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 애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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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다양한 신체 질환과 기이한 병, 증후군이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원인불명의 섬유근통증이나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삶이 고단한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근본적인 요인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은 바로 ‘애착장애’다. 저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이 애착장애에 있다는 것을 밝혀내, 의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정신과 전문의다. 이 책은 저자가 30년 동안 수천 명의 애착장애 환자들을 치료하며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애착장애가 세상에 점차 알려지게 된 계기와 애착장애가 초래하는 비극, 애착장애의 유형, 회복 방법 등을 담은 책이다.
애착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단순히 심리적으로 인생을 비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나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쉽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해하는 일이 잦고, 육체적·정신적인 파탄의 위험이 커져 죽음에 한 발 더 가까워지게 된다. 즉 애착장애의 또 다른 이름은 ‘죽음에 이르는 병’인 것이다. 애착장애로 진단받지 않았어도 삶이 불안한 현대인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애착장애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애착 상태를 점검해보고, 애착이 불안정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대책을 세우고,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해보자.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되찾아줄 애착장애 처방책!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장 ‘현대인은 왜 행복해지지 않을까?’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삶이 고단한 현대인들의 일상을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 의학적 진단으로도 짚어내지 못한 고통의 진짜 원인에 대해 말한다. 2장 “‘현대의 기이한 병’과 고된 삶의 근본적인 원인”에서는 1950~1960년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아동 우울증과 ADHD에 대해 설명한다. 3장 ‘생명을 이어주는 장치, 애착’에서는 애착의 발견 계기와 애착이 심신에 미치는 작용을 연구한 실험에 대해 다루며, 상담 사례를 통해 애착 유형에 대해 설명한다. 4장 ‘옥시토신계의 이상과 애착 관련 장애’에서는 옥시토신 수용체의 수가 적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애착장애 증상이 나타나는지 설명하며, 자살 위험을 높이는 불안정한 애착에 대해 말한다. 5장 ‘깊어지는 애착장애와 그 배경’에서는 날이 갈수록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는 부모가 증가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죽음에 이르는 병』을 집필한 작가이자 철학자인 키르케고르의 일생을 분석한다. 6장 “‘어른의 발달장애’에 숨어든 애착장애”에서는 성인 ADHD와 애착장애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며, 성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애착장애 증상에 대해 다룬다. 7장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의 회복”에서는 애착장애 극복 방법과 현대 사회에서 애착장애 회복의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작가정보
1960년 가가와(香川?)에서 출생했으며 정신과의사 겸 작가이다. 도쿄대학교 문학부 철학과를 중퇴하고 교토대학교 의학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연구에 종사하며 교토의료 소년원, 교토후리쓰라쿠난 병원(京都府立洛南病院)에서 힘겨운 일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마주하고 있다. 현재 오카다 클리닉 원장[히라가타시(枚方市)]으로 있으며, 일본심리교육센터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애착장애』 『회피성 애착장애』 『애착장애 극복』 『애착 접근법』 『사교불안 장애』 『발달장애라고 부르지 마』 『엄마라는 병』 『아버지 콤플렉스 벗어나기』 『심리조작의 비밀』 등 다수가 있다. 오가사와라 게이(小笠原慧)라는 필명으로 소설가로도 활동 중인데 『DZ』 『바람의 소리가 안 들리나요』 『당신의 인생, 역전해드립니다』 등의 작품이 있다.
중앙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일본대학교 문리학부 국문학과 4년 휴학 중이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 내 삶이 된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베스트 표현 50』 『최고의 프레젠터가 되는 프레젠테이션 성공의 비밀』 『아침 5분 건강법』 『치매의 싹을 뽑아내라』 『내 몸을 살리는 영양소 가이드』 『내 몸을 살리는 물 백과사전』 등 다수가 있다.
목차
- 프롤로그_오늘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애착장애 때문이다
1장 현대인은 왜 행복해지지 않을까?
삶이 고단한 사람이 늘고 있다
사랑할 가치가 없는 나,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아픔
병력과 인생의 사건을 함께본다
의학적 진단으로는 짚어내지 못한 진짜 원인
2장 ‘현대의 기이한 병’과 고된 삶의 근본 원인
갑자기 나타나서 증가하고 있는 ‘현대의 기이한 병’
1960년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아동 우울증
아동의 양극성 장애를 일컫는 아동 조울병
ADHD의 폭발: 기원과 정의부터 혼란스럽다
1950~1960년대에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한 ‘아동 과잉행동’
공통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3장 생명을 이어주는 소중한 장치, 애착
애착의 발견과 심신에 미치는 작용: 르네 스피츠의 공헌
아동발달과의 만남: 철저한 관찰과 방대한 기록
아동 보호시설 아이들과 교도소 부속 모자원 아이들의 차이
볼비의 연구: 피난 아동과 전쟁고아 조사
할로우의 실험: 붉은털원숭이의 생존과 발달을 뒷받침하는 애착
옥시토신은 외부 스트레스와 불안으로부터 심신을 지킨다
면역계나 성장호르몬의 작용에도 영향
네 가지 애착 스타일: 보통 가정의 모자 관찰
불안형의 사례: 다자이 오사무
회피형의 사례: 미시마 유키오
‘자신만만 자기애형’은 또 다른 회피형
적당한 응답과 공감: ‘안정기지’가 안정된 애착을 키운다
빈곤이나 환경적 악영향에서 안정된 애착이 아이를 지킨다
수학 불안: ‘수학을 잘하고 못하고’에도 애착이 관여한다
부모의 생각이 너무 확고하면: 의대 입학이 지상과제인 가정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의 학대: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의 탈출
4장 옥시토신계의 이상과 애착 관련 장애
사물에 눈뜨기 전부터 승부는 결정난다
애착이 불안정한 사람은 옥시토신 수용체의 숫자가 적다
학대로 인한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의 메틸화
부모 자식 간 감정이 동기화되면 옥시토신 농도가 높아진다
면역시스템에도 관여, 생리학적 레벨에서 장기적 영향
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를 조정하는 옥시토신계
‘고통’만 느껴지는 이유
회피형과 감정표현 불능증: 자각이 없어도 몸은 스트레스를 느낀다
‘마음을 이해하는 힘’의 연약함: 고통을 잘 느끼는 또 하나의 이유
회피형은 상대의 마음뿐 아니라 자기 기분도 모른다
해리: 너무 힘든 체험을 의식에서 분리하는 체계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세 가지 생물학적 체계
옥시토신계 부족을 의존이나 중독성 행위로 보충한다
저명한 작가였던 에드거 앨런 포의 경우
결혼과 재능이 꽃폈던 순간, 하지만 행복의 끝에는
‘의존’ 자체를 끊었다고 해도
기본적 안정감과 옥시토신 시스템: ‘확실한 토대’가 있는가?
불안정한 애착은 자살 위험을 높인다
불안정한 애착 스타일 전반이 죽음을 찾게 한다
한 사람이 죽음을 택할 때
5장 깊어지는 애착장애와 그 배경
애착장애는 예전부터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사투
예전에는 애착장애가 있던 아이 대부분이 사망했다
애착장애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
학대와의 관계: 사회문제로 대두된 1960년대
일하는 여성의 증가와 결과적 방임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는 부모의 증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한다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는 배경 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지 못했다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는 배경 ②: 돌봄 기회 부족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는 배경 ③: 지나치게 이상을 좇는 경우
사별, 별거, 이혼, 재혼 등으로 인한 양육자의 교체
산부인과적 요인과 양육방법의 근대화
세대를 거치며 애착장애가 재생산되다
가치관의 변화: 전통적 윤리와 종교의 쇠퇴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절망 분석
개인에게 책임을 묻다: 키르케고르의 엄격함과 죄의식
키르케고르의 비밀
자기 자신에게 덧씌운 절망과 죄의식
6장 ‘어른의 발달장애’에 숨어든 애착장애
완벽했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쾌활했던 소녀가 문제아가 되기까지
산만한 어른은 ‘성인 ADHD’인가?
성인 ADHD는 발달장애가 아니었다!
성인 ADHD의 정체, 다양한 병명의 기저에는?
성인 ADHD의 대부분은 성인 애착장애가 차지하고 있다
환경 요인은 유전자조차도 바꾼다
성인 ADHD에 대해 몰랐던 척하는 의료계
마치 시한폭탄처럼 뒤늦게 켜지는 스위치
정리하지 못한다면 발달장애보다 애착장애를 의심하라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는 애착장애
‘애착장애인 지원법’의 필요성
7장 애착장애를 딛고 회복에 이르는 길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회복의 새로운 길
의사가 포기했던 환자: 자연회복 사례에서 본 소중한 힌트
치료보다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다
우울병의 예후를 좌우하는 애착 스타일
아이의 문제를 진정시키는 것도, 악화시키는 것도
ADHD를 진단받은 아이에게 쉽게 약을 쓰지 말기를
불안정한 애착을 개선하다
애착장애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속해서 안전기지가 된다는 것
아이가 찾으면 대답하는 것이 기본
안전기지의 질을 좌우하는 공감성
공감성의 두 얼굴
모두에게 효과적인 애착장애 극복 방법
애착이란 결국 돌봄 체계이다
돌보지 않게 된, 보살피지 않게 된 사회
점점 희박해져가는 애착, 죽음에 이르는 사회
에필로그_애착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인생이란 고통스럽다
책 속으로
이들은 자신을 매우 사랑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전혀 진짜가 아니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기에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면 안 된다며 완벽을 추구한다. 자신에게 만족하는 듯이 보여도 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숨기기 위한 허세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완벽할 때의 자기 자신만 사랑한다면, 더는 완벽하지 않을 때 그 사람은 어떻게 될까?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애써도 늘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 어떤 성공과 행복의 절정에 섰어도 다음 순간에는 사랑할 가치도, 살아갈 가치도 없는 불완전하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곤두박질칠 위험성을 품고 있다. pp.18-19
문제를 밖으로 표출하는 전자의 유형에서는 행동상 문제가 많아 ADHD(과잉행동증후군)로 진단받거나 반항과 비행이 수반한다. 이성 관계에 의존하기도 하고, 도박이나 약물에 탐닉하기도 하고, 금전적 문제도 많이 일으킨다. 문제를 안으로 담아두는 후자의 유형은 우울과 불안, 신체화 증상, 섭식장애, 중독, 자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더 들면 두 유형은 뒤섞여서 어느 타입인지 분간하기 힘들어진다. 꾹 참았던 게 느닷없이 행동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행동으로 다 해소하지 못하면 정신적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표출형태가 어떻든 시기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게 바뀐다. p.28
조울증이라고도 하는 양극성 장애는 성인, 특히 그중에서도 장년기에 많이 발병하며, 아이들에게서는 아주 드물거나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1950년대에도 아동 양극성 장애 사례가 보고되긴 했지만 매우 드물어서 1년에 겨우 논문 한 편이 나오는 해도 있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며 소수이긴 해도 사례가 보고되었지만 여전히 빈도는 낮았고, 1979년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드물게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나는 그간 단 한 차례도 어린아이의 조울증을 본 적이 없다”라고 할 정도였다. p.38
전문가들은 ADHD라서 학대받는다거나 부모도 ADHD 경향이 있어서 학대한다는 식으로 설명하며, 학대를 받아서 ADHD가 발병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달랐다. 학대가 뇌 체계 자체에 이변(異變)을 일으키고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과 같은 여러 행동과 정신 증상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더욱이 어릴 적 입양되어 양육자가 교체되기만 해도 ADHD 위험이 몇 배나 높아진다는 것도 알려졌다. 특히 학대를 받은 사례에서 자주 보이는, ‘무질서형’이라고 부르는 매우 불안정한 애착을 보이는 경우, 나중에 ADHD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매우 크다. pp.46-47
스피츠는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당시 아동연구로 알려진 빈의 카를 뷜러 부부[독일의 심리학자인 카를 뷜러(Karl B?hler)와 샤롯데 뷜러(Charlotte B?hler)-옮긴이]에게 가서, 시설에 수용된 고아와 유기된 아이들을 관찰했다. 그는 그저 보고 관찰하는 게 아니라,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뷜러 부부가 어떻게 해야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을지 고민하자 스피츠는 주머니에서 홈 무비를 꺼냈다.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의 일이다. 그의 사진취미가 도움이 된 것이다. 스피츠는 1년 반 정도 체류하는 동안 몇 천 시간이 넘는 방대한 기록을 필름에 담았다. 어머니를 뺏긴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이상 행동과 반응은 누가 봐도 명백한 형태로 기록되었다. p.55
20세기가 끝나갈 즈음부터 옥시토신의 의외로 놀라운 작용이 차례로 밝혀졌다. 그중 하나가 육아와 돌봄과 같은 모성본능에 관여할 뿐 아니라 유대관계 유지에 꼭 필요한 역할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옥시토신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특별한 관계를 잃게 되고, 유대관계가 무너지거나 육아를 포기하는 등의 일이 생겼다. 더욱이 옥시토신에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완화하는 작용이 있음을 알게 됐다. 애착은 사랑하는 사람과 접촉하면 활성화되는 체계인데, 옥시토신의 작용이 활발해지면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불안해하지 않고 자신의 몸과 가족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스트레스 호르몬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옥시토신은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p.64
회피형 같은 경우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내성적 타입으로, 자기주장을 하거나 타인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기를 꺼리며 행동을 억제한다. 또 하나는 오만한 타입으로, 건조하고 공감 능력이 부족하며 상대를 업신여기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태도는 고압적이며 상대를 힘이나 논리로 굴복시키려고 든다. 두 타입 모두 타인에게 마음을 터놓지 않거나 정서적인 접촉은 피하려고 하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회피형 애착 스타일을 보이지만, 행동과 태도에서는 완전히 다른 인상을 준다. 내성적이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친구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과, 자신만만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으며 자만이 심한 사람 모두 회피형이다. pp.74-75
당사자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진로를 강요하며 학업을 강제하는 것도 학대다. 학대가 애착에 상처를 주어 애착장애가 생기게 되는데, B씨의 경우는 애착이 안정되게 형성되었는지도 의문이다. 의대에 진학해 후계자가 되는 것만을 전제로 이야기가 진행된 것도, 부모님이 B씨를 자기들 마음대로 만든 꼭두각시 인형처럼 대한 것도, 처음부터 온기 가득한 애정이 빠져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애정 부족 속에 자란 B씨는 부모의 애정과 인정에 굶주려 있었기에 스스로 부모의 바람을 이뤄주려고 애썼다. 애착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일어나기 쉬운 비극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충분한 애정을 쏟지도 않았을 뿐더러 부모 마음에 들고 싶어 하는 아이를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려는 ‘이중 학대’를 저지른 것이다. p.84
오래전부터 애착이 불안정한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애착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졌다. 애착 스타일이 세대 간에 전파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불안형이나 회피형 모친에게서 자란 아이는 애착이 불안정해지기 쉽다. 열심히 돌보는데도 어째서 애착이 안정되지 않는 걸까? 이스라엘 연구자들은 이 수수께끼를 푸는 데 중요한 힌트를 찾아냈다. 이들은 부모와 아이들을 놀게 하고, 그 전후의 타액으로 옥시토신 농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조사했다. 또한 안정시에 혈액 중 옥시토신 농도도 측정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부모와 아이 모두 놀고 난 다음에 옥시토신 농도가 상승했는데, 특히 부모와 아이 사이에 감정이 동기화될수록 폭이 컸다. 옥시토신 농도는 감정이 공유될수록 높아졌다. p.95
애착장애에 흔히 동반되는 문제 중 하나는 통증이나 상처에 예민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옥시토신은 진통을 일으키는 호르몬인 동시에 문자 그대로 온몸이 찢기는 듯한 분만의 통증에서 산모를 보호한다. 때로는 이틀 내내 계속되는 통증과의 대결에서도 버티게 해준다. 그런데 최근에는 진통을 견디지 못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산모에게 무통분만이라는 선택지가 생겨서 각오가 약해진 걸까? 여하튼 애착장애가 만연하고 옥시토신계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할수록 이러한 사례도 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옥시토신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진통을 버티는 것은 마치 헤드기어도, 글로브도 없이 주먹으로 계속 맞는 것과 같다. 옥시토신이라는 쿠션이 부족하면 통증을 몇 배나 더 느끼기 때문이다. p.102
애착 불안은 ‘자기가 사랑받고 있는지, 인정받고 있는지’와 연관된 불안이다. 안색을 살피며 자기를 싫어하는 건 아닌지 확인하려 들고 기분을 맞추려고 한다. 이 두 가지는 다르지만, 또 강하게 연결돼 있다. 애착 불안이 심한 사람에게 걱정거리가 있거나 스트레스가 생기면 분리불안도 심해진다. 분리불안이 심하다는 건 기본적 안심감이 발달해 있지 않다는 뜻으로, 애착 불안도 마찬가지다. 전자는 누군가와 꼭 함께 있어야 안심한다. 후자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만으로 안심하지 못한다. 둘 다 마음 깊은 곳에는 자기 발로 서는 데 대한 불안을 내포하고 있다. p.125
옥시토신계의 작용으로 생겨나는 본래의 애착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안전기지가 되어준다. 그런데 옥시토신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육아의 기쁨이 어떤 목표를 향해 애쓰고 성과를 내는 도파민계(보수계)가 바탕이 되어 노력과 달성에 의한 만족감으로 바뀐다. 이는 어쩌면 원형의 애정이라기보다, 열의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교육열이라고 하는 것에 부모도 사로잡혀서 몰두하다 보면 마치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보게 된다. 부모의 옥시토신계 작용이 약해 자연스러운 애정을 품기 힘든 경우에 대체행위가 되어준다. p.149
키르케고르의 어머니는 집에서 일하던 하녀로, 본처를 떠나보낸 부친이 선을 넘어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결혼했다는 사연이 있다. 이 일을 알고 키르케고르는 수년간 방탕하게 지냈을 정도로 크게 충격을 받았다. 키르케고르는 곁에서 보기 아니꼬울 정도로 자부심이 셌다고 하니, 어머니가 하녀였다는 과거나 부친과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을 얼마나 수치스러워했을지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어머니는 엄숙한 키르케고르 가에서 가장 밝고 따뜻하며 자연스러운 애정을 갖춘 존재였던 모양이다. 만약 어머니와의 애착이 탄탄했다면, 사정이야 어떻든지 어머니를 창피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경애하는 마음이 깊어졌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p.170
‘성인 ADHD’는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주의가 산만하고 정리정돈이 안 되거나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한다며 고민하는 사람이 약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정신과로 몰려드는 사태를 초래했다. 아동과 비교하면 효과가 크지 않고 미미하지만, 단기간에 극적인 효과가 있는 사례도 있었다.다만 장기적인 효과에 관한 연구에서는 아동도 약을 쓰든 안 쓰든 개선에는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성인은 물론 십대 청소년도 장기적으로는 개선 효과가 없다는 더욱 심각한 결과도 있었다. 즉 효과가 있어도 단기적이어서 점점 효과는 반감된다는 것이다. p.184
애착장애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장애이므로, 사람과의 관계 속에만 극복할 수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안전기지의 부재다. 안전기지가 되는 존재와의 관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동시에 스스로 일어서서 고통을 버텨내고 걸을 수 있게 만드는 기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자립하기 힘들다. 다만 첫 상담에서부터 스스로 일어서라고 하는 건 그야말로 억지다. 그들은 더는 자신감도 없고, 자기 발로 자기를 지탱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 소리로 응원해줘도 터무니없는 소리나 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우선은 안전기지가 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본인의 마음을 존중받는 게 중요하다. p.225
기본정보
ISBN | 9791160023268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4월 15일 | ||
쪽수 | 248쪽 | ||
크기 |
156 * 225
* 22
mm
/ 40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死に至る病 あなたを蝕む愛着障害の脅威/岡田尊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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