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지도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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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서문_감정의 문화정치
제1부-근대와 감정: 공감, 사랑, 우울, 분노, 혐오
박숙자 근대국가의 파토스, 공감과 동정
오봉희 모성적 공감과 분노의 정치학
김영미ㆍ이명호 분노 감정의 젠더 정치학
김미현 혐오의 매혹
김미현 사랑의 윤리
김연숙 우울한 시대, 멜랑콜리커가 사는 방법
제2부-후기 근대와 감정: 공포와 불안, 시기, 수치, 편집증, 무감, 애도
이명호 공감의 한계와 부정적 감정
김영미 소비사회와 시기하는 주체
이명호 아우슈비츠의 수치
장정윤 편집증적 반응과 과잉감정
전소영 아파테이아, 감정의 잠재태
김은하 후기 근대의 공포와 재앙의 상상력
이명호 혐오와 불안의 감정 경제
김은하 유령의 귀환과 비통한 마음의 서사
참고문헌
저자소개
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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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공감에서 혐오까지:근대/후기 근대의 집합적 느낌의 구조를 찾아서
『감정의 지도 그리기-근대/후기 근대의 문학과 감정 읽기』는 한국 인문학의 결핍지점으로 남은 감정을 문화론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는 문학연구서이다. 최근 감정 연구 혹은 ‘감정학’은 인문학의 핫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성중심의 근대적 사유체계는 이성을 우위에 두고 감정을 열등한 것으로 취급해왔기 때문에 감정은 그간 문화의 타자로 존재해왔다. 인간은 날마다 다채로운 감정생활을 하고 또 격정적 정념이나 우울처럼 통제할 수 없는 힘에 휩싸이지만 감정적 삶에 대한 문화의 이해는 극도로 빈곤하다. 감정은 인문학계에서도 방문자가 다녀가지 않은 오지, 즉 이해와 해석이 필요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감정에 대한 무관심 혹은 몰이해는 감정이 육체적 감각(생리, 본능, 감각) 정도로 간주된 것과 관련이 깊다. 분명 감정 체험에 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감정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적인 영역으로 설정하고 한 사회와 문화에서 작동하는 복합적 과정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서는 감정이 단순히 몸의 종속 변수가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는 일종의 ‘해석활동’임을 주목한다. 감정은 구체적 맥락과 상황에 대한 주체의 이해와 판단을 포함하고 이는 사회적으로 습득되고 공유된다는 점에서 문화연구의 대상이다. 즉, 감정은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는 상징적 기호를 통해 표현되거나 해석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은밀한 느낌일 뿐 아니라 사회 관계를 구성하는 역동적 힘이자 사회적 타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상호주관적 현상이다. 이는 감정을 ‘개인적’인 것으로 묶어 두거나 여성 젠더의 고유한 속성으로 치부할 수 없으며, 사회문화적 기제나 역사적 맥락과 연결시켜 볼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시각은 좁은 의미의 예술적, 문화적 산물만이 아니라 일종의 “전체적 삶의 방식”으로 연구의 대상을 확대해온 문화연구의 일정한 성취에 힘입은 바 크다. 문화연구는 이데올로기를 단지 허위의식으로 치부하지 않고, “한 개인이 자신의 실제 존재 조건과 맺는 상상적 관계의 재현”으로 확장함으로써 인간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의식적ㆍ무의식 메커니즘을 분석해온 실천 학문의 사례에 속한다.
그러나 문화연구는 오랫동안 감정이 개인적, 집합적 정체성 형성에 담당하는 역할에 주목하지는 못했다. 감정은 개인적인 것으로 엄밀한 지식의 범주가 될 수 없다는 학문적 배타성은 감정연구의 공백을 유도한 원인이었다. 더욱이 감정은 여성이나 흑인을 비롯해 흔히 사회적 타자라 불리는 주변집단의 특질과 결부되어 왔기에 더욱 주변화되었다. 그 결과 감정 연구는 (진화)생물학, 인지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에 의해 독점되고 감정은 개인의 신체나 심리와 관련된 현상으로 비역사화, 비사회화되었다. 그러나 문화인류학, 사회학, 역사학, 여성학 등 학문분과들에 의해 감정이 집단적인 사회문화과정의 산물로 이해됨으로써 문화연구의 감정론적 전환이 촉발되었다. 문화연구는 개인을 사회와 접합시키는 기제이자 사회적 권력관계를 추동하는 힘으로서 감정을 포괄해들임으로써 새로운 방향성과 구체성을 얻게 되었다. 이렇듯 문화연구의 감정론적 전환은 이 책의 구상에 중요한 지적 자극이 되었다. 한 개인이 내밀하게 느끼는 감정체험이 일상의 집합적 경험 속에서 일반화되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주체성과 주체화 과정에 대해서 온전히 알 수 없게 된다. 한 사회의 작동 기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식적 언어나 세계관으로 표현되기 이전의 느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감정을 단순히 구성되는 것, 즉 수동성으로 위치짓는 것이 아니라 지배담론을 해체할 수 있는 유동적 에너지로서 감정을 발견해내고자 했다. 이 연구의 심층에는 새로운 공동체 구성의 정서적 자원이자 태도로서 우리가 타자와 공존할 수 있는 감정윤리학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인문학 연구자로서의 책임의식이 깔려 있다.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생산ㆍ재생산되고 또 그에 대한 저항과 변화가 일어나는 일상의 삶-이곳이 바로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영역이다-에서 감정이 수행하는 역할을 문화연구가 포괄해 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라는 재난자본주의의 지배적 정동인 공포나 불안, 그리고 갑을 사회의 일상적 경험의 양태인 수치와 모멸감 등의 부상으로 대중 인문학의 한 형태로 감정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지만 이렇다 할 체계적인 연구서가 없는 학문적 공백을 메우는 한편으로 감정론적 문화연구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감정’이라는 프리즘으로 본 한국문학과 영미문학
이 책은 문화론적 시각에서 바라본 ‘감정’이라는 프리즘으로 근현대 한국문학과 영미문학을 읽어낸 공동연구서이다. 2010년에서 2012년까지 ‘감정의 문화정치학’이란 주제로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미국학연구소에서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을 받아 영문학 연구자와 한국문학 연구자들이 모여 당시로선 생소한 감정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우리는 문학작품이 당대 감정을 가장 섬세하게 표현하는 매개체라는 문제의식 하에 감정경험과 문학재현 양식의 상관성을 규명하고자 했다. 사람들의 개인적, 집합적 감정 체험에 일어나는 변화가 어떻게 한 사회의 성격을 드러내는지, 그리고 이 감정변화가 어떤 문화적 표현을 얻고, 개인적 정체성과 집합적 소속감, 민족, 국가, 젠더, 계급, 인종, 공동체, 인간관계 등등 사회를 구조화하는 핵심 범주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고자 했다. 애초 우리는 후기 근대 혹은 후기 자본주의로 불리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감정에 일어난 변화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후기 근대 감정의 변별적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이 필요했기에 자연스럽게 근대 초로까지 연구 대상의 시기가 확장되었다. 이로써 근대 초기와, 후기 근대의 지배적 감정 양태의 변별적 특성을 추출하는 한편으로 감정의 역사적 변이양상을 포괄하는 거시적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한국의 식민지 근대 시기 평등하고 자유로운 개인들 사이에 소통되는 연대의 감정이라 할 수 있는 ‘공감’이 ‘동정’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부터 후기 근대 이른바 ‘재난사회’에서 ‘공포’ 감정이 발현되는 양상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영미사회에서 주요 감정의 변천사가 담겨있다. 다루는 감정들은 공감이나 사랑 등 긍정적 감정들부터 우울, 분노, 혐오, 수치, 편집증, 시기와 질투, 무위와 우매함, 공포 등 여러 부정적 감정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런 개별 감정들은 인간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일반적인 것’이지만, 그것들이 발현되고 표현되는 양태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특정 감정이 특정 시대 특정 집단의 ‘느낌의 구조’를 형성했다는 것은, 그 감정이 해당사회에 대한 특정 집단의 집합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후기 근대로 넘어오면서 우리는 혐오, 수치, 우울, 시기, 공포 등 부정적 감정들이 압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런 부정적 감정들은 사회의 거대한 힘에 짓눌린 허약한 주체들의 무기력한 감정상태를 보여준다. 이 책의 구성이 개별 감정 분석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것은 개별 감정 그 자체를 해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해당 사회의 집합적 느낌이자 시대감정으로 이 감정들에 접근하는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59050022 |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2월 05일 | ||
쪽수 | 446쪽 | ||
크기 |
156 * 232
mm
/ 776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국제지역연구원총서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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