제가 사랑하고, 이별하고, 여행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비교적 온전한 저의 이야기이지만, ‘서연’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통해 젊은 날의 감정을 집약해 보았습니다. 즉, 글에는 창작이 더해졌지만, 창작된 글 아래에는 제가 생각하는 인생의 다양한 면면이 숨어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일상의 파괴〉를 ‘에세이와 소설, 그 어딘가에 멈춰있는 이야기’ 정도로 그대에게 조심스레 소개하려 합니다.
작가정보
전국창작희곡공모전 금상, 대전창작희곡공모전 대상, 원주창작희곡공모전 금상 등을 수상했고, 대산문화재단 대산창작기금 희곡 부문 수혜자로 선정됐다. 여행 산문집 ⌜일상의 파괴⌟, 희곡집 ⌜김민수 희곡집 2020⌟이 있다. 그 외 영화, 신문사 칼럼, KBS 라디오 드라마 여러 편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 참여했다.
목차
- 프롤로그 에세이와 소설, 그 어딘가에 멈춰선
#01 서연이가 떠났다
#02 가죽점퍼와 술
#03 잘 모르겠어요
#04 머나먼 나라
#05 도착
#06 수요일에 시작된 여행
#07 많이 안다는 것이 좋지만은 안다는 것을
#08 여행자의 이중성
+ 그와 그녀 스물
+ 그와 그녀 스물하나
.
.
(중략)
.
.
+ 그 서른둘
#45 여독
#46 부모님 전상서
#47 겨울의 끝자락, 문을 열면 봄
#48 일상의 파괴Ⅱ
+ 그 서른셋
#49 제목없음
책 속으로
서연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순식간에 흑백영화처럼 과거가 된 죽은 서연이를 보면서도, 장례 3일 내내, 심지어 발인 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물론 식음을 전폐한 꼴사나운 모습에 가족과 친구들은 걱정의 말을 볼 때마다 잊지 않은 숙제처럼 해주었지만, 정작 나는 수치스러웠다. 왜냐면 슬픔을 빙자한 껍데기 넘어 나는,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허기와 수면욕을 숨겼고, 한쪽 구석에서 농담을 내뱉는 친구들의 대화에 때때로 웃지 않으려 애썼으며,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시간당 조문객 수까지 헤아리고 앉은 쓰레기였기에. 그런 쓰레기와 살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분했던지, 서연이는 한 번도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분기에 한 번 군대 가는 꿈은 잊지 않고 찾아왔음에도.
- ‘#1 서연이가 떠났다’ 중에서
차가 멈추고 휴식을 위해 기사는 내렸다. 그러자 보조석에 앉은 여인도 내렸다. 여인의 머리칼은 불어오는 바람에 수줍은 춤처럼 흔들렸다. 품에서 담배를 꺼낸 여인은 꽤 익숙하게 필터를 빨아들이고, 연기를 내뿜었다. 나는 그런 여인을 꽤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깔레따 부에나Calete Buena를 가기 위해 쁘라야 히론Playa Gir?n에 까사를 잡았다. 그곳은 투숙객의 국가에 맞춰 국기를 걸어주는 곳이었고, 따라서 대문 옆에는 높이 솟은 태극기가 흔들렸다. 다음 날이 같은 목적지였기에 택시 동행과 우리는 까사도 한 곳에 잡았다. 거실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방이 있는 구조였는데 킹콩과 분홍원피스와 내가 한 방, 직장동료인 두 여인은 반대편 방에 묵었다. 저녁은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포장해 온 조금은 비싼 음식을 맥주와 함께 먹었다. 어색함이 가시자 여인은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 ‘#29. 여인에게 담배란’ 중에서
출판사 서평
에세이이지만 허구가 뒤섞인 팩션입니다.
영화, 연극, 드라마 등에서 글을 쓰던 작가의 습성이 많이 녹아 있는 에세이입니다.
중간중간 과거를 회상하는 대화 씬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사진과 일러스트가 들어있어 감정흐름에 도움을 줍니다.
맨 마지막 특별페이지에서는 작가가 글에서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쿠바는 '일상의 파괴'라는 글의 제목과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쿠바를 통해 가두어진 감정이 껍데기를 깨고 세상과 마주하는 순간을 때때로 경험했으니까요.
'제목에서 짐작했겠으나, 〈일상의 파괴〉는 행복한 내용과 멋진 사진이 가득한 보통의 여행에세이와는 다릅니다. 모든 사람의 생각과 성격이 다르듯 여행 역시 밝은색으로만 표현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대가 상상하는 것처럼 쿠바는 형형색색의 색으로 가득 찬 나라입니다. 작가님은 쿠바 여행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찾으려 했다고 합니다.
〈일상의 파괴〉는 전체적으로 1도(흑백) 책입니다. 작가님과 쿠바에서 만난 인연들이 당시의 감성을 담은 사진을 글과 함께 실었습니다. 낯선 흑백의 쿠바를 조금은 서툰 작가님의 시각으로 보여드리려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끝난 후엔 특별페이지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그대가 생각한 색색의 쿠바를 만날 수 있습니다.
김민수 작가는 말합니다.
“〈일상의 파괴〉에 저의 감성과 꺼내지 않았던 그대의 감성이 함께 채워지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것이 이 책의 완전한 완성이라 생각합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62670248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8월 30일 |
쪽수 | 312쪽 |
크기 |
128 * 186
* 20
mm
/ 39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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