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서문]
지금은 이렇게 책까지 집필하게 되었지만, 3D 프린터 키트를 처음 구매했던 당시에는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키트를 처음 받은 날부터 그럭저럭 봐 줄 만한 직육면체 하나를 출력하기까지 3개월이 넘게 걸렸다면 믿겠는가?
돌이켜 보면 상태가 유독 엉망이었던 키트와, 그보다 더 엉망이었던 내 손재주가 만들어낸 일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힘든 여정이었다. 제대로 된 사전 지식 없이 3D 프린터 조립에 뛰어드는 것은 이토록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맸던 덕분에 이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일지를 남겼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국내외 사용자들이 커뮤니티에 공유한 수백, 수천 건의 정보를 조사하고 정리하면서 일지에 점점 살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많은 사람이 3D 프린터에 입문했고, 동일한 문제를 겪었으며, 커뮤니티에 올라온 질문에도 비슷한 답변이 달렸다. 3D 프린팅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았고, 체계화는 더더욱 되어 있지 않았다.
비싼 돈을 내고도 창작 활동을 즐기기는커녕 고생만 잔뜩 해야 한다는 점이, 사람들이 3D 프린터를 즐길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 『3D 프린터 101』을 쓰기 시작했다.
일지를 다듬고 보충함으로써 이 책의 세 번째 파트를 먼저 완성했고, 지난 3년간 3D 프린터를 배워 나갔던 과정을 되새기면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3D 프린터를 전혀 몰랐던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3D 프린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끔 기본적인 지식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한편, 고급 정보와 노하우도 최대한 담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책을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었다. 누구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을 쉽게 풀어 쓰면서도 너무 길고 복잡하지 않게 다듬어야 했고, 기술적으로 틀린 부분은 없는지 몇 번이고 조사를 반복했다. 책을 쓰는 와중에 새로운 문제를 겪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분량을 줄이는 것이었다. 지금도 제법 두껍지만, 이것은 지금보다 1.5배는 많았던 첫 원고의 내용을 추리고 추린 결과물이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는 언젠가 꼭 다른 곳에서 풀어 보고 싶다.
이런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많은 독자들에게 책이 읽힌 끝에 이렇게 개정판까지 출간하게 되었다.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증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는 분에 넘치는 영광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누군가에게 내 책이 읽힌다는 행복, 누군가에게 내 책이 도움이 된다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종종 커뮤니티에 들를 때마다 새로운 입문자들에게 이 책을 망설임 없이 추천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을 만나곤 한다.
다소 부끄러울 정도로 책을 높이 평가해 주시는 후기들도 큰 힘이 된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격려가 없었다면 개정판까지 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