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으로다시 읽는 황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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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소망수필반
인생의 여러 굴곡과 영광의 날을 간직한 채 만년에 이르러, 수필 창작을 통해 새로운 생애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의 모임이다. 이들의 글은 자신의 삶에 대한 존재증명이자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소망의 다른 이름이다. 이들은 서울 강남의 소망교회 수필반에서 만나 오랜 세월 함께 글을 쓰며 그 일상과 생각과 신앙을 나누어왔다. 그러므로 소망수필반은 신앙적 소망과 일상적 삶의 소망이 갖는 의미를 함께 포괄하는 이름이다. 이 모임은 그동안 한국문학의 큰 작가 이병주에 이어 황순원에 대한 독서를 공유하며, 글에의 관심을 개인의 영역에서 사회·역사적 영역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이번의 책을 계획하여 출간했다.
목차
- 1. 시대의 굴곡을 담은 깊고 푸른 숲 - 장편 읽기
우리는 정말 카인의 후예일까? - 『카인의 후예』 ㆍ이영훈
험난한 시대를 통과하는 삶의 유형들 - 『나무들 비탈에 서다』 ㆍ이승일
운명론적 ‘고독’의 존재양식 - 『일월』 ㆍ김삼성
콘크리트 틈에서 피어난 풀잎 - 『신(神)들의 주사위』 ㆍ손정란
2. 단단하고 매끄러운 삶의 조약돌 - 단편 읽기
성장기 소녀의 내면풍경 - 「늪」 ㆍ백승남
생애의 말년에 마주하는 고통스러움의 정체 - 「독 짓는 늙은이」 ㆍ김덕희
죽음 앞 마지막 순간의 장인정신 - 「독 짓는 늙은이」 ㆍ오금희
난민의 역사는 시대가 따로 없다 - 「목넘이마을의 개」 ㆍ김신지
한국전쟁, 비극적 역사의 얼굴 - 「곡예사」 ㆍ김신지
동심과 우정의 변주곡 - 「학」 ㆍ김괴경
또 다른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 - 「소나기」 다시 쓰기 ㆍ이상임
두 개의 닮은꼴, 만남과 헤어짐 - 「소나기」 ㆍ채진욱
죽음에 대한 항거와 삶에의 도전 - 「너와 나만의 시간」 ㆍ정정숙
유리벽 과거로부터 탈출의 몸부림 - 「온기 있는 파편」 ㆍ홍온자
3. 황순원 소설론
순수와 절제의 미학 - 황순원의 삶과 문학 ㆍ김종회
책 속으로
p. 56~57_ 소설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사람이 무엇인가, 사람이 사람에게 해도 되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어떤 건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인 것 같다.
숙이 현태의 아이를 낳아 기르려 한다는 마지막 암시는 자신이 선택하고 책임을 지려 하는 인간의 실존적 태도라고 볼 수 있다.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복잡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걸 느끼며 실소가 새어나왔다. ‘이건 소설이야…’라며 애써 외면해 보려 했지만, 마음속에서 나는 소리는 ‘이건 현실이야’였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보았던 든든한 나무는 참 보기에 좋았다.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잎사귀가 나와서 울창해지면 많은 사람들에게 그늘도 만들어줄 것이고, 편안하고 넉넉한 쉼터가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여전히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은 현실이지만, 때때로 이곳에서 잠시 숨 고르기라도 하면 팍팍한 삶에 시원한 공기가 들어갈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탈이 아닌 곳에 서 있는 나무들은 다 이렇게 건강한가. 나무는, 아니 우리 인간도 이렇게 비탈이 아닌 곳에 서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이 세상에 생명을 받고 온 인간이 추구해야 할 도리이자 책임이며, 보다 정색하고 말하자면 인권의 추구가 아닐까.
p. 122~123_ 목넘이마을의 개는 그야말로 아득한 옛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작품이 쓰인 연대에 어울리게 평안도의 구수한 사투리의 원형은 그야말로 정겹기도 하고 새로워 작품이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을 주는 느낌이다. ‘아즈반이 웨다레’ ‘파투웨다’ 같은 이런 우리의 옛말은 사라지고 변형되었다고 해도 잘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토착적이고 어쩌면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전설 속에 숨은 정서와 우리가 잊고 있는 인간 가치가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갑질의 삶, 을의 삶은 영원히 모습을 변화해가며 이어간다. 그러나 간난할아버지 같은 천연의 을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인간애가 동물에게도 배려하는 모습을, 서로 공존공생하는 모습이 있음을 보여준다. 즉 생명존중의 사상이 짐승세계에도 열려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필히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이것 자체가 우리가 진정으로 갈구하는 평화가 아닌가 감히 말해본다.
p. 226_ 황순원의 시와 초기 단편들, 그리고 순서가 앞선 장편들조차도 기실 우리가 두 발을 두고 있는 구체적 삶의 현장에 과감히 뛰어든 문학이 아니다. 그러나 소재적 측면에서 초기 이후의 단편, 그리고 단편에서 장편으로 넘어오면서 황순원의 작품에는 한국현대사의 가장 큰 격동의 사건인 6?25동란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인생의 여러 면모를 전면적으로 추구하는 데 적합한 장편소설의 양식을 통하여 전란의 와중과 전후에 펼쳐진 좌절 및 질곡을 표현하고자 했을 것임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1930년 열여섯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92년 일흔여덟까지 작품을 쓴 황순원은 시 104편, 단편 104편, 중편 1편, 장편 7편의 거대한 문학적 노적가리를 남겼다. 이 작품들은 그로 하여금 한국 현대문학에 있어서 온갖 시대사의 격랑을 헤치고 순수문학을 지켜온 거목으로, 그리고 작가의 인품이 작품에 투영되어 문학적 수준을 제고하는 데까지 이른 작가 정신의 사표로 불리게 하였다. 혹자는 역사적 사실주의의 시각에 근거하여 황순원이 서정성과 순수문학 속으로 초월해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만 말한다면 이는 단견의 소치이다. 황순원의 문학과 시대 현실의 관계는 흥미로운 굴곡을 이루고 있다.
출판사 서평
노년의 삶도 소나기 뒤의 무지개처럼 피어오르기를
“우리는 수필반에서 함께 공부하며 ‘황순원’이 어떤 작가인가를 배웠다. 책을 읽으며 감동했고, 읽은 내용을 반추하며 독후감을 써보는 일은 어려웠지만 분명 행복한 일거리였다.”
서툰 아마추어들이지만 글쓰기에서 보람을 느끼고, 이를 통해 노년의 삶이 소나기 뒤의 무지개처럼 피어오르기를 꿈꾸는 시니어들이 있다. 바로 소망수필반이다. 1년 전 이병주에 관한 글을 모아 책을 낸 것에 이어 이번에는 황순원의 작품들을 읽고 쓴 글을 엮었다.
소나기마을로 불리는 황순원문학촌을 방문해 문학관에서 작가의 육필 원고까지 볼 정도의 열정으로 읽은 황순원 작품에 감상은 그 깊이가 남다르다. 요즘 세대와 달리 당시의 추억을 바탕으로 읽으면서 더해진 원숙함을 함께 맛보자.
운명의 장난, 신들의 주사위놀이
“우리가 흔히 ‘운명의 장난’이라고 말하곤 하는, ‘차라리 장난이었으면 좋겠다’, ‘장난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라고 생각될 일들이 바로 신들의 주사위놀이에 의해 벌어진 게 아닐까.”
황순원은 월남한 실향민으로서 한국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체험했고 그것을 담은 작품을 여럿 남겼다. 그중 장편 『신들의 주사위』는 마치 여러 신들이 제각각 던지는 주사위들에 좌우되는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간난신고에 시달린 민초의 삶을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런데 삶의 우연성을 의미하는 ‘신들의 주사위놀이’의 결과가 아니라, 신이 인간을 위해 예비해둔 희망인 풀잎을 발견한 주인공 한수 모습으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여기서 황순원의 문학이 지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역사적 경험에 냉혹함 속에서도 휴머니즘을 놓치지 않기에 그의 작품이 시대를 초월해 다시 읽히는 것이다.
추억으로 다시 쓰는 소나기
“특별히 할 말은 없으나 내가 풀지 못한 그 해 여름의 짧았던 만남, 수수께끼 같은 내 눈물의 의미를 알고 싶다. 아쉬운 어린 날의 상처 같은 추억의 퍼즐을 맞추고 싶다. 지금 쓴다 해도 「소나기」는 슬픈 결말일 수밖에 없다.”
황순원문학촌을 소나기마을로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무래도 황순의 대표작은 단편 「소나기」다. 이 작품이 지닌 순수함은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을 자아내지만, 특히 순박한 농촌의 정경이 오롯이 떠오르는 노년에게는 바로 자신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니어들의 수필 창작 모임인 소망수필반에게 「소나기」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추억으로 다시 쓰는 소나기를 함께 읽으면서 이 작품이 지닌 깊은 생명력을 각자의 경험으로 나눠보자.
낭만적 휴머니스트
“황순원의 문학은 인간의 정신적 아름다움과 순수성, 인간의 고귀함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출발했고 이를 흔들림 없이 끝까지 지켰다.”
황순원 하면 순수문학가로서 일제하에서 ‘읽혀지지도 출간되지도 않는 작품을 은밀하게 쓰면서 모국어를 지킨’ 일에 대한 평가가 우선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1930년 열여섯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92년 일흔여덟까지 작품을 쓴 황순원은, 시 104편, 단편 104편, 중편 1편, 장편 7편의 거대한 문학적 노적가리를 남길 정도로 그 폭이 대단히 넓다.
대부분 작품이 배경으로 되어 있는 상황의 가열함 속에서도 진실된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 암중모색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은, 황순원 작품의 문학적 성취를 드러내는 지표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사에서 그를 낭만적 휴머니스트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추억으로 다시 읽는 황순원』에서 그 진면목을 만나보자.
기본정보
ISBN | 9791158771041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7월 05일 | ||
쪽수 | 228쪽 | ||
크기 |
140 * 211
* 20
mm
/ 364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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