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야만(리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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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우월적 시선의 권력을 휘둘렀던 서구의 기록을 통해 야만으로 전락하는 조선의 모습을 확인하는 작업은 불편하지만, 다른 나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타자의 그것일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문명의 공존’을 위한 지침서
충격을 주었던 9ㆍ11 뉴욕 테러는 당시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었다. 앨빈 토플러는 테러를 예견이라도 한 듯, 저서 《탈근대 시대의 전쟁과 반전쟁》에서 “지구촌 분쟁의 본질은 문명 충돌”이라 주장한 바 있고, 앞으로의 세계는 이데올로기 전쟁이 아닌 문화와 문명, 구체적으로는 서구 기독교 문명과 동양의 유교 및 이슬람 문명의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는 새뮤엘 헌팅턴의 지적도 있었다. 토플러나 헌팅턴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다름 아닌 ‘문명의 공존’이다. ‘타자와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즉 ‘문명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때 9ㆍ11 테러와 같은 충돌은 자명하고 빈번한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럼 과연 문명의 차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현대의 한국사회가 다양성의 지평 위에서 타자의 존재를 승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역사적 경험을 제대로 반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서양인들이 우리를 어떻게 타자로 표상했는지를 살피는 이 책의 시선은 매우 값지다.
작가정보
1986년 서울대 종교학과에 입학하여 같은 과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석사학위 논문을 즐겁게 끝내고,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의 종교학 전공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파리외방전교회 고문서고에서 프랑스 천주교 선교사들이 조선에서 보낸 서한 자료들을 열람했고, 이를 토대로 2002년 〈19세기 중엽 프랑스 선교사들의 조선 인식과 문명관〉이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의 종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논문 집필에 몰두하고 있으며, 요즘은 17세기 이후 천주교 선교사들이 동아시아에서 벌인 번역 활동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 한국 종교문화의 재구성(공저)》, 《한국 천주교회사의 빛과 그림자》 등이 있고, 폴 리쾨르의 《해석이론》을 공역, 〈‘사이비종교론’에 대한 성찰〉, 〈19세기 조선천주교회와 시간〉, 〈19세기 프랑스 선교사들의 문명관〉 등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목차
- 책을 쓰게 된 동기
들어가는 말
제1장 19세기 서양 사회의 풍경
1.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1) 서구 열강들의 중국 침략
(2) 서구 열강들의 조선 침략
2. 기독교 해외 선교 운동
(1) 천주교의 해외 선교
(2) 미국 개신교의 해외 선교
3. 문명화의 사명
4. 이국 취향과 여행기 장르의 성공
제2장 19세기 중반 : 어느 천주교 선교사의 조선 체류 20년
1. 프랑스 천주교 선교사와 개항 이전의 조선
(1) 조선에서 활동한 프랑스 선교사들
(2) 선교사의 조선 생활
(3) 다블뤼 주교에 주목하는 이유
2. 다블뤼 주교는 조선을 어떻게 보았는가
(1) 조선의 정치 제도
(2) 조선인의 성격과 사고방식
(3) 조선의 관습과 사회 생활
(4) 조선의 종교 생활
3. 영화 〈미션〉과 〈이재수의 난〉 사이에서
제3장 19세기 후반 : 개신교 선교사들의 조선 문명화론
1. 미국인 개신교 선교사와 개항기 조선
(1) 왜 미국인 선교사들인가
(2) 문명과 선교의 갈림길
(3) 개신교 선교사들의 조선 생활
2. 개신교 선교사들은 조선을 어떻게 보았는가
(1) 비문명적인 생활
(2) 낯설고 기이한 조선의 일상 풍경들
(3) 조선의 종교 생활
3. 조선의 문명화
(1) 문명적인 생활
(2) 정치와 종교의 분리
(3) 개인의 자유
(4) 정신적인 문명화
맺는 말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책 속으로
서양인 선교사들이 남긴 구체적인 기록들을 검토하기에 앞서 잠깐 예비적인 고찰을 먼저 하겠다. 전체적으로 서양인 선교사들도 그 시대의 아들이었으며, 19세기 서양 사회의 산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의미에서 그들을 시대의 아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19세기 서양인 선교사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당시 서양 사회의 주된 풍경들을 간단히 그려보자. 이 풍경들의 골격은 ①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② 기독교 해외 선교 붐 ③ 이른바 ‘문명화의 사명’ ④ 이국 취향과 여행기 장르의 성공이라는 네 가지 범주로 간추릴 수 있다.
-첫문장
19세기 서양인들이 동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할 때 주요 추동력이 되었던 것은 해외 시장과 영토를 개척하려는 식민주의적 팽창 욕구였다. 이것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한 것이 전세계의 기독교화를 목표로 한 기독교의 해외 선교 운동이었다면, 도덕적인 면에서 정당성을 부여한 것은 문명화된 서양인들이 나서서 비서양인들을 문명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 또는 의무감이었다. 즉 가난하고 지적으로 열등하며 세계사의 흐름에 뒤처져 있는 비서구 지역의 야만인들을 교화시켜야 한다는 도덕적 확신이 배경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국의 제국주의 정책을 비판하던 자유주의 세력과 마르크스주의자들도 상당히 식민주의를 지지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문명화의 사명이라는 관념은 어떻게 형성되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 구체적인 논리는 무엇일까?
-문명화의 사명 p.42
17세기 이전 여행기의 주된 특징인 우주형상지적 서술은, 하늘과 땅, 동물과 식물에 대한 묘사들이 인간 그리고 인간의 문화적, 사회적 산물들에 대한 묘사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서술 방식이다. 낯선 지역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는 기괴한 동물이나 식물들, 반인반수의 괴물들이 주로 등장한다. 그리고 대개의 곳이 안전하고 조화로운 기독교 세계에 비해 신비로우면서도 위험하고 낯선 힘들이 지배하는 곳으로 묘사된다.
-이국 취향과 여행기 장르의 성공 p.47
입국에 성공한 선교사들은 제일 먼저 조선인 신자들의 집에 숨어 지내면서 조선말을 배웠다. 거처는 서울에 사는 신자의 집이기도 했으나, 대개 지방의 깊은 산골에 모여 사는 교우촌에서 일단 조선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후 조선말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비로소 신자들의 종교 생활을 돌보는 일에 나섰다. 조선에 들어온 선교사들은 대부분 지방에 흩어져 사는 천주교 신자들의 가정이나 마을을 방문하는 성사 여행을 했다. 1857년에 보낸 베르뇌 주교의 편지에 따르면, 이 성사 여행은 매년 9월경에 시작하여 성탄절이 있기 전까지 이루어졌으며, 성탄절을 지낸 후 다시 재개하여 이듬해 4월 부활절 전에 끝내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약 8개월가량 계속되는 이 성사 여행이 끝나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정도 쉬었다고 한다.
-선교사들의 조선 생활 p.60
19세기 중반 조선의 사회적 상황과 정치 지배 집단을 바라보는 다블뤼 주교의 시선은 매우 비판적이다. 특히 양반 계급의 전횡과 탐욕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조선에서 가장 못된 착취 계급은 바로 양반이며, 비록 조선의 왕이 백성들을 잘 통치하려 해도 양반 계급이 중간에서 권력을 남용하여 횡령과 착취를 일삼는다는 것이다. ‘조선의 양반. 양반들은 평민에게 지독한 폭정을 가한다. 돈이 없으면 평민에게서 착취, 약탈, 불법 구금, 아무도 제지 못한다. 관리나 수령들도. 양반들은 논이나 집을 사고도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이것이 관습이다.’
-다블뤼 주교는 조선을 어떻게 보았는가 p.69
조선 사람들은 자기 아이들을 끔찍이 생각하며, 너무나 사랑한다. 그들은 특히 아들에 집착한다. 그들의 눈에는 아들이 딸보다 열 곱절 가치가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자연적인 본능에 따라 딸도 그들에게는 소중하다. 그러므로 이 나라에서는 딸이든 아들이든 어떤 자식도 내버리지 않는다. 대 기근이 들 경우에 어떤 부모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여 자식을 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딸과 아들을 차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약간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데려오려고 한다. 유럽에 비할 때 조선에서는 아이가 많은 것을 덜 짐스럽게 여기지만,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다블뤼 주교는 조선을 어떻게 보았는가 p.91~92
출판사 서평
▶지금 우리의 시선은 어떤 모습일까
19세기 중엽부터 개항기에 이르는 동안 조선에 들어와 활동했던 서양인 선교사들의 기록을 통해 타자화되어간 조선인들의 역사와 이미지를 확인하는 이 책은,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시선의 권력을 휘둘렀던 서양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오늘까지 반성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또한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인식태도 중 암묵적으로 숨어있는 특정 요소들을 분별하는 데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타자를 대화의 한 축으로 정당하게 인식하기 위해 배제하거나 또는 수용해야 하는 관점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줄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서양인 선교사들은 어떤 역사적 배경 하에 조선과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했을까? 저자는 〈제1장〉에서 서양인 선교사들이 조선과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던 19세기에 서양 사회의 토대를 이루던 사회적, 종교적, 사상적 기저, 즉 19세기 서양의 시대정신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개괄한다. 또 그들이 공통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사고방식은 어떠했는지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팽창, 기독교 해외 운동의 붐, 문명화의 사명이라는 도덕률의 팽창, 이국 취향과 여행기 장르의 성공 등 4가지 측면에서 살핀다.
이를 바탕으로 〈제2장〉에서는 19세기 중반에 활동한 천주교 선교사들을 소개하는데, 당시 선교사들이 조선 사회와 조선인들에 대해 어떤 인식 태도를 가졌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는 다블뤼 주교의 자료들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금단의 땅이었던 19세기 중엽의 조선 사회가 어떠했으며, 서양인 선교사들은 이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3장〉에서는 개신교 선교사들의 자료를 분석한다. 19세기 후반, 개항이 이루어지고 서양인들도 자유롭게 조선으로 입국할 수 있게 된 시기를 다룬다. 특히 미국 개신교 선교사들이 본국에서 출판한 조선 관련 여행기나 안내서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함께 볼만한 책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어떤 책들을 참고했을까. 저자가 말했듯, 《초기 미국 선교사 연구》(류대영,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는 선교사들이 조선에서 어떤 생활을 영위했는지 구체적으로 고찰한다. 또한 《서양인이 본 조선 : 한국 관계 서양서지》(박대헌, 호신방)는 서양인들의 조선 관련 기록을 검토할 때 필수적으로 참고해야 하는 책이다. 《파란 눈에 비친 하얀 조선》(백성현·이한우, 새날)은 서양인들이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했는지 살필 수 있는 책으로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서양인들이 조선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를 연구하는 데 유용하다. 《착한 미개인, 동양의 현자》(프레데릭 불레스텍스, 청년사)는 프랑스라는 타자의 눈에 비친 한국 이미지가 13세기부터 현대까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책으로, 프랑스인들에게 비친 조선의 이미지가 야만성을 토대로 하고 있으면서도 양극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밝혔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59314391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2월 28일 | ||
쪽수 | 208쪽 | ||
크기 |
129 * 189
* 15
mm
/ 22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책세상문고ㆍ우리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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