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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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예술가 최형준의 두 번째 에세이
잊혀가는 낭만을 예찬하는 「우울보다 낭만이기를」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저자 최형준이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 낭만의 계절에 흠뻑 젖은 최형준의 시선은 이제 예술과 젊음에 깊게 머무른다. 흐르는 나날을 다양한 감각으로 통찰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고즈넉한 레코드숍에서 아르바이트 하기, 태풍이 오던 날 그 사람의 좁은 집에서 함께 영화 한 편 보기, 암실 수업을 같이 듣는 예닐곱의 학우들을 조금씩 좋아하기, 캠코더 한 대를 들고 속초에 단편영화를 찍으러 가기, 비 내리는 낮에 동네 친구와 붉은 와인을 마시며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논하기……
고유의 속도감으로 삶의 근원적 아름다움을 쫓아, 그가 자신의 예술 세계를 궁극적으로 귀결한 곳은 바로 사랑이다.
나는 덜컥 사랑에 빠졌다. 또 한 가지 사랑을 알게 된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사랑’을 말하려니, ‘그러나’가 수반된다. 낭만과 사랑으로 온전히 살아가기엔 걸림돌이 너무나도 많아, 걸림돌을 넘는 게 가장 큰 목표가 되어 점점 사랑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저자는 계속해서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그의 책을 펼쳐서, 이어지는 말을 끝까지 들어 보자. 스쳐가고 흩어진 찰나와 심상을 붙잡아 깊게 탐구하여 얻어 낸 사랑의 정수가 조용하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로 인해 그의 낭만적 일상과 사랑이 우리의 이야기로 번져서,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정해지는 기분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를 손에 들고, 일상의 곳곳에 스며든 사랑을 발견하자.
돌아보면 모든 게 사랑이었고, 사랑을 향해 가고 있었다는 걸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당신들이 미처 몰랐던 또 하나의 사랑에 관하여”
작가정보
목차
- 1. I’d love it if we made it
사랑의 기본기
템포의 단상
한없이 투명한 젊음의 초상
동결된 기억
이 도시에서 나는 조급할 이유가 없다
속초
멋 사랑 평화
블루진
거기서 한밤 자고 나면 내가 좋아지는 겁니까
최소한의, 그러나 더 나은
예술이라면
사진 사진 사진
2. Even if I have a dirty heart
자전거
새벽의 다정함
확실히 글쓰기는 옮는 거다
피다 만 꽃도 꽃인 걸
그해 여름 손님
삐뚤빼뚤 만우절
누구 누구야
사뭇 달라진 밤
3. Love collection
이상적 흡연에 관하여
오락
레코드
기묘한 작업
상실의 시대
산책
경화가 더딘 마음
책 속으로
또 한 번 그때처럼 엉망으로 무너지는 날이 있어서야 안 되겠지만, 정말로 그와 같은 시절이 내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느낄 수 있다. 단지 그 얼얼한 감각을 어떤 말로 달래 두어야 할지, 나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 16pg -
결과만이 중요한 삶이라면, 일상의 모든 것은 죽음을 향한 과정으로 전락한다. 누구도 죽기 위해 살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방식대로 즐겁게 살아가려 한다. 그러나 당신이 사랑에 빠지는 일을 뒤로 미룬다면, 그때마다 절벽 아래로 무언가를 떨어뜨리고 만다. 이루어 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을. 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만 허락되는 아름답고도 값진 가치를 - 32pg -
무언가를 잊는다는 것, 잃는다는 것, 그래서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는 것. 그건 지나치게 서글픈 일이다. 그러나 그 서글픔조차 잊고, 잃어버려서 다시 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미 잊어버렸기 때문에, 지금도 잃어버리고 있기에, 그래서 때때로 자연히 고통스럽다. 그러니 다시 볼 수 없는 것들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아낄 이유가 없다. - 38pg -
단지 일상의 배경이 낯선 도시로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도무지 손쓸 수 없는 무력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이 도시는 나를 알지 못한다. 나 또한 이 도시를 모른다. 이 도시는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 곳은 내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하는 실감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고독을 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본질의 근간을 뒤흔들 만큼 커다란 우울감을 동반했습니다. - 44pg -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것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혹자는 정말로 그렇게 믿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어디까지나 행운이 따르는 경우의 얘기지만, 우리들은 살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정말이지 강렬한 사랑을 맞닥뜨린다. 그때는 온몸의 감각이 멀어버리고, 삶의 불확실성 같은 건 대수롭지도 않게 느껴진다. 그 불안한 여정을 꼭 붙어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마저 설레고 마는 것이다. - 62pg -
능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냉소적으로만 바라보는 것들, 내 삶엔 몇 가지나 더 남아 있을까. 이렇게 한 가지씩, 한 가지씩 친해지다 보면, 내 행복의 외연은 얼마나 더 확장될지 못내 기대가 된다. 달리 말해 이것저것 미숙한 게 많은 오늘의 내 처지도 꼭 나쁘지만은 않은 거다. - 116pg -
‘새벽’과 ‘고독’은 부정적인 의미로서 오랜 시간 오해를 받아 왔지 싶다. 그럼에도 그들은 묵묵히 단란한 안식처를 내어 준다. 몇 시간이 고작이지만, 하루도 빼먹지 않고 곁에 있겠다며. 그러니 필요할 땐 잠시 쉬어 가라고. 그리고 때가 되면 언제라도 떠나가라고. 새벽은 매일 그런 얘기를 나직이 속삭이며 우리의 지친 발길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볕을 웃도는 다정한 마음이다. - 121pg -
다시는 춤을 추지 않겠다고 결정했던 때, 나는 나의 지난 시간이 전부 죽어버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죽어버린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어떤 특별한 소양을 나는 이미 한 차례 극도로 고양시킨 것이다. 예술의 중심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내 삶은 결코 초라할 수 없었다. 내겐 예술가로서의 여러 자질이 이미 완성되어 있다. 그러니 내 지난날의 가치는 앞으로도 나의 영혼을, 나의 예술과 사랑을 빛낼 것이다. - 137pg -
언젠가 짝을 만나 결혼을 한다면, 오랫동안 고민한 이름으로 함께 개명하는 상상을 한다. 어느 겨울 아침, 함께 구청으로 향해 개명허가서를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거다. 그리곤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오는 길에 사 온 붕어빵을 호호 불어먹으며, 새로 지은 서로의 이름을 불러 본다. 누구누구야, 누구누구야. 틀림없이 좋은 날이 될 테죠. - 159pg -
‘멋대로’의 의미는 결코 그런 가벼운 개념이 아니다. 얼핏 비슷하게 보이는 그 두 가지 태도 사이에는 결코 하나로 합쳐질 수 없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우아함의 유무이다. ‘아무렇게나’가 플라스틱 조화라면, ‘멋대로’는 살아 있는 생화이다. 살아 있는 꽃은 호흡한다. 꽃이 피기 전부터 자신의 존재가 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신한다. 아름다움을 확신하는 일은 우아함 없이 성립될 수 없다. 우아함이 배제된 ‘멋대로’는 ‘아무렇게나’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 213pg -
5월 무렵에는 커다란 장미를 보고, 여름에는 공 차는 금발 머리 아이들을 구경한다. 그러고 언덕을 내려와 진짜 맛있는 수제 버거와 밀크셰이크를 왕창 먹어준다. 그 길로 나는 당분간의 사랑 총량을 충전하는 것이다. - 232pg -
출판사 서평
우리들은 살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정말이지 강렬한 사랑을 맞닥뜨린다.
젊음, 낭만, 청춘, 예술 그리고 사랑. 조그맣게 발음해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작게 울렁이는 말이다. 삶의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을 떠올려 보자. 지나가 버린 그때의 장면을 꼼꼼히 산책하다 보면 문득 알게 될 거다. 도처에 만개했던 사랑을.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낭만적인 예술이었다는 것을. 들여다보지 않아서 몰랐을 뿐, 매순간 우리는 청춘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음을.
「우울보다 낭만이기를」의 저자 최형준이 2년 만에 두 번째 책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사랑이다. 저자가 운영하는 구독서비스 ‘잡문집’에 실린 글을 바탕으로, 그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공간을 누비며 담은 사진도 곳곳에 실린 이 책은 젊은 예술가의 반짝이는 일상 구석구석을 고요하고 아름답게 품고 있다.
서로를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하고, 안아 주고, 밀어내며 기억에 아로새기는 순간은 훗날 우리의 젊은 한 시절을 한 사람의 이름과 연결 지어 간직할 수 있게 해 줄 거라고. 그만한 의미가 있는데, 사랑에 빠지는 일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아주 좋은 공연이나 영화를 보고 나오면, 한꺼번에 밀려와서 공존하는 여러 감정들로 마음이 바람 가득 찬 풍선처럼 충만해진다. 그때 바라본 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밀스럽고 미묘한, 그래서 무척이나 경이롭고 낭만적인 곳으로 보인다. 이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는 마음 역시 그랬다. 최형준의 다채롭고 정제된 문장은 우리를 단숨에 다른 풍경으로 옮겨 놓는다. 아마도 익숙하지만 낯선 곳일 거다. 우리는 그곳에서 비로소, 자신을 이뤄 온 많은 사랑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넬 수 있다.
이 책은 당신이 가장 긴 시간을 들여 감상한 그림이 될 것입니다. 또 가장 깊숙한 부분까지 헤아린 하트가 될 것입니다. 그곳에 사랑을 동봉합니다. - 작가의 말 中 -
기본정보
ISBN | 9791162143940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3월 30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32 * 208
* 21
mm
/ 379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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