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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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20년대. 한 남자가 남극 근처의 외딴섬에 도착한다. 사람과 세상을 피해 세상의 끝에서 1년 동안 기상관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섬. 그런데 교대해야 할 전임 기상관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유일한 이웃인 등대지기는 남자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섬에서의 첫날 밤,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는데…….
극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살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통해 폭력의 원형을 보고,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선 소통 불가능의 절망을 경험하게 하는 이 작품은 일단 손에 잡으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대중소설도 받아들일 수도 있고, 심오한 주제를 다룬 철학적 우화로도, 고전의 향기가 느껴지는 정통문학으로도 볼 수 있고, 심지어는 식인 괴물들이 떼로 나오는 B급 영화의 원작소설처럼 읽을 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보든 이 소설이 탁월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저자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은 1965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문화인류학자이자 작가이다. 카탈루냐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소수 언어인 카탈루냐어로 글을 쓴다. 뛰어난 문장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첫 소설 『차가운 피부』(2002)는 카탈루냐어로 쓰인 소설로는 드물게도 스페인어로 번역되어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3만 부가 판매되는 예외적인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이어서 3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 작품으로 2003년에 오호 비평상Premio Ojo Critico 문학 부문상을 받았다.
『차가운 피부』가 스페인어로 번역되어 사랑을 받은 것은 카탈루냐 문학에 대한 스페인 사람들의 태도로 볼 때 매우 드문 일이다. 이 작품은 소수언어인 모어母語에 대한 사랑과 뿌리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작품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지만, 피뇰의 소설은 사실 그리 ‘민족적’이지 않다. 지역과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세계 문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변방의 문학은 오히려 보편적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탐구한다. 또한 문화인류학자로서, 필사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존재들의 극단적인 대결을 통해 문화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을 녹여낸다.
번역 유혜경
역자 유혜경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서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통역번역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너만의 명작을 그려라』 『침대 밑 악어』 『개를 살까 결혼을 할까』 『지문』 『사랑의 수첩』 등을 옮겼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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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선장이 내게 망원경을 건네주었다. 지금은? 섬이 보이나? 네, 보이네요. 잿빛 바다와 하늘 사이에 납작하게 달라붙어 있는, 하얀 거품이 목걸이처럼 에워싼 육지. 그게 전부다. 하지만 그러고도 우리는 꼬박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섬에 다가가자 비로소 한눈에 윤곽이 들어왔다.
그곳에 장차 내가 살 집이 있었다. 전체 길이가 1.5킬로미터가 될까 말까한 L자형 지대. 북쪽 끝에는 화강암 언덕이 있었고, 그 위에 등대가 서 있었다. 등대의 탑이 한눈에 들어왔다. 규모로 봐서는 딱히 위압감을 주지 않았지만 섬이 작은 만큼 거석의 단단함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남쪽으로 L자의 발꿈치에 해당하는 약간 돌출한 곳에 기상관의 사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살 집이었다. _6쪽
“빌어먹을!” 선장이 주먹을 불끈 쥐고 고함을 질렀다. “이보시오, 난 중요한 항해를 떠나야 한단 말이오. 도중에 여기 잠깐 들른 거라고! 국제해양연맹 부탁으로 일부러 항로까지 바꿔서 여기 이 사람을 내려놓고 이 사람의 전임자를 데리고 가야 한단 말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소? 그런데 그 기상관이 없어, 없다고.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소?”
등대지기는 선장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게 다였다. 선장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나는 선장이오. 화물과 사람의 안전 통행에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면 당신을 고소할 권리가 있소. 마지막으로 다시 묻겠는데, 기상관은 지금 어디 있소?”
“죄송하지만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 _13쪽
석유램프를 켰던 기억이 난다. 나는 식탁에 앉아 일정표를 짰다. 구석에는 벽난로가 있었다. 나와 식탁은 벽난로의 맞은편에 있었다. 내가 앉은 오른쪽에는 현관문과 침대가 놓였다. 배의 선실에 있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침대. 맞은편 벽에는 상자와 궤짝들이 있었다. 모든 것이 매우 단순했다. 잠시 후 바깥에서 흥겨운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산양 무리가 총총걸음을 걷는 듯한 소리였다. 처음에는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거리며 떨어지는 소리인 줄 알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운 창문으로 가 밖을 내다보았다. 비는 내리지 않았다. 보름달이 바다 표면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등대 불빛이 해변에 박힌 나무토막들을 비췄다. 정물화에 나오는 절단된 인간의 사지가 떠올랐다. 섬뜩한 상상이었다. 비는 오지 않았다. 다시 의자에 앉는 순간 바로 그것을 보았다. 그것. 내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_40~41쪽
출판사 서평
한국어판 초판 출간 후 10년 만에 재출간!
카탈루냐라는 변방에서 탄생한 세계문학의 천재,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첫 소설!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문화인류학자이자 작가이다. 그는 카탈루냐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소수 언어인 카탈루냐어로 글을 쓴다. 첫 소설 『차가운 피부』(2002)는 카탈루냐어로 쓰인 소설로는 드물게도 스페인어로 번역되어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3만 부가 판매되는 예외적인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이어서 3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카탈루냐라는 민족적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을 것만 같은 그의 소설은 사실 매우 보편적이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탐구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20년대. 한 남자가 남극 근처의 외딴섬에 도착한다. 사람과 세상을 피해 세상의 끝에서 1년 동안 기상관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섬. 그런데 교대해야 할 전임 기상관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유일한 이웃인 등대지기는 남자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섬에서의 첫날 밤,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진다.
세상을 놀라게 한 변방의 소설 -
『차가운 피부』의 세계적 성공은 문학적 사건!
인간의 고독이란 무엇인가? 폭력성이란 무엇인가? 작가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상 끝으로 눈을 돌린다. 그가 내세우는 인물은 고작 남자 둘. 그 외는 사람이 아닌 미지의 생명체다. 이들이 서로를 적으로 삼고 벌이는 생존을 위한 투쟁은 인간과 비인간에 대한 고찰로 전이되며 기묘한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피뇰이 카탈루냐어로 『차가운 피부』를 발표한 것을 사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독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카탈루냐의 소설이 전 세계 37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것은 완고한 세계문학 판을 뒤흔든 대사건이다.
『차가운 피부』가 스페인어로 번역되어 사랑을 받은 것은 카탈루냐 문학에 대한 스페인 사람들의 태도로 볼 때 매우 드문 일이다. 이 작품은 소수언어인 모어母語에 대한 사랑과 뿌리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작품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지만, 피뇰의 소설은 사실 그리 ‘민족적’이지 않다. 고국을 등진 화자는 ‘나’로 묘사될 뿐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특별히 카탈루냐적 정서에 호소하지도 않는다(화자는 아일랜드 사람이고, 또 다른 등장인물도 오스트리아 사람이다). 오히려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어들인 것은 초超시간성과 보편성이다. 독자들은 극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살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통해 폭력의 원형을 보고,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선 소통 불가능의 절망을 경험한다.
일단 손에 잡으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이 책은 흥미로운 대중소설도 받아들일 수도 있고, 심오한 주제를 다룬 철학적 우화로도, 고전의 향기가 느껴지는 정통문학으로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식인 괴물들이 떼로 나오는 B급 영화의 원작소설처럼 읽을 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보든 이 소설이 탁월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차가운 피부』를 향한 찬사 ― !]
매혹적인 줄거리 안에 감춰진 철학적 문제들,
고독과 폭력성,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
독자를 전율케 하는 놀랍고 오묘한 책!
피뇰의 『차가운 피부』는 바로 그런 책이다.
_얀 마텔, 『파이 이야기』
완벽한 구조와 뛰어난 화술을 갖췄다. _엘 파이스
작가의 잠재의식에서 돌연 뛰쳐나온 독특한 소설. _더 타임스
존재에 관한 불안, 성적 판타지, 전투. 이 모두를 겪은 한 남자의 모험 이야기. _더 인디펜던트
이 매력적인 소설은 생존 본능이라는 특수한 상황의 어두운 면을 탐험한다. 때로는 감동적이고 때로는 광포한 피뇰의 이야기는 뼛속까지 파고들고, 그 전율이 멈춘 뒤에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_더 스코츠맨
『로빈슨 크루소』와 영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을 섞어놓은 듯하다.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으나 대중소설로 즐겨도 무리가 없다. _선데이 헤럴드
빈틈없이 짜인 스릴러, 동시에 환상적인 공포 소설이다. _엔터테인먼트 위클리
공포, 스릴러, B급 영화 등 수많은 인기 장르를 차용했다. 그렇다고 어떤 장르에 속하는 게 아니라 이 모두를 초월한다. 오직 훌륭한 책으로만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_더 스펙테이터
독특하고 끔찍한 내용을 다룬 대중소설 팬이라면 무척 좋아할 것이다. _선데이 텔레그래프
선명하고 강렬한 구성을 갖췄다. 흐트러짐 없이 주제를 향해 치닫는다. 사용된 언어 역시 적확하며 우아하다. _노이에 취리혀 차이퉁
피뇰은 교묘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능력을 지녔다. 그래서 독자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마지막까지 읽어나가며, 결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작가가 자신을 얼마나 뒤흔들어놓았는지 알게 된다. _디 차이트
기본정보
ISBN | 9791159252877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10월 23일 | ||
쪽수 | 248쪽 | ||
크기 |
143 * 211
* 22
mm
/ 364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세계문학의 천재들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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