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한 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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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경남 합천군 야로면 하빈리 454번지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대구로 전학을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대구교육대학교를 졸업 후 경북과 대구에서 꽤 오랜 시간 초등학교 교사를 했다.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 해서 그런지 이 나이에도 세상 물정에 어둡고 철이 한참 덜 들었다. 철 없는 어른으로 단순하게 사는 삶이 내 기쁨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 기쁨이 더러 글이 된다.
동화 〈꽃잎 속의 아이〉로 부산문화방송 신인문예상을 받을 후 동화집 《꽃잎 속의 아이》, 《달님을 닮은 꽃》, 《하얀 크레파스》를 냈다. 수필집으로는 《햇살이 쌓이는 뜰》이 있다.
목차
- 책을 내며
1부 네 잎 클로버
행복이란/푹 썩어야지/정직한 사진/시선/삶의 끝에 찾아올 희망/
미완의 삶/머슴정신/도서관 풍경/네 잎 클로버/내 삶의 오답노트/
명품 가방 명품 인생/공원의 아이들/500원의 가치/
2부 나도 좀 낑가줄래
나도 좀 낑가줄래/사진 한 장의 가/수박과 까막눈 청년/천 원의 행복/
뒷담화/해피엔딩/쑥 한 줌의 시간/봄 소식/민들레/까까머리 공약/
그 집 앞/고향/
3부 음악이 흐르는 파출소
컨닝과 확률/자기만의 잣대/적자생존/음악이 흐르는 파출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사제동행 독서 시간/무한리필/들킨 도둑 안 들킨 도둑/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기쁨 기부자/거짓말탐지기/경청/토끼와 거북/
4부 입장 차이
파뿌리/입장 차이/애주가여/아름다운 마무리/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새집/사랑합니다/버리는 연습/묘비명/내 말 좀 들어봐/나의 용량/
고독한 둘째 딸/결혼 이야기/
책 속으로
봄비 내린 후의 4월은 더없이 화사하고 맑다. 4월의 햇살에 투영된 연초록 잎들이 잔바람에도 파르르 떠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하루 중의 제일 큰 기쁨이다. 눈만 뜨면 창밖의 연초록빛 물결에 눈이 간다. 어제는 길을 걷다 어린 이파리들의 살랑거림에 빠져들어 길가는 행인과 부딪칠 뻔하는 실수를 범했다. 누군가 신록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더니 사월의 연초록 무리들은 아름다움을 넘어 신의 심오한 숨결이 느껴지는 신비감이 감돈다. 연한 초록 숨결이 느껴지는 사월의 나무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내 영혼의 깊은 곳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난다. 사람과 자연이 한 몸임을 터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종종 집 근처 저수지와 맞닿은 둑길을 걷는다. 둑길은 내 사색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만 들어서면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어 고향처럼 아늑해진다. 저수지에 담긴 푸른 산자락 물그림자 사이로 몇 마리의 청둥오리가 유유히 떠다닌다. 수면에는 사철을 두고 가파르지 않은 산자락이 대칭을 이루며 언제나 한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킨다. 다만 계절에 따라 빛깔만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둑길을 걸을 때면 눈길을 끄는 풍경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를 떠올리고, 저수지를 월든 호수로 그려보기도 한다. 현대문명과 맞닿은 도심 속의 저수지를 바라보며 소로우의 심경이 되어보는 것도 나에겐 아주 값진 소득이다.
둑길은 도시에서 보기 힘든 흙길이라 푸근하고 정겹다. 종종 저수지 둑에서 쑥을 뜯는 아줌마들이 있다. 아줌마들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 챙 모자를 쓰고 마스크에 심지어 선글라스까지 착용하기도 한다. 둑에는 쑥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그야말로 쑥밭이다. 나는 둑길을 걸을 때마다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는 옛날처럼 쑥 뜯는 재미에 한번 빠져봐야지.’라고.
어릴 때 시골에서 참 많이도 쑥을 뜯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자주 하는 일이 쑥 뜯기였다. 나물을 뜯으러 들로 나가는 것은 어린 우리들에게 일이 아니라 그냥 놀이였다. 들판마다 쑥이 지천으로 깔린 이맘쯤이면 친구들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운동장에서 놀래? 아니면 쑥 뜯으러 갈래?’였다. 하교 후 나물을 뜯는 일은 요즘 아이들로 치면 ‘방과후 수업’이었다. 들로 가끔은 야산으로 나가 나물을 뜯으며 우리는 소통하고 놀았다. 거기서 쑥, 냉이, 달래, 씀바귀 등 갖가지 나물과 제비꽃, 민들레 등의 야생화 이름을 알았고, 또 냄새 맡고 식용은 그 자리서 맛보기도 했다. 그야말로 요즘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시행하는 현장체험학습이었다. 시골 아이들은 닫힌 공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넓은 대지의 품에서 호흡하며 놀며 자란 덕분에 도시 아이들보다 너그럽고 영혼도 자유롭다. 나는 어린 시절 농촌에서 자란 걸 아주 자랑거리로 여긴다. 내가 만약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내지 않았다면 저수지 둑에 붙박이로 쑥 뜯는 아줌마들의 재미를 절대 모를 것이다. 아무 목적 없이 집중하는 놀이의 쏠쏠한 재미. 나는 오늘 그 재미에 빠져보기로 했다.
그렇다. 내가 쑥을 뜯는 데는 특별한 목적이 없다. 그저 놀이다. 시장에 가서 내다 팔 것도 아니고 저녁 반찬거리도 아니다. 그러니 욕심 낼 것도 없고 재미삼아 뜯으며 노는 것이다. 뜯은 쑥은 친정어머니께 갖다 드릴 생각이다. 어머니는 쑥국을 맛있게 잘 끓이시고 좋아하신다. 아버지도 쑥국을 좋아하신다. 가끔 하늘을 쳐다보며 사심 없이 뜯었는데 어느새 작은 냄비에 한 번 끓일 양이 족히 되었다. 이 정도면 어머니께서 ‘많이도 뜯었네.’라고 칭찬하실 것 같다. 꼭 어린 시절에 할머니한테 자주 들었을 때처럼 기분이 우쭐할 것 같다. 그렇다고 칭찬 받으려고 욕심내어 뜯을 필요는 없다. 어릴 때처럼 그저 놀이로 뜯는다. 놀이는 경쟁이 뒤따르기도 하지만 주목적은 재미다. 아무 욕심 없이 한 포기 한 포기 쑥에만 몰입하며 평화를 누리는 이 시간은 재미를 넘어 내 영혼이 진정한 자유를 누린다. 가끔은 몇 마리 비둘기들이 내 주위에 날아와 부리를 처박고 뭔가를 열심히 쪼아 먹는다. 그들도 나처럼 경쟁하지 않고 놀이처럼 그저 즐겁게 쪼아 먹다 날아간다. 나는 이렇게 놀이를 하듯 삶을 살고 싶다. 더 이상 경쟁하고 싶지 않다.
쑥 한 줌을 뜯고 향기를 맡는데 쑥 한 줌의 시간이 걸린다. 4월의 연초록 물결을 온몸으로 느끼며 이따금 비 온 후의 하늘을 바라본다. 점점 내 몸에 쑥 향이 배어온다. 내 안에 향기를 담을 공간이 필요했다.
[머리말]
자라면서 나는 ‘누구랑 닮았다’는 말을 아주 싫어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로 살고 싶은 소망이 강했던 것 같다. 신이 우리 모두를 각각 하나의 특별한 창조물로 빚은 만큼 삶도 각각 ‘자기답게’ 살아야 할 권리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나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건데 나답게 살지 못한 시간들이 수없이 많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나만의 철학을 고수하지 못한 채 남의 눈치를 보며 좋게 보이는 사람들의 생각을 흉내내려고 노력했다. 줄기와 가지가 흔들리고 때론 나의 뿌리까지 통째로 뽑힐 것 같아 나는 죽기살기로 붙잡았다. ‘나답게’ 살기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선생으로 밥벌이를 하며 글쓰기는 내 삶에 큰 도움도 안 되는 부업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고백하건데 이 부업이 나의 삶을 지탱해주는 방부제 같은 역할을 해주어 나는 버릴 듯 말 듯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런데 돌아다보니 내가 글을 쓸 때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철학으로 나답게 사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첫 수필집 ‘햇살이 쌓이는 뜰’을 내고 수필집으로는 두 번째다. 이 또한 나답게 살려는 몸부림임을 나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 썼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답게 잘 살아야 우리답게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았으니 읽는 이들이 그 마음을 헤아려주었으면 좋겠다.
긴 시간 아낌없는 격려를 주신 동화작가 김상삼 선생님, 눈이 침침하지만 아내의 원고를 기꺼이 읽어주며 평까지 곁들어준 남편 그리고 영원한 독자 민하, 나현, 기도로 매일 축복해 주시는 부모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2019년 2월
나의 쉼터 강마을에서
출판사 서평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로 자신만의 세계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수필집이다. 누구와 닮았다는 말을 싫어한다는 저자는 글에서 나답게 살기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고 고백하면서 글을 쓸 때만큼은 나답게 사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나답게 쓴 수필집은 총 4부로 1부 ‘네 잎 클로버’, 2부 ‘나도 좀 낑가줄래’, 3부, ‘음악이 흐르는 파출소’, 4부 ‘입장 차이’로 총 51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교직에 있을 때의 이야기, 퇴직 후 일상생활, 봉사활동 이야기, 가족이야기 등을 저자의 목소리로 조곤조곤 들려준다.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인 ‘낑가줄래?’를 친구에게서 듣고, 살면서 이 말을 많이 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기도 한다. 40년이 훌쩍 흘러 만난 초등학교 동창생들에게 졸업은 못 했지만 입학은 같이했기에 친구들에게 “나는 졸업을 못 했지만 동창회 모임에 좀 낑가줄래?”라고 말했을 때 친구들이 보여준 당연하다는 행동을 통해 낑가줄래의 의미 깨달으며 저자 또한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삶에 지친 사람들이 충전할 수 있는 대상으로 꽃이나 동물을 들며 저자 또한 꽃을 기르며 꽃들과 마음을 열고 마음으로 꾸준히 대화를 하고 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성으로 가꾸기 때문에 꽃도 예쁜 꽃을 피우고 잘 자라준다. 또한 그것을 기르면서 저자 또한 행복하기에 그 행복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주고받는 것임을 깨닫는다.
저자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대구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교직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다. 동화집 《꽃잎 속의 아이》, 《달님을 닮은 꽃》, 《하얀 크레파스》를 냈다. 수필집으로는 《햇살이 쌓이는 뜰》이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58541743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2월 18일 |
쪽수 | 240쪽 |
크기 |
141 * 199
* 21
mm
/ 37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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