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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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일본의 작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백화점 홍보부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일곱 장의 잎-미키 다쿠 동화집』으로 데뷔했고, 이후 일본 그림책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해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등 수많은 그림책과 창작집,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일본 그림책상, 쇼가쿠칸 아동출판문화상, 니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고바야시 히데오상 등을 수상했고, 2003년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상인 시주호쇼를 받은 데 이어, 2008년 오랜 기간에 걸친 그림책 작가 활동의 공로로 이와야사자나미 문예상을 받았다. 2010년 만 72세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텍스트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옮기고 싶은 번역가.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홍차와 장미의 나날』,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독한 직업』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고 『아무튼, 하루키』를 썼다.
목차
- 립스틱
마루젠의 요시노 씨
긴자가 어울리는 남자
난 고지식하니까
기억이 안 나
나이 이야기는 하지 마
‘스즈키 의원’의 스즈키 선생님
기리시마 고원 아트 산장
“반대로 말하자면”
비가 오면 라면이 팔린다
이상한 가족이네
“그래도 괜찮아”
미소라 히바리를 위해서입니다
낳았을 뿐이야
있지, 나 좋아해?
그래서, 그래서?
“그게 진짜야”
러브 이즈 더 베스트
사람을 죽이면 안 돼
삼십육 층 전부
이제 도쿄에는 안 갑니다
받아둬
나는 그렇게 생각해
오타지마 씨는 사무라이예요
철학의 여자, 새하얀 여자
아이고, 아이고
아까운 짓을 했구먼
치마를 차면서 걸으세요
어머님 마음에 들어버렸거든
“괜찮아”
해설 사람을 믿었던 사람_사카이 준코
옮긴이의 말 각자의 고양이로 다시 태어날 이야기들
추천사
-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유명인이나 위인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어째서 이토록 재미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걸까, 저는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사노 씨와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을 드러내지 않고서는 못 견디게 되었던 게 아닐까요. 특별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재미나 유머는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사노 씨는 근본적으로 사람을 믿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상대를 겉모습이나 배경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저 눈앞의 사람이 ‘사람이다’라는 것만 보며 사노 씨는 행동합니다. 그 신뢰가 상대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마음에 불이 반짝 들어와서 재미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꺼내놓는 게 아닐까요.
1억 엔의 저금보다 소중한 것은 친구의 한 마디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었던 사노 씨의 말은 저에게는 역시 돈으로 바꾸기 힘든 것이며, 사노 씨의 책 또한 ‘책장에 있다고 생각하기만 해도 안심’되는 존재였습니다.
책 속으로
“이혼한 무렵에 너무 혼란스러워서 매일 집에 늦게 들어갔어. 할머니한테 맡겨뒀는데 그게 원인이라네. 아이는 내가 필요했던 거래. 정말이지 미안해서.”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인생의 일대사인데 미동조차 하지 말라는 건가. 십 년도 더 지난 일을 어떻게 만회하라는 건가. 누군들 좋아서 이혼을 할까. (p.30)
“오늘 가정법원에 불려갔었어. 그애는 다른 애들이랑 완전히 다른 타입이래. 처분은 안 한다더라.” “무슨 일인데?” “그애가 그랬대. 자기는 오랫동안 어머니가 애지중지해온 아들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어머니는 자기랑 일밖에 없는 사람이라나. 삶의 보람이 자기랑 일뿐이어서는 곤란하다고 했대. 본인 인생을 살기 바란다고. 그래서 나와의 관계가 담백해지면 저절로 잠잠해질 거고, 그러면 아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거래. 훌륭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래.” “잘됐네.” “요즘 진정되기 시작했어. 그런데 자식한테 버림받은 기분이야. 왠지 쓸쓸해졌어.” “터무니없는 걱정을 했네. 야마모토 선생님 일 같은 거.” “진짜야. 그때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었어. 난 정말 고지식하다니까. 진짜로, 뭔가 삶의 보람을 찾아야겠어.” (p.33~34)
“흠, 근데 왜 결혼하고 싶은 거야? 종이 한 장이 뭐냐는 게 당신 생각이잖아. 형식은 쓸모없다고 했잖아.”
“그기야 글치만, 종이 한 장이지만, 서로 묶인다이가. 상대는 젊고, 도망가면 참을 수가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말이다.”
나는 기가 막혀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동했다.
에고이즘이란 숨김없이 드러내버리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종이 한 장의 기만성을 만 마디 말로 설명해도 상대는 납득하지 못했다. 한데 에고이즘이 알몸으로 굴러오니 부인은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제멋대로네, 인간은.” (p.63)
“비가 오면 인스턴트 라면이 잘 팔린대요.”
“어째서일까요.” “나도 사니까요.” “아, 홀아비세요?” “여자 있어요. 그런데 그 여자는 아무것도 못 하거든. 내가 집에 갈 때까지 꼼짝도 안 하고 기다려요. 뭘 사러 갈 때도 있지만 비가 오면 절대로 안 나가거든요. 인스턴트 라면을 사가는 수밖에.” “사귄 지 얼마 안 됐구나.” “벌써 육 년짼데.” “어디가 아파요?” “아무 데도 안 아파요.” “일해요?” “안 해요.” “그럼 하루 종일 뭐 해요?” “아~무것도 안 해요. 결혼하고 싶은데 싫다네.” “아아.” “손님, 어떻게 생각해요. 연상이에요.” “괜찮잖아요.” “그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상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어요. 서른이라고 말했으니까. 그 정도로 보였거든.” “육 년 동안 같이 살았댔죠? 그럼 나이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잖아요.” “그게, 요전에 몰래 결혼하려고 알아봤더니 열여덟 살 속였더라고요.” “우와. 열여덟 살이나.” “결혼하기 싫다는 건 나이를 들키기 때문이 아닐까요?” (p.69~70)
나는 문득 선생님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고 내내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선생님에게, 나는 어딘가 나 자신을 겹쳐보며 ‘사’적인 삶의 일부를 공감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직업을 가지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던 시대를 어떤 식으로 극복하셨을까.
하지만 나는 내 삶에 정신없이 쫓겼다. 그렇게 삼십 년이 흘렀다.
생각지도 못하게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미쓰에 선생님이 돌아가셨어. 얼마 전에 뵈러 갔었는데 말이야, 벌써 여든 가까이 되셨던 것 같은데 엄청 건강하셨거든. 으음, 그때도 여전히 공부하고 계시더라. 공부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나. 대단하시지. 무슨 얘기였더라, 나이 먹은 뒤로 뭐가 의지가 되느냐고, 가족인지 친구인지 여쭤봤지. 그랬더니 선생님은 지체 없이 ‘친구예요’라고 딱 잘라 말씀하시는 거 있지. 엄청 단호하게 말씀하셨다니까.” (p.179)
출판사 서평
“내일이 괜찮으면
어제의 상처는 다 재미있는 추억일 뿐이야!”
밀리언셀러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는 게 뭐라고』 작가 사노 요코의
소설보다 재미있고 영화보다 감동적인 사람들과의 소중한 추억 스케치!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으로 수많은 한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에세이스트이자 그림책 작가 사노 요코의 초기 걸작 에세이집 『그래도 괜찮아』가 북로드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자기 자신에겐 시니컬하지만 타인은 속수무책으로 믿는 재치 넘치고 시원시원한 입담의 작가 사노 요코가 있기까지 그가 만났던 혹은 마주쳤던 사람들과의 다양한 추억담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물이나 사건임에도 그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매력적인 화법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전철에 야쿠자 같은 남자가 올라타 말을 건네자 모두가 시선을 피하는 데도 작가는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고 병원에 가보라고 충고까지 한다. 수상한 부동산 업자에게 속아 거금을 날렸는데도 그의 미소라 히바리에 대한 꿈을 마지막까지 믿는다. 유년 시절 특별한 아픔이 있는 스물한 살 젊은이를 바라보며 그래도 훌륭하게 자랐다며 감동하는 한편 아들의 귀가가 늦는 걸 걱정한다.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도 있지만 꼭 평범하다고만 말할 수 없는 일화들은 작가의 남다른 관찰력과 감수성을 거치면서 때론 웃음을 자아내고 때론 눈시울을 붉히는 소중한 추억담으로 거듭난다. 유년에 남동생과 오빠를 연달아 잃고 말년에 암 투병으로 고생하는 굴곡진 삶을 살았으나 인생사 새옹지마라며 쿨하고 시크하게 일관하는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지금 이대로 ‘그래도 괜찮다’며 ‘시간이 지나면 전부 즐거운 추억담이 될 거’라며 읽는 이에게 소소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듯하다.
“그 사람은 말이지, 인간은 저마다 외로운 존재라는 걸 알아. 그걸 모르는 사람이라면 난 같이 살 수가 없거든.” (p.25)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인생의 일대사인데 미동조차 하지 말라는 건가. (p.30)
어른이 되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몇 년에 걸쳐 이해하게 되었다. 배우는 것과 성장하는 것은 별개라는 사실도 차츰 깨달아갔다. (p.33)
“죽은 건 아니잖아. 몸만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87p)
지금이 안심이면 예전의 상처는 재미있는 흔적일 뿐이다. (102~103p)
어른은 얼마든지 아이를 상처 입혀도 된다. 상처받으면서 아이는 씩씩하게 성장한다. 나는 상처받지 않은 아이는 방귀나 마찬가지야, 라고 생각하며 아들의 귀가가 늦는 데 마음을 졸인다. (p.103)
가장 곤란할 때 나를 구해준 것은 저축이 아니었다. “괜찮아”라는, 그 집 마루에서 당신이 해준 말이었다. (p.192)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자기 자신에겐 시니컬하지만 타인은 속수무책으로 믿는 작가 사노 요코의
때론 웃기고 때론 눈물 나는 개성 만점 걸작 에세이집
이 책 『그래도 괜찮아』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든 사노 요코가 ‘러브 이즈 더 베스트’라는 제목으로 처음 펴냈고, 1996년 신초문고에서 재출간, 2018년 사와데쇼보신사에서 해설을 추가하고 제목을 고쳐 개정 출간한 작품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다. 언제 어디서든 립스틱을 바르지 않은 맨 입술을 보이지 않던 어머니, 한때 백화점에서 함께 근무했으나 사노 요코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진작가, ‘비가 내리면 라면이 잘 팔린다’던 택시 운전기사, 인기 배우 때문에 부동산 중개업자가 됐다던 남자, 모피 코트를 깔고 앉아 역사 소설을 읽던 어느 공주님 등 작가 사노 요코의 삶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사람들과의 인상 깊고 기억에 남는 일화를 담았다. 작가의 가족이나 친구 등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거리에서 스쳐 지났거나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평소 까칠하고 고집스럽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 출간된 지 30여 년이 흐른 후에야 국내에는 첫 선을 보이지만, 이 책 『그래도 괜찮아』는 아직까지도 ‘삶이 고달플 때나 희망이 필요할 때 몇 번이나 읽었다’, ‘40대, 50대가 되어도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 ‘어떤 의미에서 내 삶의 방식을 정하게 될 정도로 의미가 깊다’ 등 읽은 이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등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사노 요코 특유의 까칠함과 고집스러움을 맛봤다면, 이번 책에서는 그보다 젊었던 시절 사노 요코의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무한 신뢰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집은 저녁식사 때 아무도 아버지를 무서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상한 가족이네, 하지만 이상한 가족이 더 좋아. 나는 생각했다. (p.76)
그 불그죽죽한 얼굴의 탁한 목소리 모두가 거짓이었다 해도, 어쩌면 그의 ‘꿈’만은 진짜였을지 모른다고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p.88)
“오 분씩의 축적도 어려워하던 저 녀석이 십오 분씩의 축적이라고 말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현실감 있다니까. 신기하지. 저 애는 어딜 내놔도 먹고살 수 있을 거야. 자식은 재밌네. 한때는 어떻게 되나 싶었다니까. 아이고, 아이고.” (p.166)
상대를 겉모습이나 배경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저 눈앞의 사람이 ‘사람이다’라는 것만 보며 사노 씨는 행동합니다. 그 신뢰가 상대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마음에 불이 반짝 들어와서 재미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꺼내놓는 게 아닐까요. 설령 상대의 ‘지금’을 믿을 수 없다 해도 사노 씨는 ‘미래’를 믿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p.194~195)
기본정보
ISBN | 9791158791339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4월 27일 | ||
쪽수 | 204쪽 | ||
크기 |
127 * 189
* 18
mm
/ 192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でもいいの/佐野洋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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