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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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자연과학자는 지구환경 변화를 객관적인 수치로 도출하여 사람들에게 인류세 위기를 경고한다. 그렇다면 인문·사회과학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인류세의 심각성을 지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처방적·실천적 대안 및 올바른 사회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사회과학기술의 초학제적·융합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건국대 인류세인문학단은 그러한 취지에 공감하는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로 이루어졌으며, 이 책은 건국대 인류세인문학단의 "인류세 인문학" 총서 시리즈로 기획되었다. 인류세라는 새로운 조류에 호응하는 인문학의 여러 쟁점들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앞서 출간된 『우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다』 1권 ‘인간이 만든 절망의 시대, 인류세’가 일반 독자를 염두에 두고 구성되었다면, 2권은 일반 독자는 물론 인문학자 및 관련 분야 연구자까지 고려하였다. 이 책은 국내 각 학계의 인류세에 대한 고민과 연구 동향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인류세라 불리는 이 재난의 시대에 인문학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작가정보
저자(글) 건국대 인류세인문학단
- 김종갑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문학 비평과 이론을 전공하여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수사학회와 19세기영어권문학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건국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7년 몸문화연구소 설립 이래 소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혐오, 감정의 정치학』 『생각, 의식의 소음』 『성과 인간에 관한 책』 『근대적 몸과 탈근대적 증상』 등이 있다.
- 김숙진 서울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지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이사이다. 지은 책으로 『네트워크의 지리학』(공저), 『21세기 사상의 최전선』(공저) 등이 있다.
- 당윤희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북경대 중국어언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동아시아의 문헌 교류』(공저), 『명청교체기 대명 해로사행로의 노선과 지명 재구 및 인문지리학적 고찰 1』 등이 있다.
- 송치만 건국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리모주대학교에서 기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기호학회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광고, 커뮤니케이션, 문화 마케팅』(공저) 등이 있다.
- 안희돈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언어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언어학회 회장, 건국대 다언어다문화연구소 소장과 건국대 인류세인문학단 단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조각문연구: 영어와 한국어를 중심으로』『영어와 한국어의 통사구조연구』 등이 있다.
- 이승호 건국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기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대한지리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지은 책으로 『기후학』 『한국의 기후&문화 산책』 등이 있고, 『우리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공역) 등을 번역하였다.
- 조용준 건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국대 BK교수이며 건국대 다언어다문화연구소에 속해 있다. 「한국어 의외성 범주의 실현과 그 양상」 「인류세적 관점에서의 다면적 대화분석 방법론」 등의 논문이 있다.
- 최영은 건국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기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한국의 기후』(공저), 『기후변화 교과서』(공저) 등이 있고, 『지구온난화』(공역), 『지도로 보는 기후변화』(공역), 『스스로 배우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공역) 등을 번역하였다.
- 황혜진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제작에 참여하였다. 지은 책으로 『춘향전의 수용문화』, 『고전소설과 서사론』 등이 있다.
목차
- 여는 글: 재난시대 인문학의 역할을 돌아보며_안희돈
1장. 인류세 언어학의 쟁점_안희돈·조용준
다면적 대화 분석의 필요성 | 다중언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사라져가는 언어들 | 비판적 담화 분석, 언어 차별의 이데올로기를 밝혀내다 | 인류세 언어학 연구의 책임
2장. 더 강력한 기후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_최영은
오늘날의 기후변화를 생각하며 | 400ppm에 도달한 전 세계 온실가스 농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 정말 파리협약만으로 충분한가? |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 우리의 여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더워질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 사계절이 사라질 것이다 | 아열대기후 지역이 남한 면적의 약 52퍼센트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한다
3장. 이누이트의 위기, 우리가 당면한 미래_이승호
이누이트, 마지막 빙기에 베링해를 건너다 | 유럽인의 북극 탐험과 북서항로 개척 | 백인의 북극 이주와 이누이트 삶의 변화 | 기후변화가 이누이트에게 미치는 영향 | 이누이트의 미래를 생각하다
4장. 패키징의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_송치만
플라스틱, 소비사회를 공습하다 | 상징적 소비를 넘어 가치의 소비로 | 패키징의 네 가지 소비 가치 유형 |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패키징의 미래
5장. 모세 프로젝트는 베네치아를 구할 수 있을까?_김숙진
세계유산 베네치아가 위험하다 | 환경과 문화, 그 접점에 대해 | 환경과 문화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 세계유산의 문화-환경 여정 | 모세 프로젝트의 인류세적 함의
6장. 이규보의 생태문학에서 읽는 공존의 가치_황혜진
멸종의 시대,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인문학적 사유 | 인드라망의 생명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이 필요하다 | 이규보, 미물의 마음을 헤아리다 | 한 걸음: 공존, 모든 종은 각자의 그물코에 달린 구슬이다 | 두 걸음: 공감, 서로를 비추다 | 세 걸음: 연민,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 연민을 넘어 실천으로
7장. 중국의 생태문학에서 발견한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_당윤희
인류세, 그리고 이웃 나라 중국 | 옛 중국의 자연시에서 찾은 자연 친화적 철학 | 중국 경제 발전의 그림자를 포착한 생태보고문학 | 인류세를 그린 소설 『인류세』 | 인간의 성공욕에 대한 자연의 경고 | 상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 | 중국, 인류세를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
8장. 인류세와 음식의 생태윤리학_김종갑
이제 먹는 것은 윤리의 문제다 | 먹이사슬과 음식사슬, 그리고 인간이라는 불가사리 | 음식사슬이 누락한 관계성에 대하여 | 먹이사슬의 공동체를 회복한다는 것
책 속으로
인류세란 1만 년 전 시작된 현 홀로세Holocene와 별개의 세(世; Epoch)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지구환경에 물리적 변화를 일으킬 만큼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점을 분리한 비공식적인 지질시대를 가리킨다. 이후 지구의 생태적 위기를 일컫는 용어로 인식되었는데, 인문학에서는 이러한 위기의 심층적 원인을 근대 이성주의에 기초한 휴머니즘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휴머니즘은 자연을 인간 세계와 비인간 세계로 분할하는 ‘이분화’ 관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인류세적 전환으로 인간과 지구 생태계의 경계가 무너진 현실에서, 인간은 이제 자신이 지구의 지배자가 아니라 생태계의 일부임을 겸허히 인정해야 하며, 인본주의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_「인류세 언어학의 쟁점」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자연 언어는 줄잡아 7,000여 개에 달하는데, 전 세계 인구의 95퍼센트가 이 중 400여 개 언어에 집중되어 있다. 나머지 대다수는 세계 인구의 5퍼센트밖에 사용하지 않는 언어인 것이다. 특히 세계 인구의 삼 분의 일가량은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을 사용하는데, 최근 수 세기에 걸쳐 영어의 영향력이 점점 증대되어 영어 사용자만 약 15억 명에 달한다. 어느 국가나 사회에 가든지 영어의 점유력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주에 1개꼴로 언어가 소멸하고 있으며, 약 18개의 언어는 그 사용자가 단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현존하는 언어 중 상당수가 소멸할 운명에 처하며 언어적 다양성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_「사라져가는 언어들」에서
인류세 언어학의 관점에서 보면 언어에 반영되어 있는 인간 중심적 사고와 동물의 사물화, 언어 차별을 발견할 수 있다. 모두 우리의 담화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와 프레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작업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와 프레임을 평가와 평가 유형이라는 도구를 통해 밝혀내는 것이다. _「비판적 담화 분석, 언어 차별의 이데올로기를 밝혀내다」에서
홀로세 이후 인류는 안정된 기후에서 살아왔는데,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ppm 정도로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증하여 2016년에는 400ppm을 넘어섰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안정적이던 기후 시스템은 극도로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 말 이후 지구 기온은 급속히 상승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추세가 21세기 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어떠한 노력을 하더라도 다시 300ppm대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_「400ppm에 도달한 전 세계 온실가스 농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감축하는 것만이 기후 재앙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고, 인류세에서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하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의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2017년에서 2019년까지 3년 연속으로 증가했다. 우리에게는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지금 바로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재앙이 찾아올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속도와 강도를 완화하여 기후 시스템의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때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없고,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다. 내가 곧 행동에 옮겨야 한다. 가능한 한 빨리 지구를 구하기 위해 새롭고 강화된 기후 행동을 준비해야 한다. _「지금 바로 행동해야 한다」에서
남쪽 사람들은 이누이트를 단지 하나의 ‘환경’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누이트를 북극곰의 배경쯤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된 북극곰의 미래를 염려하지만, 정작 같은 인류인 이누이트의 미래에는 그리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_「이누이트의 위기, 우리가 당면한 미래」에서
또한 이누이트는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 생명을 존중하는 이누이트의 태도에서 그들의 삶이 지속 가능했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누이트는 사냥감이 아무리 많아도 생존에 꼭 필요한 만큼만 사냥했으며, 사냥감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고 존중했다. 이누이트는 사냥 중에 동물의 뼈를 발견하면 그 누워 있는 방향을 바꾸어준다. 오랫동안 한 자세로 누워 있으면 힘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_「이누이트, 마지막 빙기에 베링해를 건너다」에서
오늘날 북극 원주민이 처한 현실 속에 우리의 미래가 보이는 듯하여 우려가 크다. 그들이 우리보다 일찍, 이토록 심각한 수준으로 인류세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그들이 단지 소수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쪽은 언제나 가장 힘이 약한 집단이었다.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이누이트 역시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그룹이다. 북극 관문 도시인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만났던 한 한국 동포의 말이 떠오른다. “쟤들은 골칫거리예요. 언제 사고 칠지 모르니 조심하세요!” 하지만 내가 만난 이누이트는 결코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우리와 똑같이 인류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저 북극에 살고 있을 뿐이다. _「이누이트의 미래를 생각하다」에서
그런데 상품을 소비하고 나면 용기는 폐기된다. 시장에 상품이 넘쳐난다는 것은 소비된 패키징 역시 넘쳐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패키징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보다 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도 폐기 과정의 어려움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아마도 생산 과정의 기술적 경이로움에 가려지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유리병이 장인의 놀라운 호흡 조절을 통해 만들어질 때 우리는 감탄의 박수를 보낸다. 이름도 잘 모르는 화학 성분이 오색찬란한 플라스틱 용기로 변신할 때면 테크놀로지의 위력에 압도되기도 한다.
그러나 경이로움의 대상이 되었던 패키징이 임무를 마치고 소멸하며 악취를 뿜어낼 때, 우리는 그것을 외면한다. 탄생 당시의 화려함은 간데없고 세상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이토록 놀라운 천당과 지옥 간의 왕래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면 고민이 필요하다. 한동안 우리의 손끝에서 애지중지되던 무언가가 좀 덜 소란스럽게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도 조금 더 평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_「플라스틱, 소비사회를 공습하다」에서
막대한 양의 상품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은 이제 버려지는 패키징에 대한 책임도 상기해야 한다. 상품 판매로 발생하는 이윤은 고스란히 자본가에게 전달되고 그 폐기물의 대가는 소비자가 짊어지게 되는 구조는 종식되어야 한다. 소비자 역시 일상의 소비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상품을 소비하기보다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생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인의 현명한 소비는 상품 기획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를 조금이나마 살려내는 길이 된다. 상품의 매매 과정에서 기업과 소비자는 계약 관계를 맺지만, 환경을 지켜내는 일에서는 협력 관계임을 명심해야 한다. _「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패키징의 미래」에서
2019년 11월 13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큰 홍수가 발생했다. 12일 밤부터 쏟아진 폭우로 최대 수위가 187센티미터까지 올라 대부분의 주택과 상가 1층이 침수됐으며 비잔틴 양식의 대표격인 산 마르코 대성당도 물에 잠겼다. 건축 이후 1200년간 산 마르코 대성당이 침수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였다. 이번 침수로 소금물이 산 마르코 대성당의 모자이크 바닥과 대리석 기둥에 스며들었고 종탑 산책로도 파괴되었다. 홍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13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 폭우로 수위는 이후에도 154센티미터, 150센티미터를 기록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단기간에 세 차례나 홍수가 발생하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도시의 90퍼센트가 잠겼고 산 마르코 대성당뿐만 아니라 60곳이나 되는 교회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는 전체 베네치아 교회의 절반 정도 되는 수이다. _「세계유산 베네치아가 위험하다」에서
30년째 추진 중인 모세 프로젝트는 과연 베네치아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세 논의가 베네치아의 모세 프로젝트에 함의하는 바는 무엇일까?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우리는 인류세라 불릴 정도로 축적된 지구의 환경문제는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 네트워크의 관계적 효과이기에, 그에 대한 대처 역시 다양한 행위자와 물질 들의 네트워크의 한 국면으로 인식하며 그 관계적 효과 또한 기대와 다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_「모세 프로젝트의 인류세적 함의」에서
각자의 생존과 번영을 목표로 살아가는 종들이 서로의 삶의 터전을 인정하고 침범하지 않으려면지지(止止), 즉 그칠 때 그치는 미덕이 필요하다. 종끼리 ‘거리’를 두는 것은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윤리이다. 인드라망의 비유를 활용해 설명하자면, 거리 두기는 모든 종이 하나의 구슬로서 각자의 그물코에 얽혀 있는 제한된 존재라는 것, 인간도 하나의 구슬로서 다른 구슬과 이웃하고 있을 뿐 특권적인 자리에 있는 가장 크고 빛나는 구슬은 아님을 인정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의 호오好惡와 상관없이 다른 종은, 고유의 존재 원리로 지구 시스템에 기여하는 성원이다. 잠을 설치게 하며 사람을 괴롭히는 파리조차 사체를 녹여내어 구더기의 먹이가 되게 함으로써 지구 표면이 죽은 것들로 뒤덮이지 않게 한다. 인간이 힘들게 거둔 곡식을 훔쳐가는 듯 보이는 참새도 곡식 생산에 해로운 벌레를 잡아먹으며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 이렇게 인간에게 해로운 듯 보이는 미미한 종, 나아가 무
출판사 서평
언어학, 지리학, 문학, 커뮤니케이션학, 생태윤리학 등……
9명의 인문학자들이 상술하는 인류세 위기와 해결의 단초
이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이루어진다. 1장은 인류세 언어학의 여러 이슈를 논한다. 인류세에 수많은 생물종이 멸종하는 것과 같이 수많은 언어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언어의 다양성이 소멸하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되는가? 최근 언어학의 연구 동향을 통해 고찰한다.
2장은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에 대하여 상술하고 그 심각성을 경고한다. 우리는 그 중요성만큼 자주 언급되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다소 둔감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3장은 저자가 직접 북극을 답사하면서 이누이트와 면담한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인류세 위기 속에서 이누이트의 삶과 전통은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는 이들의 위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4장은 현대 소비사회에서 발생하는 패키징 문제를 인류세적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기업이 이윤을 위해 고안한 상품 패키징을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가운데 다량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5장은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은 아름다운 문화경관 베네치아를 조명한다. 인류세라는 상황은 환경과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환경과 문화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6장은 고려 시대 대문장가 이규보의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인류세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필요한 인문학적 상상력과 다른 종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논한다.
7장은 인간중심주의를 탈피하여 과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화합하였던 경험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대 중국 문학계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중국의 시각을 파악하고, 협력하여 인류세 문제를 해결해가야 한다.
8장은 음식의 생태윤리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이 다른 종을 착취한 결과 지금까지 유지되던 생태적 순환이 끊기고 말았음을 지적한다.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간 역시 먹이사슬의 일부로 포함되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인간을 위한 인류세 논의 아닌 공존을 위한 담론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간이 만든 환경 변화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고 말았다는 점에서 지질학적으로 세대를 구분하여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모든 인류가 현재의 환경 위기를 촉발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인류세라는 용어 대신 자본세, 대농장세, 유로세라는 대체 용어를 사용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 1929~)이 명명한 에메모세(Eremocene)도 그중 하나다. 고독세라고도 불리는 이 시기는 인류라는 이기적인 종이 생태계를 파괴하며 저 혼자만 생존하기를 도모하였음을 고발하는 함의를 갖는다.
인류세의 해법을 모색하는 관점 역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인류세를 단순히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해결 과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과의 공존을 이루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세가 근대 휴머니즘의 인간중심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인간/비인간, 인공/자연, 서양/동양, 남자/여자, 정신/물질 등 폭력적인 이분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담론을 채택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 유기적이고 대등한 ‘관계’ 속에서 자연이라는 거대한 공동체 네트워크를 이룬다. 이러한 전환적 사고야말로 인류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연 중심적이고 생태학적인 접근을 가능케 할 것이다.
이제 세계의 관심은 점점 지구 생태계 복원을 위한 인류세의 실천적 문제로 옮겨가고 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의 개발 담론에 매몰되어 있다. 이 책은 여러 학자들이 이를 극복하고 인류세 문제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마련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59255335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4월 16일 |
쪽수 | 292쪽 |
크기 |
153 * 225
* 23
mm
/ 43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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