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시대의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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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출간한 칼 융의 전집 10권에 실린 에세이 중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부터 2차 세계대전을 거쳐 냉전을 맞던 1950년대까지 발표된, 시사성이 다소 강한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철학과 정치, 종교 분야까지 두루 건드리고 있어, 칼 융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에세이 중에서 제1장에 실린 ‘무의식의 역할’(1918년)이 다른 글들의 토대가 되고 있다. 칼 융이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바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유럽 대륙에서 빚어진 물리적 충돌은 기본적으로 심리적 갈등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칼 융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파고들면서 유럽의 갈등의 기원을 집단과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집단 무의식에서 찾는다.
칼 융은 특히 개인의 역할을 강조한다. 두 차계의 세계 대전이나 이데올로기에 따른 충돌 같은 것을 피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개인이 사회적 압력에 맞서 자신을 옹호할 수 있을 만큼 강해져야 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이 자신의 의식 세계뿐만 아니라 무의식 세계까지도 깊이 앎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지이다. 또 전환시대의 문명은 인간이 자신의 다른 반쪽을 얼마나 정직하게 보느냐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 칼 융의 시각이다. 심리학자로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빤히 보이는데도 그 실상을 대중에게 쉽게 전할 수 없어 애태우는 심리학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회주의가 세력을 떨치던 시기에 개인과 대중 사회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룬 6장 ‘발견되지 않은 자기’는 1957년에 발표된 책이며, 국내에서도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부글북스)라는 제목으로 이미 소개된 바 있다.
작가정보
(Carl Gustav Jung: 1875-1961)
스위스의 정신과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함께 정신분석 분야의 확장에 힘쓰다가 서로 견해가 맞지 않아 결별하고 분석 심리학을 개척했다.
저서로는 『원형과 무의식』『무의식의 심리학』『아이온』『융합의 신비』 등이 있다.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부, 국제부, LA 중앙일보, 문화부 등을 거치며 20년 근무했다. 현재는 출판기획자와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부채, 그 첫 5000년〉(데이비드 그레이버),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더글라스 무크), 〈상식의 역사〉(소피아 로젠펠드), 〈타임: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노베르토 앤젤레티) 등이 있다.
목차
- 〈들어가는 글〉
1장 무의식의 역할
2장 정신과 땅
3장 심리학이 현대인에게 지니는 의미
4장 대재앙 이후
5장 그림자와의 싸움
6장 발견되지 않은 자기(현재와 미래)
7장 미국인 심리의 복잡성
8장 심리학과 민족 문제
9장 소박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하여
책 속으로
“국가에 점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절대로 건강한 징후가 아니다. 그것은 전체 국민이 양치기가 자신들을 풀이 많은 초원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끊임없이 기대하는 양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양치기의 막대기는 곧 철봉이 되고, 양치기는 늑대로 변한다. … 자기 보존 본능을 조금이라고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직 사기꾼만이 책임을 면제해주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은 절대로 다른 사람의 존재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꿈을 꾸지 않는다.”
“복지국가의 꾸준한 성장은 한쪽으로 보면 틀림없이 매우 좋은 일이지만, 다른 쪽으로 보면 의문스런 축복이다. 그것이 사람들로부터 개인적 책임을 강탈하면서 그들을 유아와 양으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행복을 발견하려는 사람에겐 먼저 행복을 발견할 ‘정신’이 있어야 한다. 편안하고 안전한 삶은 모두에게 물질적 즐거움을 확신시키고 더 나아가서 정신이 물질적 행복에 이르는 보다 나은 길을 고안하도록 강요하지만, 그런 삶은 결코 정신을 낳지 못한다. 아마도 고통과 환멸, 극기만이 정신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긴장 속에 살면서 그래도 여전히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사람은 이미 정신을 갖고 있거나 적어도 정신에 대해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다.”
“오늘날 집단적인 인간이 개인적인 인간을 질식시킬 태세를 취하고 있다. 인류의 소중한 모든 것이 최종적으로 이 개인적인 인간의 책임감에 달려 있는데도 말이다. 집단은 그 자체로 언제나 익명이고 언제나 무책임하다. 소위 지도자들은 집단 운동의 불가피한 징후들이다. 인류의 진정한 지도자들은 언제나 자기 반성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며, 집단의 맹목적인 추진력으로부터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집단의 엄청난 무게에서 적어도 자기 자신의 무게를 뺄 줄 아는 사람들이다.”
“타인들에게 있는 권력 원리를 깨뜨리길 원하는 선의의 신학자와 인도주의자들이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에 있는 권력 원리부터 깨뜨리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그 일이 신뢰할 만한 것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에서 들려오는 천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로 바쁠 것이고, 따라서 그 사람은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59201141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12월 20일 | ||
쪽수 | 332쪽 | ||
크기 |
151 * 225
* 22
mm
/ 49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Collected Works of C.G. Jung, Volume 10/Jung, C. 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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