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오지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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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문순태는 1941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광주고, 조선대 문학부와 숭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지에 시가 추천되었고 1974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징소리』 『고향으로 가는 바람』 『철쭉제』 『된장』 『울타리』 『생오지 뜸부기』 등과, 장편소설 『걸어서 하늘까지』 『그들의 새벽』 『41년생 소년』 『도리화가』 『소쇄원에서 꿈을 꾸다』,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전 9권) 외에 시집 『생오지에 누워』가 있다. 한국소설문학작품상, 문학세계작가상, 이상문학상특별상, 요산문학상, 채만식문학상, 한국카톨릭문학상, 한림문학상, 전남도문화상, 광주광역시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순천대와 광주대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는 고향 담양에서 ‘생오지문예창작 촌’을 열어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목차
- 작가의 말
생오지 눈사람
아버지의 홍매
시소 타기
자두와 지우개
휴대폰이 울릴 때
은행잎 지다
안개섬을 찾아서
돌담 쌓기
시계탑 아래서
흐르는 길
해설 | 관용과 따뜻함의 미학,
그리고 노년소설의 정수(精髓) / 전흥남
출판사 서평
노년의 삶 통해 인생의 의미 찾기
두근거리는 마음 여미고 11번째 창작집 『생오지눈사람』을 상재하고 보니 회한이 앞선다. 『생오지 뜸부기』를 낸 지 4년만이다. 우리 나이로 올해 78세니, 아마도 이번이 내 생의 마지막 창작집이 될 것 같다. 이제야 어렴풋이 소설이 보이는 것 같은데 내 영혼이 메마르게 되었구나 싶어 아쉽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더 치열하게 붙안고 매달릴 걸… 어영부영 흉내만 내다보니 어느덧 길의 끝자락이 보인다.
『생오지 눈사람』에 수록된 소설은 70대 들어 쓴 작품들이다 .내 깜냥에는 그래도 생오지에 들어오고 70이 넘어서도 일 년에 한두 편씩 꾸준히 작품을 써 온 셈이다. 생오지로 귀향한 후 10년 동안 소설과 더불어 참으로 오랜만 에 자유롭게 살았다.
이번 창작집에는 주로 노인의 삶과 소통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실려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뒤돌아보며, “노인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 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한 때 세상의 중심에서 치열하게 살아 온 그들의 삶은 고통스러웠지만 화려했던 순간도 있었다. 성공한 삶이 거나 실패한 삶이거나 저마다 삶의 흔적이 뚜렷하다. 6·25와 4·19, 5·16군사 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전쟁, 가난, 민주화, 산업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성장의 그늘 속에 천덕꾸러기가 되어 자기방기의 학대에 이른 이들은 경제적 약자로 버림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박물관이고 도서관이며 이야기 창고라고 생 각한다. 그들의 축적된 삶 속에 엄청난 이야기와 빛나는 문화, 역사적 가치가 옹근히 살아 있다. 그런대도 우리는 낡았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꺼내 보려 고 하지 않는다. 노인들 생애에는 약자의 슬픔과 오랜 세월 충분히 발효된 지혜와, 불행을 행복으로 환치시키는 비법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마땅히 그들의 지혜를 인생의 길라잡이로 삼아야 한다.
소설은 각성과 치유와 교시적 기능을 뛰어넘어 사회변혁의 힘을 가졌다. 그 렇다면 지금까지 내 소설은 인간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까? 내가 작가로 등단했던 70년대 초 우리 사회는 암울하고 답답했다. 닫힌 사회의 불안을 온몸으로 체감했던 나는 “작가는 시대의 병을 앓는 환자이고 그가 쓴 작품은 투병기와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따라서 한때는 ‘문학은 역사의 칼’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문학이라는 지적인 칼로 잘못된 사회와 역사를 담대하게 베어내고 새 싹이 돋게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징소리』, 『청소부』, 『그들의새벽』 등 70~80년대에 쓴 내
소설들은 사회성이 강하다.
이순을 넘기고부터 세상의 빛깔은 오방색도 무지개색도 아닌, 수천 수만 가 지의 오묘한 빛깔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빨강 안에 초록, 노랑, 주 황, 갈색 등 여러 가지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질적인 것들의 어울림이야 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나는 나이가 들수록 시
력은 나빠졌으나 세상은 더욱 명징하게 잘 보였다. 총체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자 거시적 세계관이 미시적 세계관으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거대담론이 리얼리즘소설의 중요한 미학이긴 하지만 미시적 세계관도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작가는 역사변화의 현장인식도 중요 하지만 먼지만큼 작은 별꽃이나 코딱지꽃을 통해 광대한 우주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터득했다.
나는 노인이 되면서부터 노인의 삶을 통해 인생의 의미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보고 싶었다. 키르케갈의 말처럼 인생이 “고통이라는 열차를 타고 불안이라는 터널을 지나 죽음이라는 종착역에 이르는 것”이라면 얼마나 허무한 가. 인생은 드라마도 아니고 소풍도 아니다. 쏜톤 외일더는 ‘우리읍내’에 나오는 대사에서 “인생은 커피 마시고 싶을 때 커피 마시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는 것”이라며, 일상성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나는 ‘눈뜨고 눈 감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눈 떠서 이 세상이 갖고 있는 모든 색깔을 다 보며 느끼고 깨닫고 마지막에 눈 감는 것. 문제는 한번 밖에 살지 못하니까 아무렇게나 살자는 것이 아니라, 한번 밖에 살지 못하니까 의미 있게 살자는 것이다.
암턴 나는 노인의 삶을 살아가면서부터 인생도 소설에 대한 생각도 변했다. ‘역사의 칼’에서 ‘구도의 길찾기’로 변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작가는 깨달음에 안존하는 도인이 아니다. 시대정신을 꿰뚫어보되 이웃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혜를 빌려주는 역할로 충분하다. 장검을 휘두르는 검객이거
나, 견성이라도 한 듯 도인행세를 하며 자만해서도 안 된다. 소설은 아름다운 삶을 흐리게 하는 환각제도 세상을 가르치는 교편도 아니다. 주머니칼처럼 끝이 날카로운 펜으로 위선적인 삶이나 모순된 사회, 왜곡된 역사를 콕콕 찔러 정상궤도에 진입하도록 자극을 줄 수 있어야한다. 날카로운 침으로 잠 든 영혼을 일깨울 수 있다면 족하다. 소설은 “걸어다니는 거울”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거울을 통해 개인과 사회와 역사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자성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내 소설은 ‘역사의 칼’에서 ‘구도의 길찾기’를 거쳐 ‘성찰의 거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2016년 가을 ‘생오지’ 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58290238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12월 05일 |
쪽수 | 307쪽 |
크기 |
152 * 226
* 22
mm
/ 45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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