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마다 김유정 학술서를 펴내는 김유정학회가 다섯 번째 책과 함께 돌아왔다. 『김유정의 귀환』, 『김유정과의 만남』, 『김유정과의 산책』, 『김유정과의 향연』에 이어 이번에는 『김유정의 문학광장』(소명출판, 2016)이다.
앞의 네 권의 책이 대체로 김유정의 소설작품 연구에 집중되었다면, 이번에는 소설의 내ㆍ외재적 분석은 물론, 문체론적, 문학교육적, 독서교육적, 수필문학적, 나아가 김유정 소설의 삽화연구까지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다.

기본에 충실한 김유정 연구를 우선하다
『김유정의 문학광장』 1～2부에서는 다양한 접근 이전에, 기본에 충실한 김유정 소설 연구들을 담았다. 소설의 내적 분석과 더불어 외적 요소들을 두루 살폈다.
먼저, 김유정의 소설에 시뮬레이션 이론을 적용해 작품이 독자에게 주는 효용가치를 추적한다. 다른 한 편에서는 ‘분노’라는 정념으로 김유정의 소설을 주제화하여 기호학적 연구를 진행한다.
김유정 소설 속의 일상적 폭력이나 신경증은 그의 가족사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그의 작품(?노다지」,「땡볕」 등)에 나타난 죽음과 가난을 살펴보고, 그가 겪은 현실 속 죽음과의 관련성을 살펴보려 했다. 문학은 그가 죽음 충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자, 자기 통찰의 결과물로 나타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소설에는 ‘식민지’라는 시대의 영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것을 각각의 방향에서 살펴본 세 글이 있다. 첫 번째는 식민지 수탈로 인해 ‘땅’을 둘러싼 소유와 생산 관계 및 태도, 관계 등이 변화하여 아내의 성(性)을 상품화하기까지 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과 ‘땅’의 가치를 논한 글이다. 둘째는 ‘식민지’라는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은 김유정 소설의 가족 서사에 관한 내용이다. 마지막으로는 국가의 위기가 가족의 위기가 되고, 그것이 다시 개인의 위기가 되어 소설 속에서 ‘家’ 개념이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글이다.

김유정 소설에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다
3～7부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김유정 소설에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 글들을 모았다. 김유정의 소설과 언어, 교육 그리고 김유정의 수필, 그림, 문화콘텐츠가 그것이다.
김유정의 언어에서는 첫 번째로 김유정 소설의 어휘 사용 양상을 분석한다. 김유정과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통계 자료를 작성했다. 이를 통해 작품의 문체적 특징을 규명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이태준 소설과의 비교이다. 김유정ㆍ이태준의 소설 문체와 언어인식 문제, 어감의 활용 등과 소설 창작과정, 일제식민 정책에 대응하는 면모 등을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대화양상을 보기 위해 대화뿐만 아니라 화자와 시점의 기능에도 주목, 김유정 소설의 대부분이 신뢰할 수 없는 화자가 인물들 간의 대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김유정의 소설과 교육에서는 먼저 『유정의 사랑』이라는 김유정 평전에 주목한다. 필자는 이 평전을 성공적인 평전으로 보지만, 그와 동시에 한계점도 지적하면서 김유정을 단순히 해학적 작가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다음으로 2011년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국어교과서 9종에 수록된「동백꽃」을 선정, 이를 문학교육 측면에서 검토한다. 대학 기초교양 교육의 하나인 독서교육에도 주목한다. 김유정의 작품에 대한 해석적 질문을 바탕으로 논제 설정과, 비판 옹호의 입장에서 상대측 설득하기 등을 제안한다. 본문에 독서토론 결과 보고서와 평가서를 수록했다.
수필에서는 첫째로 김유정의 수필 14편을 그 소재에 따라 크게 네 영역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특징이 무엇인지, 수필의 문체와 어휘의 특징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둘째로는 김유정의 수필과 서간문에 나타난 유토피아 공동체와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 간의 관련성, 나아가 크로포트킨이 작가로서 김유정에게 끼친 영향까지를 살펴본다.
김유정의 소설과 그림에서는 신문연재소설과 삽화의 관계양상에 주목해, 삽화의 소설재현 방법을 통해 소설 텍스트가 시각화된 모습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문화콘텐츠 측면에서, 김유정 원작「봄ㆍ봄」과 드라마 〈봄, 봄봄〉을 비교하는 글을 실었다. 두 작품은 인물 관계도, 공간도, 중심서사도 모두 다르다. 이에 따라 어떻게 서사가 변하는지 살폈다. 그리고 김유정의 생애와 문학 작품을 자료로 한 창작 소설「초원을 달리다」를 수록했다. 몽골에서 이태준을 만난 김유정은 병마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원작을 원소스(One source)로 하여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활발히 생산하고 있는 이 시점에 기존 콘텐츠의 분석과 새로운 콘텐츠의 창작이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