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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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대표작 선집 출간!
이번 솔출판사에서 출간되는 『김수현 드라마 전집』은 대본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작가의 초기 단막극들부터 2010년대 후기작에 이르기까지 김수현 작가의 대표작들로 구성된 선집이다.
특히 맞춤법에 끼워 넣지 않고 생활 언어 그대로를 담아낸 자연스러운 대사들은 ‘김수현 대본’만의 독창성이라 할 수 있다. 즉, 문장부호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달라지는 섬세한 호흡을 통해 인공적인 대본 속 무대가 아닌 현실 속 우리의 삶을 실제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이번 『김수현 단막극』 출간을 시작으로 『청춘의 덫』, 『불꽃』, 『내 남자의 여자』 등 김수현 작가의 대표작들이 2020년 중·하반기에 걸쳐 완간될 예정이다.
작가정보
1943년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잡지사 기자 생활을 거쳐, 1968년 문화방송 개국 7주년 기념 라디오 드라마 극본 현상공모에서 「그해 겨울의 우화」(드라마 제목 〈저 눈밭에 사슴이〉)가 당선되어 데뷔한 이래, 40여 년간에 걸쳐서 50여 편이 넘는 드라마를 집필해오면서 우리나라 방송사에 새로운 차원의 TV극劇문학 세계를 이루어놓았다.
‘김수현 드라마’는 한국인의 삶과 풍속을 꿰뚫어 읽는 작가 특유의 날카롭고도 섬세한 시선, 화려하고도 맛깔스러운 화법과 더불어 시퀀스의 개연성과 탄탄한 구성력으로 작품마다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한편,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끝없는 천착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대중성과 더불어 문학성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작가 김수현의 주요 작품으로는 〈인생은 아름다워〉(2010) 〈엄마가 뿔났다〉(2008) 〈사랑과 야망〉(1987, 리메이크 2006) 〈부모님 전상서〉(2004~5) 〈완전한 사랑〉(2003) 〈불꽃〉(2000) 〈청춘의 덫〉(1978, 리메이크 1999) 〈목욕탕집 남자들〉(1995~6) 〈어디로 가나〉(1992) 〈사랑이 뭐길래〉(1991~2) 〈사랑과 진실〉(1984~5) 〈신부일기〉(1975~6) 〈강남가족〉(1974) 〈새엄마〉(1972~3) 외에도 다수가 있다.
목차
- 편집자 일러두기 ㆍ 4
말희 ㆍ 11
어디로 가나 ㆍ 45
인생 ㆍ 161
아들아 너는 아느냐 ㆍ 281
은사시나무 ㆍ 403
부록
작품 연보 ㆍ 538
김수현 연보 ㆍ 548
책 속으로
말희 집에서 나올 때 엄마가 신신당부하셨는데,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구.
하지만 전 사기라구 생각해요.
난 나 생긴 그대로, 나 갖구 있는 것 그대루 봬줘야지, 선보인다구 내가 아닌 사람으루 나와 앉 아서 내가 아닌 모습 성격 그런 걸 봬주는 거 그건 연극이구 사기예요.
언제 들통나도 들통 안 나나요 뭐? 그리구 또 그래요.
제가 뭐 어디가 어때서요. 난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뭐 어디가 어때요.
나 있는 그대루 생긴 그대루 보구 좋으믄 하구 싫으믄 말자 그거죠. 설마 짚신두 짝이 있구 헌 보석두 짝이 있다는데 내 짝 없을까 봐 미리 겁먹구 떨어요?
그런 건 내 성미에 안 맞어요. (37쪽)
은자 친구 만나러 나간다구 나가셔서는 어딜 헤매구 다녔는지 만이틀 만에 완전히 거지 중에 상거지 행색으루 들어오질 않나.
옥자 그럼 혼자 나가시게 하질 말어야지.
은자 초기 얘기야 지금, 초기. 이젠 물론 완전히 아무데두 못 나가시게 하구 있어. 그래두 종종 어느 틈에 새 나가는 지 소리 없이 사라져 사람 피 말리지만 올케언닌 하루 종일 약국 나가 있지 파출부아줌마가 집안일하면서 아무리 열심히 보촐 서두 날마다 완벽하게 어떻게 해. 무리지.
옥자 그렇게 나가셔선 파출소 가 앉어 계시구. (또 그러구)
은자 그럴 때두 있구 택시값 십몇만 원 들구 나와 모시구 가라는 연락두 오구.
옥자 택시값?
은자 최근엔 빠져 나가면 택시부터 잡어나타나 봐. 타구는 덮어놓구 조치원 갑시다 그런데.
은자 E (보는 옥자 위에) 똑똑한 기사는 수원이나 평택쯤 가다가 이상스런 노인넨 줄 눈치채 살살 꼬셔 전화 번호 알어내 연락하구, 미련한 기산 조치원까지 가 뺑뺑이질치다가 도루 서울루 싣구 오기두 하구.
은자 (언니 돌아보며) 목적진 언제나 조치원야. 아마 엄마한텐…… 아부지랑 조치원서 살던 새댁 때가 젤 황금 시절였나 봐.
옥자 (앞 보면서) ……
은자 (울먹해지면서) 엄마 보면서 나이 먹는 게 무서워 언니. 난 절대루 오래 안 살 거야. 환갑만 되면 약이라두 주워 먹구 죽어버릴 거야.
옥자 ……
은자 죽어버릴 거야.
자매 (앞 보는 채) …… (184~185쪽)
옥자 그래두…… 고깝더라…… 은자 말마따나 엄마가 자기한테 어떻게 했는데…… 엄마 같은 시어머 니가 어딨다구…… 며느리한테 평생 싫은 소리 한마딜 하셨나…… 부족한 내색 한 번을 하셨 나…… 그저 내 며느리 내 며느리…… 그렇게 이십 년 세월인데 어쩌믄 그 세월 동안 쌓인 정두 그렇게…… 하나두 없는 건가.
금자 (앞 보는 채) 우리 다 그런 거 아뉴? ……나 괴로우면 정이구 세월이구 그런 거 다 잊어먹구 비 명 지르는 거…… 그런 거겠지. 그렇게 이기적인 거야 우리가 다 같이…… (244쪽)
아빠 (양반다리하고 앉아서 다리 가운데 두 손 집어넣고 바닥 보며) ‥우리한테… 심장이나 간이나… 콩팥만 바꿔 넣으면… 살릴 수가 있는 가족이 있다면 어떨까…
아빠 E (벽에 등 대고 두 무릎 세우고 시선 떨구고 듣고 있는 아내 위에) …그거 주겠다는 사람 나타 나기를… 얼마나 애타게 바라겠니‥
엄마 (아빠에게 고개가 돌아간다) …
아빠 (고개가 아내 쪽으로 돌려지면서 눈물이 돌아나면서) …아무 가치두 의미두 없는… 그저 허탈하 기만 한 /‥개죽음으루 끝낼 게 아니라… 나눠줘서… (외면하며) 딴사람이라두 살게 하는 게 장 수가… 세상에 나왔었던 의미가 있는 거 아니까…… (보다가 고개 돌려 바닥 보며) 그런 생각이 든다…
엄마 …… (보며)
아빠 (그대로) 장수두… 싫다구 안할 거야… 워낙 헤픈 놈이니까… (367쪽)
호철 ·…(고개 떨구고) 뇌사 결정 났다구..경찰서루 들어오라구 해서… 나중에‥ 살구 나와서‥ 찾아 뵙겠다구‥ 인사나 할려구…
아빠 만나서 반가울 거 없는 사람들이 뭐하러 만나요.
차순 (울먹한 얼굴로 오버랩의 기분 발아래 보면서) 깨어 나라구 그렇게 매일/ 잠자면서 꿈에서두 빌었는데…
엄마 (호철 보고 있다가 터진다 오버랩) 조심 좀 하지요오! 초상 치구 온 사람이 무슨 통뼈라구 운전대 잡구 나와서 천금같은 내 아들을잡아아아!
아빠 여보.(호철에게 다가드는 아내 잡으며)
엄마 무슨 원수가 저서어!나랑 무슨 원수가 졌길래애애애애!
아빠 (엄마 떼어내려는)
엄마 (아빠 팔 떼어내려 하며) 당신네두 이제 금방 자식 낳게 생겼네! 자식나 키워 봐! 키우면서 당신이 우리한테 무슨 짓을 했나/ 사람이면 알 거야! 사람이면 알 거라구우! (377~378쪽)
아버지 ……·마음 먹은대루 되는 게 어디 있어? …‥마음대루 되는 거 하나두 ?어.... 인생이라는 게…… 길게 살다보면… 참… 평생 짐만 나르다 죽는 당나구나‥ 소나…· 똑같구나아 그려…· 너머 많이 고생하구 수고하구…‥ 애 끓이면서 죽을둥살둥 당나구모양 허덕거리다가 무릎 꺾어져 주저 앉어두…… 수고했다는 이두 ?구 안됐다는 이두 ?구…‥ 뭐 때매 뭐 위해서 그라구 살었나아아…· 참 헛김 빠지는 일이지만 그게 인생여… 너남 할 거 이 누구나 다 그려… (528~529쪽)
출판사 서평
“수식어가 필요 없는 작가!”
‘대본’ 속 무대가 아닌,
현실 우리네 삶의 표본을 그려낸다!
장편에 비해 조명되지 못했던 김수현 작가의 ‘단막극’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단막극 대본이 드디어 빛을 발하다!
〈청춘의 덫〉, 〈완전한 사랑〉, 〈내 남자의 여자〉,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등 인물들 간 엇갈리거나 불변한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나, 변해가는 시대 속에 달라지는 대가족 구성원의 다양한 면모를 그린 정통 가족극과는 달리 김수현 작가의 단막극은 또 다른 특색을 가진다. 등장인물의 대사만 따라가더라도 마치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즉 그만큼 작가가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그려내는 서사의 완결성이 높다는 반증이며, 현실에 천착한 주제의식을 강하게 풍겨내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여타 드라마 대본과는 달리 김수현 작가의 단막극 대본은 특유의 문학적 필체와 문장들이 도드라진다. 단순히 자극적인 묘사에 치중하지 않고, 문장의 완결성을 높였기 때문에 독자는 대본을 읽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영상을 그려낼 수 있다. 동시에 뚜렷하고 강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작가는 변해가는 시대 속 사회문제들을 심도 있게 다뤄낸다. 비교적 출간되거나 대본 자료가 남아 있는 장편극과는 달리 영상이나 대본 등 자료를 쉽게 찾지 못했던 김수현 작가의 단막극을 작가가 선택한 대본들로 구성된 이번 선집을 통해 그동안 김수현 단막극을 추억하던 독자와 시청자들에게는 그때의 기억을, 김수현 작가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될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한 편의 단편소설 같은 문학적 필체와 뚜렷한 주제의식
가장 먼저, 김수현 극본의 대사에는 마치 악보처럼 리듬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 이해가 한층 쉬워진다. 대사의 리듬과 더불어 대사의 타이밍, 대사의 전환점, 호흡의 완급, 감정선의 절제 또는 연장 등이 대본 자체에서 표현되고 있다. (4쪽)
마치 악보처럼 리듬감이 느껴지는 김수현 작가만의 독보적인 대사는 문장부호 하나, 말줄임표 개수 하나하나에 배우의 연기에 대한 지시가 담겨 있을 정도로 세심하며 섬세하다. 이번 『김수현 단막극』 또한 대사 문장들은 문장부호나 외래어 표기 등 표준 맞춤법을 따르지 않고 김수현 작가의 서술 그대로를 수정하지 않고 살려두는 데 주력을 두었다. 거기에 문어적이지 않은, 생활 언어 그대로를 적어낸 대사 문장들은 인간 심연을 꿰뚫어 들여다보는 단막극의 성격과 어우러져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감동을 느끼게 한다.
단순히 인물을 만들고 그 캐릭터에 성격을 부여하는 차원을 벗어나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과 천착을 바탕으로 꾸며낸 대본 속 캐릭터가 아닌 실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에 집중함으로써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김수현 단막극』은 담담한 시선으로 조망한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보여주며 장편 드라마의 호흡과는 다른 ‘사람’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가족의 가치를 붙잡다
미숙 아버지 저 형편없는 인간이에요. 맞아요. 이렇게 속이 나쁘구 돼먹잖은, 죄덩어리라는 거 옛날엔 몰랐다구요. 천벌받을 각오 해놨어요. 그러니까 아버지 제에발, 더 이상 죄짓게 만들지 마시구 가만 계셔만 주세요 네? 네? 아버지이.
이교장 그래두 사람은 니가…… 사람이야. 불쌍한 것들은 따루 있지…… 니 배웅을 받을 줄은…… 몰랐다. 가책 느끼지 말어.(「어디로 가나」 중에서)
〈청춘의 덫〉, 〈내 남자의 여자〉 등 통속적 불륜이나 연인 간의 배신을 그린 멜로극이나, 〈완전한 사랑〉, 〈천일의 약속〉 등 운명적 사랑 이야기까지도 가족이라는 요소로 설명될 수 있을 정도로 ‘가족’이라는 키워드는 김수현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요소로 자리매김해왔다.
특히 단막극은 이러한 가족에 대한 넓은 관찰을 바탕으로 한 깊은 고뇌가 담긴, 나아가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하는 ‘가족의 가치’에 대한 연구로 이루어져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1. 전통적 가족상
「은사시나무」 속 부모나 시부, 시모와 사별한 배우자의 제사를 꼬박 지내는 풍경과 「어디로 가나」, 「인생」 속 부모, 시부모를 한 집에서 당연히 부양하는 자식들. 이처럼 『김수현 단막극』 속 작품들은 모두 동일한 ‘전통적 가족’에 대한 바탕이 존재한다. 현재는 퇴색돼 거의 무가치해져버린 ‘전통’과 ‘가족’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작품들은 1인 가구 시대 속에 앞선 것들의 의미를 되새기고 반추하며 독자들에게 울림을 준다.
2. 변해가는 가치에 대한 쓸쓸함
그러나 전통적 가족은 곧 시대의 흐름에 탈색되고, 흐려진다. 「어디로 가나」 속 시부의 부양을 서로 떠넘기는 자식들, 「인생」 속 치매 환자인 노모의 부양으로 온 가족이 고통 속에 살면서도, 직접 간병을 포기하지 못하는 자식들과 평생 자식들을 위해 살았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 외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은사시나무」 등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가치관의 충돌을 통해 변하는 가치에 대한 김수현 작가의 쓸쓸한 시선을 통해 독자들은 시대별 인간상,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의식을 반추하게 된다.
3. 새로운 가족상 제시
하지만 비판적인 시선을 고수하지 않고, 『김수현 단막극』 속 인물들은 새로운 시대상을 그린다.
도식적 남녀관계를 탈피해 가부장적 부부를 벗어난 「말희」 속 주인공 말희와, 치매에 걸린 노모를 자식이 모셔야 한다는 강박을 깨는 「인생」 속 옥자, 당대에 꺼려졌던 ‘혈연 외 장기기증’이라는 주제를 통해 혈연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베품을 실현하는 「아들아 너는 아느냐」 등 결말은 다소 쓰지만 부모 세대의 가치관을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변해가는 것들을 받아들이거나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하며 완결을 맺는다.
기본정보
ISBN | 9791160201215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5월 04일 | ||
쪽수 | 552쪽 | ||
크기 |
156 * 217
* 37
mm
/ 78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김수현 드라마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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