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갯벌에 눕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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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집 『갈대는 바다를 품고 산다』에서 순천만의 풍광을 언어와 이미지로 섬세하게 표현했던 시인은 순천만 안으로 한 걸음 더 밀고 들어선다. “생이 물러지면 갯벌만큼/고된 날들을 다 받아낼 수 있을까” 묻는 시인은 바다와 갯벌이라는 공간에 퇴적되어가는 생명의 무한한 시간을 헤아리며, 삶의 근원을 곡진한 시어로 사유한다. 경이로운 대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자라나는 “신비와 비극”이 또 한 권의 시집에 올곧게 담겨있다.
해설을 쓴 이승하 시인은 이번 “시집의 또 하나의 값어치는 「갯벌 풍류」 연작시 20편에 담겨있는 갯벌의 정신, 갯벌의 사상, 갯벌의 풍류에 있다”고 강조한다. 시를 지으며 자연을 노래하던 “남도 풍류의 맥을” 잇기 위한 시인의 노력을 곳곳에서 빛난다. “하늘과 땅이, 바다와 물이 분리되지 않은” 갯벌은 풍류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시인은 삶의 무수한 질곡과 아픈 역사의 시간까지 갯벌 풍류에 녹아낸다. “이 땅에 태어나/밤이면 별을 보고 울 수 있어서/정말 좋다”는 시인의 전언에서도 알 수 있듯, 이 한 권의 시집은 자연이라는 단단한 어깨를, 따듯한 위로를 건넨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태산(太山)은 한 움큼 흙도 거부하지 않았다
대하(大河) 또한 한 방울 물도 거부하지 않았다’
사마천의 말처럼
흙도 물도 거부하지 않은 갯벌
숨이 터지길 고대하며 열었다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나
현묘(玄妙)하게 일어나는 노두길
저 징검돌
한 발 한 발 디디며 걸어온 길
당신의 기억이 가장 아팠다
2020년 7월
정홍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가을 별 ㆍ 13?
뻘배 ㆍ 14?
삼간도 아버지 ㆍ 16
너도 꽃이다 ㆍ 18
쌀바람 ㆍ 19
저건, 뻘 ㆍ 20
안땅 ㆍ 22?
잇꽃 ㆍ 24?
게국지 ㆍ 26?
무정과 ㆍ 28?
응달 ㆍ 29
붉게 피는 꽃이 왜 영혼을 움직이는가 ㆍ 30
무명초 ㆍ 32
갯마을의 봄 ㆍ 34
강아지풀 ㆍ 36
괭이손자 ㆍ 38
섣달그믐 ㆍ 40
황사 ㆍ 42
제2부
어초장(漁樵莊) ㆍ 45
까치의 말을 듣다 ㆍ 46
고드랫돌 소리 ㆍ 48
운해비 ㆍ 50
결 ㆍ 52?
두유와 두부 ㆍ 53
애동지 ㆍ 54?
부전지 ㆍ 56?
매미명찰 ㆍ 58?
꽃다지 ㆍ 60
키질 하는 날 ㆍ 62
갱년기 ㆍ 63?
역마는 이별에 산다 ㆍ 64
젖나비 ㆍ 66?
제비 ㆍ 68?
치자꽃 사랑 ㆍ 70
족적에서 울다 ㆍ 72
우리들의 비밀스런 맛 ㆍ 74
위대한 여름 ㆍ 76
제3부
갯벌 풍류 1 ㆍ 79
갯벌 풍류 2 ㆍ 80
갯벌 풍류 3 ㆍ 82
갯벌 풍류 4 ㆍ 84
갯벌 풍류 5 ㆍ 86
갯벌 풍류 6 ㆍ 87
갯벌 풍류 7 ㆍ 88
갯벌 풍류 8 ㆍ 90
갯벌 풍류 9 ㆍ 91
갯벌 풍류 10 ㆍ 92
갯벌 풍류 11 ㆍ 94
갯벌 풍류 12 ㆍ 96
갯벌 풍류 13 ㆍ 98
갯벌 풍류 14 ㆍ 100
갯벌 풍류 15 ㆍ 101
갯벌 풍류 16 ㆍ 102
갯벌 풍류 17 ㆍ 104
갯벌 풍류 18 ㆍ 106
갯벌 풍류 19 ㆍ 108
갯벌 풍류 20 ㆍ 110
해설 갯벌의 풍류를 완성하기 위하여 ㆍ113
이승하(시인·중앙대 교수)
책 속으로
별이 많아서 좋다?
햇볕에 시커멓게 그을린 어머니
눈이 한없이 빛나서 좋다
팥알이 붉어 나도록 키질하다
잠든 어머니 이마에?
주름이 몰려가는 바람 서늘하다
팥꽃이 피던 날
더는 돌이킬 수 없이?
노랗게 차던 밭둑으로?
홀로 걸어오던 맨발이 또렷하다
가자, 가자?
꽃처럼 잠기던 하늘?
가을볕에 잘 익은?
슬픈 것들이 많아서 좋다
이 땅에 태어나
밤이면 별을 보고 울 수 있어서
정말 좋다
-「가을별」 전문
처서가 지나고
아흔두 살의 집에 바람이 왔다
갯고랑 하얗게 꼬리치며
쌀바람이 왔다
간사지 벼꽃 뿌리며
무른 눈썹 헤치고 바람이 왔다
살아서 왔다
고맙게 왔다
징검돌 뒤집으며 가을비 타고
노두길이 왔다
족두리꽃 차일 치는 마당
찰랑찰랑 흔들며 벼슬이 왔다
-「쌀바람」 전문
울지 않는 바다에 누가 갈 수 있을까
누가?
숭어 떼 푸른 비늘에 써놓은
아카시아 꿀 같은 시(詩) 먹을 수 있을까
갯벌에 머리 박던 새가?
새벽 몰아올 때까지?
밤새 던진 비에 쓰러진 갈대들이
천천히 일어서기까지
울지 않는 갯벌에 누가 갈 수 있을까
가끔은 타인처럼 산다
조금 더 가까우면 가까울 수 있다면
눈이 시리도록 출렁이는 이별
사람 마을에 해마다 그리움이고 싶다
-「갯벌 풍류 5」 전문
기본정보
ISBN | 9791158964740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7월 13일 | ||
쪽수 | 135쪽 | ||
크기 |
126 * 205
* 10
mm
/ 20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시인동네 시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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